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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6호] 국내작 소개 -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

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 (김태일/2009/다큐/39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영등포산업선교회를 통해 노동운동에 참여한 70년대 여성노동자 송효순씨와 이랜드일반노조 사무국장인 홍윤경씨. 두 사람의 만남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한국노동현실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태일 감독 터뷰

‘연대(連帶)’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
- 당신에게 지지와 연대의 공간은 어디입니까?

(이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영등포 산업선교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어 영화를 찍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산업선교회(이하 산선)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산선에서 활동했던 분의 제안을 받고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이 산선 50주년이여서 행사 때 상영할 텐데 당신 하고 싶은 대로 만들라고 해서 함께 하게 되었죠.

감독님께서 2003년도에 만드신 <나는 노동자이고 싶다>에서는 비공식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다루셨습니다.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여겨지는데, 특별히 여성노동자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있으신가요?

작업 전부터 여성노동자에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었어요. 비공식노동자에 대한 작품을 하다 보니 대다수 비공식노동자가 여성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산선과 관련한 작업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 여성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그리 되었던 것 같아요.

영등포 산업선교회의 노동운동에 대한 역할에 있어서 예전과 지금이 어떻게 다를까요?

사실 산선은 한국노동운동사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에요. 초창기 어려운 시절 산선을 통해 한국노동운동이 뿌리를 내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0년대 접어들면서 노동조합이 많이 생겨나면서 산선의 역할이 줄어들게 되면서 지금은 아시아연대로 확장하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윤경씨가 노동현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남편과 자식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가정의 역할이 참 소중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감독님에게 있어서 가정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운 질문인데요. 늘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라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뢰를 유지하는게 어려운 부분입니다. 평등한 관계를 만들고 서로를 지지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장이라고 봅니다.

영화에서 조지송 목사님이 사람은 몸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육체노동의 귀함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부모세대는 자식을 노동자로 살지 않게 하려고 하고, 자식들도 노동자로 살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돈이죠.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힘들게 일해서 버는 게 아니라 편하게 버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선호하죠. 노동의 소중함 보다는 돈과 권위를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는 기성세대의 바람이 왜곡되어 나타나는 예라고 봅니다. 물질이 가치의 기준이 되는 이상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영화 중간에 노중기 교수님이 노동운동의 단결이 어려운 이유는 자본가가 고용을 매개로 노동자를 분할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셨습니다. 이런 분할 지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가 하나로 단결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노동연대가 기본적으로 노동하는 사람들의 연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운 부분을 몸으로 느끼기에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아픔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봅니다. 연대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내가 손해 보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러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영화에서 영등포 산업선교회라는 곳이 집회 장소로도 사용되어 ‘광장’의 역할을 했었고 노동자들의 의식을 깨우는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을 만드는데 그루터기 같은 역할을 했었다고 나타납니다. 감독님에게 있어서 영등포 산업선교회와 같이 감독님을 지지해주며 소통의 공간의 역할을 해주는 곳은 어디인가요?

현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다큐분과에서 게으르게 활동하는데요. 이곳이 지지와 연대의 공간입니다.

운동으로서 영화가 가진 힘에 대해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진짜배기라고 하시는 말씀처럼 노동하는 사람들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연대의 손길,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은 소망을 나누는 것, 이것이 기본이고 제가 영화 속에 담으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권영화제의 거리 상영에 대한 지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시기에 거리에서 인권영화제를 한다는 것은 아직도 한국의 인권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봅니다. (표현의 자유는)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공간이 아니라 거리에서 광장에서 많은 이들과 연대의 장으로 함께하는 것이 더 아름답고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진행하고 만들어가는 분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 인터뷰: 준식, 인선,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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