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환경에 적응한 개체의 특성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많은 오해와는 달리, 진화에 특정한 목적이나 방향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서 번식에 성공하며 생존하기에 적합하느냐, 적합하지 않느냐가 유일한 질문이다. 인간을 적응에 성공한 종으로 평가하려 한다면, 반드시 지금 현재 지구의 기후, 생태 등 여러 조건에서만 그러하다는 단서를 달아야 한다. 현생인류가 분기한지는 고작 4만 년이 지났고, 진화의 전체 역사에 비교해 볼 때 인류의 역사는 한없이 짧다. 머지 않은 시간(그렇다해도 역사시대보다는 길수도 있다)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어떤 변화가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으며, 인류의 적응이 이런 환경변화까지 예비하고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환경에 적응한다고 표현할 때, 이 환경에는 인류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까지 포함된다. 현생인류는 지구의 환경에 의해 자연선택의 압력을 받아 진화해온 결과이지만, 동시에 인류는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변화된 환경은 인류를 비롯한 지구 상 여러 종들의 자연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문명이 낯선 인간'은 어긋남(미스매치)으로 설명.
- 진화의 과정에서 선택되는 것은 단순히 환경에 적응한 '표현형'인 게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즉 가소성일 수 있다
- 본성:양육이라는 오래된 논쟁 : 본성과 양육으로 전환해야. 많은 유전적 차이는 환경과 결부되어야 드러날 수 있음. 실상 제한된 환경 조건 안에서는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유전적 차이가 더 많을 것. 이는 진화 과정의 부산물과 연관. 굴드는 삼각소간을 예로들며 뜻하지 않은 부산물이 적응에 도움을 주는 사례가 있음을 설명. 인간의 뇌 또한 삼각소간일 수도 있음. 지금은 쓸모 없어 보이는 부산물들이 특정 환경에서는 역할을 할 수도.
- 환경의 문제. 가깝게는 인간이 개, 고양이 등 가축의 진화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음. 인간의 인위적인 선택? 인간 자체가 진화의 산물이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 또한 자연선택.



 

문명이 낯선 인간 1장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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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매우 극단적인 환경에서 살 수 있다. 하지만 적응능력이 무한한 것은 아니고, 환경의 한계를 뛰어 넘어서 살려고 시도한다면 값을 치러야 한다. ‘설계’와 잘 맞물리는 환경에 있을 때 종은 번성하고, 환경과 생물학적 설계가 어긋날수록 비용도 커진다. 이렇게 생물의 삶을 어긋남의 틀로 바라보는 것을 이 책에서는 ‘미스매치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초기 발생 과정에서 노출되는 환경이 장기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생 과정에서 환경 신호들에 응답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것을 ‘예측’이라고 일컫는다. 잘못된 예측은 부적절한 전략으로 이어진다. 이런 맞물림과 어긋남을 다루는 학문이 생태발생생물학, 즉 이코디보라는 새로운 과학 영역이다.

생물은 어느정도는 자연선택에 의해 환경에 적응한다. 자연선택은 ‘형질’이라고 불리는 특질의 변이들 사이에 선택이 일어남으로써 생물이 진화하는 과정이다. 특정 환경에서 생물학적으로 유리한 특질들을 발현시키는 유전자들은 다음 세대로 전달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한 개체군 내의 유전자 구성(유전자 풀)에서 유전적 변이의 양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고, 종의 특질들은 서서히 환경과 맞물리는 쪽으로 가다듬어진다. 그런데 한 생애 내에서도 환경은 각 개체의 유전자들이 꺼지고 켜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발생 과정(가소성이 있는 배, 태아, 유아 단계)에서 환경의 영향은 특질들이 어떻게 발생하는 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결과는 영구적이다. 우리는 발생 중의 환경에 반응하는 특정한 방식들을 갖추도록 진화했다.

오늘 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과 잘 맞물리지 않는 환경에서 살고 있고,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어긋남의 틀, ‘미스매치 패러다임’은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1부 맞물림에서 어긋남으로

생물학자들이 생물의 생애가 성공적이었는지 평가하는 기준은 그들의 자손이 무사히 살아남아 번식에 성공했느냐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번식에서의 성공을 ‘적응도’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진화생물학의 기본 원리는 개체군 내에 존재하는 형질 변이를 바탕으로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고, 이 차이는 생존과 번식에서의 차등적인 성공으로 이어진다. 모든 새끼가 번식기까지 살아남는 종은 없고, 바다거북의 경우 1만 마리 중 오직 1마리만이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는 것으로 추정된다. 갓 태어난 개체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는 확률이 25%가 넘는 종은 인간과 고래, 몇몇 다른 대형 포유류들 뿐이다.

