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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에 성공하는 목소리의 비밀 [제 810 호/2008-09-12]

김과학 군이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카페에 앉아 있다. 취직 준비 중인 김과학 군은 이번 달 들어 면접을 세 번 봤지만 다 신통치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선배 이향기 양을 만나 조언을 들으려는 참이다.

“과학 군, 오늘 면접은 어땠어?”

“아, 선배. 그게… 예상 질문들이 나왔지만 어쩐지 잘 못한 것 같아요. 같이 면접을 본 사람들은 다들 저보다 훨씬 당당하게 말을 잘하더군요. 아마 이번에도…”

“과학 군, 혹시 면접을 볼 때도 지금 같은 목소리로 말했어?

“제 목소리인데 당연히 같은 목소리로 말했죠. 사람 목소리야 한결같은 거 아닌가요?”

이향기 양은 김과학 군이 자꾸만 면접에서 낙방하는 이유를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설명을 시작했다.

과학 군, 메시지를 전달할 때 상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게 뭘까?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목소리야.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이라는 게 있는데, 메시지 전달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38%로 1위, 다음으로 표정(35%), 태도(20%)가 영향을 미치고 대화의 내용은 겨우 8%에 불과하다는 법칙이지. 특히 전화에서는 목소리의 중요도가 82%까지 올라간다고 해. 면접이든 소개팅이든 전화 통화든 목소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기억해둬.”

김과학 군은 면접을 숱하게 보면서도 표정이나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목소리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 타고난 것이니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다. 이향기 양은 말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의 목소리 음역은 100∼4,000㎐, 보통 남자의 목소리는 100~150Hz 정도야. 100Hz는 1초에 성대가 100번 진동한다는 뜻이지. 소리가 높아질수록 주파수가 높아지는데, 높은 주파수일수록 파장이 짧아서 또렷하게 들려. 대신 전달 거리는 짧지. 주파수가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는 반대로 안정감과 지적인 느낌을 주지. 아주 낮은 저주파수의 음은 두려움과 경외감을 느끼게 하고.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면 좋을 것 같아.”

김과학 군은 이향기 양과 헤어지고 나서도 줄곧 좋은 목소리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목소리에 대한 지식도 많아졌다.

듣기 좋고 매력적인 좋은 목소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모닉스(Harmonics)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하모닉스란 성대가 진동하면서 만들어진 화음. 성대가 진동하여 나오는 순수한 소리가 목의 인두강·구강 등 공명강에 부딪쳐 진동하면서 화음이 생겨난다. 맨 처음 만들어지는 하모닉스는 기본주파수의 2배의 주파수를 갖는다. 만일 기본 주파수가 120Hz라면 인두강 등을 거치면서 240Hz이 된다. 이후 360Hz, 480hz 등의 여러 주파수 음이 섞이면서 화음을 형성하게 된다. 일반인의 목소리에는 하모닉스가 4~6개뿐이다. 하지만 벨칸토(bel canto)창법으로 노래하는 유명 성악가들의 경우 하모닉스가 12개에 이른다고 한다.

‘나도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왜 남자에게만 변성기가 오는 걸까? 변성기 전에는 나도 제법 맑은 목소리였는데…’

김과학 군은 변성기를 탓하기도 했다. 변성기에 이르면 남성의 성대는 한 번에 배로 늘어난다. 성대가 늘어나면 목소리 톤도 낮아진다. 변성기는 남성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게도 오지만, 여성의 성대 길이는 남성의 20% 수준이고 크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 차이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남성들만 이런 극적인 변화를 겪는 것은 수컷이 암컷에게 접근할 때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란 설이 있다. 실제 변성기를 지난 중저음의 남성 목소리는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고민하고 한탄만 하던 김과학 군은 목소리도 훈련을 통해서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은 성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첫 번째. 성대의 면이 깨끗하고 진동이 정확하게 일어나야 많은 하모닉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는 당연히 피해야 하고, 커피, 홍차, 녹차 등과 기름진 음식도 목소리에는 좋지 않다. 김과학 군은 좋은 목소리를 만들기 위한 훈련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좋은 목소리만큼이나 상황에 맞는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홈쇼핑의 판매자들은 높고 빠르게 말한다.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유발해 구매를 촉진하려는 전략이다. 전화 안내나 텔레마케터들은 상쾌한 느낌을 주기 위해 목소리 톤을 살짝 높인다. 설득을 할 때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김과학 군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보면서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점검하고, 남들이 듣기 좋고 본인이 말하기에 자연스러운 톤을 찾아 목소리 훈련을 했다. 목소리 훈련을 시작한 뒤로는 자신감도 생기고 어쩐지 사람들이 자기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하. 다음 면접은 분명히 합격이라고!’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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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떼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제 809 호/2008-09-10]

