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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6호] 국내작 소개 -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

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 (안창규/2008/다큐/33분 44초)

  대학 등록금은 매년 오르고 있다. 등록금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해 젊은 나이에 신용불량자가 될 판이다. 영화는 고액의 등록금으로 고통 받는 대학생들의 경제적 고통에 집중하면서 ‘교육’이라는 공공의 권리를 강조한다.


창규 감독 인터뷰

 - 경쟁만을 강조하는 사회에 맞서,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듭시다!

감독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어떤 계기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셨나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20대를 거치며 사회적인 모순들을 접하고 나서는, 단순히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세상에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이야기꾼, 세상과 발맞추어 나가는 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년까지는 RTV에서 독립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예산이 깎이는 바람에 제작을 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학교 후배들과 술 마시면서 신세한탄 하다보니 등록금 때문에 학교 다니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어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 후배들 중 한명과 의기투합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죠.

영화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섭외하셨나요?

섭외가 쉽지 않았어요. 자기가 어렵다는 것을 카메라 앞에서 공개하는 거잖아요. 주로 지인들에게 소개 받았구요. 학생회 쫓아가서 이야기도 해보고,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이트에 섭외 공지를 올리기도 했어요.

한 인터뷰이의 말 중, 함께 대응할 수도 있는데 왜 순응하느냐는 말이 있었습니다. 등록금 문제야말로 학생들과 가장 밀접한 사안인데도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무관심한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요?

20대들에게도 문제가 있긴 하죠. 그래도 저는 기성세대의 탓이 크다고 봐요. 우리가 10대 때부터 극한 경쟁사회에 내몰렸잖아요. 뭐든지 경쟁, 경쟁... 그래서 어떤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것에 미숙한거에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싸워나가야 하는데, 지금 20대들은 그런 경험이 없는거죠. 그래서 등록금이 비싸도 한숨쉬면서 휴학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사슬에서 빠져나가지를 못해요. 그런 부분이 정말 안타까워요.
그리고 80년대에는 성적이 안 좋아도 웬만한 곳에 다 취업이 됐었거든요. 기성세대가 파이의 일정 부분을 이미 다 차지한거죠. 지금 20대들은 남아있는 작은 파이 조각을 두고 나눠먹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기성세대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립대의 경우 사립대보다는 등록금 총액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관심을 덜 받고 있습니다. 국립대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록금 문제는 국립대, 사립대를 나눌 문제가 아니에요. 국립대 등록금 자체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리고 국립대도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구요. 국립대가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내실 없는 몸집을 막 키워나가다 보면, 결국 희생양은 학생들이에요. 학생들 공간이 부족하다면서 등록금 받아서 건물을 지어 놓고, 막상 지어놓고 보면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있어요. 그런 상업시설은 또 학생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이용하고 있구요. 국립대가 사립대를 따라가려고 노력하면서 둘 사이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어요.

언론은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자극적인 것만 보도되고 본질을 잘 짚어주지 않아요. 등록금이 비싸서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사람들도 다 알아요. 그런데 왜 학생들이 삭발을 했을까에 대한 질문은 없어요. 그냥 ‘저 친구들이 힘들다’라는 것에서 끝나는 거죠. 파고 들어가면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말이죠.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는 대신 장학금을 늘리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높은 등록금 문제를 장학금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제가 대학 다닐 때 공부를 잘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집이 어려워서 장학금을 꼭 타야 했어요. 그 친구가 생활비 때문에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성적이 떨어져서 한 등수 차이로 장학금을 못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바로 앞 등수의 친구가 집안이 넉넉한 애였어요. 그래서 조교들이 장학금을 좀 양보해 달라고 했는데 안 해줬어요. 그런데 그 애가 그 돈으로 뭐 했는지 아세요? 해외여행 갔다 왔어요. 그 일로 제 친구가 정말 서운해 했어요. 장학금은 높은 등록금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어요. 등록금, 생활비 벌려고 일하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에, 집안이 넉넉한 학생들은 돈 들여서 사교육 받고 높은 성적을 유지해서 장학금 받아요. 물론 일 하면서 악착같이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왜 그 친구들은 그래야만 하죠? 누구는 편하게 돈 받으면서 공부하는데요. 장학금이 해결책이 아니라, 학생, 정부, 학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해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정비가 다 되고 나면 보기에는 좋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강을 파헤치고 자연을 훼손하고, 청계천 때처럼 사람들을 몰아내는 일이 생길거란 말예요. 왜 자꾸 사회적인 분쟁들을 일으키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산적한 문제도 많은데. 그 돈으로 충분히 많은 학생들이 대학 공부를 할 수 있거든요. 심정 같아서는 정신 차리라고 약이라도 사다주고 싶어요.(웃음)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도달해야 할 바람직한 최종 상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궁극적으로는 무상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현실로 봐서는 대학 당국이나 정부나 그런 의지가 없죠. 프랑스는 대부분 다 무상교육이에요. 68항쟁 때 대학에 들어갈 당사자들인 고등학생들이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했대요. 정부가 의지가 없으면 학생들이 좀 더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등록금 문제가 이슈화는 되었는데, 왜 비싸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을 제시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시도들이 계속되다보면 무상교육까지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세대에는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우리의 몫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88만원 세대’에 관련된 작업을 해 볼 생각이에요. 그래서 지금 취업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구요. 이게 끝나면 88만원 세대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것까지 정리를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욕심 같아서는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서 20대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담아보고 싶어요. 이건 얼마 전에 작업을 하다가 확장한 건데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운동으로서의 영화가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힘은 무엇일까요?

주류 언론이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운동 다큐가 갖는 강점이에요. 만드는 과정에서도 찍히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소통하면서 만드는 쪽이 갖는 재미들이 있어요. 제가 항상 성장해 나가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돼요.
요즘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결론은 뭐 재밌게 만들어야 되겠다는 건데... 한편으로는 좀 짜증이 나기도 해요.(웃음) 영화가 재미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영화들도 있거든요. 재미없더라도 고민할 수 있는 영화들에 대해서는 한번쯤 박수를 쳐 주었으면 좋겠어요.

인권영화제와 거리상영에 대한 지지메시지 부탁합니다.

표현의 자유에 제약이 가면 그것에 대항해서 인권영화제는 항상 대안적인 상영 방법을 찾고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작년에 이어 야외상영을 한다고 들었는데, 원칙들을 지켜나가는 그런 모습이 아름답구요, 저도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많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권영화제 파이팅!

- 인터뷰: 민지, 호야 /영상 촬영 및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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