종의 형질들 ‘대부분’은 종이 진화할 때 각 세대에 걸쳐 종의 모든 구성원에게 일어나는 맞물림 과정이 만들어낸 것이다. ‘모든’ 형질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어떤 특질들은 개체들에게 이익도 불이익도 주지 않는 돌연변이의 결과로 우연히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조가비들은 일생 동안 진흙 속에 파뭍혀 사는데도 선명한 색조를 띤다. 이 경우 선명한 색조는 중립적인 특질로 볼 수 있다. 수컷이든 암컷이든 섹스의 성공에 기여하는 특질들 중 다수는 목숨을 부지하거나 포식자를 물리치는 일들과 그다지 관계가 없다.

생물학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적응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어떤 특질들은 관계없는 다른 적응의 우연한 부산물로 생겨날 수 있다.

'유전자형'은 크고 작은 모든 돌연변이를 포함해 한 생물이 지닌 유전자들의 전체 구성을 뜻한다. 한 종의 모든 개체는 매우 비슷한 유전자형을 갖고 있지만, 이 유전자형 내의 각각의 유전자는 개체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다. DNA를 복제하고 유지 관리하는 생화학적 과정들이 그리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염기서열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 오류가 정자와 난자에서 일어나면 이 오류들은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다. 이런 오류를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어떤 돌연변이들은 현저한 영향이 없고, 어떤 돌연변이들은 개체에 큰 결과를 초래한다.

'표현형'은 '유전자형'이 그 생물의 실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을 이른다. 그런데 특정 유전자형이 딱 한 가지 표현형으로만 발현되지는 않는다. 많은 생물들은 발생 도중에 일어나는 일군의 상호작용들이 한 개체의 표현형 뿐 아니라 적응도와 생존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들을 '발생가소성'이라고 부른다.

개체의 유전자들은 표현형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 과정에서 표현형이 환경과 조응하도록 도구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은 유전자형을 지닌 생물들조차 환경의 영향에 따라 일부 표현형 특질이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자연선택은 표현형(겉모습, 구조, 기능 등)에 존재하는 변이를 바탕으로 일어나지만, 이 차이는 어느 정도는 그런 표현형들을 만드는 유전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변이가 없다면 자연선택도 존재할 수 없다. 변이 때문에 후대로 가면서 한 개체군의 유전자 풀이 변할 수 있다. 만일 유전체에 일어난 변화의 정도가 너무 커서 개체들이 더 이상 애초의 시조 계통이나 후손 개체군들과 교배를 할 수 없을 정도이면 새로운 종이 생겼다고 말해야 한다. 이것이 종 분화의 기본 개념이다.

모든 종에는 숨겨진 유전자형의 변이가 많이 있는데, 이런 ‘침묵하는’ 유전자들은 특정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에만 표현형의 변이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예컨대 사막메뚜기(Schistocerca gregaria)는 이용할 수 있는 먹이가 풍부하면 한 지역에 머무르고, 개체군의 밀도가 높고 먹이가 풍부하지 않으면 이주형이 된다. 이주형은 단서형과 서로 다른 종으로 보일만큼 겉모습이 매우 다르다. 이런 표현형 선택에 영향을 주는 신호는 발생과정에 어미로부터 온다. 어미는 알을 둘러싸고 있는 점액질 차단막에 개체군 밀도에 관한 화학 신호를 분비하고, 메뚜기들은 다른 메뚜기들이 보내는 화학 신호와 촉각 신호에도 영향을 받는다. 두가지 표현형은 모두 유전체의 유전 정보 안에 들어있지만, 먹이 공급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
러시아 유전학자 벨라예프는 러시아은여우를 연구했다. 러시아은여우는 야생에서 은빛 털색을 갖는다. 일부 은여우들은 다른 은여우들에 비해 더 고분고분했는데, 그는 한 집단의 여우들을 고분고분함의 수준에 따라 분류하고 가장 고분고분한 개체들끼리만 교배시켰다. 8세대에 걸친 인위선택의 결과, 여우들은 애완견 같은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이들은 구부러진 꼬리를  갖고 태어나 그것을 흔들었고, 심지어 흑백 얼룩 같은 털색 패턴을 발달시키기까지 했다. 즉 유전체에 있는 것이 틀림없지만 표현형으로 발현되지 않고 있던 유전자들이 겉으로 드러났다.

