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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외면, 변죽만 울리는 한겨레의 성매매 담론

 

성노동자 외면, 변죽만 울리는 한겨레의 성매매 담론  
 

진보언론의 기조는 그 사회의 방향타를 제공한다. 87년 6월항쟁의 결과물인 한겨레신문은 나름대로 그간 이 사회를 진보로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이는 대학생들을 비롯하여 언론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신뢰도 조사에서 줄곧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그러나 할 말은 한다는 한겨레가 성매매란 이슈를 만나면, 순식간에 조중동과 같은 수구·보수지보다도 못한 찌라시로 추락한다. 이는 성매매에 대한 관점에서 한겨레가 주로 도덕적인 입장을 취하는 데에서 잘 나타난다. 즉, 문제가 많은 성매매 특별법(성특법)에 대해서, 조중동은 평소 선정적이긴 하지만 심심찮게 이런저런 대안(합법화, 비범죄화)을 거론하는데 비해, 한겨레는 오히려 찬양 기사를 내보내면서 대안에는 일체 침묵하는 반동현상을 보인다.

3일자 <한겨레 프리즘>에 실린 ‘풍선효과와 자연산’(박주희 기자) 기사를 보자.(“이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이 없는 까닭에 그간 한겨레 논조 - 성매매 금지주의 - 를 감안, '한겨레'로 표기하겠다.)

기사에서 한겨레는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8월부터 한달 동안 전국에 있는 이른바 ‘신변종 성매매업소’ 실태조사를 벌인 보고서 자료를 열거했다. 이 조사에서 말하는 결론은 “한국 사회에서 성을 사는 일은 참 손쉽다.”와 “성구매자는 낯선 이들이 아”닌 “아내의 남편이고, 딸들의 아버지고, 여동생들의 오빠들”이다.

이 조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생계에 허덕이는 성노동자들이 비공식부문에서 행하는 자발적 노동은 모르쇠하고, 나이 마흔을 넘겨도 허다한 미혼들(비혼율 40%를 상회하는)과 욕망의 결혼시장이 판치는 야만의 천국에서 그 ‘신성한 가족이데올로기’로 성매매를 방어하자고 주장하는 것인가. 해서 성매매를 어렵게 규제하자고만 외치면 금지주의는 실현 가능해질 수 있는 일인가.    

실태조사에 참여해 ‘필드’를 샅샅이 훑어봤다는 최창진(사회당 대구시당 사무국장)씨 등은 “‘풍선효과’ 담론의 음모를 들춰냈다.”는데, 그에 따르면, 성특법 “이전에도 성매매산업은 경쟁적으로 ‘발전’해왔”으며, 풍선효과란 건 “성매매방지법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이 거대 산업의 번창 책임을 법 탓으로 돌려 법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숨긴 담론”이란다. 물론 “한때 된서리를 맞았던 성매매업소 집결지는 다시 버젓이 영업 중”이라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런 '음모'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의 ‘딸’들이 왜 성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풍선효과의 진실은 무엇인지 지면관계상  신뢰할 만한 간단한 통계와 관련 발언을 통해 사실관계를 알아보기로 하자.    

1. 2001년 여성부가 보건사회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하여 조사한 "성산업구조및 성매매실태 연구"에 의하면, 성노동자중에서 성매매를 인정받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56.8%, 법에 의한 간섭을 거부한 사람이 35%로써 도합 92.8%가 직업으로 자발성을 가지고 일하고 있음이 입증됐다.

2. 2004년 10월 12일 대구여성회관 태평상담실에서 대구 집창촌 여성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87%가 성매매직업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3. 2005년 1월 성노동자들의 단체인 ‘한터여종사자연합’은 자체 조사한 소속 집창촌 여성 515명의 실태조사 백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청원서에 의하면, 이들은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노동을 최후 수단으로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형제까지 포함할 경우 이들의 가족부양 비율은 90%에 달했다.  

4. 2005년 6월 7일 ‘폴라리스 프로젝트’* 공동대표인 캐서린 천(25·여)은 성매매가 국제적으로 ‘풍선효과’로 인해 단속이 심한 나라에서 약한 나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성특법이 발효된 뒤 성매매 종사자들이 대거 이동, 전 세계적으로 한국 여성의 공급이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폴라리스는 워싱턴과 도오쿄오에 지부를 두고 미 법무부, 국무부, 의회로부터 예산 기금 등을 지원받으며 성매매 여성 구조활동을 하는 국제 인권단체이다.)

성구매자를 도덕적으로 단죄하려는 기사에 성노동자들의 실태 통계를 제시한 것은 성특법의 애초 목적이 ‘집창촌 폐쇄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성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면서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논할 때에는 반드시 이해당사자의 가장 우선순위인 성노동자들을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또한, 풍선효과에 대해서는 ‘폴라리스 프로젝트’ 측의 발언을 예로 들었지만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일본, 호주 등 해외 각지에서는 성특법을 피해 생계를 찾으려는 한국 성노동자들의 유입을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풍선효과'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인 것이다.  

성매매 금지주의(성특법)에 대해서는, 실태조사에 참여한 이가 속한 사회당만이 아니라 진보신당, 민주노동당과 모든 우파 정당들 그리고 주류운동권에 한겨레까지도 하나같이 찬양 일색인 기기괴괴한 형국이다. 정체성이 천양지차인 정당들 사이에서 성특법에 관해서는 어찌 이렇게 의견일치를 볼 수 있었을까.

혹여, 이들에게서 공통점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성(性)을 ‘파는 일’과 ‘사는 일’이 자신들과 무관할 정도로 이미 풍요롭고도  도덕적인(?) 삶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성특법 7년차를 맞을 때까지, 성노동과 성구매 현상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않고 변죽만 울리는 한겨레의 성매매 금지주의 담론,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

유럽만 들여다 봐도 즉시 사태 파악이 될 터인데, 인신매매와 폭력이 아닌 생존권과 자연의 본능,  성(性)시장의 신자유주의 메카니즘과 정치권력의 통치기술로써 모럴 테러리즘 정도는 이해해야 한겨레를 '진보언론'이라 부를 수 있을 터인데, 무엇이 무서워서인지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한겨레, 갈 길이 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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