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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9호] 제주의 난개발과 구조적 원인 -자본과 권력에 맞선 투쟁이야기-

<기고>

제주의 난개발과 구조적 원인 

자본과 권력에 맞선 투쟁이야기

노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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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난개발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포크레인이다평일주말 구분할 것 없이 쉬지 않고 포크레인은 작동되고 있다그 내용은 상,하수도관 공사도로 확장 공사, LNG가스관 매입 공사신축 건물 공사바다 매립 공사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그만큼 제주의 풍경은 빠르게 변해 왔으며지금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제주도의 모습은 변해가고 있다더 정확하게는본래의 제주도의 모습이 상실되어 가고 있다.

 

 

필자가 느끼기에 제주시의 모습은 대도시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제주시에서 운전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교통체증 문제 역시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또한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최근 종종 올라오는 제주의 소식은 단연 쓰레기문제이다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의 발전제주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있다지난 3월에는 필리핀에 불법 쓰레기를 수출했던 것이 제주도 쓰레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제주지역 사회에 충격을 던져 주었다.

 

 

그렇다면 제주에 난개발이 일어나고 있는 구조적 원인은 무엇일까그리고 이런 난개발은 과연 제주도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지금도 많이 늦었지만이제는 살펴봐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또한제주 쓰레기 문제와 강정 해군기지 문제제주 제2공항 문제영리병원 문제비자림로 문제는 이슈는 다르지만 크게 보면 본질적으로 동일한 문제이다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자.

 

 

제주 난개발의 구조적 원인 >

 

1) 사회학적역사적인 측면

 

1948년 4월 3제주에서 4.3사건이 발생한다제주 4.3은 아직 이름을 찾지 못했다학살로 불러야할지항쟁으로 불러야할지 아직도 논쟁이 뜨거운 주제이다제주 4.3은 단순히 1948년에 일어났던 사건은 아니다. 1947년 3.1절 기념 제주도대회에서부터 1954년 한라산 금족령이 풀리기까지 7년에 걸쳐 일어난 사건이다제주 4.3사건이 일어날 당시 대통령은 이승만이었다이후 박정희 – 전두환 – 노태우에 이르기까지 군인에 의한 군사쿠테타가 두 번이나 일어났다서슬퍼런 군사 독재 시절제주 4.3은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될 주제였다게다가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마을에서 살아야했다는 점 역시 4.3을 이야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50년부터 제주도 개발 논의가 본격화되었지만전시 제주도개발계획은 정부가 비계획적비현실적으로 기획하였고 결국 현실화되지 못한 계획에 그쳤다.

 

1961년 박정희가 쿠테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쿠테타로 잡은 정권이라 정통성이 약했던 박정희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택했던 방법은 경제 성장이라는 기치를 대외적으로 내세운 것이었다그 결과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이에 따라제주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정부 주도의 관광개발의 일환으로 제주항이 개발되기 시작한다그리고 1963년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가 개통된다이후 1973년 제주도 관광종합개발계획안이 확정되었다이 개발계획에 따라 중문관광단지 조성 1차 공사해수욕장 정비 등 관광지 개발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의 확장 및 카페리의 취항간선도로의 포장통신망의 확충 등 각종 기반시설의 확충과 정비가 이루어진다.

 

 

제주 4.3과 한국전쟁을 거친 이후 개발주의가 제주도를 휘감기 시작했고그것은 관광개발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선전되었다.

 

2) 법적제도적 측면

 

1991년에는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공포되었다이후 2002년 1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은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으로 변경되어 공포되었다이후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다. 2011년에 수립된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서는 계획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제주특별자치도가 규제완화 등을 통하여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이상적 자유시장 경제모델을 구축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국제자유도시로 발전하는데 정책방향과 지침을 제공한다.

 

1997년말 IMF 경제위기 이후 전사회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개방이 필수적이라는 신자유주의 담론과 이에 대한 노동 및 사회단체들의 반발로 인해 타협책으로 영토적 예외성이 허용되는 특구 정책이 추진되었다그 결과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제주국제자유도시경제자유구역 등 다양한 예외적 공간이 도입되었다또한제주국제자유도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현실에 직면한 국가와 지역 차원의 불가피한 생존전략으로 인식되었다. (이승욱조성찬박배균 제주국제자유도시신자유주의 예외공간그리고 개발자치도)

 

 