인간 역시 환경이 크게 달라지면, 현재 인간 유전자 풀에서 예상 밖의 표현형이 발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전자형과 표현형이 1:1로 대응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종은 진화적으로 결정된 생존 전략들을 갖고 있다. 어떻게 성장하는가, 언제 어떻게 번식하는가, 얼마나 오래 사는가 같은 생애과정의 핵심 요소들을 ‘생활사 전략’이라고 부른다. 태평양 연어 수컷은 알래스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짝짓기 경쟁을 하고 나서 죽는다. 사마귀 수컷은 교미가 끝나면 자기 짝에게 잡아먹힌다. 아귀의 한 종류는 몸집이 더 큰 암컷에게 잡아먹힘으로써 암컷의 몸에서 피를 섭취하고, 적절한 시기에 정자를 뿌리는 기생하는 고환으로 살아가게 된다.

포유류 암컷들은 새끼들이 독립생활을 할 때까지 새끼를 길러야 한다. 새끼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독립할 때까지 사냥하는 법과 먹이 구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따라서 포유류 암컷의 궁극적 성공은 새끼가 얼마나 많은가, 이들을 얼마나 잘 먹이는가, 얼마나 많은 새끼가 성체에 이르는가, 이 새끼들이 짝짓기에서 얼마나 성공하는가에 달려있다. 더 오래 살면 암컷은 분명 여러 차례 임신을 할 수 있을 테니 살아남는 새끼의 수가 많아질 것이다.

영장류에는 모든 사회적 가능성과 관계가 존재한다. 오랑우탄은 홀로 생활하는 종이다. 성체는 자기 고유의 영역을 갖고, 수컷과 암컷은 짝짓기할 때만 함께한다. 비비는 여러 마리의 암수 성체와 그들의 새끼들이 큰 집단을 이루고 여러 마리의 수컷이 일부다처제를 행한다. 침팬지도 여러 마리의 암수가 집단을 이루고 산다. 짝짓기 패턴은 다양한데, 침팬지 암컷들은 여러 수컷들과 짝짓기를 하는 듯하다. 아마 누가 아비인지 헷갈리게 함으로써 새끼 살해를 막는 전략일 것이다. 긴팔원숭이는 성체 수컷과 암컷이 새끼들을 부양하며 장기적인 짝결합을 이루는 일부일처제를 행한다. 고릴라는 한 마리의 우두머리 수컷, 서열이 낮은 수컷 몇 마리, 많은 암컷과 그 새끼들로 구성되는 일부다처제 집단을 이룬다. 마모셋원숭이는 한 마리의 성체 암컷이 자신의 새끼들과, 자신과 짝짓기하는 여러 성체 수컷들을 거느리고 살아가는 일처다부제를 행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컷들은 새끼들이 자기 자식인지 알 수 없지만, 자기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암컷과 새끼를 부양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짝결합을 이루는 일부일처제를 행한다. 하지만 영장류 동료들이 채택하는 전략들의 대부분을 금방 찾아낼 수 있기도 하다.

