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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앞 베트남 유학생들의 항의 기자회견

오늘 조선일보앞에서 베트남 유학생들의 항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지난 금요일(21일) 사회면 기사에 대한 것이였습니다.

기사의 카피는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한국으로"입니다.

 

 



 

사실 좀 황당한거죠. 웬 왕자님???

 

제가 잘아는 베트남 유학생인 한친구는 이날 아침에 이 기사를 보고 하루종일 머리가 띵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런 기사를 썼는지 그 기자의 머리속이 궁금해 졌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나와우리라는 시민단체에서 이 기사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조직했구요,

오늘 베트남 유학생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나중에 듣자니 이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가 나와서 개인적으로 미안하다고 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사과는 당연한 것이고 조선일보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데 물론 안하겠지요.

어쨌든 이 문제는 아마도 생각외로 커질 듯 합니다.

베트남의 유명한 일간지인 한신문에서 공식적인 기사가 어제 나왔구요 앞으로 후속 보도기사가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좃선일보 너네 딱 걸렸어!!

 

***에피소드 하나...

위의 사진 중에 조선일보 입구에서 일인시위하는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위 아저씨가 나오더니 자기네 건물이라고 찍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게 어딨냐 찍겠다고 했더니 마구 막더라구요. 그럴때 일수록 흥분하지 말아야 하는데 괜히 흥분해서 대판 싸웠습니다. 이 아저씨가  미운게 아니었는데...쩝....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된 기사가 시민의 신문에 났습니다.

http://www.ngotimes.net/news_read.aspx?ano=36228

 

그리고 이 기사에 대한 베트남의 유학생의 편지가 기자회견에서 발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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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트남 여자다
작성자 : 응웬티흐엉센Nguyen Thi Huong Sen(응웬티흐엉센, 나와우리 회원, 서울대 사범대학)

 

 

나는 베트남 여자다. 오래전에 한국에 와서 이 나라의 문화, 풍습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하게 된 외국인 중 한명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주변에서 “한국 사람에게 시집왔냐"는 질문을 받게 되었고, 이 때문에 불쾌함을 느낀 적이 많다. 그래서 택시를 타거나 길을 걸을 때 한국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게 된다. 내게 질문을 하는 사람들 십중팔구는 내가, 아니 나와 같은 베트남 여성들이 전부다 ‘한국에 시집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싫다. 정말로 싫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불행히도 한국에 시집오는 베트남 신부들은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 베트남에서 방영하는 한국 방송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베트남 신부 수도 급증하고 있다. 이것은 베트남에서 한창 뜨거운 한류 열풍, 그리고 양국의 활발한 외교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주변에서 점점 더 많이 베트남 신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처음에는 같은 나라 여성으로서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야기 중에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종종 있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아침, 난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평소 나를 아껴주시는 한국 분이 보내신 건데, 그 내용은 조선일보에 난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한 것이었다. 기사 때문에 내가 틀림없이 기분이 나쁠 것이라 생각했던 그분은 이메일에 이렇게 쓰셨다. '혹시나 부끄러워할 것 같아 망설이다가 보낸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단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한국 여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너도 나도 미국행을 부러워했었지. ‘가난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단다.'


참 고마운 말씀이었다. 어쨌든 난 이 메일을 보고 인터넷에서 기사를 찾아 읽었다. 그분의 메일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사가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기사를 읽기 시작하자 글자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면서 ‘이게 뭐야 ’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기사 제목부터가 꼭 광고 같았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합시다>라고 적힌, 흔하디흔한 플래카드를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기분이 상했다. 정말로 신문에 실린, 그것도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가 맞나 의심될 정도로 불쾌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친한 선후배들이 하나둘씩 전화를 걸어 왔다. "너도 그거 봤냐"고 물어와 “응, 나도 봤다. 기분 나빠서 더 이상 이야기 꺼내기도 싫다”고 대꾸했다. 그런데 친구들은 “종이 신문으로 확인해 봐야 된다”고 했다. 신문에 실린 사진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곧 나에게 스캐너로 만든 파일이 왔다. 기사와 함께 커다란 사진이 실려 있었고, 거기엔 정말로 ‘웃기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한국 왕자님들 우리를 데려가 주오…… '기사의 내용은 정말 심각했다. ‘한국에서 구독률이 가장 높은 조선일보의 기사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구나 사정을 뻔히 아는, 국제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한국 남자들을 왕자님이라고 호칭하고 있는 것도 기막혔다. 또한 ‘반지를 교환하고 축배를 드는 간단한 의식의 베트남 결혼식’ 같은 표현을 보고는 한 나라의 문화에 대해 쓸 때는 신중하게 공부한 다음에 써야 한다는 충고를 하고 싶어졌다.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물론 국제결혼으로 큰 이익을 얻는 한국측의 비양심적 중개업체와 베트남측의 뚜쟁이들이 중간에 있기 때문에 결혼이 그런 식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기자가 이렇게 아무렇게나 쉽게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결혼 의식은 복잡하고 의미 깊은 여러 가지 행사들로 이뤄진다. 한국의 결혼 문화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더 복잡하다. 이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베트남의 문화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것을 모르고 쓰니 왜곡될 수밖에 없다. 기사를 쓰려거든 제발 공부 좀 하고 나서 쓰라고 말해주고 싶다.


신문에 실린 커다란 사진, 그리고 불쾌한 기사를 한꺼번에 찢어버리고 싶다. 인권침해라고 해야 할까, 여성을 낮게 본다고 할까, 기사 내용이 온통 거짓이라고 할까…… 한국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할 말은 하고 싶다.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신부의 수는 통계로 나와 있지만, 이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시련 속에 던져져 있는지 좀 더 자세히, 보다 객관적으로 보도해 주었으면 한다. 언론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내 고향도 큰 도시에서 몇 시간 가야 하는 가난한 농촌이다. 얼마 전 고향 사람이 나에게 부탁을 하나 해왔는데,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를 몰라 마음의 짐이 되어 있다. 마을의 아가씨 한 명이 한국으로 시집을 가고 나서 그 어머니가 매일 울며 지낸다고 한다. 고작 백만 동(한국 돈으로 10만원도 안 되는 금액)을 받고 딸을 한국으로 보냈는데, 결혼해 비행기를 타고 떠난 지 거의 한 달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라 애태우는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그 한국인 사위는 외국인 장인, 장모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 딸도 처음에는 가난에서 벗어난다는 꿈을 가지고 한국으로 시집간다는 결정을 했을 것이다.

진실한 생각과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 아니냐는 질문을 조선일보의 편집 책임자와 기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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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땐 민간인 학살로 베트남 사람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죄를 짓더니 이제는 이런 말도 안되는 기사로 또다시 베트남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짓거리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젠 미안해서 베트남 친구들을 볼 면목이 없어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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