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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비법 - 초구 스트라이크

  • 등록일
    2008/05/15 14:26
  • 수정일
    2011/08/09 15:40

 

지난 5월10일 통산 350승을 달성한 그렉 매덕스(샌디에고 파드레스)는 한 인터뷰에서 “필살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로 “내가 가진 최고의 무기는 초구 스트라이크”라고 답했다. ‘로테이션 체제’의 정착 등 변화된 야구환경에 따라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후의 350승 투수’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은 그가 자신 있게 꼽은 ‘필살기’인 초구 스트라이크는 과연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사진] 제구력의 마술사 그렉 매덕스 

 

통산 363승에 빛나는 투수 워렌 스판은 “배팅은 타이밍이고, 피칭은 그 타이밍을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투수와 포수 간의 거리는 60피트6인치(18.44미터)다. 와인드업 동작을 마친 투수가 공을 놓는 지점이 투구판보다 포수 쪽에 더 가까운 점을 고려하면 18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급 투수의 직구 평균구속이 90마일(144Km)이라고 했을 때, 타자가 날아오는 직구를 보고, 판단하고, 스윙을 하는 데까지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0.45초에 불과하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초당 37번을 회전하며 날아오는 중량145g 둘레23Cm 짜리 하얀 공을 야수가 없는 곳으로 쳐내야 ‘안타’가 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타자는 투수의 성향과 주무기 등을 고려해 다음에 어떤 공이 어떤 위치로 들어올지 예상을 해 타격을 준비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타이밍 싸움’이 된다. 반면 투수는 타자의 습성(구질과 코스에 대한 타자의 선호도 등)을 간파해 ‘불의의 일격’을 날리려고 - 즉 ‘타이밍을 망가뜨리려고’ - 노력하게 된다는 것.

 

따라서 ‘초구 스트라이크’ 여부는 투타의 승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타이밍을 뻇고 뻇기는 싸움에서 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들어가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 2007년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평균적으로 .268(타율)/.336(장타율)/.423(출루율)의 베팅라인을 기록했다. 즉, Zero-Base 상태에서의 타자 기록은 아래와 같다고 가정할 수 있다.

 

** 볼카운드 0-0 : .268/.336/.423

 

하지만 초구 스트라이크가 들어온 뒤의 타격기록은 어떨까. 타자는 한참 후퇴한 실력을 보이게 된다.

 

** 볼카운트 0-1 : .238/.282/.362

 

반면 초구가 볼일 경우에는 향상된 타격실력을 기록했다.

 

** 볼카운트 1-0 : .282/.394/.459

 

세이버매트리션들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에 이르기까지 나타날 수 있는 12개의 경우의 수에 따라 각각의 투구가 지니는 ‘가치’를 계량화 했다.

 

Count    BattingRuns

-------------------------------

  0-0          0.000

  1-0          0.038

  2-0          0.104

  3-0          0.220

  0-1         -0.044

  1-1         -0.015

  2-1          0.037

  3-1          0.142

  0-2         -0.106

  1-2         -0.082

  2-2         -0.039

  3-2          0.059

 

즉, 초구 스트라이크는 -0.044점 실점, 초구 볼은 0.038점 실점의 효과를 보인다. 즉 같은 ‘스트라이크’라도 볼카운트 상황에 따라 다른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Count    Ball        Strike

-------------------------------------

  0-0      0.038      -0.044

  1-0      0.066      -0.053

  2-0      0.116      -0.067

  3-0      0.110      -0.078

  0-1      0.029      -0.062

  1-1      0.052      -0.067

  2-1      0.105      -0.076

  3-1      0.188      -0.083

  0-2      0.024      -0.184

  1-2      0.043      -0.208

  2-2      0.098      -0.251

  3-2      0.271      -0.349

 

