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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하이스코농성 - 경찰, "굶기면 내려 온다"

농성자 가족들이 분노에 차서 외치는 "누구를 위한 공권력이며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라는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이 있을때, 국가권력이 '중립적' 인 위치에서 대립을 중재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치적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은 대부분의 이해관계를 같이 하며 공생하는 관계이다. 이라크 침략전쟁에 '참여' 하는 것을 비롯해서 쌀 수입개방, 비정규직 양산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 강행 등 그들이 추진하는 모든 정책들에서 그들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그러한 모든 이해관계에는, 덤프트럭으로 그 앞을 막아선 김태환 열사를 짓밟고 지나갔듯이 노동계급을 짓밟지 않고서는 그들의 이익을 보장받을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국가에 대한, 특히 '개혁' 정권에 대한 기대는 종종 이러한 식으로 보답받을수 있다. 말하자면 '굶기면 말 듣겠지' 하는 식이다. 요즘은 개 도 이런식으로 길들이지는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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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굶기면 내려 온다"
순천시민대책위, "농성자에게 물과 음식을!" 호소
김장민

▲음식물조차 반입을 차단한 경찰과 하이스코 사측.     © 판갈이


 
29일 오후 1시, 순천 현대하이스코 정문 앞에서 크레인을 점거 농성하고 있는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노조원들의 가족들이 경찰이 쌓아놓은 바리케이드 앞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물 한 병만 넣어주세요, 우리 남편은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해요”라고 애원하는 젊은 엄마 곁에 대 여섯 살 되는 딸이 “엄마 울지 마”라며 엄마의 옷자락을 놓지 않는다.
 
한참 동안 바리케이드 앞에서 경찰과 구사대에 울부짖는 가족들을 애처로이 바라보던 민주노동당 이준상 위원장과 이수근 순천시위원장은 이들에게 “돌아가자”고 간신히 설득해 발걸음을 돌리게 했다.
 
그러나 농성자 가족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걸어가다가 이번에는 하이스코 철망 앞으로 달려가 철망을 거칠게 흔들며 식사를 하고 있는 경찰과 구사대에게 욕설에 가까운 항의를 한다.
 
바로 옆 공장 크레인에서 6일 째 굶고 있는 농성자들 앞에서, 그 농성자들에게 물 한 병, 라면 한 개라도 들여보내달라며 애원했던 가족들 앞에서 보란 듯이 맛있게 점심을 먹고 있으니 가족들이 속이 뒤집어져 돌아서던 발걸음을 다시 돌린 것이다.
 
옆에서 하이스코 비정규노동자들의 설명을 듣던 스님도 이 모습을 보고 어처구니없는지 “누가 책임지려고 하는지”라며 혀를 찬다.
 
바로 직전 이 자리에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뿐 아니라 종교계 대표자들이 농성자들에게 최소한의 식량이라도 전달하려고 했지만 경찰들은 이들을 방패로 밀어냈던 것이다. 

 
▲농성자 가족들과 이준상 전남도당 위원장이 하이스코 정문에서 생라면과 물이라도 넣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판갈이



민주노동당 2차 진상조사단장으로 내려 온 단병호 의원이 이 모습을 차마 계속 보지 못하고 구속된 노조원들을 만나러 순천경찰서로 향한다.
 
국회의원인 그도 식량 전달은 커녕 하이스코 정문 앞에서 한 발자국도 넘어가지 못했으니, 참담한 마음이 오죽했으랴. 마침 경찰서 정문 앞에서 만난 금속연맹 법률원 경남사무소장인 박훈 변호사와 함께 구속자를 만나려 특별면회를 신청했다.
 
누추한 유치장에서 노조원을 만나라는 당직경찰을 단병호 의원이 호통을 쳐 수사과장실에서 구속된 노조원과 가족들을 함께 만났다. 25일 집회와 관련해 구속된 사람은 순천경찰서에 4명, 여수경찰서에 1명이라고 한다.
 
김종안 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을 면회하는 자리에서 단병호 의원은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고 노동자를 위한다는 민주노동당이 미리 대처를 못해 죄송하다”고 밝히고 “이럴 때일수록 밖에 있는 가족들이 힘들지만 의연하고 대처해 줘야 안에 있는 사람이 걱정을 덜 한다”며 곁에 앉은 가족들에게 당부했다.
 
