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나침반 들고 다니려면 불편하지 않니? [제 819 호/2008-10-03]

우리네 집들은 대부분 남향으로 지어진다.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그래야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심리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관습적이라고 행하는 것 중 많은 것이 은연중 우리 몸의 생리와 맞음을 느낄 때가 많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분명히 TV를 켜 놓은 채로 동서방향으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날 때에는 방바닥을 회전하여 남북 쪽으로 향해 있는 걸 발견하곤 한다. 나만 그런가 하고 식구들을 유심히 관찰하였더니 아침결에 누워 있는 방향은 대개가 그랬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 나침반이라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우리 몸을 순환하고 있는 피, 즉 적혈구는 철과 산소가 결합하는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 몸을 온통 순환하는 세포가 이렇듯 철이 주성분이니 외부의 자기장에 어느 정도 반응하리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일진대 그곳에 깃들여 사는 우리가 그 영향에서 벗어난다는 것도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철 지난 영화 중에서 ‘코어(core)’란 영화가 있다. 영화 중 지구 자기장의 소실로 비둘기가 날다가 집단으로 방향을 잃고 유리창에 부딪치거나 지상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또렷이 기억한다. 코어는 ‘지구 자기장이 갑자기 사라진다’라는 전제를 근거로 만들어진 SF 영화이다.

그러나 철새라면 몰라도 비교적 텃세권을 가지고 짧고 자유롭게 비행 생활을 하는 비둘기가 굳이 자기장을 의지해 난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한 상상일 것이다. 주로 남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의 경우라면 지구 자기장에 많은 것을 의지할 수 있고 그걸 증명하는 여러 실험결과도 나와 있다. 새들뿐만 아니라 연어, 바닷가재, 바다거북 같은 먼 대양을 몇 년씩 이동하는 회유성 동물들도 몸 안에 안정적인 방향 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면 도저히 이 같은 지구단위의 회유를 감히 감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연어는 원래 돌아온 곳의 물 냄새를 찾아, 비둘기는 지형지물을 기억해 찾아온다는 학설들도 있다. 대륙이나 대양을 횡단하는 지구적인 이동에는 자신들만의 내재된 나침반으로 목표지점에 가까이 접근한다는 이론이다. 즉, 기억력이나 냄새 등 좀 더 세밀한 도구들로 도달하는 것이다.

위의 가정들은 우선 지구자기장의 흐름이 영구하다는 걸 전제로 한다. 그러나 지구 자기는 지금도 조금씩 남북극 축이 이동하고 있고, 지질조사에 의하면 지구 자기장이 일시적으로 소멸 시기를 겪은 후에 아예 남북극이 역전되는 현상도 20만 년에 한번 꼴로 일어난다고 한다. 그 현상은 우리가 느끼기에는 너무나 먼 가상의 일일 테지만, 이럴 경우 과연 이동하는 동물들은 북극으로 향하던 것들이 남극으로 향하고 남쪽으로 향하던 것들이 갑자기 북극으로 이동할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지구 자기장에 의존한다지만 자북(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과 진북(지리상의 정확한 북쪽)은 엄연히 차이가 있고 지금도 자북은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데도 철새들은 해마다 똑같은 보금자리를 찾아가니 말이다. 즉 자기조절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지구 자기장의 역전보다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지구자기제로’ 현상이다. 이 경우 지구는 자기 보호막을 완전히 상실하고 해로운 태양풍을 그대로 맞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죽음의 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고래가 자살하는 현상에 대한 여러 가설 중에 지구 자기장 교란에 의한 이론이 있다. 고래의 몸 안에 나침반이 있다면 일반 동물들에 비해서 훨씬 더 정밀하고 복잡해야 할 것이다. 거대 항공모함이나 원자력잠수함이 그렇듯 고래 역시 대양을 떠도는 방랑자이자 대식가이니만큼 정확히 바다의 변화를 파악하고 먹이의 위치를 찾아가려면 일반 연안 어류들보다는 더욱 안정적이고 탁월한 감각기관의 존재가 필수사항일 테니 말이다.

