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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8
    그리고 다시 체크포인트(1)
    반다
  2. 2009/09/17
    반다&슈룩(1): 불가능 하지만 선택하고 싶어(2)
    반다
  3. 2009/08/02
    결혼식
    반다

그리고 다시 체크포인트(1)

아부 마흐무드는 다음 주에 장벽 너머에 있는 땅으로 올리브 수확을 간다고 했다.

며칠 전 집 근처 땅으로 올리브 수확을 갈 때는 두 아들과 함께 였지만 이번엔 혼자간다고 했다.

다른 가족들에겐 장벽 너머에 땅에 갈 수 있는 허가증이 안 나오니까.

나는 아부의 장벽 너머에 있는 땅으로 올리브 수확을 같이 가기로 했다.

하지만 장벽 넘어 그 땅을 가려면 외국인인 내게도 허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아부에게 허가증을 신청해 보겠다고 했다.

아부는 허가증을 신청할 수 있는 툴칼렘 DCO(District Coordination Office)가는 길을 상세히 아랍어로 종이에 적어 주고 4쉐켈 이라는 글자에 밑줄을 그었다. 아부는 툴칼렘 시내버스 정류장 아래서 택시를 타면 되고 기사에게 약도 종이를 보여주라고 했다.

잘 다녀오라면서 택시비 바가지 쓰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사진 090.jpg

                                                                 팬스형 분리장벽 너머로 보이는 마을

                                                                

 

택시 기사가 DCO로 가는 길이라면서 내려 준 곳은 체크포인트로 보이는 곳이었다.

길게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예루살렘 길목에 있는 퀄런디아 체크포인트와 비슷했다.

체크포인트를 지나야 한다는 설명을 미처 듣지 못한 나는 혹시 택시 기사가 엉뚱한 곳에 내려 준건 아닐까 걱정하며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 봤더니 DCO를 가려면 지나가야 하는 길이 맞다고 한다.  

체크포인트를 지나 갈 준비를 미처 못 한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지난주 퀄런디아 검문소도 가벼이 지나쳤던 기억이 떠올라서 이미 줄 지어 서 있는 사람들 뒤에 몸을 세웠다.

회전 철문을 지나 엑스레이 검색대에 가방을 올려놓았다.

가방은 검은 벨트를 타고 엑스레이 박스를 지나 반대편에 가서 멈춘다.

군인은 유리창이 있는 작은 방 안에서 스피커를 통해 이미 엑스레이 검색 박스를 지나가 반대편에 가있는 내 가방을 다시 가져오라고 했다. 가방 속 물건을 다 꺼내서 검색대 위에 다시 놓으라고 했다. 나는 가방 속 카메라, 테입, 수첩, 지갑, 펜, 사탕, 담배, 라이터 등을 꺼내서 검색대 위에 다시 놓았다.

벨트가 돌아가고 엑스레이 검색 박스를 지난 짐들은 반대편에 다시 멈췄다. 군인은 다시 카메라를 들어서 렌즈를 분리하라고 했다. 내가 분리가 불가능 하다고 했더니 엑스레이를 다시 통과 시키라고 한다. 다시 한 번 엑스레이 검색 박스를 지나는 카메라.

잠시 뒤 군인은 지갑 속의 물건을 꺼내서 창문을 통해 군인에게 보여 달라고 했다.

현금과 카드와 몇개의 메모 쪽지들.

  

                                                                                                                                                                        

090930.jpg

 

  

군인은 검색대 반대편에 보이는 아이보리색 철문을 가르키며 그 문을 열고 들어가라고 한다.

짐을 챙겨 가방에 넣으려고 했더니, 다 두고 그냥 들어가란다. 철문의 손잡이를 돌렸지만, 철문은 열리지 않았다. 철문위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내가 고개를 돌려 유리창문 안의 군인을 쳐다보자, 군인은 문을 다시 돌려 보라고 했다. 나는 다시 문고리를 돌려 보았지만, 역시 문은 열리지 않았다. 군인은 다시 철문을 천천히 돌려 보라고 했다.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잠시 뒤 철문에서 치지직 하는 기계음이 들렸다, 군인은 철문을 다시 돌려보라고 했다. 이번엔 문고리가 돌아간다, 철문 위에 파란 불이 들어온다. 방안으로 들어가자 철문에서 치지직 하는 기계음이 다시 들린다. 아마도 밖에서 문이 잠겼나 보다.

