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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들의 무한 생존 방식 [제 834 호/2008-11-07]

‘우렁각시’ 이야기로 유명한 논우렁이의 슬픈 얘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우렁이 어미는 난태생으로 알을 자기 몸 안에서 낳고 부화시켜 새끼까지 성장하면 세상에 내보내는데, 그동안 새끼들은 그 어미의 몸을 뜯어먹고 자란다고 한다. 결국 새끼가 나올 때쯤 되면 어미는 빈 껍데기만 남아 물 위에 동동 떠다닌다는 것이다. 알을 보호하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살다 마침내 죽는 가시고기의 부정처럼 애처롭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 모정을 표현할 때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자료를 뒤적여 본 결과, 논우렁이는 난태생이 맞는데 새끼 어미 모두 무사히 살아서 태어나고 먹이(잡식성)가 충분하면 모자간에 전혀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먹이가 부족하거나 갇힌 환경일 경우 주로 어미가 새끼들을 잡아먹고 만일 어미가 약하면 외부에서 새끼들의 집단 공격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 흔히 논에서 인공적으로 키우는 왕 우렁이는 외래종으로 알을 모두 몸 바깥에 낳는다.

이전에 속은 이야기 중에서 살모사 이야기가 있다. 살모사 새끼는 이름 그대로 자기 어미를 죽이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이나 살모사의 출산과정을 지켜본 결과 살모사 새끼는 절대 어미를 해하지 않았다. 어미는 완전한 새끼를 5~6마리 난 직후 꽤 수척해 지지만 서로 간에는 어떤 상호작용도 일어나지 않고 따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했다. 정작 불쌍한 건 세상에 덜렁 내맡겨진 살모사 새끼들이었다. 이렇듯 동물이야기는 제대로 알지 못하면 감성적인 측면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사실과 혼동될 소지가 많다.

연체동물로 분류되는 패류는 앞서 말한 우렁이와 같은, 원뿔형인 복족류(복부에 다리가 있음)와 조개 같은 이매패류(뚜껑이 두 개)로 나눈다. 이들은 어떻게 보면 무거운 짐을 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한편으론 평생 걱정 없이 자기 한 몸 의거할 멋진 집을 가진 행복한 족속들이기도 하다.

이들의 집 형태와 색깔 또한 먹는 것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령 열대바다의 패류는 다양한 먹을거리로 인해 한대지방의 것들보다 색깔이나 크기가 훨씬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들 패류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끼니에 도움이 되었으며 한때는 그 패각이 화폐로까지 유통되기도 하였다. 그 모양에 반해 아직도 수많은 수집가들이 해변이나 바다 밑바닥을 뒤지기도 하고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한다.

조개들은 나무처럼 나이테를 가지고 있다. 여름, 겨울 같은 기후의 변화에 따라 자라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굴이나 재첩 조개의 뚜렷한 가로무늬는 이렇게 해서 생겨난다. 온대지방의 것들은 당연히 계절에 따른 나이테가 확연하지만 계절이 없는 열대 지방에서도 규칙적인 무늬가 나타나는 일이 있는데 이를 ‘산란윤’이라고 한다. 생식 활동에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함으로써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조개의 무늬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들의 아름다운 무늬는 어쩌면 이들의 삶의 고통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주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사람처럼 나이가 들수록 패류의 성장속도는 달라진다. 가령 거대 전복인 California Red Abalone(적 전복)이 처음 7인치 크기까지 도달하는데 12년 정도 걸리고 그리고 또 1인치 더 자라는 데는 5년이 걸리고, 그다음 1인치 자라는 데는 13년이 걸린다고 한다. 현재 최대 크기의 기록은 12와 3/4인치(약 30cm)인데 100살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패류는 주로 해초나 플랑크톤 그리고 연체류를 먹고살고 수많은 바다생물들의 먹이가 된다. 대표적인 천적은 문어나 낙지 같은 연체동물이고 다시 문어는 큰 고기들의 훌륭한 단백질원이 된다.

