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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을 야구장으로 몰아오는 법

  • 등록일
    2010/03/11 17:46
  • 수정일
    2010/09/13 12:22

 

넥센이 히어로즈의 새 스폰서로 등장했다. 우리담배의 철수 이후 풀이 죽어있던 히어로즈 선수들이 다시 활력을 찾아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쯤에서 포스트를 끝내면 ‘선한 사마리안 아구팬의 글’ 정도가 되겠지만, 그럴 수야 없지.

 

안타깝게도, 또 당연하게도 프로야구는 ‘사업’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구단은 ‘수익’을 내야만 유지될 수 있다. ‘타이어’를 주력품으로 하는 넥센이 과연 ‘야구단’을 통한 수익창출에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를 다는 이들도 많다. 과거 소비재 상품이 없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걸었던 야구단 쇄락의 길과, 여성화장품 전문기업인 태평양이 야구단 운영을 포기했던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태평양은 야구단 출범에 맞춰 남성화장품을 출시하며 반짝 효과를 내긴 했지만.

 

그렇다면 무엇이 팬들을 야구장으로 부르는 것일까. 베이스볼 애널리스트의 스카이 안드레체크(Sky Andrecheck)은 미국 프로야구 각 구단의 관중숫자 변천을 분석해 아래 여섯 가지 요인을 분석했다. 야구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인 셈.

 

승률 : Winning Games

놀라울 것도 없이, 관중을 끌어모으는 첫 번째 요소는 당연히 ‘승률(WPCT)’이다. 다른 어떤 특이요소(플레이오프 진출이나 신축구장 등)가 없는 상황에서 5할의 승률을 보이는 팀을 보러 경기장을 찾은 관중 숫자는 경기당 평균 24,500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4할 승률의 팀은 (역시 같은 조건에서) 20,100명을 동원했고, 6할 승률의 팀은 29,900명을 끌어 모았다. 팀이 잘 나갈수록 관중도 늘고, 늘어나는 폭도 크다는 분석은, 굳잉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표1] 승률이 관중동원에 미치는 영향

 

구단이 전년에 거둔 성적 역시 올해의 관중동원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4할 승률을 거두고 올해 5할 승률을 거두는 팀이 경기당 평균 22,700명의 관중을 유치한 반면, 지난해 6할 승률을 보이고 올해 5할 승률을 기록하는 팀이 모은 관중은 26,400명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충분히 일리 있는 일이다. 올해의 성적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 해 성적은 그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분석에 따르면 ‘승률이 불러오는 관중 증가효과’는 2년 뒤까지 영향을 미치지만, 그 폭이 크지는 않다. 3년 전에 거둔 6할 승률은 3년 뒤에도 경기당 500명에서 600명의 관중을 더 불러 모으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는 큰 차이가 아니나, 통계학적으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숫자다.

 

플레이오프 진출 : Making the Playoffs

같은 5할5푼의 승률을 거둔 두 팀이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은 경기당 27,000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반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은 1,800명의 관중을 더 동원한다. 물론 ‘플레이오프 진출’과 ‘관중증가’의 상관관계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를 둘러싼 혈투는 정규시즌의 박진감을 더욱 높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표2] 5할5푼 승률을 유지할 경우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관중동원에 미치는 영향

 

그래프에서 드러나듯, 가장 높은 관중동원 효과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우’다. 즉 지난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전후해 벌어진 긴장감을 경험한 팬들이, 다음 해에도 이 감정을 간직한 채 경기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올해와 지난 3년동안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경우’는 오히려 이보다 떨어진다는 점인데, 자극도 계속되면 무뎌지기 마련이란 점에서 그럴듯하다.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팀 가운데, 올 들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보다 진출하지 못한 팀이 더 관중동원에 성공적이란 점이다. 아마도 이 팀의 팬들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경기장에 가보지, 뭐”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이 그래프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 중 하나는, 연속적인 플레이오프 진출이 관중동원에 마냥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지나친 강팀은 오히려 팬들을 지루함으로 내몰 수도 있으며, ‘꼴찌 신화’와 같은 성공스토리가 구현될 때 팬들의 희열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물론,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이 매년 진출하지 못한 팀보다 관중동원에서 앞섰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월드시리즈 우승 : Winning the World Series