2008년 여름은 해파리 때문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렸다. 피서객들은 해수욕장에 갔다가 해파리 독침에 쏘여 고생하고, 어부들은 건져 올린 그물에 생선보다 해파리가 많아 곤욕을 치렀다. 의료계에 따르면 올여름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독에 쏘여 급히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 주변에서만 700여 명이 해파리에 쏘였다고 신고했고, 그 가운데 10% 정도가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몸이 움츠러든다. 어떤 사람들은 해파리는 식용이니까 잡아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사실 해파리 200여 종 가운데 4가지 정도만 식용으로 먹을 수 있다. 식용 해파리만 나타나주면 좋겠지만 문제는 어업에 큰 피해를 주는 해파리가 대량으로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물을 들어 올렸을 때 주로 잡히는 해파리 종류는 ‘노무라입깃해파리(Nomuras jellyfish)’인데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던 난대성 대형 해파리였다. 한 마리 크기가 1~2m에 달하고 무게가 무려 100kg 이상이다. 무리 생활을 하고 육식성이라 일단 출현했다 하면 주변의 물고기는 싹쓸이되고 느릿느릿 유영을 하므로 어부들의 그물에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혀 올라 그물훼손, 어족자원 고갈로 이어져 어부들의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해수욕장 부근에서 사람을 쏘는 해파리류로 대표적인 것은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더불어 ‘작은부레관해파리(bluebottle jellyfish)’가 있다. 이 역시 최근에 한반도 근해에 나타난 난대성 해파리이다. 이들의 크기는 갓길이 10cm 정도로 작지만 촉수에 물고기나 사람이 접촉하면 촉수 끝의 자포가 총알처럼 발사되어 독소가 주입된다. 이를 맞은 사람은 극심한 통증과 더불어 맞은 피부가 괴사할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고 만일 두 번 이상 연속으로 쏘이면 사망할 수도 있다. 비록 쥐치들이 천적이라지만 쥐치의 숫자는 한정돼 있고 한반도 근해 해파리들에만 적응되어 있는 터라 이들이 거대한 크기와 독으로 무장한 외래성 해파리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동안 우리 바다는 난류와 한류의 교차지점에 있어 어류 977종을 비롯하여 10,000여 종이 넘는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해 왔다. 비교적 생태자료가 부족한 옛날에도 정약전의 자산어보 같은 책에서 이런 풍요한 바다가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사실 대기보다 바다에 훨씬 더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반도 주변 바다의 생태계는 지금 급격한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파리뿐 아니라 난류성 어류인 고등어가 동해안까지 북상하여 잡히고 대표적인 한류성 어류인 명태나 대구는 몇 년 사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제주 특산인 아열대성의 자리돔이 울릉도 연안에서 잡히기도 한다.

현재 깊은 바다는 아직은 개발하기가 어렵고, 연안바다는 이미 오염과 고온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컨대 매년 되풀이되는 적조현상은 코클로디니움 등의 바다 플랑크톤의 급격한 증가에 의해 발생한다. 이 플랑크톤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과 육지로부터 다량의 영양염류유입에 의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해수면 온도상승이야 불가항력이라 해도 오염은 대부분 인간의 폐기물에 기인한다. 우린 이미 몇십 년 전부터 바다에 인분 등 온갖 폐기물을 무단 투기하고 있으며 양식어업의 증가로 바다 한복판에서조차 끊임없이 고정 오염원이 배출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섭게 증가한 플랑크톤들은 이제 역으로 양식장을 덮쳐 양식 물고기와 어패류의 집단폐사와 식중독을 일으키는 패류독소를 발생시킨다.

