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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팬클럽에게 한 수 배우자

1월 6일자 매일노동뉴스 기고글입니다.

 

동방신기 팬클럽에게 한 수 배우자
- 서울중앙지법 2009.10.27 2009카합2869.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

 

새해  명박력(歷)으로 3년차 되겠습니다. 덕담? 자격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내용?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갑자기 웬 높임말? 이번 호만 서비스, 되겠습니다. 덕담 앤드 내용 대신.
작년, 돌아보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전 국민을 삼재의 도가니탕에 입수케 하사 대통령 두 분마저 다이하시고, 한 해 동안 흘린 눈물은 지난 해 강우량 보다, 아니 4대강 보다 더 많았을 겁니다. 올해로 삼재 끝,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무대포 정신  서민표방 분식사랑 오뎅덕후 이명박 대통령께선 얼마 전 국민들을 위하여 아랍에미리트까지 납셨습니다. 그 분 영업 스타일이 이렇습니다. 헤이 존슨? 유....유 존슨? 나 미스터 리야. 그냥 걸어가, 뚜벅뚜벅 걸어가 그냥. 계약 다 되어 있는 거 알거든. 국민들만 모르니까. 이게 그 분 특유의 ‘무대포’ 정신입니다만. 근데 영업만 그리 하시지, 노동자들에게도 그러시더군요. 노동자는 어디 서민 아닙니까? 지난 해 철도노조 파업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도 뚜벅뚜벅 걸어가셨지요. 철도공사로. 불법파업이라시니. 게다가 밥통 타령. 지겹습니다.

 

노동조합  2008년 기준 남한의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필자 포함 도합 1,665,798명으로 집계되었고요. 노조 조직률은 10.5%입니다. 한국노총의 전체 조합원 수는 72만여 명이고요. 민주노총은 65만여 명입니다. 남한의 기업별 노조 조합원과 산별노조 조합원은 각각 78만여 명입니다.  

 

동방신기 팬클럽  뜬금없이 웬 동방신기? 정초의 상상력이 한 해를 풍성하게 합니다. 여하간 ‘카시오페아’, 동방신기의 대표적인 팬클럽입니다. 회원 수는 79만여 명입니다. 물론 진성회원 수에 대한 의심도 있겠지만 그건 노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전속계약  영웅재중(23살), 시아준수(22살), 믹키유천(23살) 이 세 친구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습니다. 이 가처분의 상대방은 그 유명한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대표이사는 김영민씨인데, 사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이수만’씨입니다. 여하간 위 친구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 동안의 연습생 시절을 거치고 스타급에 오른 남부럽지 않은 영혼들인데. 문제는 에스엠과의 전속계약이 너무 길었다는 것과 다른 계약을 통한 자유로운 연예활동이 제한당해 왔다는 겁니다. 소위 ‘노예계약’. 최초계약은 데뷔음반 출시일로부터 10년, 1차 부속합의에 따라 13년으로 연장되어 연예활동의 모든 권리가 에스엠 측에 상당한 정도로 종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이러면 영웅재중?믹키유천 36살, 시아준수 35살까지 아이돌로 남아야 됩니다. 군대 갔다 오면 2년씩 더 더하면 됩니다). 참고로 ‘보아’는 15년. 얘도 참 안됐다 싶습니다. 군대도 고작 2년인데. 그것도 싫다고 탈영하는 얘들도 있는데.

 

에스엠  에스엠(SM)? ‘이수만’의 S와 M을 따왔다는 설, Star Museum의 약자라는 설 등등. 여하간 총자산 730억. 계열사만 9개. 얘네들 워낙 유명하니깐 요기까지만.
영웅재중, 시아준수, 믹키유천 이 세 친구들이 에스엠과 맺은 전속계약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계약을 해지하려면 총투자액의 3배 및 잔여 계약기간 동안 일실이익의 2배를 보상하도록 말이죠. 허나 에스엠측이 계약을 위반했을 때에는 아무런 배상조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저 친구들이 계약을 해지하겠다 한 겁니다. 근데 사장님, 장기 전속계약, 이렇게 항변합니다. 업계 특성상 신인발굴 및 투자에 따른 위험, 내가 감수해야 한다, 경쟁업체의 무임승차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 현지 에이전트와 7년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장기계약은 부득이 하다, 수익분배 조건도 전례 없이 빵빵했다 등등.

 

법원  판사가 판결문으로 말한다고 해도, 부담 안될 리 없겠지요. 79만 명의 팬클럽이 사법부의 안티가 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고조선 이후 최고의 안티팬을 확보한 국민 왕비호, 사법부. 아찔. 상상만 해도 뒷골에 220볼트 전류가 흐릅니다. 어찌되었든 법원은 에스엠측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위 세 친구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운데다 경제적 자유와 헌법상 직업선택과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더구나 이들의 전속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며 더 이상 신뢰관계가 유지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법원은 가처분의 효력에 대해 전속계약 전부를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위 세 친구의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보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 사건의 노른자위, 되겠습니다. 사실 중요한 건 다음부터입니다. 