 

두 평 남짓한 텅 빈 방.

반대편에 문이 하나 더 있다. 다가가서 문고리를 돌려 보았지만 돌아가지 않는다.

두 개의 철문이 마주 보고 있는 창문이 없는 방이다.

천장에서 뭔가 소리가 난다.

두꺼운 철망으로 된 천장위에 왠 사람이 서 있다.

F16인가, 일 미터도 넘는 총을 들고 있는 군인, 아놀드슈왈츠제네거 같은 몸을 가진.

군인은 천장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순간 나는 눈을 돌린다.

쳐다봐도 되는 건가 하는 두려움 같은 감정이 스친다. 그리고 불쾌감도.

그는 별 말을 하지 않았고, 딱히 악의가 있는 표정을 짓진 않는 거 같다.

다시 천장을 올려 봤을 때 그는 그냥 물끄러미 나를 쳐다 보는 것 같았다.

안에서는 열 수 없는 문이 달린 방. 그리고 천장에서 방 안에 있는 사람을 내려다 보도록 만들어진 방. 작은 감옥 같은 방 안이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천장의 군인은 내게 별 말을 하지 않았고, 방 밖에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방문 틈으로 뭔가 보일까 싶어 틈을 살피지만 바깥이 보일 정도의 틈은 아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바깥을 향해 물었지만 답은 없다.

왠지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는 천장의 군인에겐 물을 수가 없다.

물어도 답변이 없을 것 같아서 인지 뭔가 두려워서 인지는 잘 모르겠다.

방안을 서성이고 바깥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귀울여 보기도 하지만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마도 십여분이 흘렀을까....

잠시 뒤 치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오라는 말이 스피커를 통해 들린다.

엑스레이 검색대 위에는 내 카메라가 뷰파인더 부분이 열린채로 눕혀져 있고, 다른 짐들이 어지럽게 헤집어져 있다.

군인은 짐을 챙겨서 왼쪽 문으로 나가라고 했다.

짜증스러운 기분으로 짐을 챙기면서 창문 너머 군인에게 이제 끝난 거냐고 물었다.

군인은 이건 시작일 뿐이라면서 문을 지나면 조금 놀라게 될 꺼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창문 너머 군인의 얼굴을 봤을 때, 그의 얼굴은 비아냥 이나 귀찮음이 아니라 약간은 안쓰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짐을 챙겨들고 그 군인이 말했던 왼쪽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 팔레스타인 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작은 문을 향해 줄을 서 있었다.

 

 

 

사진 775.jpg

                                            퀄런디아 검문소에서 회전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 0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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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슈룩(1): 불가능 하지만 선택하고 싶어

 

이방인인 나는 이곳에서 주로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된다.

사진에 찍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찍는 사람의 위치이다.

나는 팔레스타인에서의 생활을 적은 글들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하고,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홈페이지나 글이 올라간 웹페이지를 캡처해 가서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늘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일정 정도의 필연.

얼마전 슈룩에게 제안을 했다.

이런저런 정치적 상황과 일상 그리고 여러 의견을 묻기만 하는 반다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맘껏 질문하는 시간을 갖자고.

결국 우리는 서로를 인터뷰 하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서로 인터뷰한 글을 동일한 웹페이지에 게시하기로 약속했다.

 

 

                                               

        슈룩 -sunrise 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

 

 

불가능 하지만 선택하고 싶어

 

반다: 네가 죽은 이후에 신이 말하길 다시 태어나야 하고, 네가 그것을 선택할 수 있어. 하지만 팔레스타인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어, 왜냐면 네게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거든. 어디서 다시 태어나고 싶어?

슈룩: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난 늘 예스, 예스라고 말해야 하고, 웃어야 하지. 내가 죽게 된다면 이제는 내가 NO라고 말할 차례야.

 

 

반다: 이곳에서 여성과 남성의 삶은 무척 다른 것 같아. 한국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슈룩: 이슬람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은 달라. 남성들은 집을 지을 수 있지만, 여성이 집을 지을 수는 없어. 성차별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은 다르게 태어났고, 다른 역할이 있는 것이고 그것을 할 뿐이야. 남성이 아이를 낳을 수 없잖아. 여성이 길을 청소하는 청소부라는 직업을 가진다면 그게 가능하겠어? 이슬람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슬람에서는 2명의 딸은 1명의 아들과 동일하다고 말해. 아들은 커서 여자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야 하잖아. 결국 나는 이게 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해. 여성은 가족을 책임지지 않지만 남성은 가족을 책임져야 하니까.

