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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27일부터 29일까지 일본을 다녀올 참이다.

일본에는 '국기경례를 거부하는 교사 모임'이 있다. 그리고 기미가요와 히노마루를 거부해서 징계를 받은 교사들의 모임인 '피처분자 모임'이 있다.

이번에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직3월의 징계를 받은 나로서는 흥미 있는 모임이다.

더군다나, 나의 징계가 1회성 사회적 관심거리로 끝나기를 나는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주의 교육(국가주의에 대한 정의나 이론 등에 대한 글이 별로 없다...어찌보면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사회적 반성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국 사회에서는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이 횡행하는 한국 교육판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함으로써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국기에 대한 경례나 맹세는 일상 교육 속에 묻혀 있는 전체주의, 국가주의 나아가 자본주의 교육 행태의 일각일 뿐이다. 지배계급 이데올로기 재생산의 가장 한국적인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얼마 전, 부천의 4개 어린이집이 연합으로 체육행사를 했다.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날 운동장으로 나갔다. 체육행사의 첫 시작이 태극기와 오륜기의 등장이고 그 뒤를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사열(군대 용어다)하듯 쭉 따라 갔다. 그리고 곧 이어 국기에 대한 경례와 국기에 대한 맹세가 이어지고.....당황하다 못해 허망한 마음을 쓸어 내리며 주변을 돌아 보니 딴 짓하고 있는 건 나밖에 없었다....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레 가슴에 손을 올리고 국기를 향해 부동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람사람사람....손을 잡고 있는 아들도 가슴에 손을 올리고 국기를 바라보고 있었다...섬찟했다...아들의 관심을 국기가 아닌 딴 곳으로 유도하려고 아들과 눈을 맞추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아~~~이제 5살박이 아이에게 무어라 이야기할 것인가....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번 일본의 방문은 일본의 그 교사 모임과 교류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그 모임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실천은 어떤 것을 하고 있고, 이후 전망에 대해 들어볼 참이다. 그리고 한일 양국의 교육운동과 교육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서로 공감하고 싶다. 이후 한국에서도 국가주의를 거부하는 실천을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양국 교사간의 연대와 교류의 가능성도 확인하려고 한다.

 

박살내야 할거라면,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이리저리 두들기기 시작해야 한다. 그것도 일상 문화 속에서 전면적으로....내가 해야할 일이 있다면, 이번 정직을 개인적 의미로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의미를 보다 확장해야 하는 것일게다...

 

한국을 벗어나기는 머리털나고 처음이다. 더군다나 혼자 가는 길이라 다소 낯설고 쬐매 걱정되기도 한다^^ 소위 해외라는 데는 나가본 적이 없어서리....ㅋㅋㅋ

 

일본의 하늘도 여기와 같으려나?

내가 아는 어떤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일본을 다녀오고 나서, "내가 일본에 가서 '우리나라' '우리 한국' '우리 사람' 이런 표현이 자연스레 나와서 스스로 놀랐다. 만국의 노동자와 민중이 있을 뿐이지 국경, 인종, 종교 등등에 따라 '우리' 아닌 다른 이들을 대상화, 타자화시키는 것은 자본의 지배 논리일 뿐인데...무의식 중에 내게 배어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혹 모르겠다. 나도 일본 가서 그런 생각이 들런지도...^^; 어쨌거나, 일본의 교사들과 연대와 공감의 시간들을 충분히 보내고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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