이것은 쉽게 말하면 자본가가 마음껏 제주도를 수탈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을 의미한다또한 법으로 이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요약하자면제주도가 신자유주의의 실험장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제주 4.3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군사주의와 개발주의가 제주 지역 사회 내에 깊숙이 개입하였고제주지역 공동체를 서서히 해체하기 시작했다개개인의 관계가 파편화되기 시작했고이에 대한 투쟁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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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에 대한 저항제주 시민들의 투쟁이야기 >

 

1) 제주 제2공항 반대 투쟁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

 

 

2015년 11월 10갑작스럽게 국토부에서 성산에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산읍 부지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이에 대한 저항으로난산리 주민 김경배 씨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기 시작했다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서 천막을 제주도청 맞은편에 치기 시작했다그리고 국토부와 원희룡 지사에게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이 투쟁은 제주도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지점과 난개발에 대한 저항이라는 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도민들의 자기결정권 문제

 

 

우선제주 제2공항 사업추진은 제주도민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 11월 10일 국토부에서 사업을 발표할 때이미 결정을 내리고 발표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제주도민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기결정권문제이다도청앞 천막촌 사람들은 계속해서 원희룡 지사를 향해서 제주도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라고 얘기하고 있다제주도지사는 제주도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이를 중앙정부 부처인 국토부에 전달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이는 자치권이 과연 누구에게 있나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왕적 도지사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살펴보면 제주도지사에게 막강한 권한이 있음을 알 수 있다심지어 제주시장 역시 도지사 임명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권한은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1월 8원희룡 지사는 제주도청으로 진입하는 계단에서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피켓과 문구를 발로 밟고 지나가는 만행을 저질렀다이 장면만 보더라도제주도민을 얼마나 무시하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이런 제왕적 도지사를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나 사람이 없다는 측면에서 절망적이지만민주주의가 회복되어야 함을 계속해서 주장하는 측면에서 천막촌의 투쟁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2018년 8갑작스럽게 송당리에 있는 비자림로의 나무들을 베어내기 시작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모임인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이 결성되었다비자림로 이슈가 전국적 이슈로 급부상함에 따라 공사는 중지되었다가지난 3월 공사가 재개되었다이에 대해 비자림로 시민모임은 시민 모니터링단을 구성하고공사를 감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자림로의 핵심은 제주 제2공항 연계도로라는 점에 있다그리고 제주 제2공항 사업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도로부터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또한 필요 이상으로 환경이 훼손되고 있으며천미천 역시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새롭게 드러나는 사실들

 

 

중요한 것은 시민 모니터링을 통해 공사 진행 과정에 있어서의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이 지점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최근에는 투융자 심사논란이 일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법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하였다.

 

비자림로 공사 투쟁을 계기로 제주 지역 사회와 전국에 난개발의 문제점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지점에서 비자림로 투쟁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3) 영리병원 반대 투쟁

 

며칠 전 원희룡 지사는 제주영리병원 허가를 취소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그러나 제주도지사는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영리병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이 바로 그 단어이다원희룡 지사가 영리병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어이다이것은 영리병원을 오직 자본의 논리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사실은 영리병원 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그런데 스스로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자신의 결정 미화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도지사

 

작년 12공론화 조사 결과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도지사가 이를 뒤엎는 사태가 벌어졌다이것이야말로 제주도내 민주주의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도지사 스스로 약속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볼 수 있다이에 대해시민사회단체와 제주 시민들의 가열찬 투쟁으로 끝내 영리병원 허가 취소라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정리하며 >

 

제주에 산적해있는 문제들 중 쓰레기 문제강정 해군기지 문제제주 제2공항 문제비자림로 문제는 사실은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다제주에서 4.3이라는 사건 이후로 군사주의와 개발주의는 끊임없이 제주도를 노려 왔으며현재는 개발과 성장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뒤에는 권력과 자본이 숨어 있는 것이다사실은 제주 4.3은 제주 역사와 동떨어져 있는 사건이 아니고 제주 역사 1000년을 관통하는 긴 역사의 한 부분이다오랜 기간 동안 수탈과 착취피지배는 이어져 왔으며 그만큼 제주에서 사는 것은 어려웠다동시에 이에 대한 투쟁 역시 존재했지만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지금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난개발의 이면에는 이런 제주의 깊은 역사성이 숨어 있다.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제주의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제주도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며 제주 난개발의 문제점들을 하나씩 밝혀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무차별적인 자본의 폭격이라는 점에서 제주 4.3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그러나 시공간을 초월해 권력과 자본에 맞서 싸우는 이들은 아직 있다그것도 가장 변방인 제주에이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본지의 요청으로 싣게 된 소중한 기고 글로 국제코뮤니스전망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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