김종안 수석부지회장은 “농성장은 전기가 끊겨 칠흑 같다, 거기서 떨어지면 죽는다, 경찰보다 구사대가 더 강경하다”고 농성 중인 동료를 걱정했다. 
 
이어 면회한 장종익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 사무차장은 겉보기에도 머리에 두 군데나 꿰매는 등 부상상태가 심한데도 유치장에 수감돼 있었다.
 
그는 “경찰과 집회참여자간 충돌이 심각해져 방송차 위에서 자제를 호소하는 방송을 하는데, 경찰 두 명이 갑자기 끌어내린 후 열명이 넘게 달려들어 방패와 곤봉으로 마구 때려 고개를 처박고 그냥 맞는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연행당시 뇌진탕 증세가 있어 병원에 입원 치료했으나 지금은 경찰이 “통원치료해주겠다”며 수감했다. 옆에 앉은 이승철 노조원도 뒤에서 “경찰이 곤봉으로 머리를 가격해 쓰러져 연행됐다“고 밝혔다. 
 
▲농성자들과 그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밥을 먹고 있는 경찰들과 구사대. 비인간적인 처사에 가족들이 항의하고 있다.     © 판갈이

 
 
전국금속노동자결의대회, "대화도 싸움도 준비돼있다"

 구속된 노조원들과 면회가 끝난 후 단병호 의원과 이준상 전남도당 위원장, 이해삼 비정규운동본부장은 순천시내에서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주최로 열린 “전국 금속노동자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시욱 전국금속산업노조연맹 부위원장은 “순천시장, 지역 국회의원이 중재의사를 밝혔으나 오만한 현대는 이를 거부하고 공권력에만 의지하고 있다”고 밝힌 후 “식칼테러는 자행했던 현대 자본을 넘지 않으면 이 나라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시욱 부위원장은 “우리 금속노동자들은 하이스코 동지들과 마찬가지로 대화할 준비도 돼있고, 목숨을 건 싸움을 할 준비도 돼있다”고 선언했다.
 
차행태 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농성 3일 만에 나타난 공장장이 ‘우리는 너희와 상관없으니 니네 하청업체와 얘기하라, 우리는 니네와 대화하기 싫다’며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또한 차행태 부지회장은 “동지들이 컴컴한 방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지만 경찰과 구사대는 모든 것을 끊었다”고 전하며 “경찰들은 ‘농성자들을 굶겨야 내려온다’며 식량을 전달해달라는 가족들의 요구를 비웃고 있다”고 밝혔다.
 
차행태 부지회장은 “현대 지회장이 ‘하이스코가 불바다가 되던지, 내가 죽던지 사측이 변하지 않는 한 절대로 내려오지 않겠다’고 내게 마지막으로 전해왔다”고 마지막 말을 맺었다.
 
이어 고종환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농성장이 위험한 줄 알면서 경찰과 구사대가 강제로 진압한다면 이는 살인행위다”고 밝혔다.
 
▲이날 시민사회단체와 불교계 등 종교인사들까지 나서 음식물 반입을 호소했으나 경찰과 사측은 이들을 방패로 몰아냈다.     © 판갈이

 
단병호 의원은 연단에 올라 “하이스코는 계약을 해지해 폐업을 조종하고, 노동부는 파견노동자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경찰은 강경진압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단병호 의원은 “그간 당이 재선거, 쌀협상 비준안 문제로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금속노동자결의대회 참석자들은 집회가 끝난 후 순천시내를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현대하이스코사태의 진상을 알리고 경찰과 구사대의 비인간적인 ‘농성자 굶기기’ 진압작전을 고발했다.
 
또한 이날 오후 민주노동당 전남도당 당원들이 하이스코 정문 앞까지 차량시위를 했으나 경찰은 차량들이 하이스코 입구에 도달하기도 전에 도로를 차단해버렸다. 
 
