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거딱 중간 - 아침

하루는 길어
우리가 생각 하는 것 보다 길어
하지만 하루 안에 무언가를 하긴 힘들어
어째서?

용서받지 못하는 사람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나쁜 사람인걸까
알 수가 없어
알 수가 없어

왼쪽과 오른쪽을 가끔 헷갈리는 바람에 혼이 나
면허증 사진을 볼 때마다 딴 사람 같아
이상해

명절 때 가족들을 만나게 되는 게 무서워
`괜찮아 다음에 잘 하면 되지` 라는 소리를
듣는 게 무서워

변하지 못하는 것과
변하는 것 중
어느 쪽에 서야만 할까
나는 어느 쪽에 서 있는 걸까
어느 쪽에 서야만 할까



아직까진 중간인 상태로 있는게 중요해

 

//

 

목소리 너무 좋아.

가사도 좋아.

멜로디도 좋아.

다 내 얘기야.

 

목소리 흉내내고 있으니까, xx이 막 욕한다.

내 듣기에는 그럴듯한데 말이지.

 

2010/03/17 20:21 2010/03/17 20:21

듣는거벗이여 해방이 온다

블로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몇개를, 무한 반복해서 듣곤 하는데,

그 노래 중 하나가 윤선애씨의 '벗이여 해방이 온다'이다.(옆에 플레이어에 있는 거.)

 

집에 와서 부모님과 있을 때도 노래를 틀어놓았는데,

어째, 부모님이 내 방에 들릴 때면 여러 노래 중 하필 저 노래가 흘러나온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있었는데, 가사가 하나하나 또박또박 들리면서 내가 화들짝 놀라 스피커를 꺼버렸다. ;; 생각해보면, 저 노래가 흘러나와서 내 방에 오신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 누가, 엄마와 엄마 친구들과 차를 타고 가다 '들불의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반동의 피로 붉게 도색하리라'에서 모두 얼어 붙었단 얘기를 올린 걸 읽었었다. 뭐, 그만한 임팩트는 아니지만, 내 부모님 꽤나 당황하셨을 것 같다.

 

벗이여 고이 가소서, 투쟁으로 함께 하리니.

그대 타는 불길로, 그대 노여움으로,

반역의 어두움 뒤집어 새날, 새날을 여는구나.

그 날은 오리라, 가자 이제, 생명을 걸고.

 

하지만, 우린... 그래야 한답니다.. 자신은 없지만..

전태일 열사의 말이 떠오르곤 한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조금만 참고 견디어라.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잘 살아야 한다. 정말. 정말. 잘 살아야 한다.

2010/02/12 12:18 2010/02/12 12:18

듣는거졸업

 

그런 날이 또 올까 사랑하고 방황하고
졸음 쏟아지던 도서관도 이젠 그리워질까
바람따라 타오르고 바람따라 흔들리던
그 시절 지나 이제는 어디로든 가야하지

사람들속에 이름도 없이 묻히진 않을까
세월따라 꿈도 잊고 그렇게 나이들진 말아야지
내 인생이 이대로 정해진 건 아니지
언젠가 나도 갈림길을 만날테고
그 때도 기억해야지 내 젊은 시절 높은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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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알게 된 곡.

이야. 좋다!!

 

언제나 가장 무서운건 나에 대한 못미더움이다.

처음부터 그랬다.

지금 나의 마음을 잃게 될까봐, 세상의 가치에 영합해 살아가게 될까봐

마음을 졸였다.

그게 무서워서 울곤했다.

날아다니던 사람들이 자신이 했던 것을 부정하고, 잘먹고 잘사는 걸 볼 때도 두근거렸다.

그리 대단하지 못한 난, 내 마음 하나 간직할 수 있을까.

 

지금 나에겐

졸업이란게 별다른 의미도 없고, 행정상의 표시에 불과할 뿐이지만,

뜻하지 않게 이 노래를 듣고, 품어왔던 떨림이 떠올랐다.