 

불매운동  소송에 들어가자 ‘카시오페아’, 고민 끝에 결단합니다. 불매운동 돌입.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된 찌라시 쫙 깔립니다. 불매운동 사유는 분명했습니다. 가처분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돌연 콘서트 일방적 취소, 그에 따른 일본 중국팬들에 대한 큰 피해(티켓, 차 대절, 숙소, 항공권 등), 콘서트 취소에도 앨범을 판매하는 모순된 처사, 팬클럽에 대한 부적절한 대우, 그리고 전속계약의 부당성. 특히 전속계약의 부당성, 이렇게 주장합니다. ‘동방신기가 단순히 에스엠의 수익창출 도구로 소모’되고 ‘비전 또한 바랄 수 없기에 더 이상 에스엠의 절대적인 소비자가 되어줄 수 없다’고. 소위 ‘우리 오빠 건드리지 마’라는 오빠국수주의를 넘어서 ‘소비자의 권리’로 무장하여 ‘그들 자신의 목소리’로 에스엠에 조직적으로 대항하게 됩니다.

 

1996년  이소선 어머니께서는 자주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전국의 노동자들이 3일만 집에서 안나와봐라,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거 다 실현될 수 있다,고 말이죠. 파업만능주의,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동의 권리를 빼앗는 일에 노조가 싸우지 않는다는 건 팬클럽 보다 못한 일입니다. 얼마 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1996년 당시에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이 법을 날치기하려는 걸 막기 위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함께 맞서 싸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노총은 무엇을 하고 있고, 한국노총은 어디 갔나요? 보신 분 있으면 연락주세요.

 

비교  미디어법, 절차는 위법하나 법률은 유효하다고 합니다. 철도 파업도 마찬가집니다. 적법하기는 하나 결국은 불법파업이라고 말이죠. 철도노조 위원장이 구속되었습니다.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우리 노동자들은 탄원서 한 장 써보았습니까? ‘카시오페아’는 동방신기의 전속계약에 대해 부당성을 주장하며 12만 명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우리 166만 조합원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집단적 노동관계의 중추신경인 전임자·복수노조 문제.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은 결국, 중추신경에 보톡스 바늘을 꽂았습니다. 바늘이 척수를 헤집기 전까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과연 무엇을 했습니까? 78만여 조합원들의 미래가 달려 있는 산별노조 교섭권을 제대로 인정조차 않는데 양대 노총은 정치권만 탓하고 있을 겁니까? 1996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 투쟁”. 그 때를 기억하는 이유는 ‘총파업’보다 ‘연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아니 천막 비닐만 나부끼고 있습니다. 쩝.

 

미래  작금의 노동정책이 ‘무대포’라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을 허망하게 물러서게 만드는 게, 노동조합의 미래, 노동운동의 갈 길은 아닐 겁니다. 우리의 문제를 또 다시 노동자가 될 다음 세대에게 떠 넘겼습니다. 하지만 79만 명의 동방신기 팬클럽은 동방신기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바라보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였습니다. 많은 수가 청소년, 20대 청년인 그들은 에스엠에 대항하여 ‘소비자에 대한 책임이행 및 처우개선’, ‘부당한 계약조항 시정’을 걸고 1, 2차 불매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이들도 언젠가는 노동조합의 깃발 아래 모이게 될 상상을 해보지만, 그들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새해 서비스 1  동방신기 가처분 사건을 맡은 임상혁 변호사는 지난 12월 한 언론지와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요. 전속계약의 문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라는 기자의 질문에 임 변호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파업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제작자와 연기자 간에 단체협약을 맺는다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2008년 미국 배우조합 SAG(영화 한편당 20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는 ‘윌 스미스’씨도 조합원이라네요.)는 미국영화방송제작가연합과의 단체교섭이 결렬되면서 파업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자가 임변호사에게 묻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능할까요?’
“배용준, 장동건이 움직이면 돼요.”
뜨악. (숨 고른뒤 두 손을 모은 채) 필자는 이 말이 가능하다는 얘기로 해석하겠습니다.

 

새해 서비스 2  연예인들의 노동조합 참여도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88년 서울방송연예인노조가 출범했고요. 초대 위원장은 드라마 ‘대조영’ 에서 연개소문의 노비로 등장했던 탤런트 박경득씨가 취임했었습니다. 1989년에는 전국예능인노조가 출범했습니다. 초대 위원장은 ‘갈대의 순정’을 부른 가수 박일남씨였습니다.
서울방송연예인노조는 한국방송연기자노조로, 2006년에는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로 명칭과 더불어 조직형태를 산업별 노조로 전환하였습니다. 13개 지부 중 가수지부는 2005년에 만들어졌다네요. 전국예능인노조는 1999년 연맹으로 전환하여 현재까지 별도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방신기 또한 이들 노조에 언제든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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