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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투쟁에 대한 굳건한 방어가 필요하다

지난 1월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시무식에서 벌어진 이른바 '소화기 사건' 이후, 기성 언론은 연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생산 실적도 채우지 못하고도 막무가내로 성과금을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리며 폭력사태 까지 불사한다고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관련해서 윤여철 현대자동차 사장은 노동조합에게 10 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대차의 미래를 없다. 끝까지 가겠다. "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할 뜻이 없음을 밝히는 등 강경일변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노사합의에서 성과급 150% 지급을 약속한 것은 다름아닌 윤여철 사장 자신이었습니다. 윤여철 사장은 “150%를 줄꺼냐? 말꺼냐? 하는데, 그것은 주겠다는 뜻이지 안될 목표를 해서 모양만 갖추고 안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금년도 시장이 어렵고 눈에 안보이기 때문에 그런 모양새를 갖추자는 것이다” 라고 말한바 있으며 이는 당시 회의록에도 기록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노동조합은 '합의서나 회의록, 본교섭 회의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성과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깍아서 지급하겠다는 의도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다. 이는 2006년 노사간에 단체교섭을 담당했던 교섭위원 누구나 공통된 판단일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행동은 명백히 성과급 50퍼센트를 떼먹은 사측의 노사합의 위반에 대한 정당한 투쟁행위 입니다. 사측의 노사합의 위반 때문에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1인당 무려 1백여만 원의 임금 삭감을 당했으며 노조는 이에 반발하여 지난 연말부터 잔업·특근 거부 투쟁을 벌여 왔습니다. '시무식 무산' 은 그러한 투쟁의 연장선상에 다름 아닙니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생산 목표를 98퍼센트밖에 달성하지 못해서 성과급을 줄 수 없다" 며 표면상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노사합의를 위반하면서 성과급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속내는 사측 스스로 반복해서 강조하듯이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 정치 파업에 꾸준히 참가' 한 것에 대한 보복성 행위이며, 차후 계속될 '정치 파업' 에 대해 방관하지 않을것이며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한 해석일 것입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자본가와 정권, 기존 언론등은 파업에 대해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 식의 해석을 해 왔습니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으례히 '자신들만의 밥그릇을 위한 투쟁' 이라고 폄하하면서도 실제로 노동조합이 사회전체적인 의제를 들고 나오면 불법적인 정치 파업 이라며 또 다른 식으로 공격을 가해왔습니다. 이번에 사측이 말하는 '정치 파업' 역시 마찬가지 경우로, 현대자동차가 참여한 정치파업은 한미FTA와 비정규직 개악안, 노사관계로드맵 등에 반대한 것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참여한 '정치파업' 이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저소득층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고통에 빠뜨릴 한미FTA와 비정규직 개악안 등에 앞장서 반대 행동에 나선것이며 현대차 노동자들은 1인당 30만 원 정도의 임금 손실을 감수해 가면서 참여해 왔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들만의 밥그릇을 챙기려고' 파업에 돌입한다는 비난과 달리 현대자동차 노동자 자신들 뿐 아니라 피억압 민중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한 모범적인 사례로 기억될만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정치 파업에 꾸준히 참가' 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현대자동차 사측이나 기존 언론들이야 말로 자신들의 '밥그릇' 만을 위해 모든 사람들의 삶을 짓밟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저들이 한 목소리로 정치파업에 '개근' 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을 통해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노동운동을 공격하는데 여념이 없는것에 반해 우리 운동은 거기에 맞서 일관되게 맞서고 있지 못한듯 합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1월 8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드러낸 입장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사측 스스로가 끊임없이 '민주노총 정치파업에 참가한 것이 잘못이다' 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정치파업에 참가한것이 왜 잘못이냐!' 는 식의 반박 한줄 없이 단순히 성과급 문제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노조 죽이기’, ‘민주노총 죽이기’ 를 위한 기획된 노사갈등 촉발이기 때문에 끌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당황스러운 주장입니다. ‘노조 죽이기’ 가 사측의 의도라면 당연히 그 의도에 정면으로 맞서서 싸워야 할 것이지, 끌려들어가지 않는다며 사측의 주장을 외면하는것이 무슨 방법이 된다는 말입니까?

