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 다녀왔다.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금요일 저녁, 구례구역에서 내렸다.

바람은 선선하고, 물은 반짝이고, 도로엔 아무도 없고, 좋았다.

 

하룻밤 자고, 아침에 나오니, 왠걸,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다.

일기예보도 확인안하고 온터라, 망연자실, 자전거를 끌고 기차역으로 가서 어째야 하나 고민했다.

내가 비맞으며 자전거 끌고오는 걸 보더니, 우비를 입은 라이더 분들이, 화이팅을 외친다.

허허, 이렇게 비맞으면서 계속 타라는 건가.

일단 아침이나 먹고 생각해보자, 싶어서, 아침을 먹고,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서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 아까 화이팅을 외쳤던 라이더 분들이 나에게 길을 묻는다.

화개장터 쪽으로 간단다. 나도 쌍계사로 갈 계획이었으니, 방향이 맞아 같이 가자고 했다.

나도 초행이라고 말했지만, 그 분들은 내가 길을 좀 알겠거니 생각한 모양이고,

우리는 비포장 도로로 한참 달렸다.

아무래도 물 흐르는 방향도 이상하고, 길도 이럴리 없다면서 자전거를 멈춰세우고,

지도를 봤는데, 완전 어먼 곳으로 온거다.

그 분들은 장비 다 갖추고 자전거 타고 있었지만,

내 자전거는 바퀴도 얇은 녀석인데, 비포장도로 달리면서 바퀴 터지면 어쩌나.. 내내 걱정했다.

 

길을 잘 찾아서, 부슬비가 맞으며, 섬진강을 옆에 끼고 신나게 달렸다.

벚꽃이 이미 다 졌는데, 벚꽃 폈을 때 달리면 참 예쁘겠구나 싶었다.

온 몸이 비에 쫄닥 젖으니, 평소 어지간히 씻기 싫어하지만, 그래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화개장터 도착해서, 국밥을 먹고, 그분들은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돌아가고,

난 쌍계사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비가 그쳐서 옷도 말릴 겸, 사박사박.

중간에 마을도 하나 들러보고.

 

쌍계사에서 조금 더 올라간 곳에 민박집들이 많은 곳이 있는데,

거기 있는 모텔로 숙소를 정하고,

몸을 좀 녹이니, 기분 좋았다!

누워서 조금 쉬다, 쌍계사로 내려와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갔다.

재작년 겨울인가? 쌍계사 앞에서 차를 마셨는데, 그 차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쌍계사에 오면 그 찻집에 꼭 다시 가야지 다짐하던 터였다. 어둑어둑해져서 찻집에 들어갔고, 사람도 없고,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차 마시니, 신선놀음이다. 그런데, 차 맛은 내가 기억하던 맛에는 못미쳤다. 그냥 그 때 맛있게 마셨던 거겠지.

 

숙소에 돌아가서, '무방비 도시' 영화를 보고-

 

아침에 나오니, 햇볕이 따사롭다.

화개장터까지 나와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구례를 향해 다시 달렸다. 문척면에 오산이 있는데, 그 오산 위에 있는 사성암에 들렀다.

사성암까지는 버스를 타고. 오산을 오르니, 활공장이 있다. 구례와 지리산자락이 한눈에 보이는데, 날아오르면 바로 코앞에 다가올 것 같다. 패러글라이딩이 정말 짜릿하겠구나, 군침을 다시고.

 

다시 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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