그 상태에서 만일 지구 자기장에 예고 없는 변화라도 일어난다면 이 무던한 고래에게 갑작스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10년 정도 주기로 일어나는 태양풍의 증가는 지구 자기장을 일시 교란시켜 고래를 육지로 올라오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 조사에 의하면 300년 동안 발생한 고래 자살 97건 중 중 87건이 이 바로 이 태양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일어났다고 한다.

얼마 전 촬영한 ‘구글’ 위성사진에 의하면 방목하는 가축이나 야생 초식동물의 60% 정도가 쉴 때나 먹이 섭취 시 남북으로 향해 있다고 한다. 크게 이동하지 않은 동물들조차 본능적으로 남북을 인식한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식생대가 남북으로 분포하니 향후 이동할 방향을 사전에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태양빛을 쬐기에 좀 더 유리한 데로 방향을 잡는 것인지는 앞으로 더 조사해 볼 과제이다.

벌이나 개미 같은 이동성 곤충들은 더욱 방향에 민감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므로, 그들 몸 중 많은 부분은 이러한 본능을 활용할 것이다. 다소 엽기적이긴 하지만 최근 중국의 한 과학자는 몸 안 자성체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강력한 자석 사이에 곤충들을 두고 공중 부양하는 실험을 한바 있는데, 작은 곤충들은 거의 모두 손쉽게 부양되었고 심지어 물고기나 개구리까지도 부양시켰다고 한다. 그는 현재 사람까지도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자신하고 있다.

남북극점 부근의 신기한 오로라는 지구 자기장 보호막의 안정적인 존재를 밝혀주는 등불이다. 지구라는 행성에 묶여 사는 우리는 직간접으로 당연히 이 강력한 자석의 영향하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거대한 힘을 부정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체념할 수도 없다. 동물과 식물이 다른 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움직인다는 건 때론 타고난 본능을 뛰어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인류는 자연과 문명으로부터 주어진 능력에 감사하는 자세를 가지는 겸손함이 필요할 때다.

글 : 최종욱 수의사(광주우치동물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불꽃놀이, 그 화려함에 대하여 [제 818 호/2008-10-01]

2008년 10월 4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다. 2008년 베이징의 폐막식에서도 불꽃놀이가 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의 공연은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지만, 불꽃놀이만큼 문화의 차이나 연령의 고하를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매력을 발산하는 공연도 없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하늘을 거의 올려다보지 않던 사람도, 마음속에 응어리진 고민 때문에 힘들어하던 사람도 펑펑 소리와 함께 밤하늘의 한구석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는 불꽃놀이를 보면 넋을 놓게 된다. 이 불꽃놀이에는 어떤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까.

불꽃놀이의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이다. 색과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름다운 색이다. 불꽃의 색은 ‘연소’와 ‘불꽃반응’이라는 두 가지 현상을 결합하여 만들어 낸다. 연소는 일반적으로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빛, 열, 불꽃 등을 내며 타는 현상을 가리킨다. 우리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느린 산화 반응 또한 연소로 보기도 하는데, 흔히 일상생활에서 연소라 하면 산화 반응 중에서도 고속산화 반응을 일컫는 것이 보통이다.

원소 중에는 연소하면서 특유의 불꽃색을 나타내는 것들이 있다. 이것을 불꽃 반응이라고 한다. 보통 불꽃반응은 해당 원소를 무색 불꽃 속에서 가열했을 때 나타나는 색으로 확인한다. 해당 원소의 원자가 에너지를 받으면 들뜬 상태가 되는데, 이렇게 들뜬 원자는 가시광선 중에서 특정 파장의 세기가 유난히 강한 빛을 발하고, 그 때문에 우리 눈에는 특정 색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본래의 불꽃반응은 정성분석, 즉 물질의 성질이나 원소의 종류를 확인하는 데에 쓴다. 이를테면 불꽃반응의 색이 백색이면 연소되는 물질 속에 알루미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노란색이면 나트륨, 청록색이면 구리, 빨강이면 스트론튬의 존재를 알 수 있다.

