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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한 야구팀을 찾아라

  • 등록일
    2010/01/26 16:17
  • 수정일
    2010/09/13 12:30

 

"프로스포츠 구단에게 알뜰함이란?"

라디오스타의 공식질문은 아니지만, 매 겨울 뉴스에서 엄청난 액수의 연봉계약 체결 소식을 듣게 되는 입장에서 한 번쯤은 가져볼 만한 질문임은 분명하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안 쓰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다할 전략 없이 무조건 지갑을 자물쇠로 채웠다가는 만년 하위를 면키 어려울 것이며, 이는 자연스레 관중 감소와 수익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뉴욕 양키스와 같이 천문학적인 돈을 쓸어 붓는 것은 어떨까. PS3 게임과 같은 '사기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것이 곧바로 리그 우승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 또한 야구의 매력이다. 아마도 "그 많은 돈을 낭비하고도 얻은 결과가 겨우 이거냐"는 비아냥이나 "그만큼 썼으니 우승 못하는 게 이상하지"란 평가절하를 감수해야 할 테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된 팀'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Inside Baseball'이란 칼럼을 쓰고 있는 톰 베르두치(Tom Verducci) 수석기자는 1월19일자 칼럼을 통해 '효율등급'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설명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해 옮겨보자.

 

[사진] 1월19일 '효율 등급'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팀'을 가려낸 칼럼을 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톰 베르두치 기자. 전형적인 9:1 가르마다. 머리숱이 현저하게 모자란 필자로선 매우 부러운 외양이다.

 

효율성의 가장 단순한 기준은 바로 ‘얼마를 쓰고 얼마를 얻었느냐’일 것이다. 즉 해당 팀의 지난 10년간 연봉총액을 같은 기간 동안 거둔 승수로 나누면 '1경기를 이기기 위해 쓴 돈'을 산출할 수 있다. 이렇게 얻어진 숫자를 CPW(Cost Per Win)이라고 한다.

 

Cost Per Win

 Team       Payroll*  Wins  CPW**
-------------------------------------

Yankees     $1,685.3  965  174.6
Mets        $1,086.5  815  133.3
Red Sox     $1,168.1  920  127.0
Dodgers     $1,002.0  862  116.2
Cubs        $906.8    807  112.4
Mariners    $880.8    837  105.2
Tigers      $761.3    729  104.4
Braves      $927.0    892  104.0
Orioles     $717.2    698  102.7
Angels      $887.2    900  98.5
Phillies    $794.6    850  93.5
Astros      $771.6    832  92.7
Cardinals   $843.1    913  92.3
Giants      $789.1    855  92.3
Rangers     $710.8    776  91.6
D-Backs     $730.1    805  90.7
White Sox   $773.5    857  90.3
Blue Jays   $679.0    805  84.3
Indians     $650.5    816  79.7
Rockies     $612.4    769  79.6
Reds        $583.2    751  77.7
Brewers     $527.2    741  71.1
Padres      $546.7    769  71.1
Royals      $473.6    672  70.5
Nationals   $464.3    711  65.3
Pirates     $437.1    681  64.2
Athletics   $522.6    890  58.7
Twins       $501.9    863  58.2
Rays        $400.8    694  57.8
Marlins     $349.0    811  43.0

 

* : Millions
** : Thousands

 

[사진] 오랜기간 연봉총액 1위를 굳건히 수성하고 있는 양키스. 저 사진에 삐딱하게 서있는 선수들 중 몇명만 무작위로 꼽아 연봉을 합치면 건실한 중소기업을 몇개씩 인수할 수 있다.

 

CPW 수치는 꽤 쓸만한 지표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는다. CPW는 각 팀이 이룬 성과(월드시리즈 우승 등)를 포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서 각 팀의 승수 차이보다 연봉총액 차이가 더 크기 때문에, 이를 단순 계산할 경우 '적은 돈을 쓰며 적은 승수를 거뒀지만, 리그우승과 같은 큰 성과를 이룬 중소규모 팀'의 성과를 왜곡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프로스포츠의 목표는 단순히 '많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우승'이다.

