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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라마단의 마지막 날.
언제 끝나나 싶던 한달의 라마단이 끝난다.
이 곳에서의 생활도 두달이 다되어 가고....
숨막히는 성별 문화에 콧구멍이 터질 것 같았었다.
가부장제는 여성 혐오로 정의 된다는 말이 내 피부를 긁으면서 지나가는 것을 느꼈던 순간들...
그럼에도 이 곳에서의 생활이 즐겁기도 했다.
오늘 느꼈어.
난 이곳에서 즐겁고 행복한 감정들을 느껴 오기도 했다는 것을.
한량인 마흐무드가 드디어 며칠 짜리지만 알바를 하는 것을 보면서,
힘들지 않냐는 나의 말에 라이프 이즈 디피컬트라고 답변하는데 눈물이 찔끔 할 뻔 했다.
며칠 전 도망가고 싶어 하는 마흐무드를 붙잡고 다시 영어 노트를 폈을 때 적어준 문장이었다.
영어노트 팽겨치고 다녔는데 언제 외웠나, 이녀석.
슈룩이 마흐무드에게 실패한 인생이라고, 직접적 비아냥과 커다란 분노를 드러내며 안타까움을 숨길 때.
나는 실업과 점령과 투쟁과 욕망과 무기력에 동시에 포박된 마흐무드를 응시하게 된다.
그리고 슈룩과 마흐무드와 나는 각자 자신 삶의 일 부분을 겹쳐서 보내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가끔 서로의 마음 안쪽을 느낀 다는 것....
이방인인 나는 이곳에서 주로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된다.
사진에 찍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찍는 사람의 위치이다.
나는 팔레스타인에서의 생활을 적은 글들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하고,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홈페이지나 글이 올라간 웹페이지를 캡처해 가서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늘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일정 정도의 필연.
얼마전 슈룩에게 제안을 했다.
이런저런 정치적 상황과 일상 그리고 여러 의견을 묻기만 하는 반다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맘껏 질문하는 시간을 갖자고.
결국 우리는 서로를 인터뷰 하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서로 인터뷰한 글을 동일한 웹페이지에 게시하기로 약속했다.
슈룩 -sunrise 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
불가능 하지만 선택하고 싶어
반다: 네가 죽은 이후에 신이 말하길 다시 태어나야 하고, 네가 그것을 선택할 수 있어. 하지만 팔레스타인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어, 왜냐면 네게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거든. 어디서 다시 태어나고 싶어?
슈룩: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난 늘 예스, 예스라고 말해야 하고, 웃어야 하지. 내가 죽게 된다면 이제는 내가 NO라고 말할 차례야.
반다: 이곳에서 여성과 남성의 삶은 무척 다른 것 같아. 한국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슈룩: 이슬람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은 달라. 남성들은 집을 지을 수 있지만, 여성이 집을 지을 수는 없어. 성차별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은 다르게 태어났고, 다른 역할이 있는 것이고 그것을 할 뿐이야. 남성이 아이를 낳을 수 없잖아. 여성이 길을 청소하는 청소부라는 직업을 가진다면 그게 가능하겠어? 이슬람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슬람에서는 2명의 딸은 1명의 아들과 동일하다고 말해. 아들은 커서 여자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야 하잖아. 결국 나는 이게 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해. 여성은 가족을 책임지지 않지만 남성은 가족을 책임져야 하니까.
전에 길에서 가족이 아닌 남성과 인사도 하지 않는 문화에 대해 물었었지, 그건 여성을 보호하기 위함이야, 여성을 존중한다는 의미거든.
반다: 조금 어려운 질문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곳에서 성교육은 어떻게 해?
슈룩: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기는 하지만, 교사들이 무척 어려워해. 특히 여학생을 가르치는 여자 교사들은 그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해. 대부분 인터넷이나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많아. 특히 남자애들은 모이면 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 잘못된 정보나 이야기일 꺼야. 그래서 범죄가 일어나기도 하고. 가족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해. 딸은 궁금한 것은 엄마에게 질문할 수 있고, 아들은 아빠에게 질문할 수 있어.
반다: 하지만 부모님들 조차도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거나 어려워 할수 있잖아. 자식이라고 해도. 그럼 어떻게 하지?
슈룩: 그러면 우린 계속 계속 질문해. 답을 얻을 때 까지. 그리고 대부분을 마침내 답을 얻어낼 수 있어.
반다: 예전에 독일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책이 십여년 쯤 전에 한국에 번역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국 사람들 중에서는 너무 레디컬 하다고 비판하는 의견들도 있었어. 독일에서는 초등학생 용 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당시 볼 때도 좀 쇼킹했어. 디테일한 정보들이 많이 있었거든.
