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from diary 2010/12/10 23:33

 

 

대구대 심리학과 후보 176번.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후보 5번.

대학 가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작년 성적현황 보고 안정적일 것 같아서 쓴건데 예비라니.

 


 

이제서야 깨달았다. 준호가 정권이 같다는 것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그러고보면 난 준호를 참 몰랐던 것 같다. 대체 준호의 어떠한 점이 좋아서 일 년이 넘게 연애를 하고 있는건지 아이러니. 준호랑 나랑 참 다르다 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전화 통화를 하다가 '난 바쁜게 좋아. 그게 행복하고 뿌듯해' 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 '아!' 하면서 준호는 정권이랑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그리고 그제서야 많은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왜 우리가 그토록 갈등이 많았나에 대한. 그걸 이제서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흐흐.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서로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있다. 그치만 성격이라던가 가치관, 살아온 환경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부딪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자주 싸우게 됐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지지 않고 일 년 넘게 관계를 지속한, 그리고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지금도 우린 사소한 것 조차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우고 속상해한다. 그러면서도 헤어지지는 못하고. 헤어지고 싶다 라는 생각은 둘 다 하는데 그러진 못하고 있다. 왜일까. 헤어지는게 서로를 위한 것일까. 아니 그게 나를 위한 것일까. 자꾸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재랑이랑 민진이 얘길 들으면서 준호와 나랑 다른게 없구나 하는걸 느꼈다. 재랑이와 민진이를 보면서 그 속에서 우리를 찾았다. 그러니까 서로 안맞는거지. 재랑이랑 민진이도 둘 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나랑 준호 또한 둘 다 자기 주장이 강하다. 어느 한쪽이 먼저 배려를 하고 맞춰주는 노력을 해야되는데 재랑이네나 우리나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해하려고 해도 성격이라던가 그런것이 다르니까 이해가 안되는 것도 분명 존재하고. 안맞는 부분들은 맞춰가면 된다. 안되는건 아니지. 힘들 뿐. 준호랑 난 끊임없이 맞춰가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했다. 때로는 그걸 하지 못해서 서로를 원망하기도 했고. 그런데 우린 그저 안맞는거다. 그 뿐. 우린 서로에 대해 할 수 있는건 이제 다 한 것 같은데.

 


 

내가 까다로운게 아니야.

너네가 주관이 뚜렷하지 않거나 너희랑 내가 다르거나. 날 까다롭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끼리끼리' 라는 말이 왜 있는지 알 것 같다. 사람은 정말 끼리끼리 모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 같고. 그래야 편하니까. 난 앞으로 '진보신당' 을 지지하거나 '탈학교생' 이거나 '채식주의자' 이거나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만 만나려 할 것 같다. '인디밴드'를 좋아하거나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요가'를 좋아하고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직설적'이고 '화끈한' 사람들. 아니 굳이 나와 비슷하지 않아도 나랑 통하는 사람이면 되겠지만 나랑 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중에 몇은 속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정도 관심 분야라던가 처지, 성격 같은게 비슷해야 대화할 거리도 있는거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런 것 같네.

 

그리고 요즘 느끼는건데 학교 다니는 '애'들과 학교 다니지 않는 '우리' 들은 참 다른 것 같다. 일단 내가 보는 관점 부터가 그렇다. 학교 다니는 친구들은 학교 다니는 '애' 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지 않는 친구들은 '우리' 라고 말하기 편한 것 같고. 학교 다니는 친구들과 '우리' 가 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거리감을 느끼지 않으려해도 다른게 한 눈에 보이니까. 그게 참 힘들고 피곤하다. 굳이 그러한 선을 그으려고 하는건 아닌데 딱 나뉘는게 선명하게 보이니까. 정말로 어떠한 선이 존재하는 것 같고. 이미 내 마음속에서 '다르다' 라는게 바로 판단되버리니까.

 

학교 다니는 '애'들은 진짜 애 같다. 그게 단순히 애 같다 라는 개념이 아니라 뭐랄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던가 자신에 대한 관점이랄까. 주관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약해. 근데 그게 참 싫어. 그리고 보수적이다. 현실적이고. 아니 비현실적인 부분들도 많은데 설명하기 복잡하군. 그리고 어떠한 것 하나만 맹목적으로 맹신하는 것 같고 그것에 매달린다. 그러한게 난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러했지만 그런게 이해가 안돼. 그리고 그게 너무 어려보인다. 그래서 '애' 라는 생각이 자꾸 들고. 내가 이전에 했던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까 답답하고. 그리고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본 학교 다니는 '애'들은 '바쁜 것'을 추구한다. 느리게 사는 법을 모른다. 쫓기며 산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라는걸 잘 알고 있는데 그러니까 그게 참 뭐랄까. 나도 어느 정도는 조급해하긴 하는데 애들을 보면 너무 뭐랄까.

 

아ㅡ이 글에 공감하는 이도 몇 없을 것 같네.

 

학교를 자퇴한 것이 앞으로의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그리고 더 외로워질 것 같다. 지난 삼년도 학교를 그만둠으로 인해 충분히 외로웠지만 그건 약과라는 듯 앞으로의 삶은 더 많이 외로워질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것과 친구들이 느끼는 것은 많이 다를테니까. 비슷하다 라고 생각했던 친구들도 다 다른 가치관들을 가지고 있을거고 그러한 것에서 오는 괴리감에 많이 외로워할 것 같다. 애인을 사귀는 것도 그렇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그렇고 여러면에서 힘들 것 같은 느낌. 몰라 요즘 그런걸 느끼고 있다. 나와 비슷한 친구를 사귀는건 참 힘든 일이구나. 짱친은 아무나 하고 될 수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걸 새삼 느끼고 있다. 그래서 다행스러워하고 있고. 재랑이에게 고마워하고 있는거지. 아아 경아랑 민진이에게도 고맙다. '우리' 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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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23:33 2010/12/10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