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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가능성을 보여 주다 / 모든 힘을 다해 투쟁을 건설할 때다

다함께 50 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가능성을 보여 주다 / 모든 힘을 다해 투쟁을 건설할 때다

 - 정동석(현대차 정규직 노동자)  / 전지윤 

 http://www.alltogether.or.kr/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가능성을 보여 주다 - 정동석(현대차 정규직 노동자)

 

   

울산 현대차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 투쟁이 한 달 반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2월 21일에는 “이제껏 농성장의 많은 젊은 친구들이… 머리가 피로 범벅이 되고, 경비 여럿에게 무자비하게 밟히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5명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나가볼랍니다”라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현대사측은 이를 폭력으로 짓밟으려 했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웃통을 벗고 결연히 맞섰다. 야만적인 탄압에도 굴하지 않는 투쟁에 갈수록 지지와 연대가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정규직노조 윤성근 전(前) 위원장과 현대정공 안현호 전(前) 위원장이 농성장에 결합했고 5공장 정규직 대의원회는 단전·단수 해제를 사측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 때문에 사측은 2월 25일에 농성장 단전·단수를 해제해야만 했다.

나는 내가 속한 4공장 정규직 소위원 의장에게 5공장 농성장 지지 방문을 제안했다. 소위원 의장은 동의했고 지지금으로 노조 활동비 10만 원을 인출했다. 소위원 의장은 대의원 대표에게 다시 제안했고,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2월 24일 4공장 대소위원 10여 명은 5공장 비정규직 농성장에 지지 방문을 갔다. 도장부 탈의실은 단전·단수로 컴컴하고 바닥은 아주 차가웠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모여들어 촛불 몇 개를 피우자 서서히 밝아지며 금새 집회장으로 변했다. 비정규직 농성자들은 우리를 반기며 팔을 흔들고 파업가를 불렀다.

한 정규직 대의원은 농성장에 들어서자마자 “회사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 빨리 어떤 조치를 취해야 되지 않겠냐”며 사측의 단전·단수에 화를 냈다.

다른 대의원은 “너무 늦게 방문해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조 비대위 위원장 조가영 동지는 “이렇게 대·소위원 동지들이 방문하니 우리는 절로 힘이 난다”고 반겼다. 

비정규직 노조는 해고된 1백여 명의 노동자들 생계비 지원을 위한 CMS 용지를 가져왔고, 나는 곧바로 그 용지에 5천 원을 적어 놓았다.

2월 27일에는 서울에서 민주노동당 당대회가 있었다. 당대회장에서 나는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동지들, 민주노동당내 ‘다함께’ 동지들과 함께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지지 모금을 벌였다. 순식간에 1백34만 2천 원이 모금됐다.

다음 날 2월 28일, 나는 울산시당 이용진 북구지역위원장과 함께 조가영 동지를 만나 모금 결과를 말해 줬다.

조가영 동지는 아주 반가워하며 “최남선 동지의 분신 치료비 등 재정이 힘들었다.”고 했다. 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현재 7일째 단식하고 있는데, 경비들이 주위에 어슬렁거리면서 욕설을 하며 모욕감을 주고 있다. 그래도 단식자들은 병원에 실려갈 때까지 단식할 거라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말해 줬다.

이 날 저녁, 울산 현대차에서는 2천5백여 명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인 ‘원·하청 노동자 공동 결의대회’가 열렸다.

그 동안 연대에 소극적이었던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이번에는 고무적이게도 전 공장 잔업을 거부하고 2천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를 동원하는 열의를 보였다. 사상 최초의 원·하청 공동 잔업거부가 이뤄진 것이다.

집회에서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모금한 투쟁 지지금을 전달하며 이용진 동지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민주노동당이 선두에 설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집회에서 현대차정규직노조 이상욱 위원장은 “어떤 정규직 조합원들은 우리의 고용 불안이 심각한데 지금 비정규직 동지들의 정규직화가 시기적으로 맞느냐?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러나 동지들! 비정규직 동지들의 정규직화 투쟁은 역사의 요구입니다. 저는 이 투쟁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동지들과 우리가 하나로 투쟁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말을 실천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이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집회 이후 “현자 노조 깃발과 비정규직 노조 깃발이 같이 입장하[는] …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난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 참 보기 좋았다. 그래 바로 저거야. 저게 바로 ‘노동자는 하나다’ 라고 하는 거야.”라는 글을 노조 게시판에 올렸다.