불꽃놀이는 이와 같은 불꽃반응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예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불꽃놀이의 기본 형태는 발사포에 화약을 채워놓고 이 화약에 불을 붙여 그 폭발력으로 화공품을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식이다. 이 화공품을 ‘연화(煙火)’라고 한다. 연화는 공 모양의 옥피, 즉 껍질 속에 할약이라는 이름의 화약과 ‘성(星. 또는 별이라고도 부른다)’을 채워 넣은 구조이다. 성은 한가운데에 핵 역할을 하는 무명씨 등을 넣고 발연제, 색화제 등의 여러 화학제가 혼합된 화약을 입혀서 만든다. 이 성의 구조에 따라 불꽃의 모양과 색이 결정된다.

성은 할약과 옥피 사이에 넣는다. 공중에 올라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높이에서 연소하기 위해서는 할약에 불을 붙일 도화선도 있어야 한다. 이 도화선까지 합친 것을 할물이라고 부른다. 이제 발사포 바닥에 발사용 화약, 즉 추진제를 넣고 그 위에 할물을 놓은 다음 점화하면 발사용 화약과 할물의 도화선에 동시에 불이 붙는다. 그러면 할물이 발사되어 일정한 높이에서 할약이 연소하는 것이다. 이때 성도 연소하며, 그 성분에 따라 다양한 색의 불꽃반응이 일어난다. 이렇게 발사해서 공중에서 태우는 구조를 타상연화 또는 발사연화라고 부른다. 발사연화는 꼭 밤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주간용과 야간용이 모두 있으며 주간용의 경우에는 연기와 소리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색을 지닌 연기를 뿜어내는 발연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발사연화의 단면 구조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바깥쪽부터 옥피-성-할약의 순이다.

기본적인 연화에는 이 밖에도 장치연화와 완구연화가 있다. 장치 연화는 한쪽 끝에서부터 타들어가며 글씨, 모양 등을 이루는 것으로, 큰 틀에 색화제와 발연제 등을 일정한 모양으로 엮어놓는다. 완구연화는 이름 그대로 개인들이 장난감 삼아 쓸 수 있는 연화를 다 함께 이르는 말이다. 발사연화의 축소형으로 생긴 것도 있고, 철사 끝에 화약과 색화제 등을 소량 묻힌 것도 있으며 흔히 폭죽이라고 부르는, 불을 붙이면 지면을 휘저으며 큰 소리를 내는 것 등이 있다.

불꽃이 폭발하는 것을 꽃에 비유하여 개화라고 한다. 개화의 모양은 당연히 연화의 내부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국화’는 불붙은 성 수백 개가 360도로 퍼져 나가며 구형으로 개화한다. ‘야국’은 들판에 국화 여러 송이가 퍼진 것 같은 모양으로, 연화 속에 성 대신에 소형 연화를 여러 개 넣은 것이다. 그러면 소형 연화가 시간차를 두고 터지면서 여러 송이의 국화를 밤하늘에 넓게 피운다. ‘휘슬’은 연화 안에 소리를 내는 휘슬소체를 넣어서 불꽃이 개화할 때 소리를 추가하는 것이고, ‘링’은 성의 배열을 조정하여 불붙은 성이 평면상의 원을 이루며 타오르는 것을 말한다.

불꽃놀이에도 연출이 필요하다. 성과 연화가 다양하다 한들 그것만으로는 관객들이 금세 식상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불꽃 제작자들이 경진대회를 하는 세계불꽃축제쯤 되면 개성 있는 연출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불꽃의 크기, 개화 시간 등도 정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도화선의 길이를 계산하여 제작해야 하고, 연화의 크기도 헤아려야 한다. 정확한 수치는 제작자와 연출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연화의 크기와 성의 양, 도달 고도, 개화 반경은 비례한다. 즉 큰 연화일수록 많은 성이 들어가고 더 높은 곳에서 터뜨리며 개화 반경 또한 커진다.

