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나?

from diary 2010/12/12 12:38

 

 

"지금 이대로 괜찮아 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앞으로 괜찮았으면 좋겠어 라고는 말할 수 있어."

 

그 말은 지금 이대로는 괜찮지 않다는 말이었네. 그 말을 하고 나서 엄마에게 합격했다는 전화가 왔고 난 잠시 괜찮아졌지. 그런데 사실 내가 괜찮지 않았던건 합격하느냐 불합격하느냐 그런것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어. 오랜 시간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을 만나는게 피곤하기만 해. 내 자신은 비어가는 느낌. 더 비어가는건 아니겠지. 그대로인데 그 빈 공간이 더 크게 느껴지는거겠지. 왜 그럴까.

 

솔직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는게 싫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눈엔 거의 다 보여. 그게 더 피곤해. 말해주면 속이 다 시원해질 것 같은데 다들 왜그렇게 숨기는거지. 소통의 공간인 페다고지에서마저.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는건 정말이지 피곤한 일이다. 피곤한데도 집에 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던건 그러한 내면의 소리를 듣고싶어서였어. 그런데 끝끝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어. 이런게 관계니? 우리 토론은 왜 하니? 도대체 너희는 무엇을 위해 페다고지에 오는거지? 그 늦은 시간까지 왜 남아있었던거지? 묻고싶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생각해봐야겠다 라는 말을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 말이 지난 시간동안의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하지 않은 존재였다 이런 말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최근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라고 받아들여도 되는거겠지.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왜 서로에게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버렸나. 아니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와서 그러한 생각을 더 깊이 하게 된걸수도 있겠지. 그러면 우리는 언제 왜 그러한 생각이 들었나. 이런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의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말이다.

 

우리의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한 노력은 나의 이기심일까. 우리의 관계를 지속시키려는 노력은 서로를 힘들게만 하는 걸까. 지난 일 년 동안 우린 자주 싸우면서도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 무슨 노력을 했니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는데 그 말은 노력의 결과물이 없어서 지금도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다 라고 봐야하는걸까. 그렇다면 우리는 노력을 했는데 왜 아무런 결과물이 없는걸까. 어쨌든 노력의 결과물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 일 년동안 서로 애를 썼다 라고는 말할 수 있다. 이건 분명한 사실.

 

준호와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다. 그게 단순히 외로워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로워서 였다면 울산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있겠지. 뭐하러 울산에 살지도 않는 준호와 관계하겠는가. 단순히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관계는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가까워져 나의 외로움을 준호에게 많이 표현했지. 내 외로움을 이해해줬으면 하고 바랐으니까. 욕심이었을까. 그게 준호를 힘들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 준호가 이것 때문에 많이 지쳤지. 그런데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정말 어쩔 수 없었다. 난 그러한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야 하는 성격이니까. 울고 싶을 때 울고 외로울 때 외롭다 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 감정을 견뎌내지 못하니까.

 

그러한 대상이 준호였다. 단순한 감정풀이용은 아니었는데 준호가 느끼기엔 그런거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싶다. 이래서 온마음을 주는건 힘든걸까. 나의 모든 감정과 생각들을 받아내기에는 준호도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그걸 멈췄어야 했는데 멈추지 않고 쏟아부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된걸까. 준호가 그러한 것을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난 준호에게 기댈 수 밖에 없었다. 내 잘못일까. 아니 잘잘못을 떠나서 난 준호에게 미안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든 사랑의 표현이었든 그건 준호에게 힘든 일이었다는것은 사실이니까. 

 

우리가 여기서 더 생각하면 '헤어지자' 라는 결론 말고는 뭐가 나올까. 우리가 이러한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우리인데. 할 수 있는건 다 하지 않았던가. 우린 그저 다를 뿐이지. 난 모든 것을 말하고 나누고 싶어하는 성격이고 준호는 자신의 얘기는 잘 말하지 않는 성격이고. 내 얘기만 계속 해왔는데 그건 내 자신이 점점 비어가는 것이란걸 최근에 깨달았고. 준호 또한 자신의 얘기는 하지 않고 내 얘기만 듣는건 힘든 일 이라는걸 깨달았겠지. 그래서 우리의 관계에 대해 서로 생각해보자는걸거고. 내가 이렇게 그런걸거고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준호가 그 이유를 말하지 않기 때문인데, 글쎄 모르겠다. 우리, 뭘 더 생각해야하는걸까.

 


 

심리학과 쓰길 잘한 것 같고. 붙어서 참 다행이다. 붙어서 쓰길 잘한 것 같다는 아니고. 입시미술 2년 하고 완전히 질려버려 미대에 대한 미련은 없다. 어쨌든 소질은 있으니 어디든 써먹으면 되는거고. 사회학과에서 심리학과로 막판에 바꿨는데 왜 바꿨는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그냥 그래야될 것 같았다. 심리학과가 성적이 더 높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망설임 없이 썼는데 참 잘한 것 같다. 그리고 쓰고나서 깨달은건데 사회학보다는 심리학이 더 맞는 것 같다. 몰라. 또 배워봐야 알지. 심리학과 가서 여길 내가 왜 왔을까, 원서 쓸 때 내가 미쳤지 아이고 라고 할 수도 있겠지. 주위에서 하도 심리학 배우면 실망한다 라는 말이 많아서 나도 어느 정도는 기대를 안하고 있긴 한데. 나한테 맞는 학문 이라고는 생각하고 있다. 배워두면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영화 만들 때든, 연애를 하든, 친구를 사귀든,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상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다. 아님 말고.

 

어쨌든 18명 안에 들어서 다행이다. 사실 이럴거면 작년에 지원했어도 합격했는데 일 년 더 방황했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작년에도 최저등급은 됐었지. 검정고시 성적도 합격할만한 점수는 됐고. 검정고시 성적은 변하지 않는 것이고 작년이나 올해나 최저등급은 됐었는데 굳이 올해 입학하는 이유? 있겠지. 이것도 잘 된 일,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나에 따른거겠지만 일부로 의미를 부여해서 이런 생각이 드는게 아니고 정말로 그런 생각이 든다. 2년간의 외로움만 느꼈다면 삶을 살아가는 힘이 없었을거다. 모든게 시시해보이지 않을까 싶은데. 어쨌든 이제 새로운 시작이군. 비슷하겠지만.

 

 

다른 과 친구들보다는 심리학과 내에 한 명은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룸메가 나랑 잘 맞았으면! T.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2/12 12:38 2010/12/12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