그러나 이들에겐 수평적인 먹고 먹히는 관계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때론 그들의 포식자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조개들은 산란철이 되면 자기를 노리는 물고기들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 출수관에 대기하고 있던 ‘글로키디움’이란 유생을 대량으로 물고기 몸에 쏜다. 일부 유생은 그 과정에서 물고기의 먹이가 되기도 하지만 많은 유생들이 물고기의 지느러미에 천연 갈고리를 이용해 꽉 달라붙어, 2주 정도 성체로 성장할 때까지 이 물고기는 꼼짝없이 함께 있어주어야 한다. 반대로 줄 납자루 같은 물고기는 조개의 입수관에 산란관을 넣어 자기 알들을 쏟아 붇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장소만 빌릴 뿐 서로에게 거의 피해를 주지 않으므로 편리공생 혹은 상생이란 용어를 대입시키기도 한다.

굴들은 어쩌면 그렇게 돌 위에, 단단한 돌마저 깎아 내리는 파도를 이기고 붙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그건 바로 우리가 집의 기초를 세우는 것과 하나 다를 게 없다. 이 패각을 만드는 외투막에서 나온 액체성의 탄산칼슘(시멘트 성분)이 고스란히 돌 표면에까지 스며들어 바로 그 돌과 그리고 옆의 동료들과 한 몸이 되게 해주는 것이다. 홍합은 굴과는 다른 부착 방식을 취한다. 영구히 한 곳에 머무르는 대신에 일시적인 거처로 이 돌을 활용한다. 이들의 부착 방식은 닻줄과 같은 패각 끝의 족사다. 비록 견고하지만 이 족사는 홍합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결합을 끊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요즈음 새만금 간척지에 가면 백합이나 동죽 같은, 갯벌 생태계와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해오던 조개들의 껍데기가 무수히 굴러다닌다. 단단해진 갯벌에는 도대체 생명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건강한 갯벌은 그 조개들과 게들이 지나다닌 무수한 흔적들로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갯벌의 개척자이자 생명의 원천은 바로 이 무수한 조개와 고동들이다.

우린 미물이란 이유로 이들의 가치를 소홀히 하다 보니 갯벌에 죽은 조개껍데기가 산처럼 쌓여나가도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고동과 조개는 인류가 태어나기 훨씬 머나먼 옛날부터 우리 지구의 생명력을 지탱해왔다. 일시적으로 한곳에서 사라지더라도 어디선가 분명히 그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것이다. 이것이 조개들의 무한 생존 방식이다.

글 : 최종욱 수의사(광주우치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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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왜 북극보다 추울까? [제 833 호/2008-11-05]

북극곰은 있지만 남극곰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펭귄은 왜 남극에서만 살고, 북극에서는 살지 않을까? 남극과 북극은 다 추운 곳일텐데 북극곰과 남극펭귄만이 알고 있는 북극과 남극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지상의 남극과 북극은 추위와 눈, 얼음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서로 다르다. 남극의 영어 명칭인 Antarctica는 북극을 뜻하는 Arctic과 반대를 뜻하는 접두어 anti(ant)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서로 반대쪽에 있는 지역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의 차이가 있다. 남극은 대륙이고 북극은 바다다. 따라서 남극과 북극은 지구에서 서로 다른 유일한 환경을 보여준다.

남극은 지구의 최남단에 있는, 남극점 주위에 있는 대륙이다. 남극조약에서 남위 60도 남쪽으로 정의되어 있다. 남극대륙은 지구 육지면적의 9.2%를 차지하는 거대 대륙으로, 남극권 이남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극해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면적은 약 1,440만 km²로서 아시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대륙이다. 남극대륙의 약 98%가 얼음으로 덮여 있는데, 평균두께가 2,160m나 되는 거의 빙산과 같은 두꺼운 얼음이 덮고 있는 거대한 빙원이다. 물론 높이가 무려 4,000m를 넘는 얼음도 있다.

