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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2-엄마의 노래

오대산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지어 먹었다.

내가 묵은 숙소는 00여관이다. 아는 분이 잘 다니는 곳이라 도움을 받았다ㅋㅋㅋ 비수기라서 숙박을 공짜로 해결했걸랑...

요즘 유행한다는 펜션이나 콘도는 아니지만 매우 저렴한(^^) '공짜'라는 숙박 비용을 생각한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낮에 계곡에서 심하게 놀았나보다...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어디선가 노랫 소리가 들려 온다.

풍부한 성량에 기가 막힌 바이브레이션이 아니지만 구성진 가락은 어디에도 흠잡을 데 없다.

술 마시고 처량하게 아님 기분 만땅의 자뻑 노래가 아니라,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듯 한껏 제끼는 노랫 소리이다.

한 두 분이 아니다. 어깨춤 들썩이며, 방구들 꺼져라 발구름에, 장구 가락 부럽지 않은 손뼉 장단에, 왁자지껄 웃음 한보따리 노랫 소리가 창을 넘고 길을 넘고 산을 넘고 하늘에 닿는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노래 이음과 올려야 할 때 올리고, 내려야 할 때 내리고, 넘어갈 때 넘어가는 완벽한 호흡은 1~2년 맞춘 것이 아니라 한 평생 어울려야 가능한 경지이다.

가사가 틀린들 어떠랴. 내 인생이 노래인데.

음정이 흔들리면 어떠랴. 까짓것 기분에 부르는 것인데.

노래가 끊긴들 무슨 상관이랴. 주면 받고, 받으면 주면 되는 것을.

시끄럽다고 한들 뭔 걱정인가. 시끄러우면 너도 와서 부르면 되지.

 

아까 보았던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이 곳 산자락에 놀러 오신 '엄마'들이다.

 

내 엄마는 노래를 잘 못 부르신다. 노래방에 같이 가면 언제나 부끄러워 하신다. 사실 음정과 박자, 가사를 제대로 맞게 부르신 적은 - 내 기억으로는 - 없다. 엄마가 마이크를 잡으면 그 음정과 박자와 가사에 따라 가야 한다. 따라 가면 된다. 그런들 어떠랴. 조용필의 노래가 어디 조용필만의 것이냐. 엄마가 부르면 엄마의 인생이요, 엄마의 사연이 되는 것을. 그 노래나마 이럴 때 이렇게라도 부르지 않으면, 그저 마늘까며 혼자 중얼거리던 것이 전부였을 엄마의 노래....

 

엄마들의 노랫 소리가 시끄럽지 않은 건....그 엄마들의 인생 어쩌구저쩌구의 시건방진 감정이입이 아니라....목소리가 갈라져도 한껏 웃어 제끼며 풀어놓는 노랫소리가 듣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한껏 제끼는 그 풀어놓음이 나마저도 흥겹고 즐겁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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