전에 길에서 가족이 아닌 남성과 인사도 하지 않는 문화에 대해 물었었지, 그건 여성을 보호하기 위함이야, 여성을 존중한다는 의미거든.

 

 

반다: 조금 어려운 질문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곳에서 성교육은 어떻게 해?

슈룩: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기는 하지만, 교사들이 무척 어려워해. 특히 여학생을 가르치는 여자 교사들은 그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해. 대부분 인터넷이나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많아. 특히 남자애들은 모이면 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 잘못된 정보나 이야기일 꺼야. 그래서 범죄가 일어나기도 하고. 가족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해. 딸은 궁금한 것은 엄마에게 질문할 수 있고, 아들은 아빠에게 질문할 수 있어.

반다: 하지만 부모님들 조차도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거나 어려워 할수 있잖아. 자식이라고 해도. 그럼 어떻게 하지?

슈룩: 그러면 우린 계속 계속 질문해. 답을 얻을 때 까지. 그리고 대부분을 마침내 답을 얻어낼 수 있어.

반다: 예전에 독일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책이 십여년 쯤 전에 한국에 번역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국 사람들 중에서는 너무 레디컬 하다고 비판하는 의견들도 있었어. 독일에서는 초등학생 용 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당시 볼 때도 좀 쇼킹했어. 디테일한 정보들이 많이 있었거든.

슈룩: 내 생각에 초등학교 때 성교육을 하는 건 너무 일러. 아이들이 성에 대해 배우면 좀더 알기를 원하고, 좀더 알면 또 좀더 알기를 원하지. 2차 성징 이후에 몸에 대해 배우는 게 좋은 것 같아. 내 생각에 가장 좋은 길은 가족 안에서 성교육을 배우는 것이야.

 

 

반다: 마을 사람들이 나와 미니(동행한 남성활동가)를 두고 궁금한 것이 무척 많을 것 같아. 아마도 우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너희들에게 묻기도 할 꺼라고 짐작하고 있어. 내가 듣기로 이 마을에 외국인이 온 적이 거의 없어서, 외국인을 처음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들었어. 사람들이 무엇을 가장 궁금해 하지? 내가 불편하게 느끼거나 혹여나 무례한 질문이 될까봐 염려하지 않아도 되어. 나는 네가 언제나 나의 문화를 존중하고, 혹여 조금이라도 무례한 질문이나 말을 하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

슈룩: 이곳 문화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과 남성이 같은 집에 머무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 그건 하람(이슬람의 금기 사항)이야. 하지만 난 반다와 미니가 같은 집에서 지내고 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고 네가 말했듯 그냥 친구일 뿐이라는 말을 믿고 있어. 그 외의 어떤 상상도 하지 않아. 너희들의 문화를 존중해. 티비와 책에서 많이 봤어. 한국이나 서구 사회에서는 그런 것이 특이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의 문화를 존중해.

 

 

반다: 정말 해보고 싶은 것?

슈룩: 인도에 가보고 싶어. (인도영화를 좋아하니까? 배우들을 만나고 싶은건가?) 인도에는 정말 많은 종교가 있다고 책에서 읽었어. 돌을 믿는 종교도 있다고 들었거든.(아마도 불교를 말하는 듯)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돌은 그냥 돌이야. 어떻게 돌을 믿는지 모르겠어. 수 많은 종교들에 대해서 보고 싶고, 그곳 자연이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 인도의 몇 곳 사진을 책과 티비에서 봤어. 그리고 그 다음엔 아마 한국에 갈 수도 있겠지.

 

 

반다: 며칠 전 뉴스에서 가자지구 소식을 봤어. 하마스와 다른 세력이 싸워서 사람들이 죽은 이야기. 어떻게 생각해?