인간의 생활사 전략은 한 번에 한 명의 자식을 낳는 것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상적인 전략은 자식을 오랜 기간 키우는 것과, 자식에게 공동으로 투자하는 양친이 안정된 짝결합을 맺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 특히 모친이 막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래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전쟁과 종 내 폭력 등 종 내에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환경에서 진화했는데, 사회생물학자들은 이런 위협을 줄이기 위해 이타주의 같은 행동이라든지 도덕감각과 윤리를 발전시켰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본성 대 양육’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인위적인 이분법적 개념이다. 본성을 유전자로 등치시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예를들어 단풍나무시럽병은 아미노산의 대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유전자 결함 때문에 생긴다. 이 질환은 치료하지 않으면 뇌 손상과 사망으로 이어지지만, 문제가 되는 아미노산들을 뺀 음식만을 먹이면 아기는 비교적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다.(문제가 되는 아미노산이 없는 식이를 하는 환경이라면 단풍나무시럽병이 발병하지 않는 것.) 이 병은 유전 질환인 동시에 환경 질환이기도 하다. 모든 생물은 두 요인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에 의존한다. 환경은 DNA의 화학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유전자의 발현 여부와 발현 정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 효과는 일생 동안 지속될 수 있다.(후성유전적 변화)‘본성 대 양육’이 아니라 ‘본성과 양육’으로 접근해야 하고 ‘발생’ 같은 전일적인 개념에 주목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미분화된 수정란이 성체의 특질들을 모두 갖춘 성숙한 유기체로 분화하는 방법을 어떻게 아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것이 얼마만큼이나 유전적으로 결정되는지, 환경의 영향이 발생 경로를 얼마만큼이나 바꿀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러시아의 이반 이바노비치 슈말하우젠과 영국의 콘래드 워딩턴이 실험적, 이론적 바탕을 제공했지만, 그들의 개념들은 유전체 지식이 폭발하면서 거의 묻혀버렸다. 유전체 혁명이 일어나면서 발생 초기의 유전자들을 조사하는 다양한 방법이 발견됐고, 발생생물학은 발생을 순수한 유전 프로그램으로 보고 초점을 맞추었다. 진화론, 유전학, 발생생물학, 생태학이 합쳐진 새롭고 통합적인 이해가 출현한 것은 몇 년 지나지 않았다.

많은 경우 선택이 작용하는 대상은 특질 그 자체가 아니라 환경에 반응하여 변할 수 있는 능력, 즉 생물의 적응 능력(가소성)이다. 슈말하우젠, 워딩턴 등 학자들은 이 대목을 강조했다. 선택이 적응 능력에 작용한다는 이 개념은 ‘안락 지대’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안락 지대란, 한 생물이 적응할 수 있고 여전히 번식 적응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 범위를 말한다.

호랑뱀은 오스트레일리아와 인근 섬에 서식하는 파충류로 턱에 일종의 이중 경첩이 있어서 작은 포유류, 알, 새 들을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다. 어떤 호랑뱀은 큰 턱을 지니고 있고 어떤 호랑뱀은 작은 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런 큰 덕과 작은 턱 돌연변이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산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이들이 호랑뱀의 서로 다른 유전 계통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최근 실험 결과들에 따르면, 초기 환경이 턱 크기에 영향을 미친다. 턱이 작은 호랑뱀 개체군의 새끼들에게 큰 먹이를 주면 자라면서 턱이 커진다. 앞으로 연구가 더 이루어지면 턱 성장의 속도와 크기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밝혀질 수도 있고, 환경에 의해 유발된 DNA 구조상의 후성유전적 변화들이 이런 결과를 낳는 것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진화는 호랑뱀이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호랑뱀 유전체를 선택했다.

인간의 역사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부정교합은 아래턱이 위턱과 모양과 비율이 맞지 않을 때 생기는 문제다. 이 문제는 인간 집단에서 비교적 새롭게 생겨난 현상이다. 17세기까지는 골격에서 이 문제를 찾아볼 수 없다. 그 이후에는 유입되는 이주자들에 의한 변화가 없었던, 유전적으로 안정된 집단들에서도 이 문제가 나타난다. 이 사실에서 부정교합의 출현이 새로운 유전적 돌연변이 때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부정교합의 출현은 갓난아이의 음식이 거친 물질에서 현대의 유아식과 같은 부드러운 물질로 바뀌었기 때문인 듯하다.

‘가소성’은 형태와 구조의 유연성을 이르는 생물학 용어다. 어떤 조직들은 일생 동안 가소성을 유지한다.(예-근육의 크기) 하지만 심장에 있는 근섬유의 수는 태아 단계에 결정되고 그 이후로는 바뀌지 않는다. 생애 초기의 중요한 시기 동안에만 나타나는 유연성을 ‘발생가소성’이라고 한다. 발생가소성 덕분에 같은 구조들이 서로 다르게 발달할 수 있고, 생물이 발생 도중에 감지하는 환경에 따라 후성유전적 수단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조정될 수 있다. 몇몇 종들에서는 유전적으로는 동일한 같은 생물이면서도 형태가 전혀 다른 개체들이 생겨날 수 있다. 이것을 ‘다형성’이라고 부른다.

