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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토론 : <3부> 국제연대를 위한 대안미디어 - 김정우

 

[토론문]


국제연대를 위한 대안미디어

: BASE211)의 경험(2001~2004년)


김정우 (진보네트워크센터)


들어가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물결은 점점 거세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불평등한 무역협정은 세계경제질서에서 선진국들과 자본의 지배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노동, 농업, 인권, 문화, 의료, 교육, 여성, 환경 등 모든 영역에서 전세계 민중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를 막아내기 위한 민중진영의 투쟁도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를 막아내기 위한 민중들의 국제연대 투쟁은 실제로 정부간 협상을 막아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99년 시애틀 WTO 반대 투쟁, 2001년 제노아 G8반대투쟁, 2003년  칸툰 그리고 2005년 홍콩 WTO 반대 투쟁에서 이미 우리는 이런 투쟁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대안 미디어들은 세계각지의 투쟁소식과 정보들을 전파하고, 국제연대를 조직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독립미디어센터(IMC)를 비롯한 다양한 인터넷 대안 미디어들은 투쟁현장의 소식들을 사진과 영상 글을 통해서 생생히 제공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진보진영의 주장들을 사회적으로 의제화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 대안미디어는 한국 민중운동진영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IMC와 같이 민중진영의 투쟁소식을 전하는 다양한 진보적 인터넷 대안언론들이 존재해왔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한국 민중운동진영의 국제연대 활동은 언어의 문제와 역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1년 오픈한 BASE21은 영문 인터넷 미디어로, 민중운동의 국제연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 글은 BASE21의 경험을 소개하고 그 성과와 과제에 대해서 살펴보기 위해 작성되었다.


BASE21 창립 배경


국제연대 투쟁에 있어서 해외 민중들과의 신속한 정보교환과 소통은 매우 중요한 활동의 하나이다. 그러나 한국 민중들은 언어적인 한계로 인해서 국제적인 소통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에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국제연대 활동가들도 대부분 한글과 영어에 한정된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글 사이트의 구축이나 한글을 통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잘 이루어지고 있는데 반해, 국제적인 소통을 위한 다양한 언어의 사이트를 구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소수의 단체들만이 영문사이트를 구축해서 운영하고 있다. 영문자료가 만들어져도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통해서 출판하는 단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언어적인 한계는 한국 민중진영의 국제연대의 가장 큰 장애물 중의 하나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국제연대를 위한 영문 인터페이스와 미디어 플래폼을 구축하는 것은 이 부재한 상황에서, 영문 자료가 생산이 되더라도, 이런 자료들이 특정한 웹사이트를 통해서  사실상 아카이브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 한국 시민사회 단체들의 실정이다. 영문뉴스레터를 생산하고 있는 단체들 중에서도, 제대로 영문웹사이트와 아카이브를 구축해서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는 단체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2001년 진보네트워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한국 진보진영 각 단위의 투쟁 소식을 해외로 전파하고, 국제연대를 조직해 내는 미디어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영문 인터넷 미디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 참여연대,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성공회대학교아시아NGO센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국제연대 활동가들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 BASE21의 활동에 동참하였다. 또한 한국의 진보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국내외 자원활동가들이 BASE21 활동에 참여하였다.

 

 

△BASE21 메인 페이지 (http://base21.jinbo.net)

 

 

 

주요 활동과 성과


BASE21의 주요활동은 크게 기술적인 부분과 내용적인 부분으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겠다.

첫째 기술적으로 살펴보면, 일단 국내 인권, 문화, 환경, 노동 등 진보진영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영문자료를 데이터베이스 할 수 있는 기술적인 아카이브 시스템과 검색서비스를 구축했다. 각 단체들이 생산하는 성명서, 논평, 연구자료 등을 BASE21로 모아내고, 외국인들도 한국 진보진영의 소식들을 영어로 쉽게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또한 민중진영의 일상적인 투쟁뉴스 뿐만 아니라, 특정 이슈별 섹션을 구성해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속보뉴스, 성명서, 영상, 사진, 연구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해외에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자료들은 주로 메일링리스트를 통해서 정기적인 뉴스레터 형태로 제공되었다. 메일링리스트를 통한 소통은 발전노동자들의 투쟁이나 전쟁반대 투쟁 등 긴급한 투쟁사안에 대해서 국제연대 메시지를 조직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해외의 진보적인 미디어들과 기사를 교류하고 사이트 링크 등을 통해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갔다. 마지막으로 제도언론이 소외한(에서 찾을 수 없는) 민중진영의 진보적인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둘째 내용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 미국의 군사패권주의 반대하는 민중들의 투쟁에 대한 정보를 비롯하여 노동, 인권, 환경, 정보운동 등 다양한 영역의 운동소식을 제공하였다. 2002년 초 42일 동안 멈추지 않고 진행된 발전노동자들의 발전소 민영화 반대투쟁섹션(http://base21.jinbo.net/base21hot/antiprivatisation.html)을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뿐만 아니라, 공공기업의 민영화가 불러올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이 뉴스들은 각종 메일링리스트를 통해서 외국으로 전파가 되었는데, 해외활동가들로부터 한국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수 백 여개의 연대메시지를 조직해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또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에 의해 탄압받고 강제로 추방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소식(http://base21.jinbo.net/base21hot/migrant.html)을 가감없이 제공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의 제도언론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그 사실조차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이주노동자 투쟁 세션의 많은 내용은 실제 투쟁을 조직했던 평등노조 이주지부에서 보내준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전쟁방대/부시반대섹션2)을 통해서 2002년 부시 대통령 방한에 대한 반대투쟁, 미군에 의해 살해된 여중생 사건, 그리고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들을 알려내었다.


