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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세계화와 농업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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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농정과 농업구조조정의 문제점
[특별기획 : 세계화와 한국농업](4) - 경쟁력 지상주의 답습하는 노무현 정부
박웅두 (전농) 
1만5천년의 농경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식량의 절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농산물수입국가로 전락했다. 식량자급률이 매년 하락하여 2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가 되지 않은 매우 심각한 상황임에도 여전히 농업정책은 자유무역협정(FTA)과 WTO협상에 집중되어 있다.

 

80년대 말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개방농업정책은 필연적으로 농업의 구조조정을 수반하였다. 그 결과 매년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고 농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나 농촌을 떠나거나 자살을 하는 농민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미 많은 마을에서 대가 끊긴지 오래이고 60세가 넘는 노인들만이 힘겹게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이러한 농업농촌의 변화는 자급자족 기반의 붕괴로 이어지고 식량주권마저 위태로운 실정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개방농정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농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식량주권이 실현되는 농업농촌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개방농정과 WTO

 

1) 개방의 시작

우리나라에서 농산물 수입이 본격화된 것은 70년대 말부터 이다. 미국의 개방압력에 의해 79년 최초로 농산물시장 개방조치가 시행되었다. 물론 전쟁이후 원조에 의한 식량지원이 있었으나 이는 일반적인 개방과는 다른 문제이기에 정부 정책으로 개방이 이루어진 것은 79년을 시작으로 83년과 85년에 농산물 일부 품목이 수입자유화 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특히 83년 대 흉년은 외국으로부터 긴급하게 쌀을 수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당시 일본등 아시아의 곡물사정 악화로 국제가격의 3배가 넘는 댓가를 치루고 그것도 모자라 3년 연속 구매를 조건으로 들여올 수 있었다. 또한 전경환(전두환대통령의 동생)에 의해 도입된 생우는 농가에 분양되자마자 대부분 폐사하여 농가부채를 양산하는 주범이 되었으며 축산물 수입의 결정적 시발점이 되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농산물 개방은 처음부터 식량자급을 유지하는 것을 바탕으로 계획되지 못하고 권력형 비리와 축재, 준비되지 않은 협상등으로 인해 우리 농업의 근간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어왔다.

 

2) UR협상과 WTO 출범
94년 UR협상을 통한 GATT체재의 종결과 WTO 출범은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전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1994년 쌀개방과 관련한 협상은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뒤바꾸어 놓는, 농민들에게는 시련을 국민들에게는 먹거리의 불안전성을 가져다 주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대통령직을 걸고 쌀개방을 막겠다던 김영삼 대통령의 다짐은 쉰소리가 되어버렸고 쌀개방과 함께 제출된 농산물개방에 관한 이행계획서는 평생 동안 우리농업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가 되었다.

 

WTO체제 출범과 우리나라의 가입은 농산물 시장의 전면적 개방을 전재로 하였다.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에 대해 관세화 개방이 결정되고 일정한 여건을 갖추면 누구나 수입,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여 농산물의 자급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WTO체제의 출범은 단순한 개방의 문제를 뛰어넘어 WTO가 모든 나라의 농업정책에 대해 간섭과 통제를 가능 하도록 하였으며 초국적 자본을 앞세운 곡물메이저들의 농업지배를 합법화 해주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의 농업과 관련한 직간접산업이 이들에게 종속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닌데 종자산업에서부터 농약, 농기계에 이르기 까지 외국자본이 개입되지 않은 것이 없다.

 

또한 WTO는 시장접근 장벽 철폐, 관세감축, 국내보조감축 등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결국 이러한 기준에 따라 각국의 농업에 대한 직접적 통제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진행된 쌀개방 협상도 결국은 WTO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됨으로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이나, 식량수급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강요해 왔다. 결국 WTO아래에서 일국의 농업정책은 자기발전의 정상적인 길을 걸을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2. 농업구조조정과 농어촌발전종합대책

 

농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개방농정을 진행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과제로 이야기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수입개방에 따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규모화, 상업화해야 한다는 개방론자(비교우위론자)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답습한 탓이다. 결국 농산물 시장 개방과 농업구조조정은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상호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1)농업구조조정 정책의 도입
농업구조조정이라는 개념은 1986년 전두환 전부시절 내놓은 농어촌종합대책에서부터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이시기는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개방농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기이다. 이후 89년 대규모농산물 수입자유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농어촌발전종합대책(일명 농발법)이 발표되고 이대책의 핵심 목표로 ‘국제경쟁력 제고 농업구조조정'이 공식화되게 되었다.

 

86년 농어촌종합대책과 89년 농어촌종합발전대책은 신자유주의 농정의 양대축인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이 처음 결합된 대책이자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이 본격 도입되고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2) 농업구조조정 정책의 확산
1993년 UR협상 타결 전후하여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게 된다. 91년 농어촌 구조개선대책이 세워지고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신농정 5개년 계획이 발표되면서 구조조정이 전농업계로 확산되게 된다. 특히 95년 WTO 가입은 개방농정과 구조조정을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만들어 가게 된다.

 

이시기는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의 지배력이 크게 강화되면서 농산물 시장개방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정책의 대전제로 자리잡고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이 농정의 최우선과제로 정립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이 한국농정의 기본 골격으로 확립되면서 농정의 총체적 모순을 양산하게 된다.

 

3) 농업구조조정 정책의 전면기
1998년 김대중정부의 출범으로 농정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가족농유지와 농가부채에 관한 입장은 역대정권과 분명히 차별성을 갖는 것으로 최소한 개방농정과 구조조정의 속도는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약 15년간 집중적으로 추진된 농업구조조정이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는 과정에서 이미 돌이킬수 없는 상황에 있었으며 김대중 정부 역시 WTO에 의한 시장개방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서 농정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하였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개방농정의 또다른 형태인 자유무역협정(FTA)를 수용함으로서 사실상 구조조정을 완결단계로 치닫게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면서 더욱 노골화되는데 소위 ‘개방형 통상국가론’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쌀에 대한 추가개방 뿐 아니라 20여개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중에 있으며 농업농촌종합대책을 통해 농업구조조정을 완결하려하고 있다.

 

참고) 개방농정과 구조조정에 따른 농업의 현주소

 

1) 농가수, 농가인구 및 가구당 농가인구 추이
- 2004. 12. 1일 현재 전국의 농가수는 124만가구, 농가인구는 341만 5천명으로 각각 전년대비 1.9%(-2만4천가구), 3.3%(-11만 5천명) 감소하였음 농촌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탈농, 전출 등으로 인해 농가수가 감소되었음
- 최근 10년간(1994~2004)의 연평균 농가 감소율은 2.3%로 나타났고, 10년전에 비해 농가수는 20.4%(-31만 8천가구) 감소되었음

2) 경영주 연령별 농가수 추이
- 경영주의 연령층은 60대가 36.2%(44만 9천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음.
o 농가의 고령화로 인하여 70대이상 경영주의 비중이 23.0%(28만 5천명)로 전년에 비해 5.9% 증가한 반면, 50대이하의 경영주 비중은 40.8%(50만 6천명)로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음.

3) 영농형태별 농가수 추이
- 농가의 주된 영농형태는 논벼(51.5%), 채소(21.1%), 과수(11.0%) 순으로 나타났음.
o 이 중 논벼농사를 주로 하는 농가는 전년대비 3.1%(-21천가구) 감소하였으며, 전체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남.

4) 전,겸업별 농가수 추이
- 전체 농가중에서 가구원이 농업에만 종사하는 전업농가의 비중은 63.3%(78만 5천가구)로 전년대비 3.4% 감소함
o 전업농가의 감소요인으로는 농업수입만 있는 단독농가 중 고령에 의한 농업포기와 새로운 소득원을 찾는 농가의 증가로 인하여 전업농가가 감소했음
- 농업과 농업이외의 일을 함께 하는 겸업농가는 45만 5천 가구로 전년대비 0.8%(3천 6백가구) 증가하였으며, 전체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7%로 나타났음
o 지난 1년간 농업이외의 일에 1개월 이상 종사한 겸업가구 중 1종 겸업과 2종 겸업 가구는 전년대비 각각 1.2%(1천 7백 가구), 0.6%(1천 9백 가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음

5) 식량자급률
- 70년대에는 80%의 식량자급률은 94년 거의 모든 농산물이 개방되면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음. 2004년의 식량자급률은 지난해보다 1.6% 더 하락하여 25.3%로 이 중에 쌀을 제외하면 3%밖에 되지 않는 수치임.

6) 농가부채
- 199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10% 이상 높게 증가하던 농가부채가 2002년에는 절대 규모가 감소하였으며, 2003년은 전년대비 3.9% 증가함.
- 농업수익성(농업소득/농가자산)은 1999년 이후에 정체상태에서 2003년에는 농업소득 감소로 전년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남.
- 그러나 이것은 농가자본 구조의 개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농업부문의 수익성 저하로 신규 투자를 위한 농가부채 증가폭이 감소하였기 때문으로 보임. 부채 내역별로는 농업용부채는 1.4% 소폭 증가하였으나 가계용부채가 10.5%, 겸업용 부채가 11.4% 증가하는 등 비농업/소비성 부채의 증가로 농가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남.

7) 도농간 소득격차
- 2000년 이후에 도농간 소득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 1995년에는 도농간 소득격차가 95.1%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000년에는 80.6%로 농가소득 비중이 낮아졌으며, 2003년에는 76.2%로 더욱 확대됨.
=> 1998년 이후 도시가구소득은 연평균 6.4%씩 증가한 반면, 농가소득은 5.4%씩 낮은 수준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임.