반면, 북극은 지구 북극점 근처의 지역이다. 북극권은 보통 북위 66도 33분보다 북쪽 지역을 가리키며, 총 면적 약 3,000만㎢ 중 북극해가 약 1,400만㎢를 차지한다. 흔히 북극을 의미하는 ‘북극권’에는 캐나다와 러시아, 미국 알래스카의 북쪽 지역, 노르웨이 북쪽 해안,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스발바르 같은 북쪽 섬들이 포함되는데, 이곳에서도 빙하를 볼 수 있다. 북극권을 ‘가장 따뜻한 달의 평균 기온이 10℃를 넘지 않는 지역’으로 정의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알래스카 남단까지가 북극권이 된다.

북극은 남극보다 조금 따뜻하다. 북극 지방의 평균 기온은 영하 35~40도 정도인 반면, 남극 지방의 평균 기온은 영하 55도에 달한다. 남극에 비해 북극이 따뜻한 이유는 대륙이 아니라 바다이기 때문이다. 남극대륙을 덮고 있는 얼음은 햇빛을 반사하지만, 북극의 바다는 열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북극은 유라시아대륙과 북아메리카대륙으로 둘러싸인 드넓은 얼음 바다다. 지중해보다 약 4배가 큰 바다를 덮은 빙하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북극의 얼음은 눈이 쌓인 것이 아니라,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해빙이다. 따라서 얼음의 두께가 10미터를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북극의 얼음은 주변의 대륙에서 날아온 토양과 먼지 때문인지 옅은 황갈색을 띠는 반면, 남극의 얼음은 수정같이 맑고 깨끗하다.

남극의 얼음은 단순한 얼음이 아니다. 땅 위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오랫동안 쌓여 얼음이 된 것이라 이처럼 두껍고 높다. 눈이 쌓여 눈덩이가 된 뒤 무게에 눌려 갇혀 있던 기포가 빠져나가면서 맑고 투명한 얼음이 된다.

남극에는 원주민이 없다. 선사 시대에 원주민이 살았던 흔적도 없다. 현재 남극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문명세계에서 들어가 남극의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비상주 방문객들이다. 그곳은 오로지 추위에 적응한 동식물들만이 살아갈 뿐인데, 나무는 전혀 없고 지의류가 남극에 있는 식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록 날씨가 춥고 육지도 없는 곳이지만, 그린란드와 알래스카 등 북극권에 속하는 여러 지역에는 흔히 에스키모라고 불리는 이누이트족이라는 원주민이 살아간다. 문명세계의 방문객이 지내고 있는 남극과 달리, 이들은 자신들의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와 역사가 있는 북극의 원주민으로 주로 동물을 사냥하며 살아간다. 북극에서는 남극에서 볼 수 없는 털이 하얀 북극곰과 바다를 헤쳐나가는 거대한 순록 같은 포유류를 만날 수 있다.

남극 하면 펭귄이다. 옥색 빙산 위에 서 있는 하얀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펭귄이야말로 남극을 대표하는 새다. 황제펭귄, 아델리펭귄, 마카로니펭귄 등은 남극 고유의 생물인데, 아델리펭귄은 남극 펭귄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많다. 처음에는 광활한 바다로 둘러싸인 대륙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얼음 덩어리에 가까운 남극에 물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왔는데, 거추장스러운 날개는 잠수하기 좋게 지느러미 모양으로 진화하여 지금의 펭귄이 남극에 살게 된 이유라고 한다.

그렇다면 북극의 제왕, 북극곰은 원래 북극에 살던 동물일까? 북극곰의 족보를 조금만 더 파고들어가면 북극곰이 사실은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그린란드에 살던 흑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먹이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 흑곰은 얼음환경에 적응하며 털 색깔이 흰색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북극곰의 털 밑을 자세히 보면 검은색의 피부가 보인다. 남극에 북극곰이 없는 이유는 바로 남극이 남극해라는 거대한 바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얼음 위를 이동하며 사냥을 하고 빙산 사이를 헤엄치기도 하는데 그 거리는 25㎞를 넘지 못한다.