▲25일 집회 중에 구속된 김종안 수석부지회장 등 비정규노조원들을 단병호 의원이 면회하고 있다.     © 판갈이


 집회장을 빠져나온 단병호 의원은 집회에 참여하다 부상당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입원해 있는 순천병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25일 집회에서 발생한 수많은 부상자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찔러 원광대병원으로 후송된 사람도 있으며 무엇보다 순천당원이 안구가 파열돼 급히 각막 수술을 했으나 실명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민주노동당 조사단은 병원에서 나와 바로 민주노동당 순천지역위가 마련한 가족대책위(위원장 송현숙)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이준상 전남도당 위원장, 이해삼 비정규운동본부장, 이수근 순천지역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농성자 가족들은 국회의원을 보자 가슴속에 맺혔던 억울함을 그칠 줄 모르고 쏟아낸다. 
 
김순남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김치와 밥 한 공기마저 경찰들이 땅바닥에 패대기쳤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날은 추어지는데 매일 물대포를 쏘아대면서 굶겨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농성자 가족들은 “가족들이 울부짖다 실신해 맥이 잡히지도 않는데, 바로 옆의 구급차는 상부의 명령이 있어야 한다며 이들을 한참동안 외면했다”며 “누구를 위한 공권력이며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며 격앙했다.
 
또한 이들은 “구사대의 물대포를 소방차들이 지원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머리와 얼굴에 심한 부상을 입은 장종익 동부협의회 사무국장과 이상철 노조원.     © 판갈이

 
단병호 의원, "어떤 일이 있어도 강제진압을 안된다" 경고

단병호 의원은 이들의 하소연을 한참동안 말없이 듣고 있다 “가족들의 심정을 누가 알겠냐”며 어렵게 말문을 연 뒤 “오늘 순천경찰서장과 여수지방노동사무소 소장을 현장에서 만나 ‘어떤’일이 있어도 강제진압을 안된다‘고 경고했다“ 밝혔다.
 
또한 단병호 의원은 ”누구보다 노동부가 강제진압을 몸으로도 막아야 한다’며 노동부가 노동권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은 가족들에게 ”서울로 가 경찰청장에게 이번 사태를 따지고, 다른 국회의원들에게도 널리 알려 해결책을 마련해보겠다“며 가족들을 위로한 후 간담회 자리를 정리했다.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은 이날 마지막 순서로 농성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날 활동을 마무리졌다. 

▲장종익 사무국장은 방송차 위에서 흥분한 노조원들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경찰들이 끌어내린 후 둘러싸고 방패와 곤봉으로 마구 찍어 뇌진탕 증세가 있다고 말했다.     © 판갈이


한편 경찰과 구사대는 민주노동당과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의 잇따른 경고와, 농성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폐쇄적인 농성장을 강제진압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농성장 현장은 소강사태다.
 
경찰은 일단 농성자들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시키고, 전기, 물, 식량을 끊겨 농성자들이 지칠 때를 기다릴 전망이나, 향후 여론이 불리해지거나 장기농성이 예견되면 전격적인 진압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저녁 민주노동당 전남도당, 순천지역위, 진상조사단 이해삼 비정규운동본부장은 농성자의 안전과 하이스코 집단해고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순천시내에서 열린 29일 금속노동자 결의대회.     © 판갈이


 
▲순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노조원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판갈이


 
 


▲단병호 의원, 이준상 전남도당 위원장, 전종덕 전남 도의원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뒤줄 가운데 이해삼 비정규운동본부장도 보인다.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과 고종환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이시욱 금속산업노조연맹 부위원장     ©판갈이


  

▲단병호 의원의 발언.     © 판갈이


 
▲차량시위     ©판갈이


▲이준상 전남도당 위원장, 전종덕 도의원, 단병호 국회의원, 이해삼 비정규운동본부장이 집회 중 부상당한 시민단체 회원을 만나고 있다.     © 판갈이


 

▲단병호 의원, 이준상 전남도당 위원장. 이해삼 비정규운동본부장, 전종덕 도의원 등 민주노동당과 농성자 가족대책위와 간담회.     © 판갈이

 
 
▲촛불집회     ©판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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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강제진압시 참사 우려
 
2005/10/29 [08:22] ⓒ판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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