 

3. 농업농촌종합대책을 통해서 살펴 본 노무현 정부의 농정 현주소

 

노무현 정부는 한칠레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국회비준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한칠레자유무역협정 지원 특별법’을 비롯하여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등 4대 입법안을 연계 처리하였다. 또한 향후 10년의 농정과제를 정리한 농업농촌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발표 즉시 실효성을 둘러싸고 농민단체들의 집중적인 비판에 직면해 왔으며 올해부터 구체적으로 집행되는 과정에서 농민들과 수많은 정책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 농업농촌종합대책의 내용
농업농촌종합대책은 향후 10년동안 119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우리 농업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아래 수립되었다. 농업농촌종합대책에 따르면 향후 농정의 기본방향을, 첫째 시장지향적 농업구조로 재편하여 농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둘째 농업구조조정의 연착륙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며, 셋째 농촌지역개발및 복지정책을 강화하여 도농의 균형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아울러 이를 실현하기 위해 ‘농촌과 도시가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를 농정비전의 기본틀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 농정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농업정책의 틀을 농업정책, 소득정책, 농촌정책으로 바꾸어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과제로 규모화?,고품질, 전업농 육성?, 고령영세농 탈농, 쌀 중심 탈피의 지속적 구조조정 진행과 농가소득 구조를 농업소득 비중보다 농외소득 비중 증대로 개편, 농업인 복지와 농촌지역개발을 확충하여 농촌인구 현재수준(20%)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과제로 제출하고 있다.

 

2)농업농촌종합대책의 문제점
첫째 농업농촌종합대책에는 위기에 처한 한국농업을 살릴 농업 정책이 없다. 열악한 농촌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육, 의료, 복지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업을 살리지 않고는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농정의 핵심은 농업,농민정책이며, 농업,농민정책의 핵심은 식량자급 확보와 소득안정이다. 그러나 계획안에는 식량자급에 대한 어떤 계획이 제시되어 있지 않으며 농업 GDP 대비 쌀 비중을 현행 33%에서 2013년까지 25%로 감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소득안정은 근본적으로 농업생산을 통해 실질소득을 높일 수 있어야 하나 직불제 확대와 농외소득원 확충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이러한 정책방향이 실제 도-농간의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우려된다.

 

둘째, 6ha 7만호의 전업농 육성을 통한 규모화와 고품질화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 또한 농업의 종합적 발전을 추동화 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앞서 예로든 농촌경제연구원의 농민의식조사에서는 쌀시장개방 확대에도 불구하고 71.8%가 현 경작면적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답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규모화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수입개방으로 위기에 처한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리기 위해 별도로 편성된 사업비가 아니라 기존 농림예산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119조원 투융자 계획은 별도 편성된 사업비가 아니라 기존 농림예산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며, '농림예산 10% 확보'의 대선공약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119조 투융자 지원계획 중 80%에 해당하는 96조원은 이미 편성되어 있는 농림예산이며 실제 별도 기금을 출연하여 지원하는 액수는 23조원에 불과하다. 마치 기존 농림예산과 별도로 119조원이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일반국민들에게 농업에 대한 무리한 지원이라는 비난과 함께 농민들에게서도 전형적인 전시행정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넷째 후계인력 육성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담겨있지 않다. 현재 농업경영주중 40세 이하는 4만 명에 불과하며 10년 후면 8천명 내외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사업의 안정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매년 4,500명 이상의 우수 신규인력이 농촌으로 유입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신규 창업농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영농에 종사하고 있는 4-50대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이 없다. 실제 농업발전을 선도해나갈 40대 농업인이 소득불안과 농촌여건 미비 등을 이유로 매년 농촌을 빠져나가고 있는 처지에서 설사 30대의 후계인력의 유입에 성공한다고 하더러도 또다시 이농의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표) 농업농촌종합대책 로드맵

4. 지속가능한 농업농촌과 식량주권

 

개방농정과 구조조정에 마서 농정의 새로운 틀을 세워낸다는 것은 혁명보다 어려운 일 일수 있다.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이미 농정의 모든 집행력이 신자유주의 초국적 자본이 앞세운 WTO에 의해 통제를 받고 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농정체계를 세워내기 위해서는 적잖은 대립과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1세기 가중되는 식량위기에 대비한 국가의 전략이 정치군사적 안보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으며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갖는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토대로서의 역할등을 고려할 때 새로운 농정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로 되고 있다. 특히 절대적 식량수입국인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이며 남북분단에 의한 통일농업실현이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정치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그간의 실패에서 드러난바와 같이 농업은 단순한 시장 기능에 의해 유지될수 없으며 정부의 직접적 개입없이는 균형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에 대한 전망을 밝히고 식량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농정을 만들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시급히 도출해내야 한다.

 

1) 자립자급형 농업발전을 통한 식량주권을 지켜내는 것이 대안이다.
농정의 대안을 찾는 것은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모순의 근본원인을 올바로 분석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 농정은 분단으로 인해 굴절된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하고 있다. 분단과 미국의 강점은 농업의 자생적 발전을 가로막고 식량을 외국에 의존하는 수입개방형농업으로 변모시켰으며 개발독재형의 녹색혁명은 기형적인 고투입 수탈농업으로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농정추진은 필연적으로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식량생산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중앙집권적 농업구조를 더욱 강화해 오고 있다.

 

그 결과 우리 농업농촌은 식량자급과 공익적 가치를 부정당한채 DDA/FTA에 의해 해체 일로에 놓여 있다. 때문에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는 대안을 중심으로 그 주진주체역량을 강화하는데 노력을 다해야 한다.

 

① 식량자급형 농업발전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04년말 25.3%로 1년만에 1.6%가 급감하여 소위말하는OECD국가중에서도 최하위 그룹에 속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농지면적은 1만5천ha 가까이 줄어들고 있으며 농산물가격하락 농촌의 사회적 낙후등으로 인해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있어 근간에 자급률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결과적으로 식량자급률의 감소는 대외식량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것이며 아울러 농업농촌의 붕괴를 촉진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나타나는 제반문제를 더욱 심화 시킬수 있다.

 

때문에 식량자급에 대한 분명한 정책적 의지를 바탕으로 농정체계 전반을 개혁시켜내는 방향으로 농정의 목표가 다시 설정되어야 하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 할수 있도록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률에 명기하여 정책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식량자급률목표치 법제화는 그 실현을 위한 적정농지, 농가소득안정, 생산주체 역량확보등 이 뒷따르지 않으면 안될뿐 아니라 농업농촌의 다양성에 기초한 국민들의 동의가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방농정에 대한 보다 자주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

 

② 가족농중심의 집단화, 조직화를 통해 규모화에 대응해야 한다.
규모화의 논리는 개발독재시대 녹색혁명으로부터 지속되어온 농정핵심으로 수입개방으로 인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집약적인 규모화는 농촌의 전통적인 집단체계인 마을을 파괴하고 그 속에 녹아있는 민족전통의 정서까지도 유린하고 있다. 특히 규모화는 지나친 상업주의뿐 아니라 경쟁을 유발시켜 고투입 수탈형 농업을 지속화하여 농산물의 기형적생산을 부추켜 식량부족을 더욱 심화 시킬것이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자본주의적 경쟁논리에 기초한 규모화 보다는 농업생산의 다양성이 지켜지고 전통적 공동체가 유지될수 있는 가족농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가족농중심의 생산관계는 지역(마을-면)과 작목(품목)을 중심으로 한 협업을 통해 규모화에 대응할수 있는 힘을 축적할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공동계산제등을 통해 관행적인 생산,판매 방식보다 부가가치를 높여내고 있는데서 검증되듯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집단화 조직화하는 방법을 통해 규모의 경쟁력을 앞세운 세계화에 대응해야 한다.

 

③ 지속가능한 지역농업 발전전략으로 획일적인 중앙농정을 극복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정은 지역의 자연.역사.문호 풍토조전을 기초로 이들조건의 차이와 개성의 특성의 발현을 통한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도시화,산업화,공업화에 따른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개념과 대립된다.
또한 지역농업론은 지역농업론은 기본적으로 환경보전형 농업, 즉, 지속가능한 농업을 목표로 한다. 지속 가능한 농업에서「지속성」이란, ① 농업경영 또는 경제적 소득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지속성의 유지, ② 생산물의 질의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함으로써 소비자에 대한 소비의 지속성, ③ 생산환경이 파괴되지 않고 생산환경에의 부하를 줄이면서 생산력 높여가는 생산의 지속성, ④ 자원의 유한성의 측면에서 생태학적 기반의 지속성을 의미한다. 물론 이들 4가지는「지역의 차원」에서 상호 유기적 관련성을 밀접하게 가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되기 위해서는 농업 담당자의 존속 및 확보가 필요 불가결한 것이며, 농업경영체도 유지, 재생산되어야 하고, 나아가서 자연자원 뿐만 아니라 각종 지역자원이 유지, 보전되어야 한다

 

「지역농업」은「농업이 중심산업이 지역의 총체적 경영」이다. 「지역농업」의 기본 역할은 국민생활의 다양화와 고도화에 대응한 안전한 농산물의 공급, 물과 토양의 보전, 자연환경의 형성과 보전, 역사와 문화의 보전과 계승 및 교육의 장소 제공, 국민보건의 장소 제공 등 농업과 농촌의 다양한 기능들을 종합적 또는 고도로 발휘하는 것. 이러한 역할이 잘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지역농업」경영의 기본과제이다.

 

결국 지역농업의 발전전략은「지역」을 종합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으로 농림업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소비생활을 비롯하여 교육, 문화, 보건, 복지, 생활환경, 자원관리, 사회관행 등 다양한 분야를 상호 유기적 관련 하에서 종합, 조화시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 『지역농업』의 조직화는 자립, 협동, 연대의 지역사회 시스템을 구축을 통해 구체화 되어진다.

 

④ 국제적 연대를 통한 전세계적 식량주권을 실현해내야 한다.
WTO 체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 하면 소수 기업농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에서도 소농들은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통해 농촌에서 내쫓기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매년 농민들의 집회가 발생하는 것이 이러한 점을 증명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은 WTO에 의한 농업농민 지배가 일국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 모든 국가, 절대다수 농민들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식량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전과정에 대한 개입과 간섭을 거부하는 것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에 전세계 농민들의 단결을 통한 공동대응만이 WTO 체제를 종식시켜 낼 수 있으며 이 길이 진정한 식량주권을 지켜낼수 있을 것이다.