북극에서 해는 춘분 때(3월 21일경) 지평선 상에 있다가 고도가 매일 조금씩 높아져 하지 때(6월 21일경)는 23.5°에 이른다. 하지 이후로는 고도가 매일 조금씩 낮아져 추분(9월 23일경)이 되면 다시 지평선에 걸치게 된다. 따라서 춘분부터 추분까지 해는 지평선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어 6개월간 낮이 계속 이어지고, 마찬가지로 추분부터 이듬해 춘분까지는 6개월간 밤이 계속되는 된다. 따라서 어느 날 정오 해가 지평선 위에 있었으면 6개월 뒤 정오에는 반드시 땅 밑에 있게 된다. 남극점은 이와 반대이다.

대체로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건조하며 바람 또한 많이 부는 대륙이다. 또한 모든 대륙 가운데서 해발 고도가 가장 높다. 남극도 대륙이기 때문에 다른 대륙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똑같이 일어난다. 때때로 화산이 폭발하고 뜨거운 김이 솟는 온천과 지하자원 있으며, 드물지만 지진도 발생한다. 한 마디로 얼음으로 덮여 있을 뿐이지 다른 대륙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남극의 대기운동, 지리, 지형, 지리위치, 그리고 생물이 복합돼 생기는 자연환경은 지구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남극대륙을 감싸는 남빙양 또한 독특한 생태계를 이룬다.

남극의 대기순환은 세계의 기후에 영향을 미쳐 농업과 산림 변화를 일으킨다. 남빙양의 표층과 저층의 해수순환은 바닷물의 온도와 수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남극의 고층대기에 기상 이변이 일어나면 그 여파가 한반도가 있는 중위도 지방에까지 미치기도 한다. 특히 얼음으로 덮인 남극은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곳이라 날씨가 더워져 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을 경우 전 세계 해수면이 지금보다 65m나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남극은 지구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연구기지다. 과학자들은 변덕스러운 태양 활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극을 태양 활동과 우주 날씨 변화를 관측하는 최적지로 꼽는다.

남극과 북극은 지구상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그곳의 생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극과 북극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극지의 풍경과 함께 오랜 세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그들의 몫이다. 인간의 몫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혹독한 얼음의 세계에서 극지의 생물들이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물에 뜬 얼음 위에서는 북극곰이 안심하고 먹이를 잡아먹고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지구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지구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물할 것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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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공짜로 이용하는 방법 [제 832 호/2008-11-03]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애써 알뜰히 모은 재산을 조금씩 헐어 쓰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 에너지와 우리의 관계를 일컫는 말이 아닌가 싶다.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고, 이제 인류는 대체에너지 개발이 절실하다. 마지막 곶감이 없어지기 전에 얼른 다른 감을 말려 곶감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대체에너지 개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에너지 자급을 위해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주택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예를 들면 캐나다에서는 1,000채의 친환경주택을 건설하고 있고, 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감축하기 위해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태양에너지에 대해 하나의 발전 방법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기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분류하자면 태양의 열을 모아서 열기관에 의하여 전력으로 변환하는 태양열 발전과, 태양의 광이 태양전지에 비춰질 때 발생하는 반응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으로 나눌 수 있다.

태양열 발전은 태양의 빛을 집열판에 모으고, 모아진 높은 온도를 이용해 그 밑을 지나가는 물을 데우는 방식이다. 이 온도는 수백도를 넘을 정도이기 때문에 물을 수증기로 만든다. 뜨거운 수증기를 이용해 일종의 모터인 터빈을 돌려 전기를 발생시킨다. 태양열 발전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 외에 물을 데우는 데 쓰기도 한다. 데워진 물을 온수 탱크에 보관하였다가 그 물을 가정 온수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주택에서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에 핵심이 되는 태양전지의 주된 재료는 실리콘이다. 실리콘이 빛을 받으면 p-n 접합층이 반응하고, 여기에서 전기가 발생한다. 이때 발생되는 전기는 대부분 출력이 작기 때문에 대부분 태양전지를 여러장 붙이는 방법을 쓴다.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은 일조량이 적은 경우 발전이 거의 되지 않으므로 일반 전력과 병행해서 쓰기도 한다.

