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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녹색 요정, 압생트 [제 827 호/2008-10-22]

영화 ‘토탈 이클립스(Total Eclipse)’는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렌느(Paul Verlaine)와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의 동성애적 사랑을 그린 영화로 유명하다. 지금에야 ‘미드나잇 카우보이’나 ‘왕의 남자’처럼 동성애에 대한 영화가 흔하지만, ‘토탈 이클립스’가 개봉되던 1995년만 해도 프랑스의 두 시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파괴적인 동성애 행각은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또 당시 최고의 하이틴 스타였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천재 시인 랭보로 등장한 것 역시 적잖은 화젯거리가 되었다.

영화에서 랭보로 분한 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는 녹색의 술 한 잔을 앞에 두고 있다. 이 녹색 술이 19세기를 풍미했던 압생트(Absinthe)란 술이다. 이 술은 1750년대에 스위스에서 처음 제조되어 19세기 중엽에는 전 유럽에서 인기있는 술이 되었다. 모파상, 마네, 피카소, 고흐 등 낭만주의 시인과 화가, 소설가들이 압생트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낭만주의 예술가들에게 압생트가 이토록 인기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녹색과 사과 맛 브랜디라는 압생트 특유의 멋도 있지만, 이 술 안에 투존(Thujone)이라는 환각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투존은 중추신경에 심각한 장애를 동반하며, 지각장애와 정신착란 그리고 간질과 유사한 발작을 일으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성분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압생트의 환각성분은 화가들의 예술적 정서를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도 했었다.

물에 희석해 마시는 압생트는 탁한 녹색을 띠며 쓴맛이 난다. 압생트 애호가들은 이 쓴맛을 해결하기 위해 ‘압생트 숟가락’이라는 특별한 은수저를 사용했다고 한다. 먼저 압생트 숟가락을 잔에 걸치고 그 위에 각설탕을 올려놓는다. 이 위로 압생트를 조금 부은 후에, 차가운 물을 서서히 부으면 각설탕 녹은 물이 흘러내려 녹색의 압생트와 섞여 불투명한 액체가 된다. 술의 도수를 희석시킬 뿐만 아니라 쓴맛도 제거해주는 셈이다. 화가들은 흔히 이 절차를 예술 또는 신성한 종교의식에 비유했다. 이처럼 독특한 압생트 희석 방법도 예술가들이 압생트에 매료되는 데에 한몫을 했다.

그 때문에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소설과 그림을 살펴보면 압생트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여럿 찾아낼 수 있다. 19세기 파리에는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일과 후 카페로 몰려가 늦은 시간까지 압생트를 마시곤 했다. 그래서 늦은 저녁 시간을 ‘녹색의 시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알버트 간트너(Albert Gantner)라는 화가는 압생트의 금지를 희화하는 ‘녹색요정의 종말(The end of the Green Fairy)’이라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독특한 작품세계로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는 압생트를 즐겨 마신 나머지 심각한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다. 압생트에는 시신경을 손상시키는 테르펜(terpene) 유도체가 함유되어 있다. 고흐의 그림에서는 후기로 갈수록 시각장애나 알코올 중독, 정신착란의 징후가 발견되는데 이처럼 독특한 고흐의 색감에 압생트도 한몫한 셈이다. 특히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 머물렀던 아를(Arles)에서 탄생한 그림들에는 기묘하게 혼합된 노랑과 파랑이 많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금단현상에 시달리던 고흐는 물감희석용으로 쓰이는 테레펜틴(turpentine)을 마시려 한 적도 있다고 한다. 테레펜틴에 압생트 성분 중 하나인 투존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압생트의 중독 성분 때문에 유럽 각국은 20세기 들어 대부분 압생트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다.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던 압생트가 20세기에 들어 잊혀진 술이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압생트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즉, 압생트가 화가들을 괴롭힌 치명적인 중독을 불러일으킨 원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 영국, 미국의 국제공동연구진은 압생트에 들어 있는 투존이 이러한 증세의 원인이 아니라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생트가 치명적 독성을 띠고 있다는 소문이 난 데에는 압생트 판매량이 와인 판매량을 초과하자 이를 경계한 프랑스의 와인 제작자들의 로비가 한몫을 했다고 한다. 압생트 제조가 금지되던 20세기 초에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투존의 함량을 측정하기보다는 적당히 예측한 경우가 많았다. 이 당시 화학자들은 압생트의 투존 함유량을 350mg/L(여전히 독성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양이 아님)이라고 추정했는데, 현재의 기술로 같은 압생트의 투존 함량을 정확하게 측정해보면 고작 5mg/L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압생트에 든 독성의 다른 원인을 찾기 위해 메탄올과 알코올, 알데히드의 양을 기체 크로마토그래피로 측정하고, 원자 흡수 분광법으로 구리를, 플라즈마 질량분석기로 안티몬의 양을 측정했다. 이 결과 역시 비교적 깨끗하며 불순물의 양이 거의 없었다. 압생트를 사랑했던 예술가들이 건강을 잃었던 이유는 압생트의 독성 때문이 아니라 알코올 중독 때문이었던 것이다.

