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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활동가의 성적강박이라...

두번째 살림을 차린 진보넷 블로그. 이곳에서 우연히 진보활동가들의 성적 강박과 미시파시즘이라는 글을 접했다. 뭔가 그럴싸한데 읽고 나면 설득력이 없기도 하고 주제 자체는 군침이 흐르길래 [공돌이 엔지니어이자 인문좌파와 인문우파 사이에 그네를 타는 친구]에게 보냈더니, 그가 잘근잘근 씹어놨다.  그 본문을 올려본다. 

 

 

그럴듯한 글에 대한 비판

이 글이 보이시나요?
전에 보니까 비공개로 해도 로그인한 팀블로그 구성원에게는 글이 공개되는 듯해서요.

마돈나님이 알려주신 글을 읽다가 왠지 불편해서 따져봤어요.
원문은 여기 -> 진보 활동가들의 성적 강박과 미시파시즘 (http://blog.jinbo.net/insidecontradiction/?pid=36)

읽다보면 제법 그럴듯합니다만, 비논리적인 부분이 심하게 밟혀서 잘근잘근 씹어보려 합니다. (혹시 원글의 저자가 찾아와 맘상할까봐 비밀글로)



통상 활동가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이념에 따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일하게 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들 단체가 구성원들의 정서까지 담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서 이들이 어떤 사안으로 인해 단체나 그 속에서의 인간관계에서 소외될 때 입는 상처 역시 일반사회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

구성원의 정서까지 책임지는 조직이 세상에 있을까 싶다. 그나마 기대하고 활동할만한 조직이라면 종교단체를 들 수 있겠으나 강한 자아를 지녀야 할 활동가에게 단체가 정서를 담보해준다라... 뭔가 어긋난 듯 싶다. 활동가가 단체에서 입는 상처가 일반 사회보다 상대적으로 크다고 하겠다면 자살률 통계라도 들이대야 타당하다. 그 바닥이 좁다거나 이직이 어려워서 벗어나기 힘들다 등의 이유라면 이해하겠다.


단체 내에서 사적 인간관계는 흔히 하위개념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조직에서 개별 공간으로 이동한 각 개인들의 삶에서 이런저런 관계들의 이미지는 그의 무의식을 지배한다. 그리고 부정적 이미지의 무의식에 심적외상(心的外傷 psychic trauma)이 동반될 경우 여성은 남성을, 남성은 여성을 혹은 동성이 동성을 적대시하는 경향을 띄게 되고, 이것이 조직으로 문제가 확대될 경우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까지 동일시되어 배타시 하게 된다.

이 글의 백미다. 그럴듯한 글 만들기의 표본이라 하겠다. 이미지, 무의식, 심적외상 등을 섞으니 결론이 뭐든 제법 그럴듯해진다. '여성은 남성을, 남성은 여성을 혹은 동성이 동성을 적대시하는 경향을 띄게 되고'라는 문장을 보자. 여기서 적대시하지 않을만한 건 개나 고양이 등 인간 이외의 존재다. 혹시 모르겠다. 동성이나 이성에 포함되지 않는 인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 생각해보니 있다.  내 생각이 짧았다. 해당 문장의 의미는 '엄마, 아빠 빼고 다 싫어.'가 되겠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을 떠올릴 수 있으니 어머니, 아버지는 안된다.)
뭐가 됐든 성욕과 연결시키고 싶은 글쓴이의 맘은 알겠으나 차라리 상식적으로 쓰는 편이 낫다. "관계가 틀어지면 사람이 싫어지고 사람이 싫어지면 그 사람의 사상이나 조직도 싫어진다."식으로 말이다. 폼나는 단어 나열보다 재미는 없어도 훨씬 탄탄하다.


활동가들 중에는 유난히 독신이 많은데 이들의 비혼율은 아마도 40%를 상회하는 일반인의 그것보다도 훨씬 높을 것이다. 따라서 외면적으로는 자발적인 성적 억압에 익숙한 듯 하지만 지속적으로 긴장된 이들의 성적 생활패턴 또한 신경증을 비롯한 각종 성격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물론 해법으로 일상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오르가슴이지만 파트너가 이념을 공유하지 않는 한 성사되기 어렵다. 또 이들의 관성화된 대인기피증이나 열악한 경제적 환경은 ‘성적 접근권’을 취약하게 하며, 내면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미시파시즘이 이들의 성적 자유를 강력히 규율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마구 끼워맞추니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사민주의자와 공산주의자가 섹스를 하면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다는 얘긴가? 내가 낸시랭이랑 예술하다가 함께 올레~ 하면 난 신자유주의자야? 그리고, 미시파시즘이 성욕의 억압에서 기인한다고 하면 모를까 이건 원인이고 결과고 나발이고 닭과 달걀의 관계라는 주장에서 시작하는 듯하다. 내가 멍청하거나 글이 하나마나한 소리이거나.


이런 연유에서 진보진영은 때때로 자신들이 해야 할 사회적 과제를 무책임하게 방기하곤 한다. 예컨대, 지난 3월 29일 일본에서 발생한 한국인 이주성노동자 피살사건(30대로 생을 마감한 그녀는 일본 가나자와시 니보초 도로변에서 몇 주일 동안이나 방치돼 있던 여행가방 안에서 목이 잘린 시신으로 발견됐다.)은 성매매 특별법에 의한 풍선효과로 인해 해외에서 벌어진 엄청난 비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은 한사코 입을 닫았다. 

논리적 비약이 버블제트 물기둥 타고 승천하신다. 우선, 살해당한 여성이 성매매 특별법의 풍선효과로 일본에 갔다는 설명에 역학적 근거가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에는 풍선효과를 감당할 여유가 넘친다. 널린 게 아름답게 빛나는 안마방 간판인데 일본까지 뭐하러 가나? 세계화로 나아갈 정도면 풍선효과가 아니라 나비효과다. 게다가, 일본 정부에서 범인을 풀어준 것도 아닌데 진보진영에서 뭘 어쩌라고.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며 위령제라도 할까?



앞의 문장으로 올라간다.
때때로 진보진영 내에서 이념이 아닌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문제가 생기면 관련자들을 대부분 품성론으로 예단하지만 그 외 심리적인 요인들도 적지 않은데, 특히 이런 경우 대다수 진보단체에서 손을 놓게 되는 게 문제다. 자신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과학 외에 심리치료 등에 필요한 인문과학이나 자연과학에 대한 준비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진보단체가 됐든 어디가 됐든 중요한 건 인문, 자연과학에 대한 파편적 지식보다 과학적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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