연화의 크기는 그 결과물인 불꽃의 모양새와 연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불꽃놀이는 결국 화약과 불을 이용하는 공연이므로 불길이 남아 지상에 떨어질 경우 화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안전을 보장하는 ‘보안 거리’의 확보가 중요하다. 연화가 클수록 개화 반경이 커지므로 보안 거리도 넓게 확보되어야 한다. 대도시 근교에서 공연과 발사 장소가 협소할 경우 연화의 크기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21세기에도 많은 사람이 불꽃놀이를 즐기지만, 그 기원은 상당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착상은 고대의 인도, 페르시아 등지에도 있었다고 하며 원시적인 형태의 연화가 등장한 것은 7세기 초 중국 수나라 양제 무렵이라고 한다. 13세기 화약발전 시기를 거쳐 15세기쯤에는 유럽 각지로 퍼지면서 연화가 일반화되었다. 그 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연화의 근본적인 구조에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하지만 최신 기술을 불꽃놀이에 적용하여 더 정밀하고 다양한 연출을 이뤄내려는 시도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백금선의 저항열을 이용하여 점화약을 발화시키는 전기 점화장치를 점화옥이라 하는데, 현재에는 이와 같은 전기 점화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이 백금선에 전류를 흘리면 전기저항으로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이 화약을 점화한다. 그러면 도화선과 추진제 모두에 불이 붙는 것이다. 전기 점화방식의 이점은 많은 연화를 정밀한 계획에 따라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사의 통제에는 컴퓨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미리 짜놓은 각본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수동 조작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짧은 시간 간격도 연출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연화 자체에도 컴퓨터 칩을 장착해 연화가 공중으로 올라간 후 개화하는 시간까지 제어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이 기술이 일부 사용됐다고 한다. 이렇듯 개화 시간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외부 조명, 레이저, 음악과의 협연 또한 정확히 구사하게 되었다.

밤하늘을 물들이고 사람들의 영혼을 붙들어놓는 불꽃은 전자 기술의 발달로 상상력의 벽을 넘어 더 기발한 방향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비록 화약이라는 위험물질을 사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구현할 수는 없는 예술이지만, 한 번이라도 불꽃놀이를 구경해 본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밤의 신비로운 들판에 파랗고 빨갛게 피어올랐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거대한 꽃이 언제까지고 지지 않을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오로라의 실체 - 지구와 달 사이 자기폭발이 만든 아름다움 [제 817 호/2008-09-29]

어린 시절 만화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오로라는 단지 지구와 태양 간의 상호 작용이라고 느껴지기보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으로 보는 이를 황홀하게 만드는 하나의 신비한 마술이었다. 실제 극지방에서 볼 수 있는 이 환상적인 오로라의 장관은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스마 입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면서 공기 입자와 충돌하여 만들어 내는 현상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태양 표면에서 방출된 플라스마 입자들은 지구 근처를 지나다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자기장 선을 따라 태양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이렇게 움직이던 플라스마 입자들이 갑자기 어떤 이유에선지 우주의 어느 지점에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진행하던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인 지구 쪽으로 가속하게 되는데 이를 소폭풍(substorm)이라 한다.