여러 연구 결과와 압생트 팬들의 청원에 힘입어 1988년 마침내 압생트 금지법이 폐지되었다. 이와 함께 일반적인 주류에는 35mg/L 이하의 투존 함유가 허용된다. 2007년에는 마침내 미국에서도 압생트 판매가 자유로워졌다.

레마르크의 ‘개선문’에는 파리의 카페 푸케(Fouquet’s)가 주요 무대로 등장한다. 주인공인 라비크와 조앙은 이 카페에서 처음 만나 압생트를 나누어 마신다. 푸케는 파리 샹젤리제에 실제로 있는 카페다. 화가들의 마음을 빼앗았던 압생트를 실제로 한번 마셔보는 건 어떨까.

글 : 이식 박사(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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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분유 파동! 우리 아이를 굶기란 말입니까? [제 826 호/2008-10-20]

멜라민이 함유된 식품 때문에 중국을 필두로 하여 홍콩, 한국, 미국까지 떠들썩한 물결이 훑고 지나갔다. 음식 속에 들어 있는 유해 성분은 인체에 곧바로 악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누적되면 돌이킬 수 없는 질병이나 장기 손상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수적인데, 그 파급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에 단 1퍼센트의 위험 가능성까지도 알리려는 측과 안전하다고 하는 측 사이에서 상반된 의견이 나오게 마련이다. 아직 멜라민 함유 식품에 대한 우려가 식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쯤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멜라민의 정체부터 짚고 넘어가자. 멜라민(melamine)은 포름알데히드라는 물질과 반응하여 수지성 화합물을 생산한다. 이 수지들은 충전제나 색소로 가공되어 식기류, 주방 기구들 등을 만드는 데에 쓰인다. 내수성과 내열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본래 멜라민은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공업용으로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포유동물이나 식물이 살충제인 ‘시로마진’을 섭취할 경우 체내에서 이 물질을 멜라민으로 변환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처럼,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멜라민을 입으로 섭취할 일이 거의 없다. 더 정확히는 음식에 멜라민을 첨가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왜 이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까. 근본적인 원인을 따지자면 식품 가공업자들의 도덕성 불감 때문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런 일을 가능하도록 한 중국 검사기관의 책임이 크다. 식품의 등급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단백질 함량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동물 사료나 유제품이 그 예이다. 그런데 일부 기관이 비용 문제 때문에 단백질 농도 측정법 대신 단백질의 주성분인 질소 함량을 측량하는 간단한 방법을 채택했다.

말하자면 질소의 양만 기준에 맞으면 품질 검사를 통과시켰던 것이다. 업자들은 이를 악용했다. 멜라민을 우유에 섞으면 질소의 양이 많아지고, 결국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으로 결정되어 고급 제품으로 비싸게 팔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제품들이 그대로 유통되거나 다른 식품의 원료로 쓰여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멜라민 사태의 여파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서 향후 식품에 멜라민을 첨가한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공표한 상태이다.

그러면 멜라민은 얼마나 해로운가. 쥐를 대상으로 멜라민의 독성을 실험한 결과, 경구 LD50치(50%동물을 사망시킬 수 있는 농도)는 약 3g/kg 정도로 멜라민 자체의 독성은 매우 약하다. 일반적으로 동물실험에서 멜라민이 생체 내에 흡수되면 24시간 안에 뇨로 배출된다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사람들의 경우에는 아직 이렇다 할 결과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서 단정 짓기 어렵다. 하지만 만약 영유아 및 노약자 등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멜라민이 잘 빠져나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전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얼마 전 멜라민의 유해성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가 있었다. 2007년 미국에서는 특정 업체에서 제조한 동물 사료를 리콜한 일이 있었다. 다수의 동물들이 신장관련 질병을 앓거나 죽었는데, 중국 업체에서 원료로 수입해 온 과립형 밀 글루텐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고, 피해를 당한 동물들의 신장과 소변에서 결정 상태의 멜라민이 발견되었다. 이때에도 중국에서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멜라민을 사용한다는 점이 문제 된 바 있다.

