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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학교는 춥다

복직한 후 학교에 적응한다는 건, 변했다지만 변하지 않은 학교와 다시 맞닥뜨리는 일이다.

학교의 문제, 교육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가져가면 교사나 학생이나 모두 대안이 없다.

 

난 학생지도부에 있다...

오늘 내 옆에 3학년 담임샘이...아이들에게 두발을 단정히 하고 오라고 했는데도 며칠 째 되지 않는다며 반 아이들에게 집단 체벌을 했다. 그리고 학생부장과 그 담임샘이 교장실에 불려 갔다 왔다. 집단 체벌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 후의 학생지도부 샘들의 대화....

 

다른 샘 : 어디 갔다 오셨어요?

담임 샘 : 교장실

다른 샘 : 왜요? 아까 그 단체 기합때문에요?

담임 샘 : 못 해 먹겠구만. 애새끼들 말 안듣는 데 나보고 어떡하란 거야?

다른 샘 : 애들이 말로 해서 듣나?

담임 샘 : 몇 번 말로 했는데 안되는 걸...그럼 때려야지 어떡해? 웃옷 다 벗기고 양말 벗기고 뺑뺑이 돌리니까 정신 바짝 차리던데...

다른 샘 : 군대에서 초반에 확 잡는 게 다 이유가 있다니까. 그러니 군대가 잘 돌아 가는 거지

다른 샘 : 우리 그냥 몽둥이로 아이들 때립시다. 말 안듣는 놈들은 모두 학생부에 데리고 와서 때리자구. 차라리 그게 우리나 아이들이나 맘 편하다니까.

담임 샘 : 우리 반 그 새끼는 저번에 여교사에게 책상 던졌잖아..

 

[이 때, 학생지도부 교무실에는 숙제를 못 해 와서 벌로 깜지(^^;)를 쓰는 학생이 있었는데, 교무실 쇼파에 앉아 탁상 위에서 하고 있었다]

 

학생부장 : 야! 이 새끼가....벌을 받으면 바닥에 무릎꿇고 엎드려서 해야지 선생님들 앉으시는데서 하고 있어!!! 안 내려가?

 

다른 샘 : 도대체 아이들을 어떻게 잡으라구? 말로? 한 번 안되면 두 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담임 샘 : 난 이제 아이들 신경 안 써. 괜히 나만 나쁜 놈 되어서 짤리면 내 마누라와 애새끼는 누가 먹여 살리나? 나 집에 가요.......

 

1. 오늘 문제의 시작은 두발이다. 두발규정(사실, 완화된 규정이 아니라 규정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이 반인간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규정이라는 통제 중심의 학교 시스템이 근본 문제인 것이다. 개인을 집단에 길들이려는 각 종 규정...그 자체가 반인간적이다...

2. 말로 안되니까 폭력을? 우리가 주고 받는 말은 사회적 위계와 권력을 그대로 드러낸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성인, 남성(특히, 남성교사들), 비장애인, 이성애자, 가르치는 자'로서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 권력이 교사와 학생 사이에 그대로 반영된다. "말로 해도 안되더라"에서 그 "말"은 일방적 권력 관계에서 나온 말일 것이기에 학생들에게는 폭력일 뿐이다.

3. 책상을 던진 학생은 무조건 나쁜 놈인가? 그 학생이 문제를 푸는 방식이 매우 서툰 것은 사실이지만, 혹 이렇게 말고는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감히 선생에게..."가 아니라 그 학생은 지금의 학교 문화 속에서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약자가 아닌가...그 학생은 학생이기 때문에 나쁜 놈이고 그 여교사는 선생이기에 정당화될 수 있을까?

4. 가장 손쉬운 방법이 억압적 통제 방식이다. 간단한 방법으로 당장의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군사문화가 아직도 가장 건재한 곳이 학교가 아닐까 싶다.

5. 교원평가가 시작되면 딱 이 모양 그대로이다. 마지막 담임 샘의 말...."난 이제 아이들 신경 안 써. 괜히 나만 나쁜 놈 되어서 짤리면 내 마누라와 애새끼는 누가 먹여 살리나? 나 집에 가요...." 공교육을 파탄낼 것이 뻔한 "교원평가제"....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학교는 아직 춥다...."참말"로 되는 방법을 선생님들과 어떻게 공유할까? 통제 중심의 군사문화적 학교 문화를 무엇부터 어떻게 바꾸어 갈까? '내가 맞으니 너는 틀렸다'가 아니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거리와 작은 실천은 무엇부터 가능할까?

학교에 적응한다는 것은 이런 거리들을 고민하고 찾아 가서 함께 실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일게다....

선생님들과 함께 읽을거리를 만들어 보자...오프라인 블로그는 어떨까?

선생님들과 함께 "참말"을 공부해 보자...기린언어...공감과 다름을 전제로 하는 기린언어...

선생님들과 함께 작은 실천을 도모해 보자...학교 문화를 바꾸기 위한 학교 내 소모임이라도....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을 공유해 보자...이 학교의 문제는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구조의 문제이기에....학교 담장 너머 작금의 정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보자...소식지가 어떨까?

 

학교에 적응한다는 거....역시 쉬운 거 아니다....적응하지 않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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