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나의 전선

진보넷 마당에 오랜만에 내 흔적을 끄적인다.

생각이 없으면, 고민도 없다고 했던가.

아니...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아 오히려 내가 무얼하며 지내는지 스스로 뒤돌아 볼 여유를 가지지 못한 건 아닌가...더 솔직해지자면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웠던 것은 아닌가...좀 더 솔직해지자면 더 게을러졌던 것은 아닌가...

 

글쓰기...

나에게 글쓰기는 매우 의미있는 실천이다.

내 생각과 고민을 내 안에서 끄집어 내는 과정에서, 나를 좀 더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를 더 변화시켜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를 가다듬고 정리해서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끄집어 내어,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과정...

정리해서 주장하는 논쟁이 아니라,

포장해서 전달하는 다짐이 아니라,

논리로서 설득하는 당위가 아니라,

시시콜콜 수다떠는 삶의 이야기를 맘껏 떠들어내는, 그럼으로써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 치유받는 글쓰기...

 

그래서 내 글쓰기의 목표는 ,

세상과 나에게 나를 드러내고, 공유하고, 공감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나를 치유하는 것...

나에게 푹 젖어 있는 자본주의적 일상과 남성가부장 문화의 일상 속에서, 지난 시간 속에 내가 저질렀던 '폭력'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

 

나의 지난 시간은

이 사회의 남성으로서-아들로서-누군가의 애인으로서-한 때의 누군가의 남편으로서-아이의 아버지로서-어떤 조직 내 남성 활동가로서-자의든 타의든-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나에게 주어졌던 남성(남성성)으로서의 권력을 휘둘렀던 폭력의 시간이었다.

나의 지난 시간은

자본주의가 주창하는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해서-나의 편리와 행복을 위해서-나의 가족의 무한한 행복만을 위해서-텔레비젼 광고 속의 행복한 삶의 실현을 위해서-내가 가진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서-나에게 주어졌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휘둘렀던 폭력의 시간이었다.

나의 지난 시간은

자본주의의 대안 사회를 꿈꾸며, 현재 사회의 진보를 이야기하며, 인간이 해방되는 세상을 고민하며 실천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이 사회가 나에게 주었던 권력을 휘두르며 지키고자 했던, 또하나의 나의 영역이자 폭력의 모습이었을 뿐이다.

 

자본주의와 남성가부장 문화 속에서

나의 일상 하나하나가,

나의 실천 하나하나가,

나의 고민 하나하나가,

나 스스로의 모순을 까발려서 '공감하는 인간'에 가까워지기는 바라는 것...

그것을 위해 시작한 글쓰기에 내 스스로 소홀해졌던 것은,

몰아치는 상황 속에서 예전의 일상에의 침잠이 어쩌면 그리웠을지도....

 

아들과 함께, 생활인으로 다시 독립하는 과정이 넘 힘든 것 같다...내 일상의 하나하나가 그동안, 그토록 뿌리깊게, 누군가를 '식모'로 부려왔던, 좆중심 문화에 푹 절어 있었던 증거가 아닐까...

정직 기간이 끝나가면서 다시 복직해서 지금의 일상에 또 하나의 일상이 보태어지는 것이-일찌감치 버겁게 느껴졌던 것을 아닐까...

자본주의적 일상-생산과 소비의 패턴에서 벗어난, 소위 '가난'에 대한 나의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은 아닐까...

법정 싸움과 이후 계속되어야 할 '국가주의'와의 싸움을 준비하면서, 막연한 희망과 두려움 속에서 잠시 손을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것을 아닐까...

이 모든 과정을 결국 나 혼자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막연한 외로움이 날 두렵게 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내가 극복하고 나가야 할 나의 길이건만, 지금쯤 지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좆중심 마초주의에서 변하고자 노력하고, 변하려고 몸부림치건만 문득문득 드러나는 나의 모습에 내가 지친 것은 아닐까....

 

시덥잖은 글이나마 나를 담아내지 못했던 것은, 나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스스로 부끄러웠거나, 아니면 스스로에게 그만큼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게을러서이리라...

 

불안한 하루하루와 요동치는 심장 속에서 나를 다시 붙들고 싶다.

그렇게 나를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나의 부끄러움마저도...

 

글쓰기는 나에 대한 나의 전선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