올해 일어난 멜라민 분유 사건의 양상이 2007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사료 사태와 비슷하다. 9월 22일까지 집계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멜라민 때문에 신장 질환을 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이 약 5만 3천 명이며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12,800명가량이고 네 명의 유아가 사망했다. 현재 알려진 멜라민의 암 유발 가능성은 국제암연구소(IARC)의 기준에 따르면 3그룹에 해당한다. 즉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인체발암성 물질로 분류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장기간 섭취한 멜라민이 신장부 미세관에 모여 결정을 이루고 그 결과 신장기능 이상을 유발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멜라민의 인체 유입과정은 식품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멜라민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각종 식기와 조리용품에 널리 쓰인다. 이것들은 안전할까? 일단 공산품에 첨가된 멜라민은 섭씨 340도 이상으로 가열되어야 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주방용품들은 장시간에 걸쳐 열에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그 안에 포함된 멜라민이 전혀 녹아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멜라민을 사용한 접시를 전자레인지에서 직접 가열하거나 200도 이상 되는 기름에서 튀김 요리를 할 때 멜라민 함유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은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에 코팅식 프라이팬들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프라이팬 표면을 덮고 있는 것이 멜라민 코팅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에 몇몇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이 멜라민을 코팅재로 쓰지 않으며 불소수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멜라민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의 식품 생산과 유통 체제는 복잡하고 다분화되어 그 속에 들어 있는 특정 물질이 유입되는 경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2007년 미국에서는 앞서 얘기한 사료 리콜 사태뿐 아니라 또 다른 멜라민 관련 사건이 있었다. 가축용 사료를 묶고 고정시키는 바인더에 멜라민이 있었고, 이것이 사료에 스며들었던 사건이다. 가공 식품의 원료를 다국적으로 수입하다 보니 원가 절감을 위해 가격이 낮은 물건을 선호하게 마련이며 그 결과 검사 체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중국 등의 생산품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 소비자들의 노력만으로 유해물질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원칙적으로는 몹쓸 물질들을 음식에 섞는 행위 자체가 근절되어야 하겠지만,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조심은 물론 행정 기관들의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멜라민 분유 파동과 같은 사태가 두 번 세 번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태의연하게 방치해 둔다면 그 피해는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직접적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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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났다 - 탄산음료는 절대 안 돼! [제 825 호/2008-10-17]

김과학 군이 의기양양하게 신문을 들고 엄마에게 다가온다.

“엄마, 이 뉴스 보셨어요? 탄산음료를 마셔도 뼈가 약해지지 않는대요. 하루에 10L씩 마시지 않는다면 뼈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요. 저는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으니까 괜찮아요. 엄마, 이제 탄산음료 마셔도 되죠?”

이산화탄소(CO2)는 수분(H2O)과 접촉하면 화학작용을 일으켜 탄산 수용액(H2CO3)으로 변한다. 탄산음료를 마시면 바로 이 탄산수용액을 먹게 되는 것.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혈액 안에 산(acid) 함량이 많아지면 산 과다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음식을 통해 섭취한 칼슘이 뼈로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사라지게 될 위험이 생긴다. 하지만 미국 크레이튼 대학 내분비 학자인 로버트 헤니 박사에 의하면 탄산음료의 산 함량은 인체가 감당할 수 있는 대사량의 5~10%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 정도의 양으로는 뼈에서 칼슘을 빼앗아갈 능력이 없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어디,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자꾸나. 탄산음료를 정기적으로 많이 마셨을 경우 인체 내의 뼈가 약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어렵다… 그렇구나. 하지만 산 함량이 높기 때문에 이빨을 부식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단다.”

“예. 지난번에 엄마랑 실험한 거 기억하고 있어요. 탄산음료에 손톱 자른 걸 담아 놓았더니 4일 만에 녹아버렸죠. 하지만 먹고 나서 바로 양치질을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엄마, 저 탄산음료 마시고 싶어요. 친구들도 다 마시는 걸요.”