월드시리즈 우승 역시 관중동원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폭이 크진 않다. ‘지난해 6할의 승률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올해 5할 승률을 거두고 있는 팀’이 평균적으로 동원하는 관중 숫자는 28,100명이다. 같은 조건에서 지난해 월드시리즈를 재패한 팀은 29,700명을 동원한다. 늘어난 관중 1,600명은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이긴 하지만, 이 정도 증감으로 구단이 휘청거리진 않는다. 게다가 월드시리즈 진출에 따른 관중 증가효과는 이듬해 월드시리즈까지만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플레이오프 진출’이 ‘플레이오프 경기를 모두 이기는 것’에 비해 관중 동원 효과가 더 컸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신축구장 : A New Ballpark

신축 야구경기장은 그 어떤 요소보다도 관중동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왜 모든 야구팀들이 ‘경기장 신축’을 목놓아 부르짖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승률 5할의 플레이오프 탈락 팀이 동원하는 경기당 평균 관중은 24,500명이다. 반면 똑같은 조건에서 신축 구장을 보유할 경우 관중 숫자는 33,600명으로 훌쩍 늘어난다. 무려 경기당 1만명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더구나 신축구장은 그 효과가 10년 가까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신축구장 효과가 지속되는 10년동안 팀이 추가유치할 수 있는 관중 숫자는 무려 450만명에 이른다.

 

[표3] 신축구장 효과

 

신축구장이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점은 또 있다. 통계적으로 거의 모든 팀들은 신축구장으로 옮긴 첫 해에 기존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인다. 즉 팬들은 팀이 이기던 지던 상관없이 신축구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신축구장 효과는 승률이 관중동원에 미치는 영향을 절반으로 낮춘다는 점 역시 통계적으로 드러났다.

 

신생팀 : A New Team

새로운 팀 창단(혹은 연고지 이전)이 불러오는 관중동원 효과도 엄청나다. 승률 5할의 신생팀은 같은 승률의 기존 팀보다 경기당 10,000명의 관중을 더 동원한다. 신생팀 효과의 지속기간은 약 4-5년으로, 신축구장 효과보다는 다소 짧게 나타났다.

 

[표4] 신생팀 효과

 

The Team Brand

구단이 갖는 ‘브랜드’ 역시 관중 동원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통계학적 분석은 각양각색의 팀을 그저 ‘팀’으로 보기 때문에 이같은 요소를 모두 반영할 순 없다. 팀의 브랜드는 △팀의 역사 △연고지의 특징(부산을 생각해보면 쉽다) △팬들의 성향 △시장 규모 △구단 운영 기술 등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많은 인구가 몰려있는 L.A.의 전통있는 인기구단인 다저스의 관중동원력과, 야구팬이 아니면 들어보기도 힘들었을 피츠버그 파이러츠의 관중동원력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통계적으로 5할 승률의 플레이오프 탈락 팀이 동원하는 경기당 관중 숫자는 24,500명이다. 하지만 위 요소의 충족여부에 따라 어떤 팀은 28,700명을 유치했으며, 또 다른 팀은 33,800장의 티켓을 팔았다. 반대로 브랜드 요소들을 갖추지 못한 최악의 팀은 같은 조건에서 17,500명을 끌어들이는 데에 그쳤다.

 

과연 이와 같은 팀별 특성은 승률이 미치는 영향에도 차이를 보일까도 의문이다. 에컨대 시카고 컵스의 팬들은 팀의 승패와 상관없이 야구장을 찾을까.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팬들은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을 때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경우가 많을까.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와 같은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각 도시의 팬들은 (팀에 대한 충성도에 상관 없이) 승패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


위 통계분석은 구단 경영진이 관중동원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에 중요한 함의를 던져줄 수 있다. 모든 팀은 우승 못지않게 팬 동원과 유지를 통한 수익창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척동 돔구장 신축을 둘러싼 이런 저런 논쟁과, 히어로즈의 새로운 후원사 등장을 두고 예측도 난무한다. 구단소유 그룹사 총수의 호불호에 따른 주먹구구식 운영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스포츠 비즈니스 영역이 여전히 불모지인 것 역시 사실이다.
 

 

 

참고한 원문 사이트 주소는 http://www.baseballanalys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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