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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다

하는 게 없다. 하는 거라고는 부산대학교 도서관에서 일과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밥먹고 컴퓨터 좀 하다가 자는 것? 영화나 좀 보는 것? 그렇게 산 지 일주일이 다 됐다.

 

편하기는 정말 편한 거다. 하지만 편해서 고통스럽다. 자기 한 몸만 신경쓰고 산다는 것은 이토록 자유스러운 것이다.

 

KTX 여성노동자들은 몸에 쇠사슬을 묶고 걸었고, FTA의 위협은 여전하고, 4.19 시절에 자신이 살았다면 일어난다면 거리로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젊은이들의 설문조사 결과는 예상했어도 짜증나고.

 

제대해서 무언가 새로 이것저것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과연 도서관에서 영어책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게 자기 개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제대한지 일주일 밖에 안 돼서 무언가 잡힌 게 없다고 해도, 곧 명절이라서 더 그렇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도, 난 지금 이 순간 제대로 사는 게 맞는 걸까.

 

그런데 하루는 더럽게 빨리 지나가고, 벌써 또 하루가 가버렸다. 제대로 산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지금, 그저 도서관에 앉아서 더럽게 편한 책상물림 신세만 하면서도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는 이 비루한 몸뚱이를 안고 말이다.

 

그다지 기분이 좋진 않은데, 그게 무엇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열심히 산다면. 머리 속에서 열심히 한다거나 빡씨다거나 하는 쓸데없는 관념 조차 없어질 만큼 산다면. 이런 생각은 안 하게 될까. 학생운동에 복귀하기 위해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내 삶에 충실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 좀 더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잡아서 실천으로 살아야 한다. 하루는 너무 빨리 가니까.

 

그래서 급한 거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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