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다녀오면서, 4.3항쟁에 대해 너무 피상적으로 접하고 있었다는 걸 새삼 알게됐다. 여독을 잠깐 풀고 이리저리 찾고, 읽고 있다. 마냥 공부해야할 것 투성이다.

-4.3봉기 전, 국경(國警)이 동시 봉기하도록 전술을 세웠으나, 4.3 당일에 국경이 동원되지 않았다. 진상을 파악해보니, 제주도당 프락치 4명 중 2명은 영창에 수감되어 있었고, 중앙직속 조직인 문상진 소위를 만났더니, 4.3 투쟁 직전에 고하사관(제주도당 프락치)이 문 소위에게 무장투쟁이 앞으로 있을 것이니 경비대도 호응 궐기해야 된다고투쟁 참가를 권유했지만 문 소위는 중앙 지시가 없어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것. - <제주도 인민유격대 투쟁보고서>

-문상길이라는 이름은 박진경 9연대장 암살사건에서 다시 발견했다.
문상길 중위 법정 최후진술
"이 법정은 미군정의 법정이며 미군정장관 딘 장군의 총애를 받은 박진경 대령의 살해범을 재판하는 인간들로 구성된 법정이다. 우리가 군인으로서 자기 직속상관을 살해하고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죽음을 결심하고 행동한 것이다. 재판장 이하 전 법관도 모두 우리 민족이기에 우리가 민족반역자를 처형한 것에 대하여서는 공감을 가질 줄 안다. 우리에게 총살형의 선고를 내리는 데 대하여 민족적인 양심으로 대단히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이 법정의 성격상 당연히 총살형이 선고될 것이며, 우리는 그 선고에 마음으로 복종하며 법정에 대하여 조금도 원한을 가지지 않는다.

안심하기 바란다. 박진경 연대장은 먼저 저 세상으로 갔고 수일 후에는 우리가 간다. 그리고 재판장 이하 전원과 김 연대장도 장차 노령해지면 저 세상에 갈 것이다. 그러면 우리와 박진경 연대장과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저 세상 하나님 앞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인간의 법정은 공평하지 못하여도 하나님의 법정은 절대적으로 공평하다. 그러니 재판장은 장차 하나님의 법정에서 다시 재판을 하여 주기를 부탁한다."

-북쪽의 평가는, 제주도당/전남도당 독단의 모험주의적 봉기라는 것 같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남로당(박헌영) 계를 숙청하면서 공식화된 입장인 것 같다.
"여수의 14연대를 비롯한 국방군대의 혁명조직들의 형편은 아직 폭동을 일으킬 수 있는 역량으로 성장되어 있지 못하였다. ... 박헌영 도당은 이러한 상황에서 처음부터 혁명역량 특히 국방군 내의 혁명역량을 파괴할 목적으로 무모한 폭동을 조직하였고 이런 데로부터 이자들은 다른 지방과의 아무런 연계도 지어주지 않았으며 고립무원한 투쟁에로 병사들을 내몰아 그들을 희생케 하였던 것이다" - <박헌영, 이승엽 등의 공판문헌>, 남로당연구 자료집 / 김동춘, 한국 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극우세력은 남로당 중앙당의 지침 아래 4.3 봉기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고(이들은 김달삼은 중앙으로 봐야하고, 전남도당(道黨) 올구가 사실상 제주도당(島黨)을 지도했고, 문상길 소위 역시 봉기를 주장한 강경파였다고 주장한다.), 정부4.3위원회가 제주도당의 단독봉기로 꼬리자르기 했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드러나 있는 자료들로는 남로당 중앙의 지침을 확인할 수 없다. 극우세력(지만원 등)의 글에는 따로 근거자료가 첨부되어 있지 않다.

-일도양단으로 설 수 없는 많은 자리들이 있다는 걸 매번 생각한다. 숙연해지면서, 또 아쉽고, 안타깝고, 역사는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음을 되새긴다. 오늘은 글들을 읽다 마음이 문상길이라는 이름에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