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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봉쇄·공항마비, 볼리비아 민중 저항 날로 격화

물 사유화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강행하던 볼리비아의 로사다 전 대통령을 몰아낸 강력한 민중봉기가 있었던것이 2003 년 이었습니다. 당시 로사다 대통령을 대신해서 부통령이었던 카를로스 메사가 정권을 이어 받았지요.

 

운동이 이전 정권의 권력자중 한명을 다시 정부의 수장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그쳤던것은 정치적 지도력의 부제에서 비롯된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로사다의 뒤를 이어 여전히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행하려하는 메사는 그로부터 채 2 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금 강력한 민중들의 저항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민중들의 봉기를 대하는 브라질의 룰라 정권이나, 아르헨티나의 키르치네르 정권의 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중의 힘을 빌어 권력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늬만 좌파' 노릇을 하며 중요한 순간마다 자본가의 정권임을 감추려 하지 않는 이러한 모습들이 그들의 본 모습입니다. 반면에 베네주엘라 민중들의 강력한 투쟁의 경험과 차베스의 존재는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이 보다 역동적으로 투쟁에 나설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자신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록 차베스의 개혁이 '위로부터의 개혁' 이며, 그 자신 자본가들과 분명한 선을 긋기를 주저하고 있기는 하지만 민중들이 지지하는 차베스 역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 덧 붙이자면, 키르치네르 의 존재는 사파티스타 해방군이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치아파스로 쫓겨 들어간것처럼, 아르헨티나의 공장점거 운동이 정권에 애원하고 자본가와 타협하면서 그 본래의 취지가 빛을 잃어가는것 처럼,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자율주의 운동들이 강력한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국가권력에 도전하기를 거부하고 회피함으로 인해서 오히려 모순되게도 국가와 타협할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는 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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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봉쇄·공항마비, 볼리비아 민중 저항 날로

 

격화

 

에너지 주권 요구하는 볼리비아 민중, 사보타지로 맞서는 초국적 자본

윤태곤 기자 peyo@jinbo.net
전민중적 투쟁으로 볼리비아는 마비 상태

라파즈에서 6월 2일 벌어진 집회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REUTER 통신

가스 산업에 대한 초국적자본의 전횡에 맞서 에너지 주권을 요구하고 나선 볼리비아 민중들이 시위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농민들의 도로 봉쇄, 48시간 운수 노동자 파업으로 인해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는 고립되다 시피 했고 2일(현지시간)에는 공항기능도 정지됐다. 지난 2주간의 투쟁으로 볼리비아 고속도로의 60% 정도가 봉쇄됐고 수도 라파즈를 포함한 6개 주요도시가 고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까를로스 메사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과 통제력이 거의 상실된 가운데 지난 달 31일에 소집되 3일째 회의를 벌이고 있는 볼리비아 의회 역시 핵심 현안에 대한 의견접근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볼리비아 민중들은 제헌의회 소집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정부 시위의 주도적 인물로 떠오른 ‘사회주의운동당’(MAS- Movement to Socialism)의 지도자 에보 모랄레스는 “이제 싸움은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년 전에도 가스 산업을 둘러싸고 민중항쟁이 벌어져 대통령이 쫓겨나기도 했던 볼리비아에서 가스 산업이라는 뇌관이 다시 터진 이 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3년 사태의 재판, 어이없는 국회와 한술 더 뜨는 대통령

총파업으로 라파즈 시내에는 자동차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다
 REUTER 통신
 
지난 2003년 당시 대통령이던 곤살로 산체스 로사다는 볼리비아 천연 가스를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볼리비아-칠레-캘리포니아를 연결하는 가스관 설치 계획을 발표했고 볼리비아 민중들은 ‘초국적 자본과 부패 정치인들의 배만 불리는 조치’라고 격렬하게 저항하고 나선 바 있다. 당시 경찰의 발포로 수십명이 사망했고 가스관 설치 계획이 철회되며 로사다 대통령 까지 물러나는 결과를 낳았다.

 
로사다가 물러난 이후 ‘개혁’을 내세우며 집권한 까를로스 메사 대통령은 지난해 가스및 석유 산업 국유화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국민투표에서 무려 92%의 볼리비아 국민이 에너지 산업 국유화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에너지 산업 국유화의 구체적 로드맵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고 지난 6일 볼리비아 의회는 에너지 산업 국유화를 유보하고 에너지 개발에 참여한 외국 기업들에 물리는 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탄화수소 법’을 통과시켰다.

