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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설화, 雪花

 

한 철 보지도 못했던 나무를

겨우내 내가 잠시 걸었던 길에서

맞닥드리고서는 무심코 꺾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그 나무는 여전히

죽어 있었지만 그 자리는 의연히

지키고 몸을 파묻고 있었다

 

초록에, 붉은 빛에만

아름다워 하지마라

겨울이 오면 눈꽃 피니

눈의 즐거움에,

생각이 주는 아름다움에,

지겨워 하거나 속지마라

 

가끔씩 마른 나무,

죽었다 업신여기지 말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고

함부러 말하지 마라

 

싹이 트고, 꽃이 피면

나를 조롱하듯 푸르름 속에 숨어있다 

눈맑음에, 흥건한 봄이랍시고

눈여기지 못하다가

겨울되고 눈내리면 꽃이 폈다 

즐거워 한다

 

마른 나무 쓸모없다 함부러

말하지 마라

마른 나무 꺾는 네 손이 함부러

딴짓하지 않게

 

기어오르는 덩굴손에 감싸안겨주는

마른나무가 더이상

미안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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