 

지역본부의 구체적인 제안내용은 더욱 황당합니다. "현대차는 생산목표 2% 미달에 해당되는 성과급 147%를 즉각 지급하" 고 "현대차 노조는 147%를 우선 수용하고, 즉각 투쟁을 중단하라." 는 것이 제안 내용인데 이는 현대자동차 사측이 기만적인 노사합의 위반을 위해 주장하는 '생산목표 미달' 주장을 고스란히 수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147% 우선 수용' 은 현장 조합원들의 현실을 무시하고 투쟁의지를 통제하려는 노동조합 관료주의적 발상에 다름 아닙니다. 게다가 "현대차 노조는 1월 3일 시무식 충돌로 발생한 행동을 국민들에게 사과하" 라는 제안은 그야말로 경악스럽습니다. '시무식 충돌' 이 왜 국민들에게 사과해야할 사안이란 말입니까? 그런 논리라면 우리는 우리 삶을 지키기 위한 모든 투쟁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한미FTA와 비정규직 개악안, 노사관계로드맵 등에 반대하여 임금손실을 감수하고 열심히 파업에 동참한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의 투쟁에 뒤통수를 치는 울산지역 본부야 말로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런 식의 제안을 하면서 차후에 산하 노동조합에게 FTA 반대 투쟁 등에 나서라고 주장할수 있습니까? 민주노총 파업 참가는 정당한 행동이며 사측이 그것을 빌미로 합의를 파기한것이 잘못이라며 투쟁에 나설때 적극 지지, 지원행동에 나서는것은 고사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제안이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주장을 민주노동당 안에서도 찾을수 있습니다. 당 게시판의 '미소천사' 당원은 " '시무식 무산'이 통쾌한 일격이라고 말할 수 있나! " 라며 '하나의 흐트러진 행동이 전체투쟁을 망칠 수 있' 고 '100%가 아닌, 150%를 얻기 위해 소화기를 난사하는 돌출행위은 동정받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고 말하며 지금 벌어지는 현대차 투쟁에 민주노동당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자칫하다간, 민주노조의 씨앗마저 붕괴되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투쟁을 망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론의 눈치나 살피고 '동정' 이나 구걸하려 하는 이와 같은 자세입니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노동자들의 삶이 어떠하든 간에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지 않을거라 판단되는 파업투쟁 전술은 '전체투쟁' 을 위해 실행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는 "상식적인 국민들의 판단에도 귀를 귀울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국민들이 판단할수 있는 근거의 대부분이 기존언론들에 있음을 감안할때 자본과 정권,보수언론의 공세에서 진실을 밝히고 운동을 방어하는 것이야 말로 '상식적인 국민들의 판단' 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진정으로 "우리 운동에 있는 '약간의 문제점'이 전체 운동과 투쟁의 열기/대의마저 망치고 있는 것을 비판" 하고자 한다면, 전체 운동의 관점에서 저들이 무엇때문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있고 조합원들이 그에 맞서서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지, 단순하게 과격한 투쟁이기 때문에 "전체 운동과 투쟁의 열기/대의마저 망치고" 있다고 근거없는 비난만을 일삼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동정이나 받으려 하는 대중추수주의적  입장이야 말로 우리 운동에 있는 '매우 큰 문제점' 이 아닐수 없습니다. 민중은 보다 얌전하게, 보다 덜 과격하게 보이고자 하는 세력을 지지하는 대신에,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자신의 삶을 실제로 개선할수 있는, 세상을 바꿀수 있는 힘과 의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쪽을 지지하기 마련입니다.

 

정말이지, '지금 벌어지는 현대차 투쟁에 민주노동당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 습니다. 민주노동당은 한미FTA와 비정규직 개악안, 노사관계로드맵 등에 반대하는데 앞장서서 파업투쟁을 벌였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사측과 기존 언론의 물어뜯기로부터 더욱 굳건하고 흔들림 없이 방어하는데 앞장서야 하며, 동시에 민주노총 울산지역 본부의 잘못된 제안에 대해서도 분명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 삶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저들의 이익만을 살찌우고자 하는 모든 공세에 맞서 싸우고 세상을 바꿀수 있는 힘을 가질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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