연안바다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또 하나의 심각한 현상 중 하나는 바로 ‘갯녹음현상(whitening event)’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수온상승과 영양 염류의 과잉유입으로 인해 바다 밑바닥 해조류들이 영구히 말라 죽고 이들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어패류들 마저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흰색의 무절석회조류가 대처하는 현상이다. 내륙에서 사막화가 진행되듯이 일단 바다 한곳에 이 현상이 일어나면 주변부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마치 서로에게 ‘이런 오염된 곳에서는 사는지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는 신호를 주고받는 듯이 보일 지경이다. 최근에 동해안 등에서 다시 해조류를 부착하여 갯녹음을 복구하려는 뒤늦은 노력이 이어지지만 한번 파괴된 자연은 복구하는데 그 수배 내지 수십 배의 시간이 들어간다. 경험상의 진리를 염두에 둔 인내심과 의지가 꼭 필요한 작업이다.

요즘 들어 주로 스페인이나 호주 인근해역에서 고래들이 해안으로 올라와 죽는 ‘스트랜딩(stranding)’ 현상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초음파 교란, 질병, 기아, 기생충 감염 등 여러 가능성을 찾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대신 특정 개체나 연령층이 아닌 집단이나 가족중심의 스트랜딩이 주로 일어나는 걸로 보아 지구온난화나 해양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인 환경변화와의 관련성도 간과할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이렇듯 예측하기 어려운 고래의 집단 자살은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바다 환경의 심각한 변화의 조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한반도 주변 바다의 현실일 수도 있다. 바다는 넓지만 결국 하나이니까.

글 : 최종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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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시계+GPS 콘택트렌즈=주머니가 필요 없다 [제 808 호/2008-09-08]

한적한 공원에 한 여성이 앉아있다. 만나기로 약속한 연인이 오질 않는다. 공원의 다른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맑은 공기를 즐긴다. 초조해진 여성은 약속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손목을 봤지만 시계가 없다. 공원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시계는 보이질 않고, 아뿔싸! 휴대전화도 배터리가 다 되어 꺼져 있다. 이 여성은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을 위쪽으로 한 다음 손톱을 들여다본다. 시간 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얇게 붙어 있는 모조 손톱에 떠 있는 전자 액정의 시간을 읽는 것이다. 물론 배터리와 모든 부품들이 그 얇은 모조 손톱 한 장에 전부 들어 있다.

흔히 SF영화들은 배경이 미래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각종 첨단 장비들의 모습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앞서 묘사한 장면은 영화가 아니다. 시계 제조업체 Timex와 디자인 전문 사이트 Core77은 시간의 미래 디자인 경진대회(The Future of Time design competition) 를 열었다. 손톱 시계는 이 대회의 출품작 중 하나이다. 수상작 중에는 영국의 빅벤(Big Ben)의 영상을 보여주는 손목시계도 있고 스티커 형으로 아무 곳에나 붙일 수 있는 시계도 있다.

이렇게 신기한 제품들은 새로운 디자인이나 장난감 같은 흥미를 돋우는 면도 물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좀 더 근원적인 필요성이 놓여 있다. 극단적인 자연주의자가 아닌 한 우리는 기계와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기계의 용도를 크게 둘로 나눈다면 물리적인 일과 정보의 전달이다. 물론 일을 하는 기계 역시 정보를 전달하기는 한다. 예를 들어 보일러도 사용자에게 온도를 알려주기 위한 화면이 필요하다. 컴퓨터도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한 회계업무 등 일련의 작업을 끝낸 후 그 결과를 사용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최근 컴퓨터와 전자기술이 발달하면서 문자 그대로 정보의 전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장비들이 속속들이 개발되고 있다. DMB가 좋은 예이다. 동영상 강의를 보고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기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기계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많아지면 결국 사용자는 원하는 콘텐츠만을 골라보고 자신에게 맞게 편집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콘텐츠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인터페이스라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인터페이스란 아주 간단하고 기본적인 개념이다. 보일러를 켜고 끄며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스위치들 역시 인터페이스이다.

여기에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모든 곳에 컴퓨터가 존재하고, 그 컴퓨터를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라는 것이 유비쿼터스의 기본 정신이다. 먼 옛날에는 시계가 있는 곳까지 가서 시간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계를 손목에 차고 다닌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손톱 위에까지 시계가 자리를 잡는다. 극장에 가야만 볼 수 있던 영화를 이제는 전철에 앉아서 손바닥 만한 화면으로 본다. 커다란 지하 연구실을 가득 채우던 컴퓨터가 여행가방 크기로 작아지고 이제는 UMPC라는 초소형 컴퓨터들이 생산된다. 이 모든 기계들은 휴대의 편의라는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가만히 살펴보면 당분간 생산될 첨단 기기들의 미래는 휴대성에 달려있는 것 같다.

