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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서 만드는 쥬라기 공룡 화석 [제 816 호/2008-09-26]

즐거운 주말 양과장네 가족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익룡 발자국의 화석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새 발자국 화석이 있는 해남 우항리로 탐구 여행을 갔다.

“아빠, 여기 바위에 큰 발자국이 무척 많아요.”
“어~ 그래. 현민아, 그것이 바로 동일 지층에서 발견된 익룡의 발자국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발자국 화석이야.”
“와! 30cm도 넘을 것 같아요.”
“정확하게 35cm란다. 이렇게 큰 익룡이 있었다는 것은 이 주위로 무척이나 많은 공룡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발자국을 보며 신기해하는 현민이에게 정여사가 대답했다.

“그런데 이런 발자국들이 몇 천만년 지나도 남아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그렇지? 이런 발자국 화석을 생흔 화석이라고 하는데….”
“여보, 갑자기 그렇게 어려운 용어를 쓰면 현민이가 못 알아듣잖아요.”
“헤~ 맞아요. 역시 우리 엄마가 최고야!”
“그…그런가? 그러면 우리 간단하게 화석에 대해 좀 알아볼까?”
“네. 좋아요~”

“화석은 우선 몇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어. 우선 화석이 생성될 당시 그 주변 환경을 알려주는 시상화석이 있고, 화석이 생성될 당시의 시대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석이 있지.”
“시상화석과 표준화석이요?”
“그래. 현민아, 예를 들어 산호는 바다가 잔잔하고 수심이 얕으며 따뜻한 바다에서만 자라는 특성이 있어. 그래서 어느 지층에서 산호 화석이 발견되었다면 그 당시 그 주변은 수심이 얕고 따뜻한 바다라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겠지? 이런 화석을 시상화석이라고 한단다.”

“그럼 표준화석은요?”
“표준 화석은 화석이 생성될 당시의 시대를 추측해 볼 수 있는 화석을 말하는데…. 음, 예를 들면 현민이가 좋아하는 스테고사우루스 공룡의 경우 지금으로부터 약 1억 5,600만 ~ 1억 4,600만 년 전 쥬라기 후기에 살던 공룡이야. 그러니까 어느 지층에서 스테고사우루스의 화석이 발견되었다면 화석이 발견된 지층은 쥬라기 후기 지층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이런 화석을 표준화석이라고 해.”

“아~ 그렇구나. 시상화석과 표준화석. 까먹지 말아야지. 아빠, 그런데 어떤 화석을 보면 이렇게 발자국만 있는 것이 있고 어떤 것은 뼈 그대로 있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돌처럼 생긴 화석이 있는데 이런 화석들은 다 다른 거예요?”
“그건 엄마가 설명해 줄게. 그런 것들은 화석이 어떻게 생성 됐는가에 따라 나누어지는데, 예를 들어 지금 보고 있는 이런 발자국같이 그 당시 동물들의 발자국이나 몸이 끌린 자국들이 그대로 굳어지면서 만들어진 화석을 흔적화석 또는 생흔화석이라고 해. 그리고 지층 속에 동물의 유체가 묻힌 뒤 분해되어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그 외형만 남아 있는 것을 몰드(Mold)라고 하고 이 몰드에 지하수나 화산암의 영향으로 다른 성분이 들어가 채워지는 것을 캐스트(Cast)라고 한단다.”

“와, 우리 정여사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대단한데!”
“현민이랑 이곳에 온다고 공부한 거라고요~”
“우리 엄마 최고다.”
“호호~ 그렇지? 현민아, 그럼 우리 직접 화석을 만들어 보면서 어떻게 화석이 만들어지는지 알아볼까?”
“물론이죠! 어서 만들어 봐요.”


[실험방법]
준비물 : 지점토, 입이 넓은 용기, 파라핀(양초), 종이컵, 비눗물, 전자레인지, 공룡 인형

[진행순서]
1. 입이 넓은 용기에 지점토를 깐다.
2. 공룡 인형에 비눗물을 바른다.
3. 지점토 위에 공룡 인형을 놓고 꾹 누른다.
4. 다시 공룡 인형을 뺀 다음 그곳에 비눗물을 살짝 바른다.
5. 전자레인지에 녹인 파라핀 용액을 용기에 붙는다.
6. 잠시 후 파라핀 용액이 굳으면 용기에서 파라핀과 지점토를 꺼낸다.
7. 여기에서 지점토를 제거하면 화석 만들기 성공.