가자에서 하마스와 그 다른 어떤 세력이 싸워서 20명이 넘게 죽었대. 하마스랑 싸운 세력은 새로운 팀인 것 같아, 나도 어떤 단체인지 잘 모르겠는데 뭐하는 건지 모르겠어. 이슬람에서 서로 죽이는 것은 하람(금기)이야. 그건 하람이라구. 왜 서로 죽이는 거지. 단, 누군가가 자신의 가족을 죽였을 경우 그 상대를 죽일 수는 있어. 그건 하람이 아니야. 그들은 이슬람을 말하지만, 이슬람의 규율을 어기고 있어. 나는 하마스를 지지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싸울 때만 그렇다는 의미야. 얼마전 가자에서 하마스가 한 행동은 정말 옳지 않아. 파타와 하마스는 서로 권력 다툼을 하느라고 너무 바빠. 정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묻지 않고 있어. 그것이 팔레스타인의 현실이야.

그리고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라도 하고 싶지만, 그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워.

이스라엘엔 민주주의라도 있지, 팔레스타인에는 민주주의도 없잖아. 그것이 팔레스타인의 현실이야.

 

 

반다: 네 삶에서 바꾸고 싶은 것이 뭐야? 불가능에 가깝지만 꼭 바꾸고 싶은 어떤 것.

슈룩: 전공을 바꾸고 싶어. 난 정말 컴퓨터를 싫어해. 하지만 내 전공은 컴퓨터이지. 2년을 공부했으니까, 이제 2년만 더 공부하면 끝이야. 난 정말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었어. 하지만 컴퓨터를 전공해야 장학금을 조금 받을 수 있거든. 오로지 컴퓨터. 정말 난 컴퓨터가 너무너무 싫어.

물리를 공부하고 싶었어. 신이 만든 세상은 너무 신비하거든. 이슬람에 대해서도 더 공부하고 싶고.

그리고 나는 시를 쓰고 싶어. 어떤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지만 총이나 어떤 것들 보다 시가 더 힘이 있을 때가 있지. 특히 좋은 시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정말이지, 정말로 결혼할 남자를 내가 선택하고 싶어.

 

반다: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

슈룩: 모르겠어.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고, 월급이 많다면 좋겠어. 그 이외의 것은 잘 모르겠어. 별로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어.

반다: 네가 결혼할 남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아주 조금은 있는 거야? 여기서는 주로 남성집에서 청혼이 들어오면 여자쪽 집안의 부모님들이 결혼 여부를 결정하는 문화 잖아. 이를테면 너희 부모님이 선택한 남자가 네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거절할 수 있는 가능성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슈룩: 아니, 그런 건 전혀 없어. 부모님이 선택한다면 해야 해.

 

 

반다: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 있어? 연애가 하람 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 그러니까 뭐 그 사람과 연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네 안에서 혼자서만 좋아하는 것. 그런 것 말이야.

슈룩: 어렸을 때는 공부 하는라 너무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었어. 지금은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 없어. 친구들 중에서 그런 경우 얘기는 들었어.

 

 

*슈룩은 다음날 이 질문에 대해 내게 <편지>로 답변을 전했다.

 

 

To. my sweety friend banda

 

안녕.

사실 어제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지, 사실은 있었어. 그런데 할렘(슈룩의 언니)이 옆에 있어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어, 미안해. 그 사람은 대학교 선생님이었어. 내 생각에 그도 나를 좋아했었다고 생각해. 그는 내게 늘 친절했지만, 난 그에게 늘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싫다고 말했어. 화난 표정으로. 그러던 어느날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두바이로 날아갔고, 그가 1년 만에 돌아왔을 땐 그가 약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내 친구와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 중에 하루였어.

그리고 나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 기회가 된다면 장학금 같은 것을 받아서 한국 같은 곳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직업을 구하고 싶어. 하지만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힘 있는 사람을 알아야만 가능해, 내가 1등의 성적을 받는다고 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게 아니거든. 심지어 내게 그런 기회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실 꺼야. 늘 나는 나에게 말하지, 네가 여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가끔 난 내가 똑똑한 것이 싫어. 내가 바보스러웠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겠지.

늘 나는 신에게 내 삶에 무언가가 변화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어.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그러던 어느날 네가 우리 마을에 왔어. 너무나 기뻤지만, 네가 돌아간 이후 내 삶은 더욱 슬퍼질 꺼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난 다시 똑같은 삶을 살겠지. 정말이지 내 삶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오랫동안 너를 기억할 꺼야,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래.

