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from diary 2010/12/08 17:42

 

 

'시골' '한적한' 곳에 '작은' 식당 하나 하고 싶다.

 

친환경 유기농 채소로 만든 식단과 음료를 팔고싶다. 대충 식단을 구상해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 그리고 우유가 들어간 빵을 먹으면 설사하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채식빵도 만들고. 아이스크림도 우유 한 방울 안들어가게 맛있게 만들어서 팔고 싶다. 그리고 책도 많이 갖다놓고. 식당에는 언제나 좋은 인디음악이 들리고. 식당 앞에는 작은 텃밭이 있고. 그리고 위층에는 세미나실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 독서토론도 할 수 있고 영화 감상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술도 마실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아늑한 공간. 가끔 전시회, 연주회도 하고! 그리고 요가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다. 쿠쿠. 소통 문화 공간 이랄까. 이런 공간 운영하면서 영화 만드는거 가능할까? 헷

 


 

존중이고 뭐고 미쳤냐며 절대 하지 말라고 붙잡고 싶었지만 악역을 맡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붙잡는다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이 정도 붙잡았으면 경험자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다 해준거라 생각한다. 더 얘기 해 달라고 하면 얘기해줄 수도 있겠지만 조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아무리 바른 말을 해준다한들 그게 귀에 들어갈까. 팅! 하고 튕겨나오겠지.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 년 뒤 그 아이의 성숙한 모습이 기대되기도.

 

그래도 얼마나 힘든 생활인지 겪어봐서 그래 해봐라 하고 싶지 않지만 그건 그녀석의 선택이고. 내가 할 수 있는건 그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 딱 그까지인 것 같다. 해보고 싶으면 해봐야지. 미련 남으면 안되지. 차라리 해보고 후회하는게 낫지. 암암. 그래도 안했으면 좋겠지만 하겠다고 마음 굳혔으니 지켜볼 뿐. 부모의 마음이 이런건가 싶기도. 벌써 이런 마음을 느끼다니 조금 슬프기도하다. 그것도 준호한테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게.

 

헤어지려고 했다. 확실히 다른 인간이고 그러다보니 부딪치는 부분도 많고 그래서. 그런데 못하겠다. 일주일 동안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고 말하고 나자마자 바로 울어버렸다. 준호도 그걸 알았고. 그 순간의 이해. 떨어지고 싶다 라는 생각은 많이 하지만 떨어질 수는 없는 것 같다. 매번 이런 결심 할 때마다 실패하게 된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누군가가 꼭 준호여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준호가 내게는 필요한 것 같다. 어떠한 도움을 받는다 라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어도 많은 의지를 하고 있는건 사실이니까. 독립적이지 못한걸까.

 

일 년 넘게 사겼는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데 느낀건 되게 많은 것 같다. 맞지 않는 것은 맞게 서로 고쳐나가면서 관계를 하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그게 말이 쉽지 너무 어렵다. 그래서 도망치고 싶을 때도 많은데 도망도 잘 안쳐지니 이거 원. 있는 그대로의 준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나 또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받고 있지 못하지만 못헤어지겠다. 노력하는것도 힘들어서 헤어지고 싶은데 앞으로는 좋아지겠지 하는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 끊임없이. 아ㅡ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헤어지게 된다면 아름답게 헤어지고 싶다. 좋았던 순간은 그대로 간직한 채.

 


 

네 안의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많은 모습들 중 약한 모습. 그러한 것에 동질감을 느끼고.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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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8 17:42 2010/12/08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