아울러 위 표에서 스트라이크와 볼의 가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상황은 바로 ‘풀카운트’ 때인데, 이는 ‘아웃과 포볼’이 공 하나 차이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통계학적으로 ‘안타’는 0.47점 득점의 가치가 있다고 해석되며, ‘포볼’은 0.33점의 득점가치가 인정된다.(반면 아웃은 -0.25점) 하지만 만일 타자가 0-2 상황에서 안타를 쳐냈을 경우, 이 안타는 0.47점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되는데, 왜냐하면 이 볼카운트는 이미 -0.106점 상황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0-2 상황에서의 안타는 0.58점의 득점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야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투타 상황이 이같은 공식에 의해 계산될 수 있다.

 

[사진] 현존하는 최고의 투수 중 한명인 요한 산타나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 바로 ‘Runs100'이다. Runs100은 ’특정 투수가 특정 구질의 공을 100회 던졌을 때의 실점‘을 계량화한 것인데, 이는 어떤 투수의 어떤 구질의 공이 위력적인가를 논의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쉽게 알아보기 위해 리그 정상급 투수인 요한 산타나(뉴욕 매츠)의 아래 기록을 살펴보자.

 

       Name           Pitch     NP         Runs100

---------------------------------------------------------------------

Santana_Johan      FB      675           -0.9

Santana_Johan      CU      288           -2.1

Santana_Johan      SL      121           -1.0

 

* NP : Number of Pitches

 

모든 전문가들은 체인지업을 산타나의 최고 구질로 뽑는데, 위 통계는 이같은 주장의 근거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산타나는 체인지업을 구사했을 때 -2.1의 R100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산타나의 ‘주력 구종’이라 할 수 있는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모두가 마이너스의 R100 수치를 기록한 점은 그가 전반적으로 뛰어난 투수임을 보여준다.

 

한국의 야구팬들 사이에서 “최동원과 선동렬 중에 누가 더 뛰어난 투수인가”라는 주제는 끊이질 않는 떡밥 중 하나다. 두 선수의 전성기는 조금 시기를 달리했지만, 세 차례에 걸쳐 맞대결을 펼치는 등 ‘동시대’에서 플레이를 해왔다는 점에서 ‘박찬호냐 선동렬이냐’보다는 더 현실적인 논란거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장’과 ‘해석’은 있을지언정,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나 해석의 기초가 되는 통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제시되고 있는 ‘자료’라고 해봤자 승수와 최고구속 정도다. 활용할 수 있는 원자료가 워낙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의 ‘자료수집 및 관리’ 수준은 가히 재앙에 가깝다. 더욱 큰 비극은 이런 ‘재앙’이 ‘기록의 중요성’이 과거와 달리 더욱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KBO, 도대체 ‘구단주의 이익을 위한 노무관리 대행’ 이외에 하는 일이 뭔가.

 


THT에 실린 관련 글을 보시려면 여기로

 

 


 

최근 SK 와이번스 등 일부 구단의 ‘뛰는 야구’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도루는 과연 얼마만큼의 가치를 갖는 것일까.

세미버매트리션들은 아웃카운트 하나가 베이스 한 개를 더 진루하는 것 보다 득점에 기여할 여지가 더 크다고 분석한다.


[사진] 지난해 메이저리그 도루왕 호세 레이에스 


통상 무사 주자 1루의 상황이 부여하는 '기대득점'은 0.864점이다. 여기에서 도루를 시도해 주자를 2루로 보낼 경우(무사 주자 2루 상황을 만들 경우) 기대득점은 0.309점이 늘어난 1.173점이 된다.

하지만 도루를 시도한 주자가 아웃된다면 어떨까. 1사에 주자가 없는 상황의 기대득점은 0.270점으로, 애초의 0.864점보다 무려 0.594점이 낮아진다.

따라서 도루는 ‘안정적인 성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하느니만 못한 것인데, 이 '안정적인 성공률'은 대략 75%로 이해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75% 이상의 도루성공률을 기록한 선수는 31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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