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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4호] 해외작 소개 - 헤어 인디아 (Hair India)

Hair India (Marco Leopardi, Raffaele Brunetti/2008/이탈리아/다큐멘터리/75분)

  Sangeeta는 현대 인도의 커리어 우먼을 대표하는 부를 거

머쥔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길게 하기 위해 헤어 살롱에서 머리카락을 붙이게 된다. 같은 시간 이탈리아에서는 붙임용 머리카락을 만드는 공장이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다. 한편, 인도의 벵갈 서쪽 지방에서는 한 빈민층 집안의 소녀가 고이 기른 머리카락을 사원에 바치려고 한다. 소녀가 바치는 머리카락은 어디로 가서 어디로 돌아가는 것일까? 헤어 인디아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상품화되는 머리카락을 소재로 지구화, 시장, 그리고 종교적 의식이 한 데 모여 상품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하여 어떠한 것이든 상품화시키는 현 세계의 상황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조명하는 영화이다.

연주



터뷰 / Serena Podano (Hair India production co-ordinator)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영화의 배경으로 인도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우리는 로마에서 ‘Great Length’사를 발견했다.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머리카락 회사이다. 우리는 이 회사가 인도인의 머리카락을 서구의 고급 미용실에 팔아넘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미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아랍권 국가들, 호주, 러시아, 그리고 심지어 인도에까지도 머리카락을 수출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모순을 통해 오늘날의 인도를 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계화의 시대에, 인도에는 현대성과 고대성이 공존하고 있다.

인도의 저소득층에게 머리카락은 어떤 의미인가? 그들이 머리카락을 모두 신전에 바칠 때의 종교적 의미는 무엇인가?

인도 신화에서 Vishnu신은 Padmavathi여신과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신들의 회계원인 Kubera에게 큰 빚을 지게 된다. Kubera는 자신이 제시한 이자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서, 몇 세기에 걸쳐 자손들이 빚을 갚을 수 있게 해주었다. 몇 백년 동안 신자들은 돈이나 보석을 바쳤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유일한 것을 기꺼이 바쳤다. 매일 40000명의 순례자들이 정화의 의식으로 머리카락을 바친다. 아름다움은 인도인들에게 거의 신성한 가치이다. 그리고 긴 머리카락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바친다는 것은 큰 희생이고, 그들이 신에게 바치는 선물의 의미를 더 크게 만들어준다.

영화에서는 고소득층 여성과 저소득층 가족의 모습이 대비된다. 이 영화를 통해 제기하고자 했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머리카락을 따라가 보면 현재 인도의 모순들을 관통할 수 있다. 인도에서는 첨단기술의 발달과 산업의 꾸준한 성장이 부를 만들어 내고, 옛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 나라에서는 현대적 발전, 고대의 전통 그리고 깊은 영적인 면이 나란히 산다. 우리는 직접적으로 진술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평범한 이야기가 사람들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이것이 우리의 영화 제작 방식이다. 언론이나 르포는 해답을 연구하고 제시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다시 말해 이 영화가 사람들을 생각하도록 만들었다면, 우리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머리카락 자르는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순간에 영화 속 가족과 촬영 스태프들 모두에게 긴장감이 쌓여 있었다. 길고 피곤했던 여행, 아름다움을 잃는 것에 대한 엄마와 딸의 걱정, 사원 안 촬영 허가 문제 등.. 가족이 머리카락을 바친 직후, 이 모든 긴장이 사라졌고 우리 모두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다.

인권영화제에 대한 지지의 말을 해준다면?

문화와 인권은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 영화 제작과 배급 분야가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전 세계의 영화제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는 작품들을 널리 퍼뜨릴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작성: 영은 / 번역 : 민지

 


 

고보면 더 잘보이는 영화 "머리카락을 둘러싼 종교와 모발산업의 거래"

 

 

  에 출연하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람과 머리카락을 붙이는 사람이다. 이 둘이 움직이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람은 종교에 충실한 사람이다. 인도 민중 대다수가 믿는 힌두교에서 신에게 두발을 바치는 것이 자신의 일부를 바치는 것과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뭔가 기원하고자 할 때 머리카락을 많이 자른다. 그 기원은 주로 돈과 연관되어 있다. 가난함은 사람을 더욱 종교적으로 만든다.


  한편 머리카락을 붙이는 사람은 아름다움에 충실한 사람이다. 머리 모양이 사람의 외모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리카락은 쉽게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긴 머리로 변화를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덧붙이고 싶어 한다. 이를 간파한 세계 모발산업에서는 진짜 머리카락을 덧붙이는 헤어 패션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덧붙일 수 있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부유한 사람으로 제한되어 있다. 머리카락을 덧붙이는 것은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부유함은 사람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이 두 부류는 묘하게 이어져 있다. 진짜 머리카락 중 최상급으로 취급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인도인의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은 출처는 힌두교 사원이다. 사원에서는 신자들이 자른 머리카락을 고스란히 모아 모발산업의 원자재로 만들다. 인도 정부에서는 힌두교 사원의 두발 거래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그 대신에 판매액의 2/3은 자선사업과 기부에 쓰도록 했다. 나머지 1/3은 사원의 개·보수 등으로 쓰인다. 이처럼 머리카락은 가난한 자들의 머리를 떠나 공장에서 가공되어 어느 미용실에서 부유한 자들의 머리에 덧붙임을 반복하며 종교와 모발산업에 봉사하고 있다.


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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