 

 
  연재기획 '세계화와 한국농업' 순서  
     
 
1. 기획소개 '세계화와 한국농업'
2. 거꾸로 가는 한국농업
3. 농업의 세계화 누가 주도하는가
4. 농업 구조조정- 경쟁력 지상주의를 답습하는 노무현 정부
5. 우리 농민은 정말 행복한가?
6. 친환경농업이 한국농업의 대안이 되려면...
7. 협동조합의 역할과 미래
8. 식량보장을 말 한다
9. 한국농업의 길
 
 
 
박웅두 님은 전농 정책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위기의 한국 농업
통계의 함수, 자급률 0% 향한 정부의 경주
특별기획 '세계화와 한국농업' 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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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세계화와 한국농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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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위기의 한국 농업
[특별기획 : 세계화와 한국농업](3) - 농업의 세계화 누가 주도하는가
윤병선 (건국대 사회과학부 교수, 경제학) 
지난 해 12월, 전농 회원들이 '쌀 협상무효, WTO반대”를 주장하며 전개한 시위에 대하여 한 중앙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도시민의 생계를 발목 잡는 시위”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민이 국제가격의 5배에 이르는 값에도 군말 없이 국내산 쌀을 사 주었다”면서 일반국민들로 하여금 농민들과 대립의 각을 세우도록 채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농민들의 저항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시각은 선동적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하다. 우리의 농업과 농민을 고립무원의 처지로 몰아넣는 이들의 행동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이데올로기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실체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론’과 ‘시장원리만능’이라는 사상에 입각하여 재정지출의 삭감과 공적부문의 축소 및 민영화를 추진하고, 공적 규제의 완화 및 철폐를 통하여 자본활동의 자유화를 꾀함으로써 자본(독점자본)의 축적조건을 확보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으며, 동시에 경제의 세계화에 적합한 새로운 사회경제구조로 전환코자하는 정책적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세계화라는 이름 하에 국가 및 지역간에 존재하던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정보 등에 대한 인위적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세계를 일종의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WTO가 그렇고, FTA가 그렇고, 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도 그러한 작업의 일환이다.

 

자본운동의 국제화와 이로 인한 국제적 경제거래의 확대는 더 많은 이윤획득과 자본축적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체제의 출발과 함께 오래 전부터 나타났던 현상이다. 특히, 1970년대 초 달러위기를 계기로 브레튼우즈(Bretton Woods)체제가 무너지고 대신 변동환율제도와 역외금융시장과 금융투기에 세계경제가 노출되어 초국적 경제관계는 불안정한 조직으로 되었다. 여기에 자본이동에 대한 국가의 규제가 완화됨으로써 초국적 자본의 활동이 확대되었고,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화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초국적자본이다는 사실은 여러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즉, 1980년과 1996년 사이에 해외무역은 두 배정도 성장한 것에 비해서, 같은 기간동안 초국적자본의 해외직접투자는 세배나 증가했고, 초국적자본의 해외자회사에 의한 판매액은 수출증가율보다 20%이상 항상 앞섰으며, 세계무역의 70%가량이 초국적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기술특허의 90%가 초국적기업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란 국가단위의 자본축적을 넘어서서 지구적 차원에서 자본축적이 이루어지게 된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경제공간의 범지구적통합을 통하여 경제적 권력이 지역 또는 국민경제로부터 초국적자본이나 초국적자본에 의한 다국간기구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식품 및 농업부문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현재의 농식품체제(agri-food system)는 집합적 육류복합체 또는 석유복합체처럼 선진국의 초국적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국제상품복합체(international commodity complexes)로 특징지을 수 있다. 현대의 농식품체제는 농업투입자재의 생산자로부터 농산물의 소매업자까지, 그리고 생산농민으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고도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되어 버렸다. 농식품체제의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식품체인은 서로 다른 행동규칙을 갖는 다양한 부문으로 서로 나눠지게 되었고, 농민으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사회의 모든 참여자들이 국경을 초월하여 서로 연결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현대의 농식품체제는 서로 다른 행동규칙을 갖는 다양한 부문으로 서로 나눠지면서도, 국경을 초월하여 통합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통합은 공간과 부문이라는 두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다. 공간적으로 초국적화는 지역 및 생산단위의 양면에서 농업의 특화라는 형태의 집약화를 나타내고 있다. 부문수준에서는 직접적으로 소비되는 농식품의 생산으로부터 대규모 식품가공시스템에서 원료로 사용되는 농산물생산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다수의 농민들조차 농식품의 소비자로 되어 세계 어디에서 어떻게 농식품이 만들어져서 운송되고, 가공되어 유통되고 있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은 밀과 옥수수의 가공, 동물사료, 가금류, 낙농제품, 과일통조림, 씨리얼, 음료농축액 등 음식료부분의 거의 전 부분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자 및 비료, 농약과 같은 농업생산자재산업에도 진출하여 농업생산과 관련된 사업전반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초국적곡물메이저들의 폐해를 고발했던 저자의 한국 강연회 포스터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부상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검은 전략이 대중 앞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농업협상이 부각되면서부터이다. 당시 미국 측이 UR협정에서 제안한 내용의 대부분은 대표적인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인 카길(Cargill)사의 전직 지배인인 암스튜츠(Daniel Amstutz)에 의해서 작성되었고, 이 제안서는 다른 농업관련 초국적기업들에 의하여 검토되었다. 이 제안서는 곡물무역회사와 농화학회사의 요구에 맞추어 제안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들 제안은 농가에 대한 보조를 줄이고 생산조절을 없애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되었다. 이와 더불어, 초국적 농업관련기업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정부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도 병행했다. 예를 들면, 카길사의 최고경영자 미섹크(Ernest Micek)는 클린턴정부 하에서 미국의 수출확대를 꾀하고 수출정책을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대통령수출자문단의 멤버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거대 농업관련기업체와 정부의 밀착은 다른 여러 가지 사례에서도 확인되는데, 1986년에 카길사, 몬산토(Monsanto)사, 노비스코(Nobisco)사 등은 농식품복합체의 로비활동을 담당하기 위해 농업정책개발그룹(Agricultural Policy Working Group: APWG)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소농이 세계가 필요로 하는 식량을 생산할 정도로 충분히 생산적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수백만 달러를 광고에 쏟아 붇고 있다.

 

이들 농식품복합체의 다국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서 이루어진 유럽과 동아시아에 대한 농산물원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해외원조라는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국외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했다. 미국은 자국의 잉여농산물을 처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농산물원조를 이용하였고, 그 구체적 예가 1954년의 ‘농산물무역개발원조법(일명PL480호)’에 의한 식량원조였다. PL480호에 의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식량원조는 거대곡물상사와 식품가공대기업(예를 들면 곡물제분회사)을 비롯한 농업관련기업의 해외활동전개의 조건을 만들었는데, 당시 식량원조업무의 대부분을 거대곡물상사가 담당함으로써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후 미국은 국제수지의 적자라는 국내적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높은 곡물가격이라는 외부적 여건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농산물의 상업수출을 확대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농산물의 상업적 수출확대를 위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예를 들면, 수출상대국에 대한 강력한 개방요구와 자국농산물에 대한 보조·융자 등의 수출조성조치, 미국산 농산물전시회의 해외개최)은 거대곡물상사의 해외활동을 지탱해 주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또한, 196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친 녹색혁명을 비롯한 미국 등 선진국 정부와 세계은행(IBRD)등 국제기구가 추진해 온 개발도상국에 대한 농업개발원조가 농업관련기업의 현지진출과 자원, 시장지배를 위한 환경을 정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녹색혁명은 쌀, 소맥, 옥수수 등 3대 작물의 다수확개량품종, 관개, 화학비료와 농약, 그리고 이들을 결합하는 관리기술을 구성요소로 하는 일련의 기술체계의 개발과 보급이라고 할 수 있다. 녹색혁명은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면서 다수의 토착곡물을 소수의 고수확 작물로 대체하도록 제3세계의 농민들을 정부와 기업이 설득한 대규모 캠페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농업지배

 

녹색혁명으로 각 지역에서 비약적인 생산의 확대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관개시설, 건설자재 등의 투입을 불가피하게 함으로써 농업자재시장의 개척을 겨냥한 다국적 농업관련기업의 지배가 강화되었다. 이를 계기로 현지 농민의 계층분화가 이루어져 경제력이 약한 다수의 중소농민의 탈락·이농이 촉진되었다. 화학비료나 농약의 대량투입과 농업기계의 도입, 관개시설의 정비 등은 이들 투입재를 개발하여 생산·판매하는 농업관련기업의 관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었고, 이로 인해 전통적인 농촌공동체에 속해 있었던 후진국농민을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에 급속히 편입시킴으로써 이들 생산자재에 관한 다국적 농업관련기업에 거대한 시장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식품가공과 판매를 중심적 사업분야로 했던 곡물메이저들은 녹색혁명을 지탱하는 종자의 생산과 개발, 농업기계·화학비료·농약 등의 제조부분에까지 진출하여 농업 식량시스템 전 과정을 관리하는 성격이 강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후진국에 대한 녹색혁명을 비롯한 농업개발원조의 대부분은 전략원조의 성격이 강하고, 다국적 농업관련기업의 현지진출 및 자원과 시장지배를 위한 환경정비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공장식 농업(industrial agriculture)경영으로 인해 농약의 남용을 가져오게 되고, 농촌에서 농민들에 의해 운영되는 협동체를 위협하고, 작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과도한 기술의 이용을 초래하여 농촌사회의 불평등을 조장하여 결국은 가족농을 몰아내고 전통적인 농촌사회를 파괴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나라의 농업기반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지배 하에 놓여지게 되고, 식품의 다양성은 파괴될 뿐만 아니라, 값싼 위험식품문화(junk food culture)가 만들어 지고 있다.

