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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27
    만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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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10/22
    짓밟힌 1박2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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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6/10/20
    나의 전선(2)
    초보좌파

만남

27일부터 29일까지 일본을 다녀올 참이다.

일본에는 '국기경례를 거부하는 교사 모임'이 있다. 그리고 기미가요와 히노마루를 거부해서 징계를 받은 교사들의 모임인 '피처분자 모임'이 있다.

이번에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직3월의 징계를 받은 나로서는 흥미 있는 모임이다.

더군다나, 나의 징계가 1회성 사회적 관심거리로 끝나기를 나는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주의 교육(국가주의에 대한 정의나 이론 등에 대한 글이 별로 없다...어찌보면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사회적 반성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국 사회에서는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이 횡행하는 한국 교육판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함으로써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국기에 대한 경례나 맹세는 일상 교육 속에 묻혀 있는 전체주의, 국가주의 나아가 자본주의 교육 행태의 일각일 뿐이다. 지배계급 이데올로기 재생산의 가장 한국적인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얼마 전, 부천의 4개 어린이집이 연합으로 체육행사를 했다.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날 운동장으로 나갔다. 체육행사의 첫 시작이 태극기와 오륜기의 등장이고 그 뒤를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사열(군대 용어다)하듯 쭉 따라 갔다. 그리고 곧 이어 국기에 대한 경례와 국기에 대한 맹세가 이어지고.....당황하다 못해 허망한 마음을 쓸어 내리며 주변을 돌아 보니 딴 짓하고 있는 건 나밖에 없었다....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레 가슴에 손을 올리고 국기를 향해 부동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람사람사람....손을 잡고 있는 아들도 가슴에 손을 올리고 국기를 바라보고 있었다...섬찟했다...아들의 관심을 국기가 아닌 딴 곳으로 유도하려고 아들과 눈을 맞추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아~~~이제 5살박이 아이에게 무어라 이야기할 것인가....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번 일본의 방문은 일본의 그 교사 모임과 교류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그 모임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실천은 어떤 것을 하고 있고, 이후 전망에 대해 들어볼 참이다. 그리고 한일 양국의 교육운동과 교육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서로 공감하고 싶다. 이후 한국에서도 국가주의를 거부하는 실천을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양국 교사간의 연대와 교류의 가능성도 확인하려고 한다.

 

박살내야 할거라면,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이리저리 두들기기 시작해야 한다. 그것도 일상 문화 속에서 전면적으로....내가 해야할 일이 있다면, 이번 정직을 개인적 의미로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의미를 보다 확장해야 하는 것일게다...

 

한국을 벗어나기는 머리털나고 처음이다. 더군다나 혼자 가는 길이라 다소 낯설고 쬐매 걱정되기도 한다^^ 소위 해외라는 데는 나가본 적이 없어서리....ㅋㅋㅋ

 

일본의 하늘도 여기와 같으려나?

내가 아는 어떤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일본을 다녀오고 나서, "내가 일본에 가서 '우리나라' '우리 한국' '우리 사람' 이런 표현이 자연스레 나와서 스스로 놀랐다. 만국의 노동자와 민중이 있을 뿐이지 국경, 인종, 종교 등등에 따라 '우리' 아닌 다른 이들을 대상화, 타자화시키는 것은 자본의 지배 논리일 뿐인데...무의식 중에 내게 배어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혹 모르겠다. 나도 일본 가서 그런 생각이 들런지도...^^; 어쨌거나, 일본의 교사들과 연대와 공감의 시간들을 충분히 보내고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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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1박2일

10월 20일 14:00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 4층 대강당에서 교육부의 교원평가 공청회가 진행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쓰벌노무들...결국 공청회를 강행하면서 교원평가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려는구나...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노무현이 교원평가를 도입하려는 것은 교육판에서의 노동유연화이자 신자유주의 교육개방의 징검다리라는 것을...

마침, 교원평가 공청회 강행에 반대하는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은 모이잖다...공청회 장소로...

 

10월 20일 14:03분...좀 늦었다...미리 도착한 동지들이 공청회 저지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 것 같다...4층 강당으로 올라가는 길...입구부터 전경애들이 쫙 깔렸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공청회를 강행하기 위해서 국민의례부터 진행이 되면서, 단상 앞에서는 교육부측 진행요원들과 공청회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동지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다.

생각할 것도 없이 단상 앞으로 나가 몸싸움에 합류했다.

 

10월 20일 14:08분경(이 시간은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전경애들에게 사지가 붙들려 달랑 들린 채로 바로 닭장차로 연행되었다...나 참....쩌비....교사들 문제에 교사들이 항의하는데 그 교사들을 연행하는 건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나 가능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하기사, 이 땅에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하나둘 뿐이던가...가진 건 몸뚱아리밖에 없는 수많은 노동자와 민중들이 어떤 꼴을 당하고 있던가...

 

나를 포함해서 강동경찰서로 7명이 연행되었다(나중에 알았지만, 4개 경찰서에 25명이 연행되었다)...경찰 조사를 받고 바로 유치장에 입감.....

 

10월 21일 18:00경...강동경찰서로 연행된 7명은 불구속기소된 채로 일단 석방되었다...25명 중 구속영장 청구로 인하여 5명의 교사가 아직 석방되지 못하고 있다...공청회에서 항의 좀 했다고 구속영창 청구라니...이미 돌아버린 노무현정부는 이제 미쳐돌아가고 있다...

 

진술서 등에 지문날인하란다. 싫다고 거부했다. 그럼 '무인거부'라고 쓰란다. 썼다.

