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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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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마우스가 그랬다.

잘 견디더니만 어느 날부터 컴을 켜도 저만 불이 안들어온다. 

컴맹이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컴을 켰다 껐다 잭을 뺐다 꽂았다.. ..

그러다 보니 어느 덧 나도 너의 의사를 알아 듣는다.

요놈은 그러니까 이제부터 컴이 켜진 후 다시 한번 저를 꽂아주어야만 움직이기로 맘 먹은 모양이다.

 

그냥 그렇게 저에게 맞추어 살아 주기로 한다.

 

카드가 너덜거린다.

별로 거금을 쓰는 것도 아닌데 워낙 소액도 다 카드로 결제하다보니 코팅이 벗겨졌다.

카드사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다 몇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내가 쓰는 카드와 비숫한 혜택인데 연회비가 반값인 카드가 있다는 거.

그리구 얼마전 처럼 잔고가 딱 떨어져서 환승교환을 못받는 경우를 대비해

교통카드 기능이 첨가된 카드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사진을 넣어 만들 수 있는 카드가 있다는 군.. 것도 추가해서.

 

그러나.

안된다. 죽어도.

그까이꺼 하나 만들려고 한시간 넘게 그 홈피에서 난리를 쳤는데 안된다.

좌절, 에잇!

귀찮음을 넘어서고 급기야 카드사에 전화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너무 불편하셨겠네요"

그러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해결방법을 제시해 주진 않는다.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전화는 오지 않는다.

약간 열받아서 다시 카드사에 전화를 한다.

"그러셨군요. 너무 불편하셨겠어요.."이젠 슬슬 약이 오른다.

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고. 열쇠는 그 사람들이 쥐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나의 필요엔 관심이 없다.

그저 안됩니다.,라는 답변을 기록에 남기지 않기위해 대화를 질질 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

이동통신사 카드 할인도 안되는 영화관에서 한다.

위의 그 카드사는 자신의 홈피에서 예매를 하면 무려 1500원을 할인해 준다고 광고했다.

헉.그런데 또.

안된다. 죽어도.

탄력받은 나는 또 카드사에 전화를 한다.

"고객님 죄송합니다...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번엔 반나절쯤 지나 전화가 왔다.

"저희 회사 홈페이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구..

 



어쩜. 연습도 잘했지.

내가 언성을 높이거나 짜증을 내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같은 톤의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를 연발할까..

정말 죄송하긴 한 걸까? 죄송하다면 시정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러다 생각한다.

지도 어쩔 수 없겠지.. 말단 전화상담원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으니까.

저 언니들의 역할은 고객의 화풀이 방패막이 일까?

고객 상담실의 진정한 존재이유는 뭘까???

그러다가 시스템에 화가 난다.

 

열라 선전해서 돈만 벌고 버리는 나쁜 넘들.. 근데 누구??

 

그러고 보니 화는 나는 데 화 낼 데가 없다.

내가 화낼 수 있는 곳에는 또다른 사회적 약자들이 그걸 받아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왜 화가 나는 걸까?

 

첨엔 불편했다. 단지 불편했고, 그 불편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불편을 해소해 줄 그 의무가 있는 사람(?) 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그 불편이 해소가 되지 않는다.

 

근데 난 불편한 거 잘 참는다. 우리 마우스랑 나랑은 여전히 사이좋게 잘 살고 있다.

그런데 난 왜 화가 났을까?

약속, 기대, 그래야 한다는 믿음, 뭐 그런 것들에 대한 배반?

정의사회구현이 안되는 것에 대한 분노?

 

난, 무시당했다. 나의 개인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무수한 컴플레인의 주인공 중 하나였으며, 내 욕구는 그들의 시스템안에 없으면 존재하지도 않는다.

더 나쁜건 그들은 거짓말을 한다는 거다. 그것도 내가 다 알도록..

 

눈가리고 야옹하는거 진짜 기분나쁘다. 귀엽지도 않은것이 하면 더 기분 나쁘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열라 열 받으니 카드 해지 해 버려?

열라 전화해서 그 언니들 확질리게 한다음 목소리 큰 사람이 승리하는 우리나라의 진리를 다시한번 확인 시켜 줘?

 

그러려니.. '열라' 뭔가를 해야한다.

열라게 바쁜데.. 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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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1 02:21 2006/04/21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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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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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하는 작업때문에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들을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된다.

