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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2
    결혼식
    반다

결혼식

사진기앞에서 예쁜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

사진기앞에서 예쁜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

 

 

 

결혼식 전 가족과 친지, 친구들과 모여 집 앞에서 파티를 한다.

누구의 결혼식인지 모르고 가게 된 그곳에서 이방인인 나 조차도 그가 결혼식 주인공인 알아 볼 수 있는 말끔한 양복 차림에 머리에 기름을 바른 단정한 모습.

친구들은 주변에서 춤을 추고, 화려하게 장식된 붉은 양산 아래의 그는 다소 경직된 모습이다.

단정한 셔츠에 양복바지를 입은 친한 친구로 보이는 이가 그의 가까이 와서 포옹을 하며 볼에 키스를 한다. 그도 같이 친구의 볼에 키스를 한다. 오른쪽 왼쪽. 친구도 그의 볼에 왼쪽 오른쪽 그리고 다시 반복 해서 열 번쯤 혹은 열 서너번쯤 볼에 키스를 하고 입술에도.

경직되어 있던 그의 표정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변하는 듯 싶더니 잠시 뒤 다시 표정의 균형을 잡는다.

 

중동지역을 여행한 이들 중 누군가들은 길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남성들을 보며, 중동엔 공원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게이 커플이 많다고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중동지역에서 동성애는 금기사항이다.

누군가는 그들의 친밀함을 동성애로 부르는 것에 왜 주저 하냐고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상대에게 갖는 친밀함을 무엇으로 정체화 하는지는 모를 일.

다만 대부분은 그것에 대해 그것은 친한 우정이라고 강조할 것이고, 동성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하거나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어넘길 꺼라는 예상만.

 

 

내가 가본 중동의 몇 나라 결혼식들은 모두 계속 되는 춤과 춤, 노래와 노래.

밤이 세도록, 이튿날에도 그 이틑날에도. 만약 신랑이 부자라면 그 잔치는 결혼을

전후해서 열흘이나 그 이상.

 

신부는 여자들만의 파티가 벌어지는 시간 이외에는 밀폐된 혹은 창이 있는 어떤 방에 앉아서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티에서 흘러나오는 찢어질 듯 큰 볼륨의 음악을 들을 것이다. 어쩌면 창문을 통해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사진을찍어달라던 아이들

 

아직 옷에 대한 큰 금기가 없는 예닐곱 살의 여자 아이들이 잔치가 벌어지는 한쪽 귀퉁이 여자들 공간에서, 여자 어른들 틈에 끼어 박수를 치며 재잘 거린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어른들의 결혼식을 보면서 자신의 결혼식을 상상할까?

자신에게 멋진 금팔찌와 목걸이를 선물해줄 멋진 남자를 상상하면서?

어른들로부터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배워왔듯이, 그것이 곧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는 일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짐작하면서...

친척의 결혼식을 보며 그 아이의 어머니는 딸을 곱게 잘 키워야겠다고 다시 결심할 것이다.

너무 뚱뚱하지 않게 너무 마르지도 않게.

너무 똑똑하지 않게 너무 우둔하지도 않게.

너무 거만하지 않게 너무 순하지만도 않게.

너무 크지도 않게 너무 작지도 않게.

결코 완벽하게 충족 될 수 없는 틀 안에 딸을 고이 넣기 위해서.

그 틀에서 절대 조금이라도 벗어나지 않고, 가능한 그 틀과 흡사하게 잘 끼워 맞춰져 들어갈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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