 

이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싸게 원료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구매해고, 가공 후에는 이를 가장 비싼 값으로 판매할 곳을 지구전체에서 찾는다. 아울러 대외직접투자, 기업내 무역 및 복수국 국내기업전략(Multinational "Multi-domestic" Strategies)등을 통하여 이윤획득을 꾀한다. 각 생산공정을 각국의 여건에 맞추어서 분담시키는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시키는데, 예를 들면 노동집약적인 부분은 임금이 낮은 나라로, 환경부하가 큰 부문은 환경규제가 느슨한 나라로, 기술집약적인 부분은 본국에 배치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나아가서 이전가격설정을 통한 이윤의 극대화(관세, 과세, 각종규제 등의 격차를 이용), 조세회피 등 국경을 활용한 여러 가지의 비용절감이나 이윤형성의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초과이윤의 획득을 꾀한다. 또한 농식품의 경우, 공산품과는 달리 국제적 생산공정을 일괄적으로 설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기 때문에 원료생산과 식료소비의 단계에서 지역색을 띠지 않을 수 없다는 사정으로 인해서 현지생산·현지소비형의 복수국 국내기업전략도 병행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세계화의 파고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지배 하에 놓여있는 것은 후진국이나 수입국의 농업생산자·소비자뿐만 아니라, 선진수출국의 중소가족농가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농식품수출국인 미국의 경우도 농식품복합체의 사업영역 확대과정과 맞물려서 기존의 가족농의 괴멸과 대규모 기업농의 급성장으로 생산의 특화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위 2%의 농가가 전체 판매액의 50%를 생산하고 있으며, 하위 73%의 영세농 및 가족농은 단지 9%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업이 시장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농가수는 급격하게 감소했고, 농민보다도 감옥에 수감 중인 사람이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농식품복합체의 초국적화는 농업의 특화를 더욱 유전적 자원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농업생산의 획일화를 강제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자연순환을 파괴하는 영농형태가 국제경쟁력이라는 이름아래 강요당하고 있다. 지역성이 풍부한 인간다운 식생활·식문화의 발달이라는 방향과는 반대로 획일적인 왜곡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 대형유통매장에서 판매한 바나나. 값싼 바나나 원산지는 필리핀이다. 기획글 1회에 언급된 카무칸섬에서 온것은 아닌지..
물론, 현재의 농식품체제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모순이 모든 선·후진국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동일한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개입의 형태에 따라 그 위기의 양태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농민과 곡물판매업자 등이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평균 보조금은 민다나오(Mindanao)섬의 옥수수생산자가 취득하는 소득의 약 100여배에 달한다. 이와 같이 선진국에서는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농업에 대하여 각종 보조금을 지불해 왔고, 이로 인해 값싼 식료품이 풍부하게 생산되고 있지만, 기아와 식량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후진국에서는 국민식량의 자립을 이끄는 방향과는 반대로 종속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1950년대에는 전체 밀수입량의 10%에 불과했던 후진국의 비중이 1980년에는 57%로 증가한 것은 바로 이러한 사정 때문이고, 후진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도 지역경제의 확대나 지역의 식품필요성과는 더욱 괴리되었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사료곡물을 포함한 곡물자급도는 26.9%에 불과한데, 이는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쌀 때문에 이 만한 수치를 기록할 수 있었는데, 쌀을 제외한 곡물의 자급도는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식량주권확보로 나아가는 길

 

21세기의 화두로 환경과 식량이 자주 부각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상이변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안정적인 식량확보 또한 낙관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농산물을 해외시장에서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에는 세계농산물시장은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종종 제기되고 있다. 평상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문제이지만, 이것이 현실로 나타날 때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72년 세계적인 흉작이 발생하자, 구소련정부는 곡물을 대량으로 수입하였고 세계농산물시장은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었던 과잉기조에서 탈피하여 핍박기조로 전환되었고, 당시 국제 쌀가격은 367%, 밀가격은 212% 급등하였다. 당시 미국의 곡물수출에서 다국적 곡물상 상위 6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맥은 96%, 옥수수는 95%에 이르렀다. 당시의 곡물재고율은 16%로 세계의 적정곡물재고율 18%와 불과 2%의 차이밖에 보이지 않았음에도 국제곡물시장이 소수의 다국적 곡물상에 의해 지배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가격급등이 일어났던 것이다. 더군다나 거대 농식품복합체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된 현재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식량무기화는 소설 속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곡물공급의 과잉기조 하에서 유지되고 있는 낮은 가격이라는 것도 우리의 공급능력이 어느 정도 지탱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 곡물의 자급기반이 와해된 속에서도 값싼 곡물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면 큰 오산이다. 식량주권의 확보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식량주권이라는 개념은 자급률차원에서의 식량안보 개념에서 더 나아가 안전한 먹거리를 국민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까지도 포괄해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농식품체제는 환경적으로 균형잡힌 영농체계를 무너뜨리고, 유전적 자원의 다양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재생불가능한 자원의 다량투입을 전제로 한다. 또한 경종과 축산을 분리시킴으로써 환경파괴문제까지 야기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식량주권의 확보는 녹색혁명형 농업, 즉 공장식 농업의 극복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 식량주권을 회복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대상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 그 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운동법칙인 것이다.

 

 
  연재기획 '세계화와 한국농업' 순서  
     
 
1. 기획소개 '세계화와 한국농업'
2. 거꾸로 가는 한국농업
3. 농업의 세계화 누가 주도하는가
4. 경쟁력 지상주의를 그대로 답습하는 노무현 정권의 농정 -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가
5. 우리 농민은 정말 행복한가?
6. 친환경농업이 한국농업의 대안이 되려면...
7. 협동조합의 역할과 미래
8. 식량보장을 말 한다
9. 한국농업의 길
 
 
 
이글은 '환경과 생명 2005년 봄호에 게재된 글을 재 편집 보완한 글입니다.
 

통계의 함수, 자급률 0% 향한 정부의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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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기획연재시작글

 

    뉴스 > 전체기사
특별기획 '세계화와 한국농업' 을 시작하며
2주 집중 기획, 한국농업의 현주소와 '농업의 세계화' 흐름 분석
참세상 
'웰빙 요가', '비타민', '잘 먹고 잘사는 법'등 TV와 매체의 붐을 탄 웰빙 바람은 우리 삶의 먹거리 문화를 많이 바꿔 놨다. 적게는 몇 배 많게는 수십 수백 배의 가격 차이가 나는 유기농과 친환경 농산물들이 급증했고, 먹거리에도 이제 급수가 나눠지기 시작했다. 웰빙은 또한 농가 수입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기도 했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니냐는 직거래도 활성화 됐다. 이와 다른 맥락이지만 정부는 시장의 속내를 숨기고 농업생산량을 증가시키는 녹색혁명형 농업을 주창하며 한국 농업의 대안이라고 주장해왔다. 생산량이 늘면 농가에도 이익이 되고 소비자도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과연 이 모두가 농업의, 농민의 수익 대책이 됐을까.

 

수 십 조를 쏟아 붓겠다는 농촌대책과 '삶의 질' 특별법에 이상하게 농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농토로 쓰겠다고 만든 간척지에는 골프장이 들어서고, 농촌개발에 힘쓰겠다는 정책은 전원주택을 위한 정책으로 탈바꿈됐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값싼 농산물에는 장시간 수송에 따른 포스트하비스트(Post Harvest) 농약이 일상적으로 뿌려지고 있고, 성장촉진호르몬제를 듬뿍 맞은 먹거리나 유전자변형식물(GMO)들이 종자와 상품시장을 석권했다. 주고 받기 식 통상협정이라는 관문을 통해 들어온 정체를 알 수 없는 값싼 농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 우리의 먹거리는 안전할까.

 

필리핀에는 카무칸(Kamukhaan) 이라는 작은 공동체 섬마을 있다. 어느 날 라데코(Ladeco)사가 마을에 속해 있던 토지를 점유하고 미국의 다국적기업 돌(Dole)에 공급하기 위한 바나나 대농장을 세웠다. 이 기업은 한 달에 2-3회 정기적으로 농약을 살포하여 수출용 바나나의 품질을 유지했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은 복통과 두통에 시달렸으며 농약 살포기간에는 더 심해졌다. 유아들은 선천적인 질병을 갖고 태어나거나 기형으로 혹은 온갖 피부병을 갖고 태어났다. 특히 바나나를 보호하는 농약이 마을 주민들의 결정적인 소득원이자 기름, 식량, 연료, 건축재료로 쓰이던 코코넛 나무들을 고사시켰다. 농약이 뿌려질 때마다 가축들이 줄어 가축을 기르는 것도 불가능해 졌고 주변 지역에 흐르는 하천수를 마음 놓고 마실 수 도 없었다. 초토화된 지역경제와 카무칸 농민들의 생존권은 어떻게 되야 할까?

 

속칭 곡물메이저라 불리는 기업들은 시장 개방 뿐만 아니라 이런 기술을 개발하기도 한다. 농민들이 시장에서 종자를 사서 쓰지 않고 직접 체취해서 다음해에 파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속칭 '종자 불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종자를 사용한 농민들은 다음해에 종자를 다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마다 기업에서 파는 새 종자를 살수 밖에 없다. 또 이런 기술도 있다. 자사의 특정 농약이 살포되어야만 싹이 트고 성장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 이 역시 특정 상품을 사야만 생산이 가능해 지는 메커니즘이다. 이 역시 개발 중이라고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니 문제가 없나?