목적의식적으로 내가 그들의 말을 듣기시작하고서야

진정으로 '대화의 시작은 듣는 것'이라는 문장을 이해한다.

 

전심을 다해 듣는 것.

화자의 이야기를 내 생각으로 변형하거나 내 의견을 첨가해서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화자의 입장에서 듣는 것은 참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단 한 시간의 듣기과정으로 난 종종 녹초가 되곤한다.

나를 끼어넣지 않고, 말이 의미하는 바를 화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과정은

그야 말로 듣기의 과정이다.

 

전심을 다해 듣는 행위를 시작하면서

내가 이제까지 나누었던 대화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나는 들리는 말의 의미를 내가 의미하는 바로 해석하고, 내 생각을 덧붙여 미루어 짐작하고

그리고 들으면서 내가 답할 말을 준비했었다.

이것은 듣고는 있으되. 진정으로 듣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몇번의 듣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단순히 전심으로 다해 듣는 행위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고,

또 단순히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들어주기만 하면서도

그 사이에 일어나는 관계의 진정성이 커지는가 하는 것을 알게 된다.

낯선 사람과 만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전심을 다해 들으면서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공간에 충만된 어떤 감정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낀다.

 

듣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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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6 01:14 2006/04/1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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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과 코와 입에 대해 함구하기로 결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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쭌모님의 [손가락에 붙은 일회용밴드] 에 관련된 글.

손가락 빨아서 이가 얼마나 많이 삐뚤어지겠으며, 코파서 먹은들 얼마나 병균이 들어갈까.

결국 내가 보기 싫어서 손가락 빨기를 멈추게 하고 싶었던게지.

손가락 빠는 아이..욕구불만의 표출.. 뭐 이런 모습으로 보여지는 게 싫었던게 아닐까.

 

쭌이에게

더이상 엄마는 너의 손가락 빨기에 대해 말하기 않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다.

손가락 빨기에 대해 내가 계속 신경쓰면서 너와 이야기하는 동안 우린 서로 별로 유쾌하지 않은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 시간이 난 싫다.

그렇게 말했다.

 

여전히 자꾸만 눈이가고.

맘으로는 불편하지만

좀 지나면 그것도 쭌이의 당연한 모습의 하나로 보여지겠지.

 

아이를 바꿀 수 없다면 그냥 내가 바꾸고 말겠다.

우리의 평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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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4 02:07 2006/04/14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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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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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요즈음 즐기고 있는 잠자리 의식이다.
목욕을 마치고,

적당히 하루의 일과가 끝나가는 시간이 되면

나는 아이에게 이모 방에 가서 책을 가져오라고 한다.

 

어떤 때는 어제에서 이어진 이야기가 궁금하여 기대에 차서 이모 방에 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좀 더 놀고 싶어서 가고 싶어 하지 않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책을 읽는 것은 이어지는 잠자리에 들기 위한 예고가 된다.

 

아이가 책을 읽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책을 가져오고 나면

나는 꽤 무게가 나가는 책을 내려놓고 엎드려 어제 읽었던 부분을 펼친다.

그 사이에는 아슬란님의 얼굴이 그려진 책의 설명서가 끼워져 있다.

나는 가끔 사자의 황금색 갈기와 초록색 눈을 한참 들여다 본다.
아이가 엎드려 나와 함께 책을 들여다 보면

나는 아이가 이야기에 빠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베란다로 향한 덧문을 닫겨져 있고,

거실의 불을 꺼져 있고,

방 바닥에서는 적당한 온기가 느껴진다.

아이는 푸우를 안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책의 두께.. 그리고 이것을 읽어나갈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해 작은 기대를 가진다.

천 페이지에 달하는 이 이야기가 언제쯤 다 끝날 것이며

이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엔 아이가 얼마나 자라있을지 속으로 가늠해 보기도 한다.

 

아이는 늘 한장이 끝나면 ‘한번만 더..’

내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때문에 나는 하루에 두 꼭지씩을 읽어준다.

그건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생긴 규칙이다.

나는 물을 한 컵 떠다 놓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피곤한 날은 속도를 좀 빠르게 읽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행간에 여유를 두고 천천히 읽기도 한다.

한참을 읽다가 아이가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그때 아이는 "그래서?" 라고 물으며 빨리 읽어주기를 요구한다.

