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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4
    [운동평론] 정혜신의 문재인 지지와 대안적 치유
    혁사무당파
  2. 2012/12/09
    [운동평론] 무너진 개혁과 대선, 그리고 변혁운동
    혁사무당파

[운동평론] 정혜신의 문재인 지지와 대안적 치유

정혜신의 문재인 후보 지지와 대안적 치유


지난 9일 정혜신(정신과 의사)씨가 문재인 후보 찬조연설을 했다. 이에 대해 10일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본부는 논평을 통해 ‘와락 센타의 엄마’로서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절망에 공감하며, 치유에 앞장서셨던 분”이라고 전제하면서, 정씨는 “왜 그들이 고통을 당하게 됐는지(비정규직 포함 3천명 이상 해고, 회계조작과 폭력적 파업진압, 송전탑 농성 등)” 얘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책임 있는 사람으로 정 씨의 친노 행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식, 혹은 희망 노무현 2002』이란 책과 한겨레 칼럼(2003.12.21)에서 정씨는 이렇게 노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노무현은) 본능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본능에 반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조절할 수 있고 자신의 운명에 책임질 수 있는, 심리적 건강의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람이다. 좀 속되게 말하자면 진짜 배짱이 있는 사내다.”, “놀랄 만큼 정교한 논리적 사고, 그와 배치되는 듯한 열린 감성, 기존 사고의 틀을 뒤집어엎는 혁신적 발상과 인본주의 가치관 등 지난 대선 기간 중 압축적으로 드러난 그의 통찰력과 행동력은 단연 발군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는 2004년 투기자본인 상하이 자본에 쌍용차를 헐값에 팔아넘긴 노무현 정권과 투자약속 이행은커녕 기술만 빼먹고는 법정관리에 내맡긴 채 중국으로 도주한 대주주인 상하이차에 대한 사법처리를 미루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공동책임이다. 파업으로 정당한 요구를 한 노조에 대해 무자비하게 폭력 진압한 것은 이명박 정권이지만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노무현 정권이었다는 말이다.  

노무현 정권의 실정은 비단 쌍용차에 그치지 않는다. 노무현 재임 동안 스물 세 분의 열사들이 목숨을 내던지며 항거했을 정도로 노동에 대한 자본과 권력의 탄압은 극에 달했다. 이는 노무현 당시 구속 노동자가 무려 1,052명(김영삼 632명, 김대중 892명)이라는 수치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노무현 정권은 비정규직 양산법을 만들었고, 공무원노동자의 단결권을 박탈한 채 노조를 불법화시켰으며, 전교조와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탄압했다. 수용소에 갇힌 이주노동자 9명이 불에 타 숨진 것도, FTA 반대집회를 원천 금지하고 봉쇄한 것도, 미국의 이해에 부응해 이라크 파병을 강행한 것도 모두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 발생한 일로 오늘의 학정과 깊이 관련돼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노 인사인 정혜신 씨가 쌍용차 해고노동자과 그 가족들의 극심한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인도적·도의적 차원에서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려 다가간 것은 형식적으로 나름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씨가 노무현의 심리적 건강만 극찬한 데서 보듯 그가 보고 배운 것은 문제의 대부분을 ‘개인의 능력(?)’에 치중하는 부르주아 정신의학에 불과하기에 한계는 명백하다. 

따라서 정씨는 평범한 친자본적 일개 심리학자에 불과하므로 바로 그 자본과 권력이라는 구조가 빚은 결과물인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적임자라고 할 수 없다. 노동을 탄압하는 시스템을 (알아도) 모르쇠 하는 그 어떤 치유도 일시적인 ‘위로’의 수준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정씨가 ‘와락 센타’라는 대중적인 선의의 이미지를 등에 업은 채 문 후보를 지지하며 사실상 정치 일선에 재등장한 것은 운동에 대한 교란적 성격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본부가 “(정씨가) 얘기하지 않는 그곳, 바로 그곳이 우리 투쟁의 출발 지점”이라며 투쟁 속에서 이루어지는 해고노동자들 스스로의 치유를 강조한 관점은, 비판적 정신의학계에서 흔히 권장하는 ‘자조모임’ 해법이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연대로써 매우 적절한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해고로 인한 극심한 경제적 빈곤은 당연히 원직복직으로 답안이 나와야 하므로 이와 관련한 노동자들의 주체적·실천적 투쟁역량은 가장 중요한 초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파업 중이던 쌍용차 노동자들이 경찰에 진압당하는 과정에서 몽둥이·물대포·최루액·테이저건 등에 맞아 쓰러지는 상황에서는 전쟁터에서 흔히 발생하는 이른바 ‘전투 신경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투 신경증’은 일반적으로 운동 마비, 감각 상실, 경련, 기억 상실 등 신경학적 손상이 그 증상으로 나타난다.  