슈룩: 내 생각에 초등학교 때 성교육을 하는 건 너무 일러. 아이들이 성에 대해 배우면 좀더 알기를 원하고, 좀더 알면 또 좀더 알기를 원하지. 2차 성징 이후에 몸에 대해 배우는 게 좋은 것 같아. 내 생각에 가장 좋은 길은 가족 안에서 성교육을 배우는 것이야.
반다: 마을 사람들이 나와 미니(동행한 남성활동가)를 두고 궁금한 것이 무척 많을 것 같아. 아마도 우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너희들에게 묻기도 할 꺼라고 짐작하고 있어. 내가 듣기로 이 마을에 외국인이 온 적이 거의 없어서, 외국인을 처음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들었어. 사람들이 무엇을 가장 궁금해 하지? 내가 불편하게 느끼거나 혹여나 무례한 질문이 될까봐 염려하지 않아도 되어. 나는 네가 언제나 나의 문화를 존중하고, 혹여 조금이라도 무례한 질문이나 말을 하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
슈룩: 이곳 문화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과 남성이 같은 집에 머무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 그건 하람(이슬람의 금기 사항)이야. 하지만 난 반다와 미니가 같은 집에서 지내고 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고 네가 말했듯 그냥 친구일 뿐이라는 말을 믿고 있어. 그 외의 어떤 상상도 하지 않아. 너희들의 문화를 존중해. 티비와 책에서 많이 봤어. 한국이나 서구 사회에서는 그런 것이 특이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의 문화를 존중해.
반다: 정말 해보고 싶은 것?
슈룩: 인도에 가보고 싶어. (인도영화를 좋아하니까? 배우들을 만나고 싶은건가?) 인도에는 정말 많은 종교가 있다고 책에서 읽었어. 돌을 믿는 종교도 있다고 들었거든.(아마도 불교를 말하는 듯)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돌은 그냥 돌이야. 어떻게 돌을 믿는지 모르겠어. 수 많은 종교들에 대해서 보고 싶고, 그곳 자연이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 인도의 몇 곳 사진을 책과 티비에서 봤어. 그리고 그 다음엔 아마 한국에 갈 수도 있겠지.
반다: 며칠 전 뉴스에서 가자지구 소식을 봤어. 하마스와 다른 세력이 싸워서 사람들이 죽은 이야기. 어떻게 생각해?
가자에서 하마스와 그 다른 어떤 세력이 싸워서 20명이 넘게 죽었대. 하마스랑 싸운 세력은 새로운 팀인 것 같아, 나도 어떤 단체인지 잘 모르겠는데 뭐하는 건지 모르겠어. 이슬람에서 서로 죽이는 것은 하람(금기)이야. 그건 하람이라구. 왜 서로 죽이는 거지. 단, 누군가가 자신의 가족을 죽였을 경우 그 상대를 죽일 수는 있어. 그건 하람이 아니야. 그들은 이슬람을 말하지만, 이슬람의 규율을 어기고 있어. 나는 하마스를 지지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싸울 때만 그렇다는 의미야. 얼마전 가자에서 하마스가 한 행동은 정말 옳지 않아. 파타와 하마스는 서로 권력 다툼을 하느라고 너무 바빠. 정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묻지 않고 있어. 그것이 팔레스타인의 현실이야.
그리고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라도 하고 싶지만, 그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워.
이스라엘엔 민주주의라도 있지, 팔레스타인에는 민주주의도 없잖아. 그것이 팔레스타인의 현실이야.
반다: 네 삶에서 바꾸고 싶은 것이 뭐야? 불가능에 가깝지만 꼭 바꾸고 싶은 어떤 것.
슈룩: 전공을 바꾸고 싶어. 난 정말 컴퓨터를 싫어해. 하지만 내 전공은 컴퓨터이지. 2년을 공부했으니까, 이제 2년만 더 공부하면 끝이야. 난 정말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었어. 하지만 컴퓨터를 전공해야 장학금을 조금 받을 수 있거든. 오로지 컴퓨터. 정말 난 컴퓨터가 너무너무 싫어.
물리를 공부하고 싶었어. 신이 만든 세상은 너무 신비하거든. 이슬람에 대해서도 더 공부하고 싶고.
그리고 나는 시를 쓰고 싶어. 어떤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지만 총이나 어떤 것들 보다 시가 더 힘이 있을 때가 있지. 특히 좋은 시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정말이지, 정말로 결혼할 남자를 내가 선택하고 싶어.
반다: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
슈룩: 모르겠어.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고, 월급이 많다면 좋겠어. 그 이외의 것은 잘 모르겠어. 별로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어.