 

여기서 우선 너무 당연한 얘기 한 가지만 정리한다. 인간이 먹고 마시는 모든 먹거리는 생태계의 산물이다. 인간이 건강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약보다는 친환경적인, 생산량보다는 안정성에, 수익성보다는 인간과 생태계에 중심을 두고 생산되어야 한다. 이는 농업이라는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한 산업 특성의 기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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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체제 하에서 농산물은 무역의 상품이 됐다. 대량의 농자재 투입, 대량 생산, 대량 유통, 대량 소비가 이뤄진다. 카길(Cargill), 붕게(Bunge), ADM(Archer Daniels Midland ), 콘아그라(ConAgra)의 초국적 곡물 메이저들은 국경을 뛰어넘어 종자, 비료, 농산물 등 먹거리와 관련한 모든 산업을 관장한다. 먹거리가 무기가 되기도 하고, 산업적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투자도 과감하다. 조금이라도 물꼬가 트일 요량이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저가 덤핑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은 명확히 알고 있다. 한번 초토화 된 농업 시장을 다시 되살리기가 정말, 정말 어렵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에게 종속되면 될수록 그들의 안정적 이익은 늘어난다는 것을. 그러나 'UR 타결이후 한국 농업이 망했냐'고 되묻는 한국 정부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지난 1월말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농업전망 2005'라는 보고서에 인용된 통계자료를 보면 도시가구 소득 대비 농촌가구 소득비율이 94년 99.5%로 거의 대등한 수준이었으나 2000년 80.6%, 2003년 76.2%로 해마다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농민, 농촌은 고령화, 만성적인 농가 부채, 소득불안정 및 소득불평등의 문제들로 인해 어쩌면 '붕괴' 직전의 극에 달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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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정부의 쌀 협상이면 합의로 인한 파장은 통상협상 최초의 국정조사를 실시하게 만드는 쾌거를 이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국회의 본 회기를 맞으며 수면으로 가라앉아 있는 쌀 협상 비준 문제는 또 다시 폭풍의 핵으로 급부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9월 10일 고 이경해 열사 2주기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세계적인 농민단체 비아깜페시나는 '반WTO투쟁'의 기치를 내 걸고 반세계화 투쟁에 매진할 것을 밝힌 바 있다. 9월 1일부터 한국의 농민단체들 총력 투쟁을 준비하며 정부와의 한 판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국회 앞의 긴장이 고조되는 요즘이다. 정부 또한 만만치 않다. 이면 합의가 아니라고 '억측' 주장을 펴던 것을 넘어 이제는 '통상협상을 마무리 해 놓고, 수 개월 이나 발효를 못하는 것만큼 국가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없다'며 신인도 하락을 주장하고 나섰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의 신용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냐'며 억측을 부린다. 대책 없는 정부의 논리는 여전하다.

 

언제나 농민과 농업은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재물이 된다. 첫 번째 칠레와 FTA를 체결할 당시에도 정부는 핸드폰을 비롯한 공산품 수출을 강조했다. 최근 진행된 한-멕시코 FTA 공청회에서 미주 대륙으로 확장, 진출하는 자동차 산업과의 맞교환 얘기가 나왔다. 한국이 농업 수출국이 아닌 이상, 한국의 산업적 특성상 농업은 언제나 공산품, 서비스 상품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 경쟁력이 안되니 그 산업을 폐기할 것인가. 비교우위와 국제분업에 입각한 세계무역 질서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인가. 정부의 '통상개방정책' 논리는 '민물고기를 바다로 옮기는 식'으로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농업만 그럴까. 그렇지 않다. 세계화의 흐름은 농업의 영역만이 아닌 물, 에너지, 노동,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 방향제를 뿌린 공기처럼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국내법 개정을 통한 자발적 자유화 조치도, 적극적으로 통상협정에 임하는 등 그 나름의 충실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재기획 '세계화와 한국농업' 순서  
     
 
1. 기획소개 '세계화와 한국농업'
2. 거꾸로 가는 한국농업
3. 농업의 세계화 누가 주도하는가
-UR에서 부터 WTO 까지
4. 경쟁력 지상주의를 그대로 답습하는 노무현 정권의 농정 -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가
5. 우리 농민은 정말 행복한가?
6. 친환경농업이 한국농업의 대안이 되려면...
7. 협동조합의 역할과 미래
8. 식량보장을 말 한다
9. 한국농업의 길
*그 외 관련 취재 기사들 배치 예정
 
 
참세상은 세계화의 '깍두기' 노릇을 하는 WTO 6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한국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세계화의 현상들과 폐해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공중에 떠 있는 세계화가 아닌 우리 밥상, 나의 일터, 아이들의 교육, 아플 때 찾아가는 병원에까지 일상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계화를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이런 세계화를 누가 주도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도 찾아 볼 계획이다.

 

특별기획 '세계화와 한국농업'은 오늘(8/29)부터 시작해 9월 초 농민 집중 투쟁기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기획 연재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떻게 농업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로 인해 한국 농업이 어떤 영향을 받았고,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다룬다. 물론 지금까지 한국 농업을 지키고, 만들어 온 농민과 노동자의 얘기도 함께 풀어갈 것이다. 기획의 초점은 농업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배경, 그리고 세계화를 지원하고 있는 정부 정책이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농민들을 우롱하고 국민들을 현혹시켜 왔는가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그 음식의 맛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기획으로 한국 농업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세계화의 정책과 이데올로기들을 모두 꿰뚫을 수는 없겠지만 '아, 이런 맥락이었던 거구나'를 훑어보는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연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의견이나 생각이 있다면 덧글을 달아주길 바란다. 양파껍질 까듯 맵고, 눈물나게 아찔한 기획이 되긴 어렵겠지만 반세계화 투쟁의 내용들을 채워갈 수 있는 기획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관심 있게 함께 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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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농업 진단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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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위기의 한국 농업
[특별기획 : 세계화와 한국농업](3) - 농업의 세계화 누가 주도하는가
윤병선 (건국대 사회과학부 교수, 경제학) 
지난 해 12월, 전농 회원들이 '쌀 협상무효, WTO반대”를 주장하며 전개한 시위에 대하여 한 중앙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도시민의 생계를 발목 잡는 시위”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민이 국제가격의 5배에 이르는 값에도 군말 없이 국내산 쌀을 사 주었다”면서 일반국민들로 하여금 농민들과 대립의 각을 세우도록 채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농민들의 저항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시각은 선동적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하다. 우리의 농업과 농민을 고립무원의 처지로 몰아넣는 이들의 행동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이데올로기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실체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론’과 ‘시장원리만능’이라는 사상에 입각하여 재정지출의 삭감과 공적부문의 축소 및 민영화를 추진하고, 공적 규제의 완화 및 철폐를 통하여 자본활동의 자유화를 꾀함으로써 자본(독점자본)의 축적조건을 확보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으며, 동시에 경제의 세계화에 적합한 새로운 사회경제구조로 전환코자하는 정책적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세계화라는 이름 하에 국가 및 지역간에 존재하던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정보 등에 대한 인위적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세계를 일종의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WTO가 그렇고, FTA가 그렇고, 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도 그러한 작업의 일환이다.

 

자본운동의 국제화와 이로 인한 국제적 경제거래의 확대는 더 많은 이윤획득과 자본축적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체제의 출발과 함께 오래 전부터 나타났던 현상이다. 특히, 1970년대 초 달러위기를 계기로 브레튼우즈(Bretton Woods)체제가 무너지고 대신 변동환율제도와 역외금융시장과 금융투기에 세계경제가 노출되어 초국적 경제관계는 불안정한 조직으로 되었다. 여기에 자본이동에 대한 국가의 규제가 완화됨으로써 초국적 자본의 활동이 확대되었고,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화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초국적자본이다는 사실은 여러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즉, 1980년과 1996년 사이에 해외무역은 두 배정도 성장한 것에 비해서, 같은 기간동안 초국적자본의 해외직접투자는 세배나 증가했고, 초국적자본의 해외자회사에 의한 판매액은 수출증가율보다 20%이상 항상 앞섰으며, 세계무역의 70%가량이 초국적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기술특허의 90%가 초국적기업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란 국가단위의 자본축적을 넘어서서 지구적 차원에서 자본축적이 이루어지게 된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경제공간의 범지구적통합을 통하여 경제적 권력이 지역 또는 국민경제로부터 초국적자본이나 초국적자본에 의한 다국간기구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식품 및 농업부문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현재의 농식품체제(agri-food system)는 집합적 육류복합체 또는 석유복합체처럼 선진국의 초국적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국제상품복합체(international commodity complexes)로 특징지을 수 있다. 현대의 농식품체제는 농업투입자재의 생산자로부터 농산물의 소매업자까지, 그리고 생산농민으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고도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되어 버렸다. 농식품체제의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식품체인은 서로 다른 행동규칙을 갖는 다양한 부문으로 서로 나눠지게 되었고, 농민으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사회의 모든 참여자들이 국경을 초월하여 서로 연결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현대의 농식품체제는 서로 다른 행동규칙을 갖는 다양한 부문으로 서로 나눠지면서도, 국경을 초월하여 통합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통합은 공간과 부문이라는 두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다. 공간적으로 초국적화는 지역 및 생산단위의 양면에서 농업의 특화라는 형태의 집약화를 나타내고 있다. 부문수준에서는 직접적으로 소비되는 농식품의 생산으로부터 대규모 식품가공시스템에서 원료로 사용되는 농산물생산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다수의 농민들조차 농식품의 소비자로 되어 세계 어디에서 어떻게 농식품이 만들어져서 운송되고, 가공되어 유통되고 있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은 밀과 옥수수의 가공, 동물사료, 가금류, 낙농제품, 과일통조림, 씨리얼, 음료농축액 등 음식료부분의 거의 전 부분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자 및 비료, 농약과 같은 농업생산자재산업에도 진출하여 농업생산과 관련된 사업전반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초국적곡물메이저들의 폐해를 고발했던 저자의 한국 강연회 포스터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부상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검은 전략이 대중 앞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농업협상이 부각되면서부터이다. 당시 미국 측이 UR협정에서 제안한 내용의 대부분은 대표적인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인 카길(Cargill)사의 전직 지배인인 암스튜츠(Daniel Amstutz)에 의해서 작성되었고, 이 제안서는 다른 농업관련 초국적기업들에 의하여 검토되었다. 이 제안서는 곡물무역회사와 농화학회사의 요구에 맞추어 제안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들 제안은 농가에 대한 보조를 줄이고 생산조절을 없애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되었다. 이와 더불어, 초국적 농업관련기업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정부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도 병행했다. 예를 들면, 카길사의 최고경영자 미섹크(Ernest Micek)는 클린턴정부 하에서 미국의 수출확대를 꾀하고 수출정책을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대통령수출자문단의 멤버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거대 농업관련기업체와 정부의 밀착은 다른 여러 가지 사례에서도 확인되는데, 1986년에 카길사, 몬산토(Monsanto)사, 노비스코(Nobisco)사 등은 농식품복합체의 로비활동을 담당하기 위해 농업정책개발그룹(Agricultural Policy Working Group: APWG)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소농이 세계가 필요로 하는 식량을 생산할 정도로 충분히 생산적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수백만 달러를 광고에 쏟아 붇고 있다.