‘전투 신경증’에 대해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신경생리학·심리학·인류학을 강의하는 교수로 폭넓은 지성을 지닌 의학자였던 영국의 리버스W. H. R. Rivers가 그의 환자였던 젊은 장교 시그프리드 서순Siegfried Sassoon에게 행한 성공적인 심리 치료가 유명하다.  

리버스는 (보수적인)전통적 접근보다 인도적이고 이성적인 치료가 우월하다는 점을 밝히려 ‘대화 치료’를 통해 서순에게 수치심 대신에 존엄과 존경의 대우를, 그리고 침묵 대신에 전쟁의 공포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쓸 수 있게끔 격려했다. 성찰한 결과는 놀라웠다. ‘의식 향상’이 이루어진 서순은 군 복무 중 공개적으로 평화주의 운동과 손잡고 전쟁을 비난하며 오늘날 반전 성명서와 유사한 <군인 선언Soldier's Declaration 1917>을 써낸 것이다. 

“나는 군사권력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이 선언서를 작성한다. 전쟁은 그것을 끝맺을 수 있는 권력이 있는 이들에 의해서 고의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군인이며, 군인들을 대신하여 행동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방어와 자유를 위한 전쟁이라고 믿었던 이 전쟁이 이제는 공격과 정복을 위한 전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 나는 부대 안의 고통을 목격하고 견뎠다. 이제는 사악하고 부당한 목적으로 이러한 고통을 지속시키는 당사자가 더 이상 되고 싶지 않다.“

이보다 치료가 더 어려운 ‘전투 신경증’의 경우는, 어제 바로 옆에서 같이 일하던 노동자가 오늘 적(?)처럼 돌변한 그런 상황이다. 쌍용차 사태에서처럼 파업투쟁 현장에서 어제의 동료들이 바리케이트를 마주한 채 마치 용역깡패들처럼 혹은 구사대처럼 행동하고 나설 때 노동자들은 망연자실하게 된다. 

여기에서도 리버스의 관점은 유효하다. 리버스는 군인이 전쟁터에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동기라고 밝혀낸 것은 애국심이나 추상적 원칙 혹은 적에 대한 증오보다 더 강한 무엇이었다. 바로 그것은 군인들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이었다. 

이른바 ‘전우애’로 불리는 전장에서의 연대감은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자본에 의해 노조가 깨지고 노동자들끼리 맞붙는 상황이라면 ‘패닉’을 피할 도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약이나 위로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답은 역시 성찰한 ‘의식 향상’이다. 이를 토대로 다시금 처음으로 되돌아가 씨를 뿌리고 조직을 튼실하게 꾸리는 일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정혜신의 문재인 후보 지지처럼 ‘비판적지지’ 2012버전인 <정권교체만능  개혁>이 끊임없이 재탕되고 있는 오늘 제대로 된 <세상바꾸기 변혁>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난시기 노무현 정권 아래 스러져간 23인의 열사들을 상기하며 보다 진중(鎭重)해질 필요가 있다. 

