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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기쁘다

1. 이 곳 학교로 복직한 지 한 달이 지나간다. 부천에서 이 곳 시흥의 학교까지 자가용으로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그나마 아침에는 교통체증을 피하려면 오전 7시 전에 집에서 나와야 한다. 최소한 내 출퇴근에서만큼이라도 자가용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자가용을 반인간적, 반환경적 문명의 대표적인 것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왕복 2시간을 앞 차의 꽁무니만 쳐다본다는 것이-그것도 매일-영 못마땅했다.

   그러다가 직행 대중버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큰 맘 먹고 아침 일찍 일어나 6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물어 물어 버스 타는 곳을 확인하고 행여 버스를 놓칠까 작은 눈 부릅뜨고 드디어 버스를 탔다. 잘 모르는 곳에 내려야 하는 지라 긴장하며 한 정류장 한 정류장을 유심히 바라보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ㅋㅋㅋ 1시간여만에 도착하였다...

   드뎌 자가용을 놓게 되었고, 드뎌 한 시간(왕복 2시간)의 나만의 시간을 또 확보한 지라....넘 기쁘다...그 2시간 동안 무얼 할까??? 행복한 계획을 잡아 본다....ㅎㅎㅎㅎㅎㅎ

 

2. 집에서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아침에 학교에 좀 일찍 도착하는 편이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면, 수업시작까지 1시간 정도 남는다...앉자마자 컴부터 켜고(이것도 병이다, 중독이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그날 수업할 내용을 훑어 본다...복직하고 한 달쯤 지나자 이건 좀 아니다 싶다...일찍 온만큼-그나마 평상시 운동량도 부족한대-운동 겸 아침을 즐기고 싶다. 아침을.

   그래서 학교 주변을 훑어 보니 자그마한 동산 옆으로 시민공원이 있다. 그래! 시민공원에 아침 산책을 가자...까짓거 인터넷을 아침부터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잖은가...핸폰없음 왠지 불안하고, 차없으면 왠지 갑갑하고, 인터넷 안하면 왠지 답답한, 그런 거를 극복하긴 힘들겠지만 그것으로부터 좀 여유로와져야 하지 않을까?...아침 산책을 나가보니 맑고 차가운 공기가 나의 뇌와 폐를 돌아 온 몸을 가볍게 해준다...그러다가...산등성이 곁으로 난 작은 산책로를 발견했다!!!! 오늘 아침에!!!!

   작은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보니 솔밭 사이로 작은 길이 쭈욱 나 있다. 작은 산이지만, 아니 산이라고 하기보다는 자그마한 등선이지만 솔밭 사이로 난 길이 꽤 운치있다. 조용한 이른 아침에 새소리마저 들려오고, 솔밭이 밤새 품은 맑은 공기도 가득하고, 내 발 밑에 깔려 있는 푹신한 흙과 나뭇잎은 내 몸뚱아리의 오랜 역사에 묻혀 있던 본능의 욕망을 충만하게 해주고.......

   빡빡한 일상과 무기력한 일상, 그리고 이러한 일상의 도시 속에서 짧은 시간, 짧은 공간이나마 이러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넘넘 기쁘다...내일 아침도 기다려진다...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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