소극적이었던 정규직 노조 지도부를 이만큼이나마 움직이게 한 것은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하고 영웅적인 투쟁이었다. 현대차의 투사들은 비정규직 노조와 5공장 농성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건설하고, 무엇보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와 노동자들을 이 과정에 끌어들여야 한다.

노무현이 4월에 국회에서 비정규직 개악안을 밀어붙이려는 지금, 현대차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하는 불법 파견 철폐 투쟁을 건설하는 것은 더할 나위없이 강력한 투쟁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

 

모든 힘을 다해 투쟁을 건설할 때다 - 전지윤

 

비정규 개악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고 4월로 넘긴다는 저들의 거짓말에 노동자들은 한시름 놓고 있었다. 그러나 아니나다를까 노무현과 열우당은 우리의 뒤통수를 치며 2월 23∼24일 이틀간 개악안 통과를 시도했다.

저들은 공식적으로는 ‘이번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하고 비공식적으로는 ‘유보될 수 있다’고 흘리며 교활한 사기극을 펼쳤다. 재벌과 한통속인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과 ‘처리 유보’를 합의하며 사기극에 힘을 보탰다.

 

열우당 장복심은 갑작스레 뒤통수를 맞은 노동자들을 우롱하며 “정치는 그때그때 다른 거지”라고 말했다.   

이런 태도 돌변은 전경련과 경총 등 기업주 단체들이 한나라당을 방문하는 등 개악안의 빠른 통과를 재촉하자 나온 것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가 말하듯 “정부의 ‘비정규보호법안’은 … 전경련과 경총의 법안이며 재벌과 가진 자들을 위한 법안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런 뒤통수치기 사기극을 통해 저들은 비정규 개악안을 ‘처리 직전’까지 조금 더 옮겨 놓았다. 열우당 이목희는 거드름을 피우며 “[이 법안으로] 당사자들끼리 사회적 대화를 하고 싶으면 말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뒤통수를 맞은 민주노총은 2월 23일 ‘법안 통과시 즉각 사회적 교섭 페기와 무기한 총파업 돌입’이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러나 저들이 민주노총을 얕잡아 보고 뒤통수를 친 데에는 이수호 집행부의 잘못된 노선도 한몫 했다. 이수호 집행부는 노무현의 악랄한 노동운동 탄압과 공격이 뻔히 보이는데도 투쟁을 건설하기보다 ‘사회적 교섭’에 더 매달렸다.

지난 2월 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장에서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조가영 비대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분신하고 다치고 터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적 교섭을 할 수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노총 이수봉 대변인은 “총파업을 한다고 한들, 며칠이나 할 수 있겠나? … 솔직히 말하자면 힘이 약하니까 대화하자는 거다” 하고 ‘고백’했다.(<프로메테우스> 2월 7일 인터뷰)

또, “노무현이나 이해찬이나 이런 사람들은 그래도 막가는 판을 바라지는 않는다 … [비정규 개악안 처리 유보는] 사람과 사람과의 약속이다” 라는 말도 했다.

노무현과 열우당은 스스로 ‘우린 힘이 없다’고 고백하는 민주노총 지도부를 우습게 보고 뒤통수를 치며 개악안을 밀어붙이려 한 것이다.

 

더구나 대화에 매달리면 힘이 커질 수가 없다. 민주노동당 네덜란드 통신원 장광열 씨가 네덜란드 노동운동을 평가하면서 지적했듯이 “타협에 익숙해진 노동조합은 점점 투쟁력도 감소하게 마련”이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 민주노총 대표단으로 참여했던 공공연맹 양경규 위원장은 “노동계는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사회적 교섭에 참가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자본과 정권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개악안 통과의 의도치 않은 조력자로 위치지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프레시안> 2월 18일치 인터뷰)

전국비정규직대표자연대회의는 “사회적 교섭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중단하고 법 개악 저지와 권리 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을 … 피 끓는 절절함으로 호소”했다.

노무현과의 격돌이 잠시 미뤄진 지금 민주노총의 모든 인력과 자원과 고민은 ‘사회적 교섭’이 아니라 총력 투쟁을 건설하는 데로 돌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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