 

나는 이야기에 빠져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나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중에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이 시간을 따뜻한 느낌으로 기억하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는 행위가 오늘 나의 엄마 노릇의 마지막이라는 것도 날 느긋하게 만든다.

 

두 꼭지의 마지막 부분까지 읽고 나면,

우리는 다음 장의 제목과 삽화를 살펴본다.

그리고 오늘의 이야기에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가 어떤 것일지 잠깐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나면 나니아 연대기를 읽는 잠자리 의식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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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4 00:29 2006/04/1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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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깨달음-쓰레빠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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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이른 저녁을 먹고 소화기능이 가장 활발해 진다는 8시가 지나갈 무렵 쭌이 텔레비젼을 보다
'"케잌 먹고싶다"한다. "나도 ..케잌먹을까?"
이후 이모와 할머니에게 케잌먹기에 동참할것을 요구하고 공평하게 사다리를 탔다.
쭌 6000원 나 5000원 이모 4000원 할머니 2000원 당첨금을 들고 히히낙낙 케잌을 사러 나가려고 했다.

 

현관에서 문을 나서려는데 내가 슬리퍼형 구두를 신자 쭌 역시 슬리퍼를 신고 가겠다고 나선다.
"길 두번이나 건너야되 위험해서 안되 운동화 신어"
"엄마도 슬리퍼 신었잖아 나도 슬리퍼신을래"
"싫어"

 

몇번의 실랑이가 오간 후 ..................."나도 엄마도 같이 어른이잖아"
'어른?' 아마도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던게지.
"너랑 나랑 같은 사람이지만 난 어른이고 넌 어린이잖아. 같은 사람이지만 어린이는 못하는 것도 있잖아"
요기까지는 짜식 제법인걸 하면서 나도 어른답게 말했다.

그러나 이미 히히낙낙 즐거운 저녁 이벤트는 한물 간 상황.
쭌이 억울해 죽겠다는 얼굴로 앉아서 운동화를 신으며 나를 째린다.
헉. 이런 표정 처음이야.

 

약간 열받은 나..
"나 안가. 이게 뭐니 재미있게 케잌먹으려고 했는데 기분 망치게"
나의 수준이 쬐금씩 떨어지고 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쭌도 나도 묵묵히 케잌을 사러 갔다.
아무런 대화도 없이, 쭌의 걸음 속도도 무시한 채.

중간쯤 가다가 횡단보도를 핑게삼아 슬그머니 쭌의 손을 잡는다.
자존심 강한 녀석. 늘 그렇듯이 열받은 거 니 문제라는 듯 자기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논다.

빵집에 가서 케잌을 사기 위해 할 수 없이 필요한 몇마디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이쯤되면 나도 엄마 체면이 말이 아니기 때문에 슬며시 화해를 해야한다.
헉, 그런데 솔찍하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까 실랑이를 벌였을때 내가 내세운 난 어른. 넌 어린이의 논리를 들이대며 쭌에게 이해할것을 요구한다.
쭌. 별말없다. 짜식 사실 인정하기 싫겠지.

난 대충 수습모드로 들어가서 다시 평소의 엄마로 돌아와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재잘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케잌을 먹고 그날은 무사히 잠이 들었다.

 

다음날...................................................................................

 

쭌이 유치원에서 그림책을 빌려왔다. 한주에 세번씩 있는 정기대출이다.
이번에 빌려온 책은 [부루퉁한 스핑키]
쭌이랑 한 쪽씩 번갈아 가며 읽었다.
읽다보니 책 내용이 장난이 아님...

 

스핑키는 열이 잔뜩 받아있다. 누나와 형이 와서 사과를 하는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누나는 스핑키를 스컹크라고 부르며 놀렸고.
형은 필라델피아가 벨기에의 수도라는 스핑키의 얘기를 왕무시한게 분명하다.
스핑키는 절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당에서 골내면서 안들어오는 스핑키를 보며 걱정하는 엄마에게 아빠는 "별일도 아닌데 제풀에 지치게 그냥 둬" 라고 말한다.

엄마의 때늦은 뽀뽀도
누나의 사과도
형이 무릎을 끓어도 스핑키는 흔들리지 않는다.

 

집 앞에 서커스단이 들어와도 모른척 하고
친구들이 와서 놀자고 해도 모른척 한다.
아빠가 "니가 나이값을 못한다고 해도 널 사랑해.."라고 하는 소리도 다 허튼소리로 들리고,.