 

그렇다면 팀이 이룰 수 있는 '성과'란 무엇일까. 베르두치 기자는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점수를 부여한다.

 

1점 : 정규시즌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두고 다섯 경기 이하의 차이로 접전을 보인 경우(PR)
2점 :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경우(PA)
3점 : 포스트 시즌을 승리할 경우(PS)
4점 : 정규시즌을 우승할 경우(P)
5점 : 월드시리즈를 우승할 경우(WS)

 

베르두치 기자는 이어서 CPW를 산출한 것과 같은 10년 기간을 기준으로, 위 각각의 경우를 완수한 팀에게 해당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성과 수치(AP-Achievement Rating)'라고 명명했다.

 

Achievement Points

 Team       PR PA PS P WS  AP
-------------------------------
Yankees     9  9  11 4  2  86
Red Sox     7  6  8  2  2  61
Cardinals   9  7  8  2  1  60
Phillies    7  3  5  2  1  41
Angels      7  6  4  1  1  40
D-Backs     5  3  4  1  1  32
White Sox   5  3  3  1  1  29
Astros      6  3  3  1  0  25
Braves      7  6  1  0  0  22
Giants      6  3  2  1  0  22
Marlins     2  1  3  1  1  22
Mets        4  2  3  1  0  21
Twins       6  5  1  0  0  19
Athletics   6  5  1  0  0  19
Dodgers     5  4  2  0  0  19
Rockies     2  2  2  1  0  16
Tigers      2  1  2  1  0  14
Cubs        5  3  1  0  0  14
Rays        1  1  2  1  0  13
Mariners    3  2  2  0  0  13
Indians     4  2  1  0  0  11
Padres      4  2  0  0  0  8
Brewers     2  1  0  0  0  4
Blue Jays   1  0  0  0  0  1
Rangers     1  0  0  0  0  1
Reds        1  0  0  0  0  1
Nationals   0  0  0  0  0  0 
Orioles     0  0  0  0  0  0
Pirates     0  0  0  0  0  0
Royals      0  0  0  0  0  0

 

위에서 제출된 성과수치(AP)는 팀 운영에 소요되는 감가상각(Write-downs)과 같다. 즉 정규시즌 우승 팀은 리그 꼴찌 팀에 비해 돈을 더 효율적으로 쓴 셈이 된다. 그래서 베르두치는 이어 앞선 CPW에서 AP를 뺀 숫자를 구해 ‘효율 등급(ER)’이란 이름의 측정단위를 도출해 냈다. 아래 표는 이렇게 얻어진 ER 상위 다섯 팀이다.

 

Efficiency Rating Top Five

 Team      CPW   AP  ER
-------------------------------
Marlins    43.0  22  21.0
Cardinals  92.3  60  32.3
Twins      58.2  19  39.2
Athletics  58.7  19  39.7
Rays       57.8  13  44.8

 

플로리다 말린스의 약진이 가장 눈에 띤다. 말린스는 리그에서 가장 대표적인 ‘수전노’로 꼽힌다. 말린스는 지난 10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차레 따냈지만, 그 외 9년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것도 한 번 뿐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준으로 본다면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불구하고) 초라한 성적일 수 있으나, CPW가 리그 최하위인 점을 감안한다면 ‘없는 살림으로 잘 꾸려낸 팀’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사진] 최악의 수전노 팀인 말린스의 1997년 월드시리즈 우승 사진. 다소 과장해 비교하자면 화제거리가 됐던 강원도 화천 하남면의 아줌마 축구단이 K리그 우승을 차지한 격이라고나 할까.

