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이 뭐야?
지난 7월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이미 예견되었던 조치로서 오히려 늦었다는 반응부터, 출구전략이 본격화 돼 기업,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등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자국의 경제상황을 금리로 통제해 왔다. IMF 시기 시장이 얼어붙고, 기업들의 돈줄이 마르고, 주식, 부동산이 폭락하는 등 경제위기 시에 중앙은행은 신속하게 금리를 인하한다. 주식 등에서 이탈한 유동자금이 은행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그 유동자금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기업의 숨통을 틔워 주며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라는 유인책이다. 물론 저금리로 인해 기업들의 수익구조는 상대적으로 양호해 질 수 있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 되고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주식, 부동산에 거품이 끼고, 인플레이션 등이 우려될 때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 주식, 부동산 등 불안정한 투자처에서 돈을 빼내 고율의 은행으로 예금하라는 유인책이다.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여기 저기 투자했던 기업들도 이자 부담 때문에 투자를 축소해야 하고, 수익구조는 상대적으로 악화된다.
출구전략이란 금리인하로 인해 시장에 거품이 형성, 포화상태에 이르기 이전에 금리를 인상시켜 거품의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즉 출구전략을 사용한다 함은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거품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된 거품은 당연히 부동산과 주식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하나 더. 현재의 상황을 우리나라 일국만의 시야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주식과 부동산의 거품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경제적인 측면에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듬해 2월 신속하게 7천8백억 달러의 구제금융방안을 내놓는다. 이어 FRB는 무려 1조 달러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낸다. 이 시기부터 금값은 하늘 모르고 치솟기 시작한다. 달러발행에 따른 달러가치의 하락에 대비해 달러를 대체할 유일한 대안인 금에 대한 투기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찍어낸 달러로 부도난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자, 원금상환의 부담에서 벗어난 미국 은행들은 제3세계에 투자했던 자금의 회수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
또 하나. 금융위기가 감지된 2007년부터 시작된 FRB의 금리인하정책이 제로금리까지 내려온다. 즉 돈을 빌려도 이자부담이 없는 투기자본에겐 제3세계 주식시장, 원자재 시장 등에 대한 투기를 본격화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우리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그대로 적용된다. 2008년 코스피가 2000 포인트에서 930 포인트까지 내려 앉았으며, 600조원이 빠져나갔다. 09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의 구제금융 발언 직후 우리 주식시장은 급상승하며 이제는 1700선까지 복구하게 된다.
즉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회복율을 보였지만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회복에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이런 제로금리 구제금융에 따른 초국적 금융자본의 유입에 의한 것이다.
미국 역시 경기부양책에 쏟아 부은 달러가 부담될 수 밖에 없다. 막대하게 발행한 달러는 미국 경제에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럽경제의 악화로 인한 국제경제의 불안정속에 함부로 풀린 달러를 회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 다양성이 국제적인 공조를 어렵게 한다. 그렇지만 마냥 다른 나라들도 출구전략을 늦출수는 없다. 유럽의 경우 재정긴축을 통해, 중국은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높이며 나름의 출구전략을 사용하지만, 국제적 공조속에 금리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이 사용되어 질 수 밖에 없다. 그 시기는 올 10월 G20 정상회의가 될 것이다. 미국 역시 출구전략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남부 유럽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번질 경우 유로화의 하락과 달러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외국 투기자본의 한국 내 주식의 상대적 가치하락을 가져오게 된다. 또한 금리가 인상될 경우 이자부담에 처한 외국자본의 철수가 시작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최악의 경제상황이 도래 할 수도 있다.
가계는?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경우 08년 10월부터 09년 2월까지 단 4개월만에 5%에서 2%의 초저금리로 내려온다. 물론 역으로 2%에서 5%까지 4개월만에 올리진 않겠지만 언젠가는 점진적으로 금리를 금융위기 이전인 5%까지는 올려야 한다. 기준금리보다 실질금리가 2-3% 높은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구입을 위해 1억원을 빌린 가계의 경우 연 400만원의 이자가 700만원까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월 33만원에서 58만원으로 25만원이 늘어난다. 가계에 부담이 없다고? 원금상환까지 포함하면 가계는 초긴축 재정으로 몰리고, 여기다 폭락한 아파트 가격까지 더해지면 서민경제는 패닉으로 내몰린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낙관만을 설파해서는 안된다.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장밋빛 환상만을 심어주다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경우 그 고통은 철저히 서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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