“저런! 양치질을 바로 하는 건 더 안 좋은 방법이야. 이건 독일 괴팅겐 대학의 연구결과인데, 탄산음료를 먹고 바로 이를 닦는 습관이 치아를 망가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단다. 콜라, 사이다, 환타 같은 탄산음료는 강한 산성인데, 이렇게 강한 산성 물질이 치아에 닿으면 치아의 맨 바깥층인 법랑질이 부식된단다. 치아 표면이 부식된 상태에서 곧바로 칫솔질을 해대면 법랑질이 벗겨질 수밖에 없다. 탄산음료를 마신 뒤엔 적어도 30~60분 정도 기다렸다가 양치질을 해야 해. 기다리는 동안 침에서 치아 보호물질이 분비돼 손상된 치아 표면이 회복되니까.”

김과학 군은 어떻게든 탄산음료를 먹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싶다.

“하루에 한 번만, 먹고 나서 1시간 있다가 이빨을 닦을게요. 그럼 먹어도 괜찮죠?”

“잠깐 기다려봐.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보자. 탄산음료가 뼈를 약하게 하고, 키를 크지 못하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단다. 우선은 탄산음료가 뭔지를 알아야겠지? 탄산음료의 주요성분은 물, 액상 과당, 색소, 산미료, 향료, 인산, 탄산가스야. 카페인도 다량 들어 있지. 엄마 같은 중년 여성들은 골다공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3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탄산음료를 마시면 소변으로 칼슘이 빠져나가는지 조사를 해봤단다. 카페인 성분이 많은 음료를 마신 사람의 소변에서 칼슘량이 느는 걸 확인했단다. 카페인은 칼슘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 카페인이 몸에 들어가면 신장이 단백질을 분비해 혈액에 들어 있는 나트륨과 칼슘 이온을 빨아들인단다. 일반적으로 탄산음료 한 캔에는 카페인이 40mg이나 들어 있어. 인산 성분도 문제야. 인산은 칼슘과 결합해서 뼈를 만들기도 하지만 과다하면 오히려 뼈에서 칼슘을 빠져나오게 해 소변으로 배출시켜 버린단다.”

크레이튼 대학의 로버트 헤니 박사는 카페인과 인산이 체내 칼슘의 섭취를 방해하고 장기적인 골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과 탄산음료에 의한 산 과다증이 두통, 구토, 장기 기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엄마 그렇지만, 하루 종일 탄산음료만 먹는 게 아니라 가끔 먹는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조금 더 들어보렴. 2000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는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골절 위험이 3~5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단다. 탄산음료를 마시는 학생 중 20%는 이미 뼈가 약해져 골절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어. 이때에도 식품회사들은 탄산음료의 어떤 성분이 뼈를 약하게 하는지 증거가 없다고 반발했지.”

“탄산음료를 먹어도, 우유를 지금보다 더 많이 마시면 뼈가 튼튼해지지 않을까요?”

“하지만 탄산음료를 먹으면서 우유를 지금보다 더 많이 마시는 건 힘들지 않을까? 배가 너무 불러서 밥을 먹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탄산음료나 음료수를 자주 먹으면 우유를 먹는 양은 줄 수밖에 없단다. 탄산음료의 단맛과 카페인은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맛을 들이면 양을 조절하기가 힘들단다. 게다가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인산은 뼈를 약하게 하는 것 말고 다른 문제도 일으킨단다. 과학자들은 인산이 아이들을 공격적으로 만들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어.”

“엄마, 정말 탄산음료는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 건가요? 고기랑 밥 너무 많이 먹었을 때 사이다 먹으면 끄윽 트림도 나오고 시원하잖아요. 아빠도 가끔 드시고. 소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거죠?”

“얘야, 정말 아쉽게도 탄산음료는 소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단다. 위의 소화 기능은 연동 기능과 위산분비가 있는데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언뜻 탄산음료를 마시면 소화가 된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 이유는 탄산이 맵고 짠맛을 중화시키고, 다른 장내 가스와 함께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이야.”

“정말 실망이에요.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탄산음료가 나와서 엄마가 먹어도 좋다고 하면 좋겠는데. 그런 날이 올까요?”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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