 

스핑키는 이 세상이 스핑키에게 함부로 대했고 그래서 스핑키도 이 세상을 싫어하기로 했단다.
그래서 스핑키는 마당의 해먹에 누워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종일 식구들 모두 끔찍하고 친절하게 배려해주었고 그래서 스핑키는 양보할까 말까하는 생각이 쫌 들었다.
대충 화가 풀렸고 식구들이 나한테 그렇게 군게 꼭 식구들만의 잘못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존심이 있지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는 좀 그렇다.

 

밤중에 몰래 부엌에 들어간 스핑키는 식구들을 위해 식탁을 차리고 광대복장을 한채 아침에 식구들을 맞는다.
모두 함께 웃었고 그 다음부터 식구들은 스핑키에게 훨씬 더 세심하게 배려를 해주었다.

 

마지막 귀절은

"그게 그리 오래 못가는게 탈이지만" 으로 끝난다.................................................................

 

그 책을 읽고

일번으로 어저께 쭌이에게 어른으로서의 모든 권력을 휘둘렀던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쪽팔렸고.
이번으로 이 책을 손수 골라오신 우리 아드님의 마음과 생각에 한번 더 쪽이 팔렸다.

 

아!!!!!!!!!
그날의 쓰레빠사건에 대해서 쭌이랑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일단. 내가 철없이 짜증 낸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할 것 같고.
이단. 동등한 인간이라는 것과 어른과 아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것 같다.

억울하면 너도 나이먹어라.. 혹은 그럼 니가 나가서 돈 벌어와...류는 좀 넘어서야 하지 않겠나..

 

진짜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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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2 01:36 2006/04/1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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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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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내.. 속을..

 

오늘도 저녁식사중 유치원생활에 대해 여러가지를 묻고 답하는 시간..

오늘은 목요일 유치원에서 면허증까지 발급받은 자동차운전놀이를 하는 날이었다.

 

나:오늘 자동차 탔어?

쭌:아니. 두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못탔어

 

나:왜?

쭌:한번은 놀다가 늦었구. 한번은 점심을 늦게 먹어서 늦었어.

 

나:................(핑핑..머리를 굴리다 시침을 뚝 떼고)

나:오늘 반찬 뭐 나왔어?

 

쭌:왜 점심 늦게 먹었냐구?

나:......으.......응.

 

왜? 왜? 점심 늦게 먹었어?

어떤 반찬이 너의 편식을 피해가지 못했니?

음식가리면 안되는데..기타등등

맘 속에 잔소리를 한껏 누르고 짐짓 우아하게 물었는데..

 

간파당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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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31 03:24 2006/03/31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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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에 붙은 일회용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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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먹은 남자 아이가 열손가락에 일회용밴드를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무얼 상상하게 될까?

그 아이가 손가락 빠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안다면 간단히 손가락 빠는 걸 막기 위해 벌을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거다. 그리고 아이의 손가락 빠는 욕구의 이면을 보지 못하고 행위만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어느 날 쭌이가 열 손가락에 일회용 밴드를 붙이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흔히 보는 어떤 장면이 그 장면이 속해있던 맥락과 떨어져 단지 한 장면으로만 보여 지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해 성의 있는 파악이나 깊은 이해 없이 쉽게 판단하고 결론지으려고 했던 나의 경향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쭌이가 일곱 살이 되면서 아랫이가 빠졌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1월 중 어느 때다.  아랫 이 두 개가 빠지면서 빠진 자리로 혀가 드나들기 시작했고, 언제부터는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엄지에서 검지로 어느 날은 열손가락이 차례로 드나들더니 급기야 무언가에 집중하는 순간에 손가락은 늘 입속에 들어있게 되었다.


이는 이미 새로 나왔지만 손을 빠는 버릇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내가 쭌이의 손가락 빠는 행위를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늘

“쭌아 손가락 빨지 마. 이가 삐뚤어진다.”

“손가락 빨면 손에 있는 세균이 입으로 다 들어간다.”

그러나 너무 귀찮아지면

“손!”

하고 외마디를 외치는 것으로 손가락 빠는 행동에 대해 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변화도 없이 시간은 흘러 급기야 석 달이 다가오고 있던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며 만족스럽게 손가락을 빨고 있는 쭌이를 보고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난 손가락 빠는 애기는 싫어. 일곱 살 아들로 돌아와 줘~”

그 순간 쭌이 휙~하니 건너 방으로 가버린다.