 
까를로스 메사 대통령은 탄화수소법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했지만 메사는 에너지 산업 국유화 조치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 "세금인상은 외국기업의 투자 축소를 가져온다“며 의회가 다시 논의 할 것을 요구했다.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사무실 공격으로 시작된 저항

 
의회의 조치에 당황한 볼리비아 민중들은 대통령의 어이없는 발언에 격분했고 결국 지난 달 13일 가스산업 중심지인 산타 크루스에 위치한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건물에 대한 다이너마이트 공격을 시작으로 에너지 주권을 요구하는 시위가 볼리비아 전역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수도 라파즈에서는 에너지 산업 국유화, 의회 해산, 메사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시위가 수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연일 벌어졌고 지난 달 24일에는 총파업이 시작됐다. 광부 조합의 주도로 시작된 총파업에 교수, 교사, 운수노동자, 학생, 보건산업 노동자등이 속속 합류했고 원주민 단체들도 힘을 보탰다. 이미 두차례나 사의를 표명했다가 말을 뒤집은 바 있는 메사 대통령은 통제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훌리오 세사르 갈린도 중령을 비롯한 중견 군인들까지 티비에 나와 “대통령과 내각은 사임하고 국민의 정부를 구성하라”며 “우리의 행동은 쿠테타가 아니라 국민의 선언”이라고 가세하기도 했다.

 
반정부 투쟁이 거세지면서 문제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에너지 주권 투쟁의 주요한 참여 단체인 전국 코카 경작인 연맹의 깔멘 뻬레도는 “외국 기업들이 볼리비아의 석유를 헐값으로 가져간다”며 “70년대 중반 이미 석유와 가스 산업을 국유화한 베네주엘라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투쟁

5월 31일 시위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REUTER 통신

가스 산업의 중심지로 많은 초국적 기업을 유치하고 있는 산타크루스 시가 자치를 추진하고 나서자 볼리비아 민중들은 산타크루스 시 당국을 맹비난하며 “그 문제는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카 재배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볼리비아 농민들과 원주민들은 인종차별적 정책을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논의는 확장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운동당의 에보 모랄레스는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은 볼리비아 뿐 아니라 전체 라틴 아메리카를 위한 것"이라며 "쿠바와 베네주엘라 처럼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이나 IMF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위엄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독립 영웅인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딴 볼리비아 라는 이름에 걸 맞는 나라를 만들자“는 구호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달 31일 의회가 다시 열려 정국 현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으나 채 절반도 되지 않는 의원들이 등원했고 의사당 주변에서는 연일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볼리비아 민중에 맞선 초국적 자본들의 공동행보

1일에는 원주민 시위대의 규모가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REUTER 통신
 
한편 초국적 자본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BP, 스페인의 렙솔등 볼리비아 에너지 산업에 손을 대고 있는 12개 초국적 기업들은 볼리비아 의회가 결정한 세율이 너무 높다며 석유, 가스 생산 시설을 폐쇄하고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기 시작했다.

 
퍼시픽 LNG는 5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생산시설 건립을 중단하겠다고 공표했고 여러 초국적 기업들은 곤살로 산체스 로사다 대통령이 재임할 때 맺은 석유, 가스 개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볼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자국 이익 챙기기 급급한 브라질, 아르헨티나 ‘좌파 정부’

 
이 밖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같은 역내 ‘좌파’정부가 취하고 있는 행보도 매우 미묘하다. 볼리비아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놓은 브라질 기업들은 지난해 볼리비아 에너지 사업에서 최대 호황을 누렸고 그 중심에는 브라질 국영 석유 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있다. 볼리비아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세율 인상이 결정된 후 딜마 호우세피 브라질 에너지장관은 "페트로브라스를 통해 볼리비아에 대해 실시해온 투자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고 산타크루스의 페트로브라스 사무실은 다이너마이트로 공격당했다.

 
시위가 격화된 이후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공동 조사단을 파견했다. 브라질 정부는 “하루빨리 사태가 수숩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지만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냈다.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볼리비아에는 까를로스 메사라는 훌륭한 대통령이 있다”며 “라파스의 시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볼리비아 정부에 힘을 싣고 나섰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3년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가 축출되고 까를로스 메사가 집권하는 과정에서 중재자로 나서 ‘혼란을 막은 바’가 있다. 이번에도 ‘볼리비아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나서고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결국 원하는 것은 자국 이익의 보호인 셈이다.

 

석유매장량 4억5천만배럴, 연간 석유 생산량 1천420만배럴, 가스 매장량 7천272억㎥에도 불구하고 1인당 GDP 900달러, 실업률 9.2%, 빈곤층 비율 60%라는 어이없는 경제수치를 가지고 있는 볼리비아 민중들이 ‘에너지 주권’을 되찾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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