기술자들과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들의 꿈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휴대의 종착점은 역설적이게도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럼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시계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자는 말일까? 아니다. 세계 곳곳의 전자업체와 연구소들은 사람의 몸 안에 컴퓨터와 전자장비들을 넣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워싱턴 대학의 연구팀들은 세계 최초로 전자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있다. 바야흐로 기계가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이 콘택트렌즈에는 LED와 전자소자들이 들어 있다. 이 소자들은 그 크기가 매우 작으며 말랑말랑한 물질 속에 섞여 있다. 여기에 미리 회로의 모양새를 새겨놓은 콘택트렌즈를 덮어씌우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소자들이 위로 상승하면서 각각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제 모양에 맞는 자리에 끼어들어 간다. 시야를 가릴 수도 있는 전자소자들은 눈의 동공에서 벗어난 바깥쪽에 위치하고 LED들은 반대로 동공 부분에 자리 잡는다.

연구팀들은 이 전자 콘택트렌즈의 동력원으로 집적 태양 전지를 생각하고 있으며 LED에 신호를 보내는 방법으로는 무선 라디오 주파수 수신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 제품의 활용도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GPS에서 받은 신호를 3D영상으로 바꾸어 렌즈에 전송하면 문자 그대로 입체적인 길 안내를 볼 수 있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주식 정보를 볼 수 있고 휴대전화를 손으로 열지 않고도 곧바로 메시지를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군인들은 위성에서 보내온 작전 지역의 영상을 렌즈로 볼 수 있으며 컴퓨터 게임 분야에서도 다방면으로 활용될 것이다.

또한 영상의 확대 기술이 정밀하게 제공된다면 시력이 나쁜 사람도 이 렌즈를 통해 갖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활용에 앞서서 장시간 착용해도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다 해도 신체와 직접 접촉하는 이상 거부 반응이나 새로운 질병을 유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전자 소자가 박혀있는 틈새에 비위생적인 물질이 끼지 않도록 특수처리를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전자장치의 소형화를 위한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마이크로의 세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휴대용 장비를 위해 반드시 작아져야 하는 것은 배터리다.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배터리가 전체 무게와 부피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MIT의 기술자들은 인간 세포의 절반 크기밖에 안 되는 마이크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은 마이크로 배터리의 전극을 만드는 것과 바이러스 (컴퓨터 바이러스가 아닌 생명체 바이러스)를 이 배터리에 이용하는 단계까지이다.

우선 매끈한 표면에 직경이 4~8백만분의 1미터 정도 되는 점들의 패턴을 찍어놓는다. 그리고 여기에 양극과 음극 그리고 배터리 셀 들을 분리시킬 물질들을 뿌린다. 그다음에 유전자를 변형한 바이러스에 특정 단백질을 입혀서 극히 미세한 전선으로 활용한다. 이것들을 결합하면 마이크로 단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이 배터리를 앞서 소개했던 전자 렌즈와 연결하면 그야말로 완벽한 휴대용 기기의 탄생이다. 개발자들은 여기서 한 술 더 떠 이 마이크로 배터리와 생체 조직의 유기적인 연결까지 꿈꾸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휴대용 기기들은 우리들의 살갗에 직접 접촉하고 있다. 기술이 더 앞으로 나아가면 콘택트렌즈도 필요없이 시신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인터페이스들이 개발되고 나노기술들이 발달함에 따라 각종 센서가 우리 몸 안을 돌아다니며 신체의 이상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할지도 모른다. ‘인간과 컴퓨터 간의 인터페이스 (Human-Computer Interface; HCI)’ 는 이미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언젠가는 CPU를 비롯한 컴퓨터 전체가 우리 몸의 일부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체의 신경 및 감각과 컴퓨터 사이를 중계하는 인터페이스가 완벽하게 개발될 수도 있다. 물론 그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해결해야 할 각종 도덕적, 관습적, 기술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겠지만 눈을 한 번 깜빡거리면 생활의 양상이 바뀌는 시대이니만큼 컴퓨터가 우리 몸속에 들어올 날은 생각보다 훨씬 가깝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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