분위기 심상찮음을 느낀 내가 뒤따라 가보니 쭌은 이미 눈가가 벌게져서 울고 있다.

“야. 엄마가 뭐라고 했다고 울고 그러냐?”

그때 쭌이 너무 억울하다는 듯이

“나도 모르게 손이 들어가는 데 어떡하라구” 외치면서 훌쩍인다.


저런,

너무 미안했다.

저보다 서른 몇 해나 더 산 나도 금연부터 시작해서 기타 등등 나의 의지로 성취할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하고 사는 마당에 이제 겨우 여섯 해를 산 아들에게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의지로 손가락 빨기를 멈추라고 하다니.

쭌이에게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쭌이도 손가락 빨기를 그만두고 싶은 지 물었다.

물론, 이제까지 손가락 빨기의 어마어마한 폐해에 대해 석 달을 들어온 범생이 우리 아들은 자기도 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손가락이 입으로 들어갈 때 마다 엄마나 할머니가 말해줄 수 없으니 손가락에 일회용 대일밴드를 붙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쭌이는 그러자고 했고,

그래서 쭌이의 열손가락에는 일회용 밴드가 붙게 되었다.


“엄마, 손가락이 입으로 들어갈 때 일회용밴드가 있으면 손가락 빨지 않기로 했지 하는 생각이 나서 안 빨게 되” 라고 쭌이가 말 한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열심히 놀고 있는 쭌이의 손가락에서 일회용 밴드는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손가락은 어쩌다 다시 입속으로 들어간다.

또 다음날 쭌이의 손가락에 일회용 밴드를 붙이게 되겠지.

하지만 그 밴드는 쭌이에게 손가락 빨기에 대한 벌이 아니고 엄마가 생각해낸 도움이다.


무심한 엄마에게 우리 아들이 외쳐서 얻어낸 .. 도움.

 

매번 날 반성하게 하고 성장하도록 하는 우리 아들이에게 엄청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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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9 01:35 2006/03/2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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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염소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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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룰루라는 그림책을 봤었는데..

늑대와 토끼의 우정에 관한.. 그 책을 보면서 이걸 여남관계에 대입시켜 가면서 헷갈려 했던 기억이 있다.

 

헐리우드 영화 마다카스카를 보면서 사자가 말과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생선회를 먹는 마지막 장면에 허허 웃었던 기억도 있다.

 

폭풍우 치는 밤에의 카피는 "오늘따라 친구가 맛있게 보인다" 뭐 이런거였다.

대충 비숫한 스토리를 상상하며 쭌이랑 남산까지 가서 그 영화를 봤다.

 

이 영화의 주제는 바로 "폭풍우 치는 밤에"였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둘다 감기에 걸려서 아무 냄세도 맡을 수 없고,

메이는 폭풍우가 두려워 꼼짝 못하고 있었고, 늑대 가부는 발을 다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둘은 아무 편견도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던 그 밤

두려움을 달래며 둘은 긴 대화를 했고.. 그 과정에서 아주 많은 공통점을 찾고,

그래서 친구가 되었다.

 

여러 곡절을 겪은 후에

염소 메이는 묻는다. 

폭풍우치는 밤에 내가 염소라는 걸 알았으면 잡아먹었겠지?

늑대 가브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늑대가 초식동물이 되지 않는 한 둘이 어떻게 평화롭게 지낼 수 있어?

메이만 안 잡아 먹으면 되는거야? 둘 만의 평화라는 거지? 뭔가 정의롭지 않잖아?? 기.타.등.등.

결론에 빨리 도달하고 싶어하는 엄마와 달리

우리 쭌이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봤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우리가 이미 내려진 수많은 결론과 편견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소중한 기회를 잃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했었나 보다.

 

이미 내려진 결론 말고,

일단 시작하면서 나만의 열려진 결론을 만들어보라는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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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6 02:46 2006/03/06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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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할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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쭌이의 평생을 같이 산 바둑이가 15년 수명을 다하고 죽은 후 쭌이는 늘 무언가를 기르고 싶어한다.

그러나 15년 동고동락하면서 생명가진 것을 기른것에 대한 책임을 호되게 치룬 어른들은 결코 다시는 강아지는 기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쭌이가 찾아낸 보완책은 소리내지 않고 귀찮게 하지 않는 것들이다.