태양전지에서 나오는 전압과 전류가 일정하지 않고 태양광 발전을 통해 발생되는 전기는 DC(직류전원)이기 때문에 변환장치를 이용하여 가정에서 사용하는 AC(교류전원)로 변환시킨다. DC/DC 컨버터를 써서 DC 출력을 일정전압으로 유지하게 한 후 DC/AC 인버터를 사용하여 교류 전원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태양전지는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실리콘, 화합물반도체와 같은 무기소재로 이루어진 무기물 태양전지와 유기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유기물태양전지(유기물태양전지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dye-sensitized solar cell) 와 유기폴리머(organic polymer) 태양전지를 포함)로 나눌 수 있다.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물질에 따른 분류 외에 태양전지 구조에 따른 분류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태양전지는 크게 웨이퍼구조(벌크 실리콘 태양전지), 박막구조(화합물, 실리콘 박막 및 유기 폴리머 태양전지 등) 그리고 광전기 화학구조(염료감응 태양전지)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특히 연구계 및 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나노소재를 이용하여 극대화된 표면적을 갖는 필름의 표면에 광흡수층인 유기염료를 흡착하는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연료감응 태양전지는 에너지 변환 효율이 비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에 버금갈 정도로 높고 제조단가가 매우 저렴하다.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표면에 염료 분자가 화학적으로 흡착된 n-형 나노입자 반도체 산화물 전극에 태양빛(가시광선)이 흡수되면 염료분자는 전자-홀 쌍을 생성하며, 전자는 반도체 산화물의 전도띠로 주입된다. 반도체 산화물 전극으로 주입된 전자는 나노입자 간 계면을 통하여 투명 전도성 막으로 전달되어 전류를 발생시키게 된다. 염료 분자에 생성된 홀은 산화-환원 전해질에 의해 전자를 받아 다시 환원되어 염료감응 태양전지 작동 과정이 완성된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가시광선 일부를 투과할 수 있는 나노크기의 산화물과 서로 다른 색을 나타낼 수 있는 염료를 사용하기에 투명컬러 특성을 구현할 수 있다. 최근 KIST에서 제작한 투명 컬러 태양전지는 유리창호 등에 응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신기능 창문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셀 변환 효율이 10~11%로서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이다. 2008년 4월 염료감응 태양전지 원천특허 시효가 만료되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에 대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면적의 모듈기술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셀을 구성하는 물질의 장기안정성은 단위 셀에서 검정 된 바 있지만, 모듈 관련한 내구성 연구가 좀 더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실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온도뿐만 아니라, 비와 습도와 같은 환경 테스트도 진행되어야 한다.

단위 전지에 대한 장기안정성은 표준조건(조명받을 때 60℃, 어둠일 때 80℃)에서 내구성 테스트를 한 결과 북유럽 조건에서는 약 32년, 남유럽 또는 호주 시드니와 같은 지역의 조건에서는 18년 정도의 장기 안정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모듈에서도 장기안정성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의 태양전지가 불투명해서 옥상 등에 쓰였던 반면,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투명 컬러 특성이 있기 때문에 유리창호, 선루프 등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러한 식으로 우리 생활에서 에너지 자급 기술을 하나씩 확보해 가다 보면 언젠가 모든 대체에너지를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연료감응 태양전지 선루프로 지붕 전체를 덮는 차와 연료감응 태양전지 유리창호만으로 만들어진 유리집처럼 말이다.

글 : 박남규 박사(KIST 태양전지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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