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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12호] 비정규

김용균 동지 2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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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잠잘 때 조금만 움직이면

아버지 살에 닿았다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아버지가 출근하니 물으시면

늘 오늘도 늦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골목을 쏘다니는 내내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가양동 현장에서 일하셨다

오함마로 벽을 부수는 일 따위를 하셨다

세상에는 벽이 많았고

아버지는 쉴 틈이 없었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귀가 시간을 여쭤본 이유는

날이 추워진 탓이었다 골목은

언젠가 막다른 길로 이어졌고

나는 아버지보다 늦어야 했으니까

아버지는 내가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하셨다

 

 

배를 곯다 집에 들어가면

현관문을 보며 밥을 먹었다

어쩐 일이니 라고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외근이라고 말씀드리면 믿으실까

거짓말은 아니니까 나는 체하지 않도록

누런 밥알을 씻었다

 

 

그리고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詩 | 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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