글 : 양길식 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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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해결의 단서, 구더기 [제 815 호/2008-09-24]

서울 인근의 야산에서 꽤 오래된 것 같은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 산속까지 어떻게 알고 왔는지 구더기들이 코와 입 등에 들끓고 있었다. 시신은 부패가 많이 진행되어 육안으로는 누구인지 전혀 구별할 수 없었다. 그의 옷과 소지품 등에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단서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 신원을 알 수 없어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될 수 없었고, 미궁에 빠진 수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었다.

신원 확인이 안 되는 시신의 경우는 시신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인 성별, 연령 등을 확인하는 검사를 한다. 치아의 마모정도로 연령을 측정함으로써 변사자의 대략의 나이를 알 수 있으며, 두개골에 대한 법의인류학적 판단으로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알 수 있어 수사 범위를 좁힐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추정되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들과 비교가 되어야지만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체가 발견된 수사에 있어서 시신의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면 일단 시신이 언제 그곳에 유기되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그곳에 유기된 날짜를 역 추적하여 그때에 실종된 사람을 중심으로 수사를 하게 되면 변사자의 신원 확인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유기된 날짜를 역 추적하는 것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용의자와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시신이 유기된 시간을 중심으로 용의자들의 행적을 정밀하게 검사함으로써 범행을 밝힐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실마리가 된 것은 바로 구더기였다. 구더기하면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더럽다, 징그럽다’라는 단어가 연상되는데, 과연 이것이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을까? 구더기들의 생활사 중 어느 단계인가를 관찰하면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발견 당시까지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여 거꾸로 시간을 역산하면 거의 정확한 사망 시점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파리가 시신의 코, 입 등 서식에 알맞은 곳에 알 또는 유충(쉬파리는 구더기를 낳는다)을 낳는다. 이들 유충은 성장을 거쳐 번데기로 되고 성충인 파리로 된다. 이때 유충(구더기)이 단계별 (1령, 2령, 3령 및 번데기)로 성장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하여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유충은 온도, 습도 등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영향에 따른 성장 속도 등을 연구하여 이를 반영한 후 사후경과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더욱 그의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시신이 유기된 지 오래된 경우도 어떤 종류의 곤충이 공격을 하고 있는지를 관찰하여 부패 과정에서 관여하는 지표 종들과 비교함으로써 사후 경과시간을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다. 시체를 공격하는 생물 중 약 85%는 곤충이다. 시신의 부패가 진행되면서 곤충들은 그들의 생활 습성과 주요 먹이습성에 따라 시간을 두고 모여든다. 가장 먼저 시체에 접근하는 곤충은 검정 파리, 쉬파리와 같은 파리들이다. 이들은 몇 분 안에 시신에 도착하여 부패가 진행된 후 2주까지 시신에 머물기 때문에 초기의 사후 경과시간의 지표로 비교적 정확하다. 그 후 송장벌레와 같은 딱정벌레가 파리의 알과 구더기를 먹기 위해 몰려들고, 그다음으로 개미나 말벌 같은 잡식성 곤충들이 달려든다.

이렇듯 범죄와 관련된 여러 가지의 정보 및 증거를 제공하기 위해 시신의 주변에서 관찰되는 여러 곤충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가 법곤충학이다. 법곤충학을 이용한 사건의 해결은 18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때 처음으로 사건에 적용된 이후 1960년대 들어서는 동물의 사체를 대상으로 한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연구에서 사체의 부패가 진행되는 단계에 따라 이에 관여하는 곤충 등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가 진행되어 많은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결과는 법곤충학의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

과학수사의 영역은 제한이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곳에서 범죄는 일어나게 마련이고 이러한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과학수사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수사는 모든 학문적 영역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흉악 범죄의 경우 모든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법곤충학도 매우 중요한 분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추후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과학 수사에서는 구더기 같은 작은 생물마저도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단서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과학수사 관련자들의 이러한 노력이 있는 한, 모든 범죄는 반드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범죄 수법이 변화하는 것만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과학도 진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 : 박기원 박사(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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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의 추측 - 과일 장수면 누구나 아는 상식 [제 814 호/2008-09-22]

동일한 크기의 공을 어떻게 하면 가장 빽빽하게 밀집시킬 수 있을까? 오렌지나 사과를 팔아본 과일장수라면 누구도 경험적으로 대답을 할 것이다. 하지만 수학자라면 정색하며 고민을 할 것이다. 독일의 천재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도 두 손을 들었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1590년대 말, 영국의 항해가인 월터 랠리 경은 자신의 조수였던 토머스 해리엇에게 배에 쌓여 있는 포탄 무더기의 모양만 보고 그 개수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고 요청한다. 수학자였던 해리엇은 수레에 쌓여 있는 포탄의 개수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간단한 표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배에 포탄을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결국 그는 당시 최고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쓴다.