 

이들 농식품복합체의 다국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서 이루어진 유럽과 동아시아에 대한 농산물원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해외원조라는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국외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했다. 미국은 자국의 잉여농산물을 처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농산물원조를 이용하였고, 그 구체적 예가 1954년의 ‘농산물무역개발원조법(일명PL480호)’에 의한 식량원조였다. PL480호에 의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식량원조는 거대곡물상사와 식품가공대기업(예를 들면 곡물제분회사)을 비롯한 농업관련기업의 해외활동전개의 조건을 만들었는데, 당시 식량원조업무의 대부분을 거대곡물상사가 담당함으로써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후 미국은 국제수지의 적자라는 국내적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높은 곡물가격이라는 외부적 여건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농산물의 상업수출을 확대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농산물의 상업적 수출확대를 위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예를 들면, 수출상대국에 대한 강력한 개방요구와 자국농산물에 대한 보조·융자 등의 수출조성조치, 미국산 농산물전시회의 해외개최)은 거대곡물상사의 해외활동을 지탱해 주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또한, 196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친 녹색혁명을 비롯한 미국 등 선진국 정부와 세계은행(IBRD)등 국제기구가 추진해 온 개발도상국에 대한 농업개발원조가 농업관련기업의 현지진출과 자원, 시장지배를 위한 환경을 정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녹색혁명은 쌀, 소맥, 옥수수 등 3대 작물의 다수확개량품종, 관개, 화학비료와 농약, 그리고 이들을 결합하는 관리기술을 구성요소로 하는 일련의 기술체계의 개발과 보급이라고 할 수 있다. 녹색혁명은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면서 다수의 토착곡물을 소수의 고수확 작물로 대체하도록 제3세계의 농민들을 정부와 기업이 설득한 대규모 캠페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농업지배

 

녹색혁명으로 각 지역에서 비약적인 생산의 확대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관개시설, 건설자재 등의 투입을 불가피하게 함으로써 농업자재시장의 개척을 겨냥한 다국적 농업관련기업의 지배가 강화되었다. 이를 계기로 현지 농민의 계층분화가 이루어져 경제력이 약한 다수의 중소농민의 탈락·이농이 촉진되었다. 화학비료나 농약의 대량투입과 농업기계의 도입, 관개시설의 정비 등은 이들 투입재를 개발하여 생산·판매하는 농업관련기업의 관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었고, 이로 인해 전통적인 농촌공동체에 속해 있었던 후진국농민을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에 급속히 편입시킴으로써 이들 생산자재에 관한 다국적 농업관련기업에 거대한 시장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식품가공과 판매를 중심적 사업분야로 했던 곡물메이저들은 녹색혁명을 지탱하는 종자의 생산과 개발, 농업기계·화학비료·농약 등의 제조부분에까지 진출하여 농업 식량시스템 전 과정을 관리하는 성격이 강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후진국에 대한 녹색혁명을 비롯한 농업개발원조의 대부분은 전략원조의 성격이 강하고, 다국적 농업관련기업의 현지진출 및 자원과 시장지배를 위한 환경정비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공장식 농업(industrial agriculture)경영으로 인해 농약의 남용을 가져오게 되고, 농촌에서 농민들에 의해 운영되는 협동체를 위협하고, 작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과도한 기술의 이용을 초래하여 농촌사회의 불평등을 조장하여 결국은 가족농을 몰아내고 전통적인 농촌사회를 파괴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나라의 농업기반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지배 하에 놓여지게 되고, 식품의 다양성은 파괴될 뿐만 아니라, 값싼 위험식품문화(junk food culture)가 만들어 지고 있다.

 

이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싸게 원료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구매해고, 가공 후에는 이를 가장 비싼 값으로 판매할 곳을 지구전체에서 찾는다. 아울러 대외직접투자, 기업내 무역 및 복수국 국내기업전략(Multinational "Multi-domestic" Strategies)등을 통하여 이윤획득을 꾀한다. 각 생산공정을 각국의 여건에 맞추어서 분담시키는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시키는데, 예를 들면 노동집약적인 부분은 임금이 낮은 나라로, 환경부하가 큰 부문은 환경규제가 느슨한 나라로, 기술집약적인 부분은 본국에 배치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나아가서 이전가격설정을 통한 이윤의 극대화(관세, 과세, 각종규제 등의 격차를 이용), 조세회피 등 국경을 활용한 여러 가지의 비용절감이나 이윤형성의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초과이윤의 획득을 꾀한다. 또한 농식품의 경우, 공산품과는 달리 국제적 생산공정을 일괄적으로 설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기 때문에 원료생산과 식료소비의 단계에서 지역색을 띠지 않을 수 없다는 사정으로 인해서 현지생산·현지소비형의 복수국 국내기업전략도 병행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세계화의 파고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지배 하에 놓여있는 것은 후진국이나 수입국의 농업생산자·소비자뿐만 아니라, 선진수출국의 중소가족농가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농식품수출국인 미국의 경우도 농식품복합체의 사업영역 확대과정과 맞물려서 기존의 가족농의 괴멸과 대규모 기업농의 급성장으로 생산의 특화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위 2%의 농가가 전체 판매액의 50%를 생산하고 있으며, 하위 73%의 영세농 및 가족농은 단지 9%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업이 시장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농가수는 급격하게 감소했고, 농민보다도 감옥에 수감 중인 사람이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농식품복합체의 초국적화는 농업의 특화를 더욱 유전적 자원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농업생산의 획일화를 강제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자연순환을 파괴하는 영농형태가 국제경쟁력이라는 이름아래 강요당하고 있다. 지역성이 풍부한 인간다운 식생활·식문화의 발달이라는 방향과는 반대로 획일적인 왜곡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 대형유통매장에서 판매한 바나나. 값싼 바나나 원산지는 필리핀이다. 기획글 1회에 언급된 카무칸섬에서 온것은 아닌지..
물론, 현재의 농식품체제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모순이 모든 선·후진국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동일한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개입의 형태에 따라 그 위기의 양태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농민과 곡물판매업자 등이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평균 보조금은 민다나오(Mindanao)섬의 옥수수생산자가 취득하는 소득의 약 100여배에 달한다. 이와 같이 선진국에서는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농업에 대하여 각종 보조금을 지불해 왔고, 이로 인해 값싼 식료품이 풍부하게 생산되고 있지만, 기아와 식량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후진국에서는 국민식량의 자립을 이끄는 방향과는 반대로 종속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1950년대에는 전체 밀수입량의 10%에 불과했던 후진국의 비중이 1980년에는 57%로 증가한 것은 바로 이러한 사정 때문이고, 후진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도 지역경제의 확대나 지역의 식품필요성과는 더욱 괴리되었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사료곡물을 포함한 곡물자급도는 26.9%에 불과한데, 이는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쌀 때문에 이 만한 수치를 기록할 수 있었는데, 쌀을 제외한 곡물의 자급도는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식량주권확보로 나아가는 길

 

21세기의 화두로 환경과 식량이 자주 부각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상이변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안정적인 식량확보 또한 낙관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농산물을 해외시장에서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에는 세계농산물시장은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종종 제기되고 있다. 평상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문제이지만, 이것이 현실로 나타날 때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72년 세계적인 흉작이 발생하자, 구소련정부는 곡물을 대량으로 수입하였고 세계농산물시장은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었던 과잉기조에서 탈피하여 핍박기조로 전환되었고, 당시 국제 쌀가격은 367%, 밀가격은 212% 급등하였다. 당시 미국의 곡물수출에서 다국적 곡물상 상위 6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맥은 96%, 옥수수는 95%에 이르렀다. 당시의 곡물재고율은 16%로 세계의 적정곡물재고율 18%와 불과 2%의 차이밖에 보이지 않았음에도 국제곡물시장이 소수의 다국적 곡물상에 의해 지배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가격급등이 일어났던 것이다. 더군다나 거대 농식품복합체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된 현재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식량무기화는 소설 속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곡물공급의 과잉기조 하에서 유지되고 있는 낮은 가격이라는 것도 우리의 공급능력이 어느 정도 지탱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 곡물의 자급기반이 와해된 속에서도 값싼 곡물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면 큰 오산이다. 식량주권의 확보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식량주권이라는 개념은 자급률차원에서의 식량안보 개념에서 더 나아가 안전한 먹거리를 국민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까지도 포괄해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농식품체제는 환경적으로 균형잡힌 영농체계를 무너뜨리고, 유전적 자원의 다양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재생불가능한 자원의 다량투입을 전제로 한다. 또한 경종과 축산을 분리시킴으로써 환경파괴문제까지 야기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식량주권의 확보는 녹색혁명형 농업, 즉 공장식 농업의 극복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 식량주권을 회복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대상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 그 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운동법칙인 것이다.

 

 
  연재기획 '세계화와 한국농업' 순서  
     
 
1. 기획소개 '세계화와 한국농업'
2. 거꾸로 가는 한국농업
3. 농업의 세계화 누가 주도하는가
4. 경쟁력 지상주의를 그대로 답습하는 노무현 정권의 농정 -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가
5. 우리 농민은 정말 행복한가?
6. 친환경농업이 한국농업의 대안이 되려면...
7. 협동조합의 역할과 미래
8. 식량보장을 말 한다
9. 한국농업의 길
 
 
 
이글은 '환경과 생명 2005년 봄호에 게재된 글을 재 편집 보완한 글입니다.
 