 

베르두치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10년 동안 8년을 말아 먹고, 대신에 한 번은 우승을 한다면 당신은 그 팀의 팬이 되겠는가"

 

만일 당신의 대답이 ‘아니오’라면,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카디널스는 지난 10년 동안 말린스에 비해 3억 달러를 더 쓰는 대신, 10년 동안 단 한 해를 빼고 늘 패넌트 레이스 접전을 치렀다. 카디널스는 또 레드삭스에 비해 3억2천5백만불을 덜 쓰고도 레드삭스와 거의 같은 성과를 올렸다. 이는 효율적인 선수발굴과 운영으로 수백만 달러를 절감했던 토니 라루사 감독과 데이브 던컨 투수 코치의 능력과, 알버트 푸홀스라는 걸출한 타자를 비교적 싼 값이 장기 계약으로 묶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다만 최근 체결된 맷 홀리데이와의 대형계약과 푸홀스의 계약을 함께 유지할 경우, 카디널스는 효율성 면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가 '고효율 팀'으로 진단받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알버트 푸홀스. 너무 기량이 출중해 '발전 없는 선수'로 지명되는 양반.

 

다음 표는 효율 등급 하위 다섯 팀이다.

 

Efficiency Rating Bottom Five

 Team     CPW    AP  ER
-------------------------------
Mariners  105.2  13  92.2
Dodgers   116.2  19  97.2
Cubs      112.4  14  98.4
Orioles   102.7  0  102.7
Mets      133.3  21  112.3

 

매츠는 최악이다. 매츠는 플로리다보다 7억3천750만불을 더 쏟아 부었지만, 그 성과는 고작 4승을 더 올리는 것에 그쳤다.

상위 5팀과 하위 5팀 사이에 있는 20개 팀의 효율등급은 아래와 같다.

 

Efficiency Rating No. 6 through No. 25

Team       CPW   AP  ER
-----------------------------
Phillies   93.5  41  52.5
Angels     98.5  40  58.5
D-Backs    90.7  32  58.7
White Sox  90.3  29  61.3
Padres     71.1  8  63.1
Rockies    79.6  16  63.6
Pirates    64.2  0  64.2
Nationals  65.3  0  65.3
Red Sox    127.0 61  66.0
Brewers    71.1  4  67.1
Astros     92.7  25  67.7
Indians    79.7  11  68.7
Giants     92.3  22  70.3
Royals     70.5  0  70.5
Reds       77.7  1  76.7
Braves     104.0 22  82.0
Blue Jays  84.3  1  83.3
Yankees    174.6 86  88.6
Tigers     104.4 14  90.4
Rangers    91.6  1  90.6

 

양키스는 눈여겨 볼만하다. 양키스는 연봉총액 2위 팀인 레드삭스보다도 31%나 더 많은 돈을 더 지출했지만, 그 16억 달러는 ‘효율등급 23위’란 성적표 속에 초라해졌다. 워낙 많은 연봉총액을 보이고 있는 양키스이기 때문에 효율등급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가 쉽진 않은 일이지만, 그 정도 지출을 보인 만큼의 성적을 내줬어야 한다.

 

[사진]MLB의 대표적인 라이벌 양키스와 레드삭스. 나란히 연봉총액 1-2위를 다투는 이 두 팀은 그 실력도 매우 빼어나 지난 10년 동안 무려 19차례의 포스트시즌 우승을 합작했다. NL에 속해있는 팀들은 AL 동부리그에서 저 두 팀 틈바구니에 끼어봐야, 아~ 내가 프로야구의 탈을 쓴 사회인야구단과 경쟁해서 편하게 우승했구나 할거다.

 

높은 효율성을 보인 상위 13개 팀 중에 8개 팀이 네셔널리그 소속이다. 베르두치 기자는 그 이유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않는 이상, 연봉총액 1-2위 팀인 양키스와 레드삭스를 만날 일이 없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지난 10년 동안 양키스와 레드삭스 두 팀이 합작한 아메리칸리그 포스트시즌 우승은 무려 19번으로, 이는 나머지 12팀이 거둔 16회보다도 3번이나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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