● 2003년
박상준 (4.28 화물연대 포항지부 소속 조합원, 투쟁승리 염원하며 음독 운명)
송석창 (8.4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 '국민연금제도 개선’ 호소 유서 남기고 자결)
이현중 (8.26 세원테크지회 문화체육부장, 구사대 폭력에 중상, 수술 부위 암 발생 운명)
이경해 (9.10 전국농민단체협의회 고문, 제네바 WTO본부 앞 단식농성, 할복)
김주익 (10.17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 고공크레인 농성 중 자결)
곽재규 (10.30 한진중 문화체육부장, 김주익 지회장의 죽음에 괴로워하던 중 투신 운명)
이용석 (10.31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광주본부장, '비정규직 철폐' 외치며 분신) 
이해남 (11.17 금속노조 세원테크 지회장, 극심한 노동탄압에 저항 분신) 
● 2004년
박일수 (2.14 현대중공업 사내하청협 결성 시도, 비정규직 차별철폐 유서 남기고 분신)
정상국 (5.26 장흥교통 버스 노동자, 막가파식 해고 노동탄압에 음독 자결)
김춘봉 (12.27 한진중공업 노동자, 사측의 계약 연장 거부에 저항 자결) 
● 2005년
김태환 (6.14 한노충주지부장, 레미콘노동자 투쟁중 사측 고용 대체차량에 치어 운명)
류기혁 (9.4 현대자동차ㆍ부경기업 노동자, 일방적인 해고 노동탄압에 자결) 
김동윤 (9.10 화물연대 회원, 유가인상과 유류보조금 압류 등 극도의 생활고에 분신)
정용품 (11.11 한농연 회원, 쌀수입개방 반대와 농업정책 비판 유서 남기고 자결)
오추옥 (11.17 성주군 여성농민회 문화부장, '쌀개방 반대' 유서 남기고 음독 자결)
전용철 (11.24 보령농민회 주교면 지회장, 전농대회 참가 경찰의 집단구타 원인 운명)
홍덕표 (12.18 농민, 전농대회 참가 경찰 폭력으로 중상 33일간 투병하다 운명)
● 2006년
하중근 (8.1 포항건설노조원, 형산강 로터리 집회에서 경찰폭력으로 뇌 손상 운명)
● 2007년
전응재 (1.23 우창운수노조 부위원장, 임금삭감과 활동가 해고에 반대 분신 운명)
허세욱 (4.15 한독택시 노조원, "한미FTA 반대"외치며 분신 투병중 운명)  
이근재 (10.11일후 노점노동자, 고양시 폭력단속에 집 나간뒤 시신이 되어 돌아옴)
정해진 (10.27 상신전기 노동자, 집회 중 단체협약체결 요구하며 분신 운명) 



글: 최덕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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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평론] 무너진 개혁과 대선, 그리고 변혁운동

[인권뉴스 운동평론]
무너진 개혁과 18대 대선 그리고 주체 통한 변혁운동



 

그간 정규직·대공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민주노조운동의 몰골이 영 말이 아니다. 특히 관련 인사들이 노동자 주체의 정치세력화를 포기한 채 졸지에 철새로 주저앉은 현상이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사기록을 위해 최근 18대 대선 국면에서 이 모양을 가중시킨 장본인들의 이름을 불러보자.  

이용식(민노총 전 사무총장) 이영희(민노총 전 정치위원장) 이수봉(민노총 전 사무부총장) 김태일(민노총 전 사무총장) 곽태원(전 사무금융연맹위원장) 김형근(전 서비스연맹위원장) 구수영(전 민주택시 노조위원장)등 <이상 안철수 캠프행>, 배강욱(전 민노총 부위원장) 이경훈(전 현대차위원장) 장운(전 대노련위원장) 장도중(전 신용평가위원장) 문성현(전 민노당 대표) 이상현(전 민노당 대변인) 나지현(전 여성노조위원장) 김한상(전 사회보험노조위원장)등 <이상 문재인 캠프행> 

또한, 얼마 전 민노총에서는 부실투표(임시대대 의사정족수 부족 유회)로 인해 제7기 임원선거 절차가 모두 원인무효가 된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따라서 민노총은 현재 임원선거를 중단한 채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비대위 구성에 들어간 상태다. 민노총 중앙이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랄 수 있는 비상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새로운 기운이 움트고 있다. 지난 2월 초 한국지엠 김일섭 활동가의 제안으로 현장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동의한 활동가들은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모임』(변혁모임)을 꾸려 △정파적 질서와 한계 넘기 △현장에서 신뢰받는 현장활동가들 중심 △비정규직 동지들이 주체로 참여 △변혁적 현장실천 중심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추진을 기조로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본부』(선투본)를 통해 18대 대선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대통령을 ‘투쟁하는 민중 모두의 이름’으로 규정하고 기륭전자 투쟁의 성공 신화를 일군 주역의 한 사람인 김소연 활동가를 그 상징으로 내세운 것이다. 

선투본은 ‘자본주의 반대와 정권교체를 넘어선 노동자‧민중의 직접 정치와 행동’을 주장하며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 △투기와 경쟁과 삶의 불안이 없는 세상 △차별과 배제가 없이 함께 사는 세상 △핵과 전쟁과 환경파괴가 없는 세상을 4대 과제로 내세운 유세를 진행 중이다. 선투본 유세는 울산, 평택, 유성, 전주, 동두천 등 전국의 고공농성장을 비롯하여 노동자들의 길거리 장기투쟁현장에 집중 연대함으로써 ‘당선’을 목표로 한 기존의 부르주아 선거유세와 달리 ‘의제투쟁’이라는 특별한 전술로 차별화하고 있다.  

