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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친구를 만났다. 어쩌다 보니 모였다. 이야기를 했다. 반가웠다. 그리고 어색했다.

 

어릴 때 일본 하위문화, 판타지에 심취하는 것 만으로도 그토록 할 말이 많았던 시절의 친구들은 살아남기 위해 노동자가 되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는 현실 앞에 다가서 있었다. 4학년. 어느 새 그들도 그 시절의 고통을 노래하고 있는데 나 홀로 묵묵히 말이 없다. 제대도 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그들이 하는 모든 이야기는 나와 너무나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가 별로 열심히 떠들어 댈 만한 이야기는 아니어서이기도 했다.

 

박정희 시대를 예찬하고 황우석을 보호해야 했다며 민주화 세력이 나라 다 말아먹었고 노동자 새끼들 때문에 못살겠다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그냥 지쳐서 그저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들이 내 눈치를 보더니 조용해진다. 그들은 말한다. "선거나가면 한 표 찍어줄께" 내 운동의 이야기와 인민해방을 말하던 내 열정은 그렇게 밖에 비치지 않았었던 건지, 내가 운동을 잘못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적인 문제로 인해 2년 만에 만나는 친구도 있었다. 진심으로 반가웠다. 하지만 불편함도 역시 존재했다. 진짜로 운동은 그렇게 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는지,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일었다. 이미 나는, 그들과 너무 달라져 있었고 그들을 설득할 힘도 생각도 갖지 못했다. 이미 그렇게 달라져서 모든 것이 변해버린 지금 나는 그 만남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냥, 잠시의 속좁음이기만을 바래야 할 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것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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