꿀벌은 일벌과 여왕벌이 같은 유전적 계통에서 나오고 둘 다 암컷이지만, 한 개체가 어떤 유형의 성체 벌이 되는가는 유충일 때 뭘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들은 발생 과정에서 탄력적으로 유도되기 때문에 해마다 환경 변화에 부응하여 여왕벌과 일벌의 수를 변경할 수 있다. 쟁기발두꺼비는 뜨겁고 건조한 지역에서 살아간다. 쟁기발두꺼비들은 일시적으로 생성되는 연못에서 번식을 하고, 한 해의 나머지 기간은 특수하게 적응된 뒷다리로 고랑을 파서 뜨거운 낮의 열기를 이겨낸다. 두 종의 쟁기발두꺼비가 애리조나 치와와 사막의 똑같은 연못에 산다. 이들은 발생하면서 육식성 혹은 잡식성에 더 적합한 구기를 발달시키는데, 전자는 서로를 잡아먹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연못 속의 유기물 쓰레기를 먹기 위한 것이다. 높은 개체군 밀도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처할 때 한 종은 육식성 형태가 우선적으로 유도되고, 다른 종은 그 반대다. 이것은 두 종 모두에게 효과적인 상호 생존 전략이 된다.

따라서 선택되는 것은 단지 겉모습만이 아니다. 적응 능력, 발생 중에 환경 변화에 반응하여 가소성을 보일 수 있는 능력 역시 선택된다. 환경이 안정되어 있거나, 혹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변하는 한(예를 들면 계절에 따른 변화), 선택 과정들은 한 개체군의 개체들이 지닌 표현형과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 사이의 빈틈없는 맞물림을 꾀한다. 검은머리물떼새는 모래를 헤집기에 알맞은 길고 날카로운 부리를 갖고 있고, 독수리는 시체에서 고기를 뜯어내기 좋은 무디고 단단한 부리를 갖고 있다. 갈라파고스핀치들의 서로 다른 종과 아종들은 그들이 먹는 서로 다른 유형의 나무열매 및 씨와 딱 맞는 서로 다른 부리 모양을 하고 있다.

슈말하우젠과 워딩턴이 제기한 근본적인 쟁점들은 아직 현 생물학에 완전하게 통합되지 않았으며, 표현형 형질에 대한 선택과, 결국에는 표현형의 변화로 이어지는 환경 도전에 적응하는 능력에 대한 선택이 어떻게 다른지 우리는 모른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끼들은 모두 과거 18세기에 영국에서 이주해온 초기 정착민들의 식량원으로 풀어놓은 단 하나의 혈통에서 유래했다. 이 토끼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 퍼졌는데, 북부의 토끼들은 남부의 토끼들보다 귀가 더 길다. 이 차이는 합리적은 적응으로 볼 수 있는데, 귀는 열을 방출하는 좋은 수단이라서 더 긴 귀는 더 뜨거운 기후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과연 토끼들이 북부로 이주했을 때 긴 귀 유전자를 지닌 토끼들이 더 잘 살아남았던 것일까, 아니면 따뜻하면 더 긴 귀를 발생시키고 추우면 더 짧은 귀를 발생시키는 발생가소성을 통해 적응 능력을 부여하는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었을까? 자연선택은 어떤 상황에서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도 일어날 수 있지만, 무엇이 선택되고 있는지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귀가 긴 토끼들을 남부로, 귀가 짧은 토끼들을 북부로 데려가서 그 자손들의 귀 길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사해봐야 한다.

생물이 환경에 잘 적응할수록 생물의 삶은 그 환경에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많은 생물들이 매우 특수한 생태적 지위에서 살도록 진화했다. 환경과 생물이 빈틈없이 맞물려 있어서 매우 좁은 환경 범위에서만 번성할 수 있는 종을 ‘특수주의자’라고 이른다. 그 종은 환경의 작은 변화들에는 대응할 수 있지만, 예기치 못한 큰 변화가 일어나면 재앙을 맞을 수 있다. 반면 매우 광범위한 환경에서 어떤 식으로든 살 수 있는 생물들이 있다. 우리 인간은 그런 생물들을 흔히 유해생물로 생각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예가 바퀴벌레와 쥐다. 하지만 ‘일반주의자’ 종의 최고봉은 뭐니 뭐니 해도 호모 사피엔스다. 인간은 안데스 산맥, 사해 근처, 열대우림과 사막에서도 살아간다. 뉴욕의 고층 건물 대 몽골의 유르트보다 더 서로 다른 환경을 상상할 수 있을까?