통계의 함수, 자급률 0% 향한 정부의 경주
특별기획 '세계화와 한국농업' 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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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관련 유영주기자글 - 0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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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평화의 한반도 전략 마련해야
노회찬-권영길-심상정 후보의 평화통일정책을 보고
유영주 기자 
한반도 평화의 가치

 

한미FTA 협상에서 시종 뜨거운 감자로, 때에 따라서는 계륵처럼 다뤄졌던 게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였다. 다른 협상 부문에 비해 개성공단 생산 제품 원산지 인정 문제가 갖는 정치적 성격이 각별했기 때문이다. 한국 협상단은 개성공단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연장이라는 정치적 측면과 개성공단을 포함한 북 생산 제품의 대외 수출길 확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 원산지 인정을 주장했고, 미국 협상단은 적대적 대북정책의 연장의 측면과 전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협상 카드로서의 측면에서 원산지 불인정을 주장했다. 협상 결과는 예견한 것처럼 정치적 차원에서 일단락 되었다.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긍정적인 해석과 2.13 합의 이후 평화 무드의 확산,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정부 혜택 확대 등을 배경으로 개성공단 개발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국정브리핑

5월 17일 남북 간 철도 개통은 비록 시험개통이긴 하나 머잖아 한반도 물류혁신의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상징적인 일이지만 57만의 철도개통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흐름 내지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구상과 맞물려 개통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이제 조만간 남북철도의 단계적 개통을 통해 개성공단 생산품 수송, 북 노동자 통근 등을 꾀하고, 나아가 대륙철도(TSR, TCR 등)와의 연결을 통한 '동북아 물류 거점 구축'의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게 되었다. 남북철도 연결과정 자체가 남북간 정치.군사적 신뢰를 구축한다는 데 무엇보다도 큰 의의가 있다.

 

개성공단, 남북철도,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협이 본 괘도에 올랐고, 2.13 합의와 한미FTA 협상 타결 이후에는 미 제국주의의 적대적 대북정책에 따른 상시적 전쟁 위기 속에 추상적으로만 다뤄졌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문제도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북 철도 시험운행을 하루 앞둔 날,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남북경제협력포럼이 주최한 초청특강 자리에서 "열차 시험운행을 통해 경제적, 산업적, 군사적 차원만이 아니라 열차를 통해 얻으려는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가를 성찰해야 한다. 2000년 정상회담 이후 꾸준히 발전해온 남북관계가 이루어낸 역사적 결실이고 모든 사람들이 평화의 가치를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지향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남북 민중이 '남북관계 발전의 결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 그리고 목표는 무엇일까. 이날 이재정 장관은 첫째,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 둘째, 남북경제협력, 교류협력을 상징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익관계로 만드는 것, 셋째, 한미,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강조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생각하는 '가치'가 한반도 평화를 고려한, 그리고 남북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참여정부가 표방해온 평화번영정책의 연장이자,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선언 이후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남북 당사자 모두의 공통의 이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개발이 속도를 더하고, 남북철도 시험개통으로 물류 혁신의 구상을 앞당기는 것을 곧 남북 공동의 이익과 번영으로 치환될 수 있을까. 개성공단과 남북철도의 가치가 곧바로 남북 민중의 진보적 삶의 가치로 이어진다고 정의할 수 있을까. 남북 민중의 입장에서 남북 관계의 발전 내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가치를 접근해본다면 단정하기 만만치 않은 문제이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협정의 조속한 체결이 이루어져야겠는데, 이는 미 제국주의의 대북 적대정책 및 군사전략 중단 문제와 연결된다. 그리고 한미동맹에 기초한 한국 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국방개혁2020 등 이른바 자주적 국방론은 폐기 내지 수정이 필요하다. 한반도 생태의 지속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 한반도 사회구성원 모두의 균등한 삶의 질 구현을 위한 국가적, 사회적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남과 북 각각 사회구성원의 삶과 생존, 민주주의, 평화인권의 보편적 가치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북, 단절의 역사만큼 왜곡된 시민사회

 

남북 체제의 골은 분단의 역사만큼이나 깊다. 지난 반세기동안 북은 수령 중심의 당-국가 융합체제를 형성해왔다. 논란은 있지만 '우리식 사회주의'로 회자되는 북의 정치체제는 당 우위의 당-국가융합체제로서의 국가사회주의체제로 정의된다. 북은 수령제와 주체사상, 그리고 주체사상을 실현시키는 방도로서의 혁명적 군중노선을 관철시켜왔다. 북 정치체제는 북 인민에 대한 당-국가의 전일적 지배체제로, 주체사상을 통한 인민의 이데올로기적 통합에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고, 수령-당-인민의 수직적 동원구조를 재생산해왔다. 구 소련 및 동구권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북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데는 수령제의 수립과 함께 제반 구 계급사회 착취 일반의 폐기, 복지체제의 수립, 혁명적 군중노선 채택, 민족 자주성의 확보 등이 배경을 이룬다는 분석이다.

 

사진/ 유영주 기자

북이 다른 어떤 사회주의체제보다 당과 국가에 대한 인민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지만, 당 우위의 당-국가융합체제는 위로부터의 국가의 강화를 가져왔다. 따라서 북이 지난 시기 계급적 착취의 폐기와 복지체제의 수립과 같은 주요한 사회주의적 조치와 함께 인민대중의 당-국가융합체제로의 통합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자의 자유로운 연합체'라는 사회주의 본래적 의미를 살리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말하자면 '국가의 사회화'가 아니라 '사회의 국가화'가 전면적으로 관철되면서 인민대중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강화되었고, 인민대중은 자신으로부터 분리된 국가와 국가로 전화한 당에 종속되는 관료적 사회주의체제의 발전에 봉사해온 것이다.

 

북은 2002년 7.1 조치를 통해 이른바 사회주의계획경제 정상화와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조치에서 북은 가격인상, 환율현실화, 기업경영의 독립성과 노동성과급제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발표하는 한편 외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7.1조치 이후 신의주특별행정구 지정, 금강산관광지구 지정에 이어 2002년 11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개성공업지구를 지정했다. 북은 미국의 봉쇄정책이 예고되는 가운데 신의주와 개성공단을 외국자본과 기술도입 창구로 만들어 외화 수입 증대, 고용 확대 및 국제경제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 개방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미 제국주의의 대북 봉쇄정책이 강화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했고, 2006년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하는 한편 북미간, 6자간 협상을 통해 2.13 합의를 이끌어내는 국면에 이르렀다. 이제 개성공단 개발과 평화 무드에 따른 본격적인 대북 자본 진출은 북 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추동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가융합체제가 북의 시민사회의 자율적 성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등을 통한 개방 개혁과 자본 진출에 따른 노동사회의 형성은 향후 북 시민사회 변화와 발전에 새로운 모티프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미 1만3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남에서 진출한 자본이 투자한 공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으며, 3단계 개발계획이 마무리되는 2012년 경에는 35만 노동자, 100만 배후도시가 형성된다. 특히 한미FTA 협상 결과로 미루어 개성공단만 특정하지 않고 북 전역에 대한 원산지 인정이 다뤄지고 있고, 이미 일각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제2, 제3의 개성공단 개발과, 경원선 등 남북철도의 운행이 이루어질 경우 남의 자본 진출은 보다 본격화될 것이다. 또한 이 전후 시기는 한-EU, 한-일, 한-중 FTA와 일-아세안 FTA 체결이 예정돼 동북아 전체의 단일 시장 형성을 예고한다. 초국적자본의 동북아 시장 공략의 규모와 속도에 따라 북 체제 및 시민사회의 변화와 발전은 점차적으로 자본 직접적인 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은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의 심화에 따른 외환위기를 겪으며, 신자유주의축적체제의 전면화가 이루어졌다. 신자유주의축적체제의 강화는 자본 우위의 신자유주의정치체제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는 사회 전부문에 대한 시장 중심의 효율과 경쟁 원리를 관철해왔다. 지난 10여 년 동안 신자유주의정치는 시민사회와의 가버넌스 구축을 시도하며, 자본의 합리화와 글로벌스탠다드 구축에 복무해왔고, 노사관계로드맵, 자본시장통합 등의 법제화를 완성해왔다. 최근 한미FTA 타결은 사회구성원 전체에 대한 위로부터의 신자유주의 질서의 전면화를 강요하는 것이며, 노동유연화 강화와 이에 따른 사회적 빈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금 북이 개방, 개혁 정책에 따른 당-국가융합체제의 변동 가능성과 개성공단 등 남의 자본 진출로 노동사회 전반에 변화가 예고되는 시점이라면, 남은 신자유주의축적체제의 모순이 심화되는 가운데 사회적 빈곤 및 노동유연화에 저항하는 반신자유주의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이 타진되는 시점으로 비교된다. 남북 양 체제와 남북 시민사회의 변동과 발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예측하고, 또 남북 정부 및 민중이 어떻게 만나야 할 것인가를 제기하는 것이 향후 한반도의 진보적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야 하며, 이는 체제와 제도에 대한 논의와 함께 보다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

 

통일의 상, 모델 논의 자체로 큰 진전

 

남북관계는 개성공단, 철도,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협을 통한 관계 개선 문제에서부터 국가, 체제, 정부 등 통일의 상과 모델에 대한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뤄지는 문제이며, 한반도 평화는 미 제국주의의 대북 정책, 북핵, 6자의 관계, 북미수교, 평화협정-정전협정, 한미동맹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이다. 또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문제에 있어 이를 진전시킬 주체로서 국가나 정부와 함께 민중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무릇 시대적 배경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전망과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보수, 진보세력 할 것 없이 정치세력 모두에게 부여되는 과제다.

 

개성공단 신원 건물. 사진/ 유영주 기자

세 후보는 지난 4월 말 한반도 관련 정책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노회찬 의원은 4월 25일 '노회찬, P+1코리아구상'을, 권영길 의원은 4월 26일 대선출마선언에서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열겠습니다'를, 심상정 의원은 4월 27일 토론회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길'을 각각 발표했다. 이들 세 입장은 진보정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취해온 평화통일정책을 보다 구체화하고 공약 차원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 후보의 정견과 공약의 차이는 현재로서는 현실 인식의 차이라기보다는 논리와 아이디어 차이의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이며, 향후 논의 과정에서 큰 그림과 각론이 더 분명히 정돈될 것으로 보인다.