종합해보면, BASE21은 한국 민중운동 진영에서 소화해내고 있지 못했던 국제적인 소통을 위한 관문 역할을 했다. 또한 BASE21은 각 부문으로 흩어져 있었던 영문 소식들을 한곳에 모아놓음으로써, 국내 전반적인 투쟁소식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해외의 노동네트워크(Labornet)과 진보통신연합(APC) 등 국제 진보적 네트워크와의 연계 및 독립미디어센터(IMC)를 비롯한 다양한 대안 미디어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해외 네트워크와의 연계는 BASE21읉 통해서 전파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 BASE21 전쟁방대/부시반대섹션(http://base21.jinbo.net/antibush)

 

BASE21에 올리는 영문자료들은 대부분 BASE21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자원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가능했다. 이들은 현장에서의 소식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 뿐만 아니라 외국 진보적인 미디어에 한국의 소식을 알려내는 작업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BASE21 활동의 한계점


BASE21은 한국 민중운동의 국제연대의 관문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몇가지 큰 한계에 부딪치며, 결국 2005년 사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BASE21의 운영을 담당했었던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조직적인 한계였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사회운동정보화 및 정보인권운동의 전망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은 BASE21이 지향하는 국제연대를 위한 대안미디어의 전망과는 다른 성격의 운동이며, 진보네트워크센터로서는 사실상 많은 역량을 BASE21에 투여하기 힘들었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었던 국내 단체들이 BASE21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들이 생산한 영문 자료들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BASE21의 영문 콘텐츠 생산과 번역활동에 참여하는 인자들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지만, 그 활동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는 못했으며, 관련 업무가 진보네트워크센터로 집중되면서 그 업무를 감당하기가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네트워크센터는 민중운동진영에서 BASE21을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는 주체를 조직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으나, 실제로 책임성 있게 BASE21 활동을 담보할 수 있는 주체를 조직화하기 힘들었다. 결국, 2001년부터 2003년까지의 3년여의 기간동안 BASE21은 상당히 많은 활동을 했고 또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상당히 성장을 하였지만, 진보네트워크센터라는 운영주체의 전망의 차이와 인적 역량의 한계와 BASE21을 책임성 있게 담보할 수 민중진영 역량조직의 실패로, 2004년 말 BASE21은 잠정적으로 중단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BASE21이 담보했었던 국제연대를 위한 미디어의 역할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의 내적, 외적 조직화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국제연대를 위한 대안미디어의 건설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과제


최근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WTO를 앞세운 다자간 무역협정에서 지역간 자유투자협정 및 양자간 자유투자협정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자본의 강력한 확장을 위한 또다른 기제로 등장하고 있다. 지역간 경제블럭화에서 핵심은 국제시장에서의 패권을 누가 더 많이 장악할 것인가이며, 여기에서 민중들의 삶이 더욱더 착취당하고 억압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한중일FTA, 한중일+아세안 FTA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미 FTA 협상 시작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특히 한미 FTA를 통해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남북관계를 악용한 경제의 완전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인 패권에 우위를 선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의 체결은 97년 IMF 이상의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사회적인 안전망 붕괴 및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경제블록화와 FTA 등에 맞선 한국 민중들의 국제적인 연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중들의 국제적인 소통과 투쟁 소식의 전파는, 국제연대를 조직하기 위한 기본적인 작업이며, 한국의 경우 국제연대를 위한 영문 미디어의 구축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최근 과거 BASE21이 했었던 활동을 다시 살려내자는 논의들이 국내 활동가들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것이 BASE21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형식의 미디어가 될 수도 있다. 국제연대 대안미디어 건설을 위한 몇가지 단편적인 과제들을 제시하면서, 이 발제를 마무리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미디어를 운영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주체를 어떻게 세워낼 것인가이다. 그 주체가 미디어 활동가들이 될 수도 있고, 민중운동진영 내부에서 세울 수도 있다. 내용적으로는 부문운동과의 긴밀한 연대를 구축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한국의 상황을 외국에 알려내고, 나아가 외국의 상황을 한국에 알려낼 수 있는 역할을 알려내는 안정적인 번역활동가들을 조직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각각의 부문운동들이 실제 영문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조직해 내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민중들에게 언어적인 한계는 국제연대의 마인드를 키우기 위한 시도 자체를 억압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블로그나 트랙백, RSS 등 다양한 신기술을 우리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데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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