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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다녀왔습니다-마무리^^

일본역사교사협의회의 오오츠 선생님을 만나뵈었다. 한국말이 유창하신, 나이 지긋하신 분이셨다. 온화하시지만 열정이 느껴지는 분이셨다. 여쭈어 보았다.

 

- 일본 젠꾜(전교-한국의 전교조/일본에 일교조는 흡사 한국의 교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수정해 주시길....)의 역사에 대해서 간략히 알고 싶어요...

  * 일제 시대 때 일본 본토의 학교는 병사를 만드는 기계를 양성하는 곳이었고, 당시 교사는 그것에 충실했다...당시 주 핵심 구호 "천황을 위해 죽는다"...이 과정에서 반대하는 교사는 철저히 배제당하였다. 그리고 일본 내에서는 정보가 철저히 통제되어 한국에 대한 '침략'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실제로는 '일본의 선진화된 농업기술을 가르쳐 주기 위해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라고 알고 있기도 했다...그러다가 패전 후,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교사를 그만두는 교사가 많았다...자신들이 사람 죽이는 기계를 교육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반성하면서....

  * 그 후, 한국전쟁 때 일본에서는 자위대를 한국전쟁에 파견하려고 하였다. 이 때 일본 교사들은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라" "제자를 또 다시 전쟁터에 보내지 않겠다"를 주 핵심 내용으로 일교조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교사는 사회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특히 정치에 대해 어떤 생각과 실천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일교조를 만들게 된다. 이 때의 내용이 현재 일본 교사들의 교육관에서 기본적인 바탕이 되어 있다...

 * 그러나 그 후, 일교조가 정치정당인 옛 사회장과 자민당과의 연정에 연합하는 등으로 권력화되어 가고, 교육 및 정치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전술이 개량화되고 점점 전술마저도 부재하게 되면서 일교조는 점점 보수화 경향을 가지게 된다.

 * 이러한 일교조의 경향에 대해 반대하는 교사들이 '전교'를 조직하게 된다. 일교조 내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교사와 일교조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교사들이 모여서 구성하게 된다.

앞 글에서 보고대회 및 기념집회, 교류회에 참가하셨던 분들이 대부분 50-60대 연령층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일본 교육운동의 주축이 바로 이 분들이다. 퇴직 후 자신의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현직 교사들이 수업 등으로 활동하기 힘든 부분을 퇴직한 분들이 맡아서 활동하는 것이다. 일과 중, 집회, 선전전, 법정 싸움, 모임 준비 등...나이에 비해 일찍 노령화되는, 스스로 노령화되어 대접받으려는, 관료주의에 익숙한 한국 노동운동의 일부 활동가들을 생각했다...
나는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할까?

교류회에서 일본 선생님들에게 여쭈어 보았다...
일본의 평화교육이 지금 일본의 보수우익화 경향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그러자 곰곰히 생각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본내 보수우익)우파에 의해 평화교육이 방해받고 있다" 그 사례로...1주안(1주일 동안의 학습지도안)에 대한 사전 점검을 통해 평화교육을 사전에 차단하는 분위기가 있다. 예를 들자면, '안네의 일기' 수업조차도 1주안 점검을 통해 못하게 하는 경우 등이다. 그런데 이는 교원평가가 도입되면서 가능해진 절차와 더불어 국가주의 교육의 내용이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이다...그래서 우리는 (교원평가 중) 자기신고서(한국의 자기평가서에 해당), 주안(학습지도안) 등을 제출하지 않으며 싸우기도 한다...그러나 결국 시스템의 문제이고 시스템의 문제가 될 것이기에 싸우기가 쉽지 않다..."

 

성과급이든 교원평가든 이것이 제도화되어 버리면 그만큼 더 힘들어질 뿐더러, 그 결과를 고스란히 떠안고 가야하기에 더 어려워진다.....일본 방문에서 일본의 지금 교육 현실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 될 것임을 절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은 군국주의 교육의 강화라는 형태로, 한국은 교원평가를 통한 교육의 질 제고와 경쟁력이라는 형태로 교육의 쟁점이 만들어 지고 있지만, 이는 일본과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 다른 형태일 뿐 그 본질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자본의 논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각의 국가가 교묘한 형태로 통제를 강화하며, 또한 갈수록 그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적들은 자신이 있는 것일게다.

 

"조금씩 조금씩 밀려와서 어느 순간에 한꺼번에 밀려 와 있다", "한국이 일본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던 기미코 선생님의 이야기가 절실히 느껴진다.

 

만났던 일본 선생님들과 홈페이지 교류, 자료 등의 교환, 조직적 교류 등을 통해 양국 교사의 공동 행동 등을 계속 고민하자는데 공감하고 헤어졌다...이제 일본 방문기를 대충이나마 정리했으니, 그 다음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해 볼란다...일단 11월9일 복직이니까 당분간 복직 후 적응에 정신없을테고...조금 정신을 수습하고서 일본 방문의 성과를 한국에서 실천해보고자 한다...

 

[생각나는 몇 컷]

1. 기미코 선생님이 오사카에 강연이 있어서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한단다..물어보았다...몇시에 출발하셔요?(기미코 선생님과 1박을 같이 하게 되었다. 이번 만남을 중재한 한겨레21 일본 전문위원 집에서...)...기미코 선생님 왈 "집에서 9시 19분에 나가면 되요"...엥? 9시...19분?...20분도 30분도 아닌 19분?

 

2. 일본 시내에 볼 일 보러 갔다가 점심으로 우뭇가사리로 만든 국수를 먹기로 했다...좀 이른 시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그래서 개업 시간을 확인했다...잉? 11시45분? 11시30분이거나 12시 정각도 아닌 11시 45분?

 

3.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렸다...위에서 새들이 왔다갔다 하길래 비둘기? 하고 올려 보았다...까마귀였다!!!...신주쿠였는데...여긴 비둘기가 아니라 까마귀란다...음...

 

4. 식당이 작다..남는 시간에 난 그 지역 시장을 구경하러 갔다. 가장 서민적인 식당에서 일본 서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것과 보는 것이 궁금했다..가장 보편적 음식인 소바(모밀)를 먹으러 갔다...6명이 서서 먹으면 자리가 없다...그리고 대부분 혼자 먹는다...옆을 쳐다보지 않고 오직 자기 그릇만 쳐다본다...그렇게 서둘러 먹고는 또 일하러 간다...

 

5. 일본 라면을 먹었다. 8명 앉으니까 꽉 찬다...역시 혼자 와서 그릇만 보고 먹다가 서둘러 나간다....

 

6. 전철을 탔다..아무도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법이 없다...일본에서는 식당에서건 어디에서건 남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대단한 실례란다. 개인주의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란다...나만 사람 구경하고 있다^^;...핸폰 문자에 빠져 있거나 DMB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없다...책 본다...아님 그냥 잔다...친구들과는 소근거린다...앉아 있으면 그냥 졸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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