 

제출된 세 개의 글만 놓고 보면 거시적인 프로세스 수준에서 다루는데,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노회찬 후보는 'P+1 코리아구상'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P+1 평화체제' 3대원칙을 제시하고, 한반도 비핵지대화 3대 실현방안, 군비축소, 한미동맹의 점진적 해체와 동북아평화공동체 구축의 그림을 내놓았다. 'P+1 평화체제'가 구축된 위에 건설되는 2012년 '코리아연합'은 경제협력의 전면화, 생태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통일공간 구축, 사회문화교류 전면화를 추진하는 2국가-2체제-2정부의 형태를 띤 국제법상 두 개의 국가이나 하나의 국가를 준비하는 통일1단계의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권영길 후보는 '연합연방통일공화국' 수립을 위한 '3단계 남북공동조치'를 제기했다. 1단계 '남북한 전면적 신뢰관계 구축 공동조치'를 통한 '연합연방통일공화국'의 발판 마련, 2단계 '남북관계 공고화 공동조치', 3단계 '평화체제 구축 공동조치'로 요약되며, 연합연방통일공화국은 1국가-2체제-2정부의 형태로, 연방헌법에 기초한 통일국가라고 주장한다.

 

심상정 후보는 '한반도평화경제공동체'를 제시하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지향하는 통일국가는 1국가-2체제-2정부로 정리한다. 1단계, 남북간 신뢰회복체제를 이루는 종전선언기, 2단계 전략대화체제를 이루는 평화협정기를 거쳐 한반도의회를 설치해 의원단과 집행위원회를 선출하고, 한반도 헌장에 의해 하나의 국가로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3단계 한반도평화경제연합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 3대 전략목표와 8대 실행과제를 제시한다.

 

국가-체제-정부의 형태와 관련한 논쟁은 남북통일의 상과 모델을 다룬다는 점에서 경로, 시기, 방안 등에서 더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남북연합 방안과 북의 연방제 방안 외에 진전된 논의가 별반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를 진보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연합 중심의 해석과 연방제 중심의 해석이 절충되어 있고, 특히 남북통일의 상과 모델에 대한 좌파의 발언이 미비했다는 측면에서도 이 논쟁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

 

그러나 국가-체제-정부 등 남북 관계 문제는 미 제국주의와 한반도 주변국, 미국과 북, 남과 북 등 국제 정세와 계급투쟁의 흐름 속에서 통일 주체로서의 양 국 정부와 양 국 민중의 주체적 입장에서 어떤 실현 경로를 그릴 것인가의 논의로 발전시켜야 한다. 연방제냐 하나의 국가냐의 문제는 연대연합 단계에서 남과 북 사회구성원의 동의 속에 이루어질 문제이며, 결국 남북 인민의 총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형식적인 규정에 앞서 반자본(주의) 운동의 연장에서 남과 북 공히 아래로부터 건설하는 국가와 체제의 전망을 제기함으로써, 진보적으로 실현가능한 남북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세 후보가 더 구체화해야 할 것들

 

그러나 세 후보가 지금까지 제시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접근에 대한 입장만을 놓고 보면 몇 가지 공통된 약점이 눈에 띈다.

 

우선 세 문서 모두 6.15공동선언의 한계를 분명히 적시하지 않고 있다. 이미 알고 있듯이 6.15선언은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을 이루자는 역사적인 선언이었다. 남의 연합제 안과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의 공통성을 인정하고,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민족대단결의 의미를 담았다. 6.15선언 이후 7년, 남북은 미 제국주의의 대북 봉쇄정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경협과 교류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왔다. 햇볕정책에 이은 평화번영정책은 한반도 평화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6.15선언 정신은 남북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위한 경협 추진으로 남북 관계 발전의 기초를 이루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6.15선언에는 '우리민족'이 강조됨으로써 민족 편향적인 기조를 띠는 대신 남북 사회구성원의 자유로운 참여와 의지는 대상화하는 한계가 있었다. 남북 문제 해결이 직접적인 과제인 점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지만, 이 주체가 '우리민족'으로 강조되는 것은 계급투쟁과 인류발전의 보편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한반도 문제는 6자회담국의 관심에서도 확인되듯 한반도 민중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로 되어 있어, 향후 남북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라도 민족의 잣대를 강조할 일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진보정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방향을 제시함에 있어, 7년 전 6.15선언이 가져온 성과와 함께 선언에 반영된 민족 중심의 편향과 지금까지의 실천 경향을 잘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로부터 남북경협과 교류 전반에 남북 민중의 주체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궁극적으로 남북 사회구성원의 균등한 삶의 질을 구현하기 위한 좌파적 전망을 제시하는 제2의 6.15선언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세 개의 글은 한반도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과제로서의 반제 의식이 공히 취약해 보인다. 대체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거시적 측면을 주되게 반영한 데 비해 정세적 측면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오늘날 미 제국주의의 대외 정책은 전쟁을 통한 지역 질서 재편과 지역무역협정, 자유무역협정으로 초국적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자본의 세계화 경향 추동으로 압축된다. 무엇보다 미 제국주의의 전쟁 책동이 멈추지 않고 있다. 9.11 사태 이후 아프카니스탄 침공과 2003년 이라크 침공, 팔레스타인 침공 등 국제적인 전범으로서 미 제국주의의 범죄가 계속된다. 최근에는 이란을 향해 총구를 맞추고 있으며, 지금도 북에 대한 적대정책을 철회하겠다는 명시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미군의 신속기동군대로의 재편으로 세계 지역 곳곳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고 있으며, 유사시 언제든 전쟁을 도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 제국주의의 전쟁 책동에 맞선 반전평화의 과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한미군사동맹 조약의 퍠지 등 공약의 문제와는 결이 다른 문제인데, 세 후보 모두 반제반전 국제연대의 호소와 반전평화를 위한 남북 민중간 연대의 강조는 인색해 보인다. 더불어 주한미군이전반대, 반전공동행동, 파병반대운동 등 한국에서의 반전평화운동의 성과를 기초로 동아시아 평화운동의 확산을 위한 실천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동아시아의 핵확산 및 군사주의와 군사동맹의 강화에 대하여 동아시아 차원의 반전평화운동의 실천적 연대를 구체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북측 CIQ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전경. 사진/ 유영주 기자

남북경협 문제는 자본의 대북 진출 문제와 연동된다.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 자본의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에 보인 관심에서도 확인되듯이, 자본의 대북 진출은 과잉중복투자와 이윤율 경향 저하로 인한 자본운동의 위기를 해소하는 문제로 풀이된다. 개성공단은 현재 본단지 1차 5만 평 분양이 완료되어 시범단지 15개 기업과 1차 분양 23개 업체 중 7개 업체가 가동중이다. 북 노동자의 숫자가 1만2천 명이 넘었고, 07년 1월까지 총생산액이 1억불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3단계 900만 평 전체 개발이 완료되면 북 노동자 35만 명 규모에 연간 총생산액 200억 달러 규모로, 진출 자본은 총 86억 달러의 수입을 챙길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상반기 1단계 입주 기업이 본격 가동되는 시기 개성공단에 필요한 노동자의 규모는 7만-1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당장 한국 중소자본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규모이며, 남에 진출한 초국적자본으로서도 환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남북경협, 특히 개성공단 진출에는 남북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자본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규제의 선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및 노동유연화 구상이 함축되어 있다. 즉 남북 공동의 이익과 번영의 남북경협 이면에 북 노동자의 한국 산업체제로의 단계적 편입을 확대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북 전역에 대한 신자유주의 시장 질서로의 재편 구상이 반영되어 있다. 이는 가까운 미래 미 제국주의와 남과 남 자본, 북과 북 노동 간의 새로운 계급투쟁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이며, 남북 경제공동체 전망을 검토하는 이상 반자본(주의) 운동의 연장에서 남북 호혜의 경제적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노회찬 후보는 '남북경제공동체'의 구체적 전략을 추후 제출하기로 하였고, 권영길 후보가 이야기하는 '남북공동번영기금'이나 "분단과 사회양극화로 점철된 한반도의 경제를, 38선을 넘나드는 새로운 '한반도경제공동체'"라는 주장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우며, 심상정 후보의 '한반도평화경제연합'의 경제적 제 방안도 이런 점을 고려하여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및 남북경협에 날선 긴장이 없어보이는 점도 문제다.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한미동맹 강화의 기초 위에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적극적인 남북경협으로부터 동북아중심국가로 나아가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는 미국 중심의 21세기 동북아 질서 확립의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소이다.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2020은 미국의 군사동맹 정책에 정확히 조응한다. 2007년 국방예산안에 따르면 2006년 대비 9.9% 증액한 24조7,505억 원으로 책정되었고, 이 중 17조8,402억 원(72.1%)은 경상운영비로, 6조9,103억 원(27.9%)은 전력투자비로 배분됐다. 이처럼 국방중기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매년 10% 가량의 국방비 증액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국방개혁2020에 따른 자주국방 달성까지는 모두 621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용산 기지 이전 재배치 비용, 평택 기지 조성 비용,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비용,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간접 지원 비용 등 주한미군 지원 비용 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도 않는다. 이처럼 협력적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한 자주국방 역량 강화 정책은 동북아지역 전체의 군비 증강을 촉진하고 있다. 세 후보 모두 군축을 강조하고 있고, 다양한 어조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와 한미군사동맹의 폐기를 이야기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정책으로서의 한미동맹 자체의 폐기와 비동맹 선언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좌파적 비전을 준비하는 토론 기대

 

앞으로 5년이면 개성공단 100만 배후도시가 건설되고, 경원선을 거쳐 대륙철도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며, 상당한 수준의 왕래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는 대신 자본의 대북 진출에 따른 예기치않은 노동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공공연하다.

 

또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남북 정부와 민중의 실천도 전에 없이 역동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민족끼리 라는 배타성은 동아시아 민중 전체의 이익을 위한 민중의 보편성과 연대성으로 극복할 수 있어야 하고, 통일만 이루어지면 된다는 통일지상주의는 새롭게 형성될 계급투쟁의 맥락에서 인식 전환이 꼭 필요하다.

 

대선을 계기로 민주노동당 세 후보가 펼치는 평화통일정책 대결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 사회를 그리는 문제라는 점에서 경쟁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진보정당의 대통령 후보로서의 실천인 만큼, 남북 민중역량의 진보적 성장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동아시아 전체의 보편적 연대성을 획득하는 운동을 고민하고, 반제반전, 평등평화의 한반도 전략의 구체화를 위한 보다 진전된 정책 대결을 펼쳐줄 것을 기대한다. 사회구성원의 균등한 삶의 질을 갖추기 위한 한반도 차원의 사회적, 국가적 전략 마련이 가장 우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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