첫번째 우리집에 입양된 것은 씨몽키라는 바다새우다.

모종의 처리를 거친 수정란상태로 봉투에 들어있는데 물속에 넣으면 부화한다.

그리고 다 자라면 1.5센티 정도가 된다는데 그걸 젤 먼저 손에 넣었다.

매일 공기주입해주고 사흘마다 먹이주고 때때로 비타민이란것도 넣어주어야 하는 아주 귀찮은 놈이다.

우리집 식탁위에 둥지를 틀었다.

 

것도 모자라는지 어제는 장수풍텡이 애벌레를 사들였다.

장수풍뎅이가 알상태에서 성충이 되는 건 1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대충 고치되기 직전의 것들을 판다.

어찌되었건 얘는 부식토만 넣어주고 물만 적셔 놓으면 지가 알아서 고치가 되고 성충이 된단다.

성충이 된 후에 먹이도 주고 하는데 성충이 된 후 삼개월 정도 생존한단다.

이건 어두운 곳에 두어야 한다고 해서 우리집 화장실에 자리를 잡았다.

 

간혹 집안을 기어다니는 개미도 잡아서는 관찰통에 넣어둔다.

 

이러다간 집이 조만간 동물의 왕국이 될 것같다.

 

물론 이 모든 즘생들은 시간이 좀 지나 쭌이의 흥미가 떨어지면 어른들의 수발을 받게 될거다.

이 예견된 결과를 두고도 나는 막지 못했다.

 

너 조금 기르다가 밥도 안주고 그럴거잖아. 그럼 어른들이 해야하잖아 . 난 귀찮아서 싫어.

라고 말하면 쭌이는 단호하게 지가 다 할꺼라고 한다.

그럼 난 뭐라고 해야하나.

지나번에도 어쩌구 저쩌구..전과를 들먹이며 왕무시를 할 수도 없고...

 

난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매우 싫다.

그건 눈으로 말하는 개나 꿈틀거리기만 하는 애벌레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그것들이 내 손에서 제대로 돌봄을 못받고 죽는 꼴을 봐야 하거나.

다행스럽게 지 수명을 다한다고 해도 나보다는 빨리 죽을것임으로 그 마지막을 봐야한다.

그과정을 굳이 곁에 두고 보겠다는 사람들은 용기가 있는건지 무심한건지..

 

또 얼마나 이상한 것들이 우리집에 오려는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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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2 03:02 2006/03/0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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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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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쭌이 어린이집 졸업식이었습니다.

눈물의 졸업식..


담임선생님 울고.
사회보는 선생님도 울고.
또 그거 보는 쭌이반 여자친구들도 울고.
엄마들도 울고..

분위기 봐가며 다른 남자친구들도 울고 있는데.

우리 쭌이는 손으로 베트맨을 만들며 놀고 있습니다. - -;

졸업식 끝나고 나오는 길에 쭌이에게 물었습니다.

나:쭌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왜 운거 같어??
쭌:응. 졸업이니까..기뻐서..

꽈당입니다...

 

나:이제 졸업하면 선생님도 친구들도 매일 볼 수 없는데 안서운해?

쭌:유치원가면 새로 친구들 또 만나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헤어짐과 만남의 깊은 의미에 대해 이미 알아차린것일까요?

 

나 역시 요즘 다가올 이별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그 해 바로 몸담은 조직이 이제 해산을 하거든요.

빈민 여성운동으로 시작하여..

빈민 아동에 대한 관심으로..

또다시 이땅의 아이들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

계속 고민을 확장해 온 20년간의 활동을 접고,

그간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왔음을 자축하고,

또 앞으로 그 길을 갈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며,이제는 ...

홀씨를 다 날려 낸 민들레처럼 그렇게 조용히 사라지자고 결정했습니다.


흑. 그런데 전 쭌이처럼 쿨~해 지지가 않는군요.

 

쌓여있는 뒷설거지 한숨 쉬면서 처다보지만

이 설거지가 끝나고 나면

그 허전한 시간을 어떻게 할까?? 슬쩍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쭌이 말대로 이별은 또다른 만남을 예고하는 것이고.

내가 비워놓은 만큼 또 다른 무언가가 들어 올 자리가 생기는 것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새로운 변화가 올테니 그걸 기다려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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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2 02:10 2006/02/22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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