‘환경’은 물리적 환경(습한 곳, 건조한 곳, 더운 곳, 추운 곳, 고위도, 저위도, 산, 평야 등) 뿐 아니라, 광범위한 유기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도 환경이다. 예를 들면, 이용할 수 있는 먹이의 유형, 포식자의 유형과 수, 다른 종들과의 경쟁, 인구밀도, 사회구조, 배우자를 찾는 능력, 기생충 적재량 등이 있다.

인간 같은 일반주의자 종은 광범위한 환경에 적응하거나 대처하는 전반적인 능력을 갖고 있지만, 특수주의자 종만큼 특정 환경에 대한 준비를 잘 갖추고 있지는 않다. 한 환경에서 ‘번성’하는 것과 그 환경에서 ‘생존’하는 것을 구별하는 것은 중요하다. 팬더는 런던동물원에서 살 수는 있지만, 중국의 대나무 숲에서만큼 번성하지는 못한다. 북극곰은 온대지에서 살 수는 있지만 번성하지는 못한다. 일반주의자 종 인간은 히말라야 산맥 4,200미터 고도에서 일할 수는 있지만 그 환경이 쾌적하다고는 못한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산의 비탈을 힘겹게 오르는 등반객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면 인도기러기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에게 성공적으로 사는 것의 의미는 다른 종에서와 마찬가지로 환경과 잘 맞물리는 것이다. 인간이 물리적 환경을 다루는 방식은 주로 그것을 변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그렇게 하는 유일한 종은 아니다. 흰개미가 지은 흰개밋둑은 외부 온도의 큰 변동에서 내부 온도가 잘 유지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비버의 굴은 단열이 잘되어서 겨울에 따뜻한 집 역할을 한다. 

많은 환경 변화는 진화가 대처할 수 있는 것보다 짧은 기간에 일어난다. 생물은 변화에 최선을 다해 대처해야 한다. 생물이 환경에 자기 몸을 맞추는 것을 돕는 많은 구조적, 생리적 장치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더 잘 맞는 환경으로 이주해야할 수도 있다. 혹은 환경을 바꾸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인간이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되어 있느냐의 문제를 다루려면 이 전략들 각각을 차례로 살펴야 한다.

인간은 다양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과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안락지대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잠재적 비용은 올라간다. 환경 변화가 생물을 안락지대 밖으로 내몰 경우, 생물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한 종류의 방식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환경을 바꾸는 가장 분명한 방식은 이주하는 것이다. 인간은 뛰어난 이주자들이다. 인간의 이주는 대부분 환경 변화 때문이었다. 폴리네시아인의 대이주도 주로 인구 과밀과 제한된 식량 공급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움직이지 않고도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기술 진보(불, 옷, 집, 사냥 도구)를 겪었다. 인간이 성공적인 일반주의자 종인 것은 상당부분 기술 혁신 능력 덕분이다. 인간이 환경을 다룬 또 하나의 방식은 우리가 가진 사회구조들과 관계가 있다. 이런 사회구조들은 농경이 도입됐을 때 극적으로 바뀌었는데, 농경을 하기 위해서는 정착 생활, 특수 기술의 발달, 다른 집단과의 무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환경이 지우는 부담이 종의 적응 능력을 능가하는 순간 멸종이 일어난다. 인간의 사냥으로 도도새는 발견된 지 83년 만에 멸종했다. 최근에 일어난 다른 많은 종의 멸망은 환경의 영향-세계의 모든 지역으로 인간이 퍼져나간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의 멸종 속도는 화석 기록에서 추산해낸 ‘자연적인’ 속도보다 약 천 배나 빠르다. 특수주의자 종은 다른 생태적 지위로 이동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특수주의는 내재적 위험, 혹은 감추어진 비용을 수반한다. 찰스 라이엘이 처음 제기한 점진론(동일과정설)은 다윈에게 환경 변화가 생물 집단들을 격리시키고 분기와 새로운 종의 기원을 일으킨다는 생각을 하도록 영향을 미쳤다. 진화적 변화의 속도와 시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진화의 과정이 점진적이라고 믿는 사람들과 진화는 오랜 정체 상태 중간중간에 일어나는 급속한 변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인간도 다른 생물들처럼 환경과 더 이상 맞물리지 못할 때 멸종하지 않으려면 적응하거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많은 경우 질병으로 나타난다. 몸과 환경의 어긋남은 많은 질환의 주된 원인인데,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몸과 맞물리지 않는 환경(인간이 만든 일부 환경도 포함된다)에 사는 비용을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