케플러는 당시 관측의 대가인 티코 브라헤의 자료를 이용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고 행성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분석해 내 명성을 얻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그리스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모든 물질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원자론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물질을 구성하는 작은 입자들의 배열 상태를 연구하던 중에 부피를 최소화하려면 입자가 어떻게 배열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모든 입자가 공과 같은 구형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쌓는다 해도 사이사이에 빈틈이 생긴다. 문제는 이 빈틈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쌓인 공이 차지하는 부피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플러는 다양한 방법에 대하여 그 효율성을 일일이 계산해 보았다.



우선 인접한 공 4개의 중심을 이었을 때 빈 공간이 정사각형이 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을 ‘단순 입방격자’라고 한다. 이 경우 주어진 공간의 52%만을 공으로 채울 수 있다. 공이 채울 공간과 공 사이의 공간이 거의 반반인 셈이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던 케플러는 ‘면 중심 입방격자’일 때가 주어진 공간에 74%를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알게 됐다. 즉 인접하는 공 4개의 중심을 이었을 때 빈 공간이 정육각형이 되도록 채워 넣는 것이다. 이것이 케플러의 가설이다.

사실 이것은 과일장사가 과일을 쌓아올리는 방법이기도 했다. 과일 장사들은 경험적으로 먼저 과일을 가로 세로로 나란히 줄 맞춰 바닥을 채운 뒤, 과일 사이의 패인 홈에 과일을 올렸다. 이 방법으로 계속 과일을 쌓아올리면 과일 1개의 위, 아래에는 각각 4개의 과일이 위치한다.

이와는 조금 다른 방법도 있다. 먼저 과일을 한 줄 늘어놓은 뒤 그 옆에 과일을 배열할 때는 수직방향으로 나란히 배열하지 않고 과일 2개 사이의 오목한 사이에 놓는다. 이렇게 서로 어긋나게 과일을 배열해 바닥을 채운 뒤, 그 윗줄에는 과일 3개가 만드는 홈에 과일을 올려놓는 식으로 쌓는다. 이렇게 하면 과일 1개 주변에는 12개의 과일이 위치한다. 케플러는 사실상 이 두 가지 방법은 같은 배열방식이라고 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뛰어난 수학자인 케플러조차 자신의 가설을 수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경험적으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학적으로 증명을 해내지 못한 것이다. 후대 수학자들은 이 케플러의 가설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뉴턴, 라그랑주, 수학의 황제로 불리는 가우스, 악셀 튜에, 라슬로 페에스토트, 다비트 힐베르트, 우이 시앙… 그리고 추측을 최종적으로 증명해 낸 토머스 헤일스에 이르기까지 이 시도는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케플러의 가설은 라그랑주, 가우스 등 수학 천재들에 의해 증명의 발판이 마련됐으나, 완전히 증명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1998년 미시건대 수학자인 토머스 헤일스와 그 제자인 숀 팩러플린은 마침내 ‘증명’이라는 마침표를 찍었다. 시대를 잘 타고난 덕택에 대용량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케플러의 가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데 꼬박 10년이나 걸렸다. 증명의 증거로 내놓은 것은 복잡한 수식으로 채워진 2백50쪽에 달하는 논문을 담은 컴퓨터 파일이었다. 케플러의 가설을 수학으로 증명하기 위해 1백50개의 변수를 지닌 방정식을 풀어야 했다. 이 변수들은 채우는 방식이 바뀔 때마다 변하기 때문에 아주 복잡했다. 만일 연필과 종이 등의 재래식 방법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헤일스도 처음에는 일반 컴퓨터를 동원했는데, 방정식을 풀면서 혼동상태가 돼버리고 말았다. 결국 대학원생인 새뮤얼 퍼거슨이 대용량 컴퓨터를 동원하고 나서야 문제 해결의 지름길을 찾아냈다.

수학의 세계는 복잡하고 미묘하다. 동네에서 사과나 감귤을 파는 상인들이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경험적인 사실을 수많은 천재들이 무려 387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하고, 대용량 컴퓨터까지 동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수학의 순수한 매력일지도 모른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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