소폭풍이 발생하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이온층에는 플라스마 입자들이 새롭게 충전되어 이온층이 활성화되므로 우주방사능을 막아주는 좋은 영향을 끼친다. 반면 소폭풍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지구 대기권 중에 상당한 양의 플라스마 입자가 활동을 하게 되므로 인공위성의 작동, 위성 통신, 우주정거장에서 활동하는 우주인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소폭풍은 지구의 대기권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소폭풍이 발생하는 환경과 발생시간을 예측하려는 노력을 계속하였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 소폭풍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물리적 현상이 함께 순차적으로 발생해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두 가지 이론이 제시되었는데 전류의 단절(Current Disruption)이론과 자기선 재결합(Magnetic Reconnection) 이론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지구 표면으로부터 60,000km 떨어진 우주 지점은 태양풍의 영향으로 지구 자력선(Earth’s bar magnet influence)이 변형되어 약해지는 동시에 자기장의 변형이 시작되는 영역으로 지구에서 오로라가 발생할 때 이 영역에서는 전류의 단절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역은 우주 전류가 흐르는 도관 역할을 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 태양풍에 실려오는 강력한 에너지가 유입되면 정상적인 전류 방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전기적 단락(short circuit)이 발생하여 지구 이온층의 저고도 영역으로 방전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지구로부터 120,000km 영역은 지구 자기장의 변형이 끝나는 지점이고 풍향계의 꼬리 모습을 하고 있는 부분으로 길게 늘어진 서로 다른 두 개의 자기장이 재결합하는 부분이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오로라가 발생할 때 이 영역으로부터 강력한 플라스마 입자가 지구로 날아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오로라 발생과 전류의 단절, 자기장의 재결합 현상 중 어떤 것이 가장 먼저 일어나는가에 관하여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일치된 의견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오로라 발생에 대한 설명을 알기 쉽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전류의 단절 이론 자기선 재결합 이론
0초 전류의 단절 0초 자기선 재결합
30초 오로라 발생 90초 전류의 단절
60초 자기선 재결합 120초 오로라 발생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인 오로라를 일으키는 자기 소폭풍이 발생하는 장소와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2007년 2월 17일 NASA의 탐사위성 5개를 실은 델타II 로켓이 발사되었다. 이 탐사계획의 이름은 THEMIS(Time History of Events and Macroscale Interactions during Substorms)이다. 오로라가 발생하는 원인인 소폭풍은 우주의 먼 곳에서부터 시작되며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는 매우 거대한 크기의 물리적 현상이기 때문에 이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지구와 우주의 각 지점을 동시에 관찰했다.

이때 인공위성 5대를 원하는 위치에 동시에 정렬하여 전류의 단절과 자기선의 재결합 중에서 어느 것이 오로라를 발생시키는 원인인지 밝혀내고자 하였다. 5대의 인공위성은 각각 자기장의 세기, 방향, 플라스마 입자 밀도, 고주파 라디오 전파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장착하고 있으며 미리 정해진 우주공간상의 위치에 일정한 시간마다(4일에 한 번씩) 정확하게 정렬하여 자기장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위 그림에서 s1과 s2는 자기선 재결합 여부를 측정하는 인공위성이며 나머지 3개는 전류의 단절을 측정하기 위하여 배치되었다.

지난 2008년 7월 24일에 NASA는 공식적으로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오로라의 발생원인인 소폭풍이 자기선의 재결합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측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발표에 의하면 지난 2008년 2월 26일 5대의 인공위성이 각각의 위치에 정렬하여 있었고 지구의 자기장도 고요한 상태에 있었다. 그런데 태양풍의 에너지를 가득 포함한 채 변형되었던 자기장이 재결합하면서 갑자기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는 폭발 현상을 관찰하였다.

대략 진도 5 정도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방출되며 지구 방향과 그 반대방향으로 각각 플라스마 탄환(plasma bullets)이라 불리는 플라스마 입자들의 구름이 발생한 것이다. 지구 방향으로 향한 플라스마는 극지방으로 몰리면서 대기와 충돌하여 아름다운 오로라를 형성하였고 반대 방향의 우주로 향한 플라스마는 아무 해를 입히지 않고 우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관측 결과에 의하면 자기선 재결합은 지구-달 사이의 1/3되는 지점에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0여 년간 과학자들 사이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던 오랜 숙제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인류는 끊임없이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하여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탐사계획도 지구와 태양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노력의 하나였다. 또한 그 노력과 함께 간직되었으면 하는 소망은, 겨울 밤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를 보면서 가슴 한편에 느껴지는 오로라에 대한 낭만일 것이다.

글 : 이창진 교수(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