‘의제투쟁’ 전술은 민노총 일각의 철새들 움직임과 상반되게 노동·사회운동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데 상당한 효과를 발하고 있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의 지지선언은 강단으로 확대되어 전국 57개 대학 및 연구기관 교수와 연구자, 지식인 등 115명이 노동자대통령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 73명도 지지선언에 동참하는 등 확산일로의 ‘의제투쟁’은 대선이후 진보좌파진영의 재편성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노총만이 아니라 이러한 지각변동의 필요성은 최근 종잡을 수 없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민대통합이라는 미명하에 한광옥(전 민주당 상임고문) 한화갑(전 민주당 대표) 김경재(민주당 전 의원) 등 적지 않은 동교동계 인사들의 박근혜 캠프 합류는 그간 DJ에 기댄 지역정치에서 부르주아 계급정치로 제자리를 찾아간 것으로, 통진당 사태에서 빚어진 진보정의당이라는 또 다른 회색의 탄생을 오히려 조소케 한다. 결국 이는 87년 6월항쟁 이후 오늘까지 진보좌파진영을 끊임없이 교란해온 ‘비판적 지지론’의 시효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반증한다. 

또 다른 필요성의 하나는 운동의 내부인 것 같은 외부로서의 ‘여성운동’이다. ‘여성대통령’을 강조한 박근혜 후보가 국민들로부터 나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그동안 운동 내외부를 치명적으로 관통하며 여론몰이에 성공한 성性분리주의인 ‘급진적 여성주의’ 운동의 반동적 성과로 이해해야 한다. 박근혜 캠프는 빨간 색깔부터 여성운동까지 이용할 정도로 지능적이므로 이제야 ‘생물학적 여성’ 등의 한계를 거론하며 뒷북 치고 있는 비박·반박 여성운동의 자기모순적인 비판에 일체 개의치 않을 정도로 여론장악에서 이미 우위에 서 있다. 문제는 주류 여성운동의 이러한 패닉현상 해소에는 오직 문재인이 답이라는 운동적 한계가 이들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짧은 예이지만, 이렇듯 운동과 시대정신은 필연적인 만남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일은 노동자대통령 선투본의 ‘의제투쟁’과 함께 노동운동의 진로에 대한 진정성 있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대선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관련한 노동운동의 업그레이드가 각별히 주목된다.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노혁추)은 ‘혁명’지(대선특보 1호)를 통해 이번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의 성격에 대해 “희망은 가진 자들 간의 권력 이동에 불과한 허구적인 정권교체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이 투쟁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모아내서 노동자계급의 이름으로 자본독재에 대항하는 계급적 전선을 형성하는 데 있다”고 규정, ‘불편한 진실’을 서슴없이 제출했다. 

노혁추는 특히 쌍용차 문제에 대해 “'내 문제 해결‘로 빠져나가는 것은 정치권에 기대고 야권 대선후보들에 활용 당하고, 결과적으로 정권교체 지지몰이에 복무하는 길”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정치권에 의한 국정조사로 쌍차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며 쌍차 활동가들의 국정조사 편향 기조가 잘못됐다는 인식이다. 즉, 쌍차 문제는 “이미 단사의 문제가 아니”므로 “정리해고 철폐투쟁으로 확대될 때만이, 계급적·사회적 연대투쟁으로 확장될 때만이 해고자 복직도 쟁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공황기를 맞아 지금은 사선에 선 노동자들이 자본에 맞서 전열을 재편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개별사업장의 요구를 들고 각기 문제의 단사와 기존 정치권에 SOS를 타진하는 식의 접근을 한다면 이는 운동이 무너졌다고 말하는 바로 그 민주노조운동의 폐해를 답습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이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아래서 명백하게 한계에 봉착한 ‘개혁운동’을 노동운동이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이 당선되면 되는 것도 별로 없이 여기 포진한 철새들과 함께 노동·민중운동에 대한 강력한 포섭이 진행되어 자본에 맞선 전선 형성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박근혜가 되면 현 정권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노동에 대한 적대적 모순이 그대로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서푼어치 개혁운동이라면 모르되 “세상을 바꾸자”는 변혁운동이 만약 이들에게 기댄다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운동은 미시적으로 때로는 우클릭으로 반동적 퇴행에 직면할 때도 있긴 하지만, 거시적으로는 진행방향이 좌클릭으로 부단히 전진한다고 보는 게 옳다. 그래서 우리는 ‘변혁운동’으로 새로운 전망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개혁운동의 시행착오 위에 변혁운동이 우뚝 서는 것은 역사의 법칙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다만, ‘불편한 진실’을 지혜롭게 풀어가며 꾸준히 가던 길을 가면 된다.


글: 최덕효 (인권뉴스 대표)


[한국인권뉴스 201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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