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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새

유월 중순이었다. 농사꾼들이 모내기를 한 다음에 논두렁에 콩을 심는다. 농약을 쓰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우리는 논을 세번 맸다. 김매기를 하고 있는데 먼저 콩을 심은 사람들이 돌아와서 '아이고, 까치와 산비둘기가 심어놓은 콩을 벌써 다 파먹었다'고 외친다. 농부들은 또다시 콩을 심어야 했다. 우리도 김매기를 끝마치고 콩을 심으러 갔다. 다른 농사꾼들도 모두 다 그렇게 하니까!

 

한 사람은 괭이로 두렁을 파 작은 구멍을 만들고, 뒤따라온 다른 사람은 파놓은 구멍에 씨앗을 서너 알씩 심고 호미로 구멍을 덮는 것이다. 우리 논은 바로 소나무숲 밑에 있었다. 까치와 비둘기들이 날아와 우리 수고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꾸꾸꺅꺅 하면서 '당신들은 헛수고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잔치를 벌이려고 하니까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울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콩을 심었고, 새들은 저쪽에 내려앉아 땅을 파고 콩을 먹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매 세 마리가 소나무숲에서 바람을 타고 놀았다. 바람이 불어오자 매들은 날개도 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수영할 때 물 위에 가만히 떠 있는 것과 같았다. 영국에서 만들었다는, 공기 중에 멈추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전투기와 같다. 그런데 매 한 마리가 도둑질하는 까치를 보고 순식간에 날아와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면서 소매치기를 쫓아냈다. '아! 매는 좋은 새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요즘 논에 나가 보면 콩이 드문드문 나온다. 이웃 사람들에 의하면 옛날에는 새들이 보리나 밀 등을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들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콩을 먹는다는 것이다. 새들은 참 똑똑하다.

 

이번 5월에 제비들이 중국에서 돌아와 우리 마루 위에 집을 짓는데 얼마나 신기한지...... 그리고 새끼들이 자라면 신기하게도 몸을 돌려 둥지 가장자리에서 마루로 똥을 싼다. 배웠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것인지, 혹은 본능적으로 그러는지 몰라도 그렇게 한다. 또 새끼 한 마리가 다른 새끼보다 일찍 날고 싶은지 둥지 바깥으로 날다가, 의심하던 베드로가 물에 빠진 것처럼 마루에 떨어졌다. 엄마제비가 와서 다시 둥지로 올라가는 방법을 가르쳤다. 바로 올라가는 것보다 옆 벽면을 왔다갔다하면서 올라가도록 시범을 보이자 제비 새끼는 어미가 하는 대로 몸을 떨면서 다시 둥지로 올라갔다. 어미가 계속 나무라고 있었다.

 

요즘은 다 출가하고 두 마리만 남았는데 또다시 마루 위에 집을 지으려고 한다. 매일 떨어진 똥을 치우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그러나 요즘 와서 집이 너무 지저분하고 우리가 밥상을 놓고 식사하는 바로 위에 집을 지으려 하기 때문에 새들이 볏짚과 흙으로 기초를 지어놓으면 매일밤 우리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그것을 헐고 있다.

 

상계동에서 전경들이 비닐 하우스를 헐던 생각이 난다. 제비의 고집이 얼마나 센지 모른다. 그러나 상계동 철거민처럼 마침내는 할 수 없이 우리 집에서 나갈 것이다.

 

참으로 자연에는 경탄할 것이 많다.

"저 까마귀들을 생각해 보아라. 그것들은 씨도 뿌리지 않고 거두어들이지도 않는다." (루가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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