반다: 네가 결혼할 남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아주 조금은 있는 거야? 여기서는 주로 남성집에서 청혼이 들어오면 여자쪽 집안의 부모님들이 결혼 여부를 결정하는 문화 잖아. 이를테면 너희 부모님이 선택한 남자가 네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거절할 수 있는 가능성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슈룩: 아니, 그런 건 전혀 없어. 부모님이 선택한다면 해야 해.
반다: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 있어? 연애가 하람 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 그러니까 뭐 그 사람과 연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네 안에서 혼자서만 좋아하는 것. 그런 것 말이야.
슈룩: 어렸을 때는 공부 하는라 너무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었어. 지금은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 없어. 친구들 중에서 그런 경우 얘기는 들었어.
*슈룩은 다음날 이 질문에 대해 내게 <편지>로 답변을 전했다.
To. my sweety friend banda
안녕.
사실 어제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지, 사실은 있었어. 그런데 할렘(슈룩의 언니)이 옆에 있어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어, 미안해. 그 사람은 대학교 선생님이었어. 내 생각에 그도 나를 좋아했었다고 생각해. 그는 내게 늘 친절했지만, 난 그에게 늘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싫다고 말했어. 화난 표정으로. 그러던 어느날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두바이로 날아갔고, 그가 1년 만에 돌아왔을 땐 그가 약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내 친구와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 중에 하루였어.
그리고 나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 기회가 된다면 장학금 같은 것을 받아서 한국 같은 곳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직업을 구하고 싶어. 하지만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힘 있는 사람을 알아야만 가능해, 내가 1등의 성적을 받는다고 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게 아니거든. 심지어 내게 그런 기회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실 꺼야. 늘 나는 나에게 말하지, 네가 여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가끔 난 내가 똑똑한 것이 싫어. 내가 바보스러웠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겠지.
늘 나는 신에게 내 삶에 무언가가 변화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어.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그러던 어느날 네가 우리 마을에 왔어. 너무나 기뻤지만, 네가 돌아간 이후 내 삶은 더욱 슬퍼질 꺼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난 다시 똑같은 삶을 살겠지. 정말이지 내 삶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오랫동안 너를 기억할 꺼야,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래.
From. suroq
슈룩이 그린 한달라
그녀는 종종 자신의 삶의 무력감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해 모든 것은 너무나 일상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 할 때 마다 무기력의 벽을 자주 만나곤 했다.
많은 이들이 팔레스타인을 떠올릴 때 분리장벽이나 체크 포인트 등을 이야기 하지만,
내가 느끼는 팔레스타인의 키워드는 무.기.력 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종종 왜 이스라엘이 그런 행동을 하느냐거나, 불합리한 일상의 어떤 것들에 대한 이유를 물을 때 슈룩은이렇게 답변하곤 한다.
"because sky is hight"
우리는 일상적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서로에게 말하곤 한다.
'because sky is hight'
그 의미를 묻는다면
'nothing reason. just accept. and than say, thanks to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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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m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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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는 여성 혐오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분열증적 태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중세는 여자를 성녀/창녀로 구분해서 분할통치했죠. 기사도적 사랑이 극단적인 예인데 피지배계급 여성은 성적 도구로 삼으면서 지체높은 귀부인들은 숭배해서 전쟁에 나가기 전에도 엄청난 그리움의 편지를 보내고 그랬다고 해요. 이슬람 경전에도 여성은 보석이다 이런 말이 있다고 하는군요. 현대에 와서는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소통의 부재겠죠. 보통 딸들은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지만 아버지는 이방인으로 남는 경우가 많아요. 가장이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 않죠. 정혜신 같은 여의사한테 한번 상담받으려면 한 세션에 십만원 넘게 줘야할텐데 그런데 오는 남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하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가부장제는 여자만 불행하게 하는게 아니라 남자도 불행하게 한다는 사실. 모니크 비티크라는 프랑스 페미니스트가 여전사라는 글에서 아마도 그런 말을 했을 거에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세상을 소유하기 위함이 아니라 너희에게 더 큰 기쁨을 주기 위해서라고. 이 여자는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았죠. 아마 소설가일거에요.부가 정보
발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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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저 팔연대의 킴유임!!ㅋㅋㅋㅋㅋ저진보넷블로그로옮겨탓어요!!ㅋㅋㅋ (뎡언니의영향으로?ㅋㅋㅋㅋㅋㅋ) 잘지내시죠?><부가 정보
b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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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move님/ 반갑습니다.. 성녀도 분할선을 넘어서는 순간 쉽게 창녀로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석이라는 표현이 긍정적으로 해석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암튼 모니크 비티크, 모르는 이름인데 소설가라고 하니 궁금해 집니다. 정보 감사 합니다.발칙한/ 오오~ 반가워요. 잘 지내고 있죠? 완전 왕성한 활동하고 있는 거 같은데, 방학이 끝나서 시간이 별로 없겠당... 잘 지내다가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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