졸업이 특별히 감정을 동하게 하는 건 아니다.

아마 내년엔 좀 다를 것이다.

2010/01/19 23:27 2010/01/19 23:27

듣는거포스트락

mogwai를 좋아하는데, mogwai를 소위 포스트락이라고 부르네.

 

포스트락.....;; 포스트... 음

모던락에 상대적인 의미인가..?

그럼 모던락은 뭘 지칭하는 걸까...

 

음악장르에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라는 걸 보고

이건 뭥미-가 절로 터져나왔다.

정말 저게 뭐니?

내가 노래를 부른다면 대체 장르가 어떻게 될까?

그로테스크 무규칙 이종 딴따라?

 

 

포스트락 앨범을 모아놨다는 블로그

http://ichosemusic.blogspot.com/2008/10/big-post-rock-collection-part-i.html

 

 

여기서 last vote라는 밴드의 앨범을 다운받아 들어보는데,

mogwai랑 비슷한 분위기네..

2010/01/05 10:20 2010/01/05 10:20

지나간다음악

집에 mp3를 구워놓은 씨디가 많이 있길래 그 안에 담긴 파일들을 모두 하드에 옮겨보았다. 대학교 1학년 무렵부터 몇년동안 내가 모아놓고 들었던 음악들의 목록을 훑어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CD에 어떤 밴드의 음반이 하나 밖에 안 담겨 있지만, 다음 CD에는 그 음반 외에 다른 음반이 하나 더 담겨 있기도 하고, 이렇듯 어떤 식으로 듣는 음악의 범위를 넓혀나갔는지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보낸 시간과 기억의 조각들을 이런 식으로 뜻밖에 확인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떠올려보면 내가 만들었던 컴필레이션 음반도 있는데, 그걸 주위사람들에게 선물하고 꽤나 뿌듯해 했었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난 어느만큼 멀어졌나.

 

CD10장 분량의 mp3가 지금은 DVD 한장에 들어간다. 지금 집에 쌓여있는 수십장의 CD는 정리하고 나면 DVD 몇 장 분량 밖에 안될텐데, 공간을 잔뜩 차지하고 있는 녀석들이 민망해할까 해서 머쓱하다. 불과 5년전만 해도 DVD를 집에서 굽는 건 꽤 드문 일이었단 말이다.

그만큼 사람마다 쥐고 있는 정보의 양은 끝모르고 많아지는데, 우리는 그 중 어느만큼을 담아내고 있을까? 지금은 예전만큼 음악에 탐닉하지 못하는데,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이 많아질 수록 쉽게 물리는게 아닌가 싶다. 나를 살펴보면 고등학교 때보다 듣는 음악의 양은 많아졌을지언정, 어떤 음악 하나를 내 안에 담아내는 깊이는 더 얕아졌다. 몇 년 전엔 음악 하나에 심취해 그 음악을 구석구석 머리속에 그려넣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뭐, 그 땐 아예 mp3플레이어라는 게 없었고, 휴대용 기기는 cdp, mdp, 카세트플레이어 등이었는데, 난 cdp살 돈을 못모아 카세트플레이어로만 음악을 들었었다. 이미 절판돼 구하기 힘든 음반을 사기 위해 시내 모든 음반사를 돌아다니던 게 떠오른다. 지금은 설사 구하기 어려운 음반을 찾아야 한다 하더라도 발품을 팔기보다는 손가락에 일을 더 시켜야 한다. 어렵게, 어렵게 원하는 음악을 찾았다 해도 전선을 타고 온 음악은 발품을 팔아 손에 든것보다는 애착이 떨어진다. 옛날에 대한 향수인건가 질문을 던져보는데, 손과 발, 오감을 통해 촉지한 것과 전선을 타고 와서 모니터에 보이는 것 사이에는 그만한 '물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편이 더 맞는 것 같다. 우리는 결국 色의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2009/12/19 16:39 2009/12/19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