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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이 ‘작은말하기’라는 모임에서 ‘성폭력 피해 드러내기’를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자신을 열어 사람을 발견하고 성장시킨다. 외부와 충돌을 겪으며 더 강해지는 그녀들. 피해자라는 고정관념을 깨준 용감한 그녀들의 ‘생존토크’는 위대하다.
조세영 감독 인터뷰
- ‘말하기’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지지하는 그녀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전에는 뉴스나 미디어에 성폭력, 강간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굉장히 불편했었다. 2005년 말에 말하기 대회에 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거기서 피해생존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뉴스나 미디어에서 얘기되는 것과 또 다른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 때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6년에는 데이트 성폭력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진행을 좀 하다가 2007년에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에 관한 본격적인 작업을 하게 되었다.
작은 말하기 모임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성폭력 상담소에서 주최하는 '큰 말하기 대회'가 있다. 큰 홀에서 무대위로 성폭력 피해생존자 몇 분이 나와 자기 경험을 얘기하고 들으면서 공감을 나누는 자리이다. 그런 일회적인 행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작은 말하기라는 모임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평소에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얘기하고 공감하면서 서로 지지해주는 모임이다.
가장 감추고 싶은 아픈 상처들을 드러내어 말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치료해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상처를 이야기하기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녀들은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었나요?
일단 영화에 출연하신 분들은 따로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영화에 출연하기에 앞서 말하기 대회에 나오셨던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를 가진 분들이기 때문에 그 용기를 조금 더 확장시킨 것에 불과하다. 자발적으로 출연을 하신 분들도 많았다.
물론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있었다. 대회에 나오셨던 분들이지만 카메라가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어 하셨던 분들도 있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나도 성폭력에 대해서 또 그 분들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영화를 보면 가족과 같은 가까운 사람들의 말에 피해생존자들이 더 상처를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2차가해), 감독님이 말하기 모임에서 피해생존자들을 대하는데 조심스러웠던 부분은 어떤 부분이셨나요?
그 공간에 나가다 보면 사람에 대한 배려를 좀 더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내 자신이 2차 가해를 준 구체적인 경험은 없었던 것 같다. 가까운 사람들의 ‘살았으니 된 것 아니냐’, ‘너 같은 애한테 그런 맘이 생길까’ 등의 말로 생기는 2차피해는 생존자들에게 그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굉장히 후회하게 만드는 지점들이다. 친하고 가깝다고 느껴서 말하기 힘든 것 들을 얘기했더니 그런 반응을 보이면 생존자들의 자존감을 낮게 만들고 세상에서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을 자기가 당한 것처럼 사건을 재해석하게 되면서 생존자들이 사건을 다시는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밤에 일찍 다니고 운동을 하고 이런 것들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성폭력에도 무수한 스펙트럼이 있다. 야한 옷을 안 입고 일찍 다닌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인식의 전환, 구조나 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말하기를 통해 여성들의 연대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영화에서 미경이 범인의 재판하는데 참석하기 위해 군부대를 방문할 때 다른 피해생존자들이 같이 가는 모습들이 인상적입니다.
사실 같이 가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것은 없다. 같이 가는 것으로 미경이한테 정서적으로 힘이 되어준 것 같다. 엄마나 친한 언니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했는데 같이 지지를 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보짱의 에피소드에서 보듯 운동 내에서의 성폭력도 매우 심각합니다. 얼마 전 민주노총에서 일어났던 성폭력 사건이나 레디앙에서 목수정씨의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아도 실망스러운데 이러한 진보적 운동내의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짱의 경험을 듣고 사실 충격을 받았었다. 운동 사회뿐만 아니라 진보적이라는 곳에서 교묘하게 자신들의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면서 여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놓고 마초라고 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대의를 말하면서 성폭력 피해자가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권력의 문제인 것 같다. 결국 한국의 남성들도 직간접적으로 똑같이 피해를 보게 된다. 권력과 관계 등이 맞물려 성폭력 피해를 말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드는 것 같다. 영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일단 솔직히 말해보자는 것이다. 일단 얘기가 되어야 이에 대한 대처나 방향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운동으로서 영화가 가지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는 선배가 '돌 속에 갇힌 말'이라는 87년 부정선거에 대한 영화에 조연출을 구한다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 때 인권영화제에서 인권영화를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었다. 특히 '난민캠프'라는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영화가 감독님에게는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남긴 작품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성폭력이나 강간을 뉴스에서 보게 되면 여전히 편하지 않지만 예전의 불편함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는 언론에서 성폭력을 보도하는 태도에 대해 비판하기 보다는 막연히 불편하기만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성폭력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성폭력에 대한 의미를 차근차근 짚어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작년에 촬영하면서 제일 힘들었다. 하루에 1분도 성폭력을 생각 안 한 적이 없다. 나 자신이 성폭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또 이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시각 자체를 많이 바꾸었던 계기가 되었다.
인권영화제가 12회에 이어 올해도 표현의 자유를 위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거리상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지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올해도 인권영화제가 거리에서 상영하는데 그 용기에 정말 감탄합니다. 저도 인권영화제를 통해서 이만큼 성장하게 되었고 또 누군가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인권영화제 파이팅!
- 인터뷰: 성기, 은진, 호야 /영상 촬영 및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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