석방되기 직전에, 현행범이므로 최종 신분 확인을 위해 지문 확인을 하겠단다. 싫다고 거부했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지문 확인을 하겠단다. 맘대로 하라고 했다.

그럴려면, 영장 발부와 시행 명령이 내려 올 때까지 경찰서에 대기해야 한단다. 구금이 48시간이니 언제 끝날 지 모른단다...제길...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기에 집에 두고온 아들 생각이 났다...어젯밤에는 못 들어간다고 연락도 못했다...이혼한 후에는 밤에 애비없이는 잠도 잘 못자는 녀석...그 녀석이 어젯밤에 무척 힘들었을텐데...오늘도 연락 못하고 집에 못 들어 가면 오늘 밤도 참 힘들어 할텐데....고민고민.....

진술서 지문 날인은 안하고 신분 확인을 위한 지문 확인에는 응하겠다고 했다.

 

스캔용 지문 확인창에 엄지 손가락을 대고 있을 때, 음흉한 괴물이 온 몸을 감고 조롱하는 것 같아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나의 내장까지 도려내어 맛볼려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났다.

더러운 기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집에 오는 내내, 신자유주의와 국가권력에 짓밟힌 1박2일이 분하고 분했다...

아들이 보고 싶었다...그리운 사람이 보고 싶었다...소주도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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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선

진보넷 마당에 오랜만에 내 흔적을 끄적인다.

생각이 없으면, 고민도 없다고 했던가.

아니...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아 오히려 내가 무얼하며 지내는지 스스로 뒤돌아 볼 여유를 가지지 못한 건 아닌가...더 솔직해지자면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웠던 것은 아닌가...좀 더 솔직해지자면 더 게을러졌던 것은 아닌가...

 

글쓰기...

나에게 글쓰기는 매우 의미있는 실천이다.

내 생각과 고민을 내 안에서 끄집어 내는 과정에서, 나를 좀 더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를 더 변화시켜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를 가다듬고 정리해서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끄집어 내어,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과정...

정리해서 주장하는 논쟁이 아니라,

포장해서 전달하는 다짐이 아니라,

논리로서 설득하는 당위가 아니라,

시시콜콜 수다떠는 삶의 이야기를 맘껏 떠들어내는, 그럼으로써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 치유받는 글쓰기...

 

그래서 내 글쓰기의 목표는 ,

세상과 나에게 나를 드러내고, 공유하고, 공감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나를 치유하는 것...

나에게 푹 젖어 있는 자본주의적 일상과 남성가부장 문화의 일상 속에서, 지난 시간 속에 내가 저질렀던 '폭력'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

 

나의 지난 시간은

이 사회의 남성으로서-아들로서-누군가의 애인으로서-한 때의 누군가의 남편으로서-아이의 아버지로서-어떤 조직 내 남성 활동가로서-자의든 타의든-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나에게 주어졌던 남성(남성성)으로서의 권력을 휘둘렀던 폭력의 시간이었다.

나의 지난 시간은

자본주의가 주창하는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해서-나의 편리와 행복을 위해서-나의 가족의 무한한 행복만을 위해서-텔레비젼 광고 속의 행복한 삶의 실현을 위해서-내가 가진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서-나에게 주어졌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휘둘렀던 폭력의 시간이었다.

나의 지난 시간은

자본주의의 대안 사회를 꿈꾸며, 현재 사회의 진보를 이야기하며, 인간이 해방되는 세상을 고민하며 실천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이 사회가 나에게 주었던 권력을 휘두르며 지키고자 했던, 또하나의 나의 영역이자 폭력의 모습이었을 뿐이다.

 

자본주의와 남성가부장 문화 속에서

나의 일상 하나하나가,

나의 실천 하나하나가,

나의 고민 하나하나가,

나 스스로의 모순을 까발려서 '공감하는 인간'에 가까워지기는 바라는 것...

그것을 위해 시작한 글쓰기에 내 스스로 소홀해졌던 것은,

몰아치는 상황 속에서 예전의 일상에의 침잠이 어쩌면 그리웠을지도....

 

아들과 함께, 생활인으로 다시 독립하는 과정이 넘 힘든 것 같다...내 일상의 하나하나가 그동안, 그토록 뿌리깊게, 누군가를 '식모'로 부려왔던, 좆중심 문화에 푹 절어 있었던 증거가 아닐까...

정직 기간이 끝나가면서 다시 복직해서 지금의 일상에 또 하나의 일상이 보태어지는 것이-일찌감치 버겁게 느껴졌던 것을 아닐까...

자본주의적 일상-생산과 소비의 패턴에서 벗어난, 소위 '가난'에 대한 나의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은 아닐까...

법정 싸움과 이후 계속되어야 할 '국가주의'와의 싸움을 준비하면서, 막연한 희망과 두려움 속에서 잠시 손을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것을 아닐까...

이 모든 과정을 결국 나 혼자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막연한 외로움이 날 두렵게 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내가 극복하고 나가야 할 나의 길이건만, 지금쯤 지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좆중심 마초주의에서 변하고자 노력하고, 변하려고 몸부림치건만 문득문득 드러나는 나의 모습에 내가 지친 것은 아닐까....

 

시덥잖은 글이나마 나를 담아내지 못했던 것은, 나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스스로 부끄러웠거나, 아니면 스스로에게 그만큼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게을러서이리라...

 

불안한 하루하루와 요동치는 심장 속에서 나를 다시 붙들고 싶다.

그렇게 나를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나의 부끄러움마저도...

 

글쓰기는 나에 대한 나의 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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