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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영화제가 어느덧 13회째를 맞이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 영화제도 상영관을 구하지 못해 야외(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라 한다. '청계광장'이 촛불시위와 용산참사를 거치면서 이명박 정권의 반인권적 행태들을 규탄하는 시민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둔해진 인권감수성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해온 인권영화제의 개최가 더욱 의미 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십 수 년을 이어 성장해온 영화제가 상영장소조차 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역주행의 증거이기에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위탁 사업으로 운영되는 몇몇 상영관은 정부 눈치를 살피며 전에 없이 영진위의 '상영등급분류 면제추천'을 받아오지 않으면 대관해줄 수 없다고 하고, 인권영화제 주최 측은 면제추천 또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거부하였다는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정이다.
필자에게는 1996년 제1회 인권영화제가 열린 그 해 가을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해 10월 4일, 영화법상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가 국가기관에 의한 '검열'로서 금지된 것임을 헌법재판소가 확인해주었고, 영화검열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쓰고 있던 필자는 그 결정이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에 보태진 디딤돌임을 의심치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가위질’은 없어졌으니, 적어도 영화제작자와 감독이 구속되고 영화필름을 탈취당하는 현대판 ‘분서갱유’는 없어졌으니 표현의 자유는 확대된 것이 아닌가. 영진위의 제한상영가 등급부여와 등급분류 보류제도 또한 검열의 효과를 가져 금지된다고 선언된 마당에 적어도 법제도상으로는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 게 아닌가.
불행히도, 아직은,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의 심화가 경제적 양극화로, 사회적 보수화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전근대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 권력을 전횡하는 조건에서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비정규노동자와 성적 소수자와 장애인과 청소년과 여성의 인권은 점점 더 불안정해진다. 언론과 창작과 학문의 영역에서조차 한줌의 기득권만을 대변하는 자신들의 코드를 강요하는 권력집단이 존재하는 한, 표현의 자유는 13년 전 그 때와 다를 바가 없다.
인권영화제가 ‘인권의 홀씨’ 하나를 사회에 날리는 역할을 하기 위해 그 지난했던 투쟁의 역사를 다시 쓰라 말하기가 미안하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반걸음이라도 전진하기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면, 이제는 다 같이 인권영화제의 고집스러운 싸움에 동참하자. 지금이야말로 원칙을 고수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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