 

 

From. suroq

 슈룩이 그린 한달라

슈룩이 그린 한달라 

 

 

 

 

그녀는 종종 자신의 삶의 무력감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해 모든 것은 너무나 일상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 할 때 마다 무기력의 벽을 자주 만나곤 했다.

많은 이들이 팔레스타인을 떠올릴 때 분리장벽이나 체크 포인트 등을 이야기 하지만,

내가 느끼는 팔레스타인의 키워드는 무.기.력 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종종 왜 이스라엘이 그런 행동을 하느냐거나, 불합리한 일상의 어떤 것들에 대한 이유를 물을 때 슈룩은이렇게 답변하곤 한다.

"because sky is hight"

우리는 일상적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서로에게 말하곤 한다.

'because sky is hight'

그 의미를 묻는다면

'nothing reason. just accept. and than say, thanks to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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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사진기앞에서 예쁜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

사진기앞에서 예쁜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

 

 

 

결혼식 전 가족과 친지, 친구들과 모여 집 앞에서 파티를 한다.

누구의 결혼식인지 모르고 가게 된 그곳에서 이방인인 나 조차도 그가 결혼식 주인공인 알아 볼 수 있는 말끔한 양복 차림에 머리에 기름을 바른 단정한 모습.

친구들은 주변에서 춤을 추고, 화려하게 장식된 붉은 양산 아래의 그는 다소 경직된 모습이다.

단정한 셔츠에 양복바지를 입은 친한 친구로 보이는 이가 그의 가까이 와서 포옹을 하며 볼에 키스를 한다. 그도 같이 친구의 볼에 키스를 한다. 오른쪽 왼쪽. 친구도 그의 볼에 왼쪽 오른쪽 그리고 다시 반복 해서 열 번쯤 혹은 열 서너번쯤 볼에 키스를 하고 입술에도.

경직되어 있던 그의 표정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변하는 듯 싶더니 잠시 뒤 다시 표정의 균형을 잡는다.

 

중동지역을 여행한 이들 중 누군가들은 길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남성들을 보며, 중동엔 공원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게이 커플이 많다고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중동지역에서 동성애는 금기사항이다.

누군가는 그들의 친밀함을 동성애로 부르는 것에 왜 주저 하냐고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상대에게 갖는 친밀함을 무엇으로 정체화 하는지는 모를 일.

다만 대부분은 그것에 대해 그것은 친한 우정이라고 강조할 것이고, 동성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하거나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어넘길 꺼라는 예상만.

 

 

내가 가본 중동의 몇 나라 결혼식들은 모두 계속 되는 춤과 춤, 노래와 노래.

밤이 세도록, 이튿날에도 그 이틑날에도. 만약 신랑이 부자라면 그 잔치는 결혼을

전후해서 열흘이나 그 이상.

 

신부는 여자들만의 파티가 벌어지는 시간 이외에는 밀폐된 혹은 창이 있는 어떤 방에 앉아서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티에서 흘러나오는 찢어질 듯 큰 볼륨의 음악을 들을 것이다. 어쩌면 창문을 통해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사진을찍어달라던 아이들

 

아직 옷에 대한 큰 금기가 없는 예닐곱 살의 여자 아이들이 잔치가 벌어지는 한쪽 귀퉁이 여자들 공간에서, 여자 어른들 틈에 끼어 박수를 치며 재잘 거린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어른들의 결혼식을 보면서 자신의 결혼식을 상상할까?

자신에게 멋진 금팔찌와 목걸이를 선물해줄 멋진 남자를 상상하면서?

어른들로부터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배워왔듯이, 그것이 곧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는 일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짐작하면서...

친척의 결혼식을 보며 그 아이의 어머니는 딸을 곱게 잘 키워야겠다고 다시 결심할 것이다.

너무 뚱뚱하지 않게 너무 마르지도 않게.

너무 똑똑하지 않게 너무 우둔하지도 않게.

너무 거만하지 않게 너무 순하지만도 않게.

너무 크지도 않게 너무 작지도 않게.

결코 완벽하게 충족 될 수 없는 틀 안에 딸을 고이 넣기 위해서.

그 틀에서 절대 조금이라도 벗어나지 않고, 가능한 그 틀과 흡사하게 잘 끼워 맞춰져 들어갈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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