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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따세_2009년 여름에 “청소년들에게 읽어 보라”고 추천하는 책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
2009년 여름방학에 “청소년들에게 읽어 보라”고 추천하는 책들
 
1. 2009년 여름방학 추천도서목록을 내면서
 
저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하 책/따/세)>은 우리 청소년들이 즐겁고 알차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조성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저희는 우리의 모든 독서 문화가 최소한 입시를 내세우고 청소년을 무시하거나 들러리로 세우며 이윤을 추구하는 여러 걸림돌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우리 청소년들의 독서 문화가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강제성과 획일성, 상업성에 좌우되지 않기 위하여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이번에 발표하는 <2009 여름 방학 추천도서목록>도 이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희가 권하는 책들이, 입시라는 경쟁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찾고 꿈을 일구어왔던 학생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성장통의 아픔으로 가슴밭이 갈라지는 푸른 영혼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손길이 되면 더욱 좋겠습니다.
 
2. 추천도서목록의 전체 선정 과정
 
책/따/세 추천도서목록의 가장 큰 특징은 운영진들이 직접 읽고 다시 학생들의 반응을 일일이 확인한 다음, 여러 차례의 토론을 거쳐 합의된 책들을 선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현직 교사들이 주축이 되고 대학생, 학부모, 직장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책/따/세 운영진은 이번 목록을 만들기 위하여 지난 5월부터 선정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올해에는 ‘따로 또 같이’의 방식으로 목록 선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문학․예술’과 ‘과학․인문’ 팀으로 나누어 약 4주간 집중적으로 후보 도서를 선정하였으며 나머지 4주간은 두 목록을 합쳐 다시 교차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참여하는 교사들이 전문적으로 목록을 선정할 수 있도록 집중하되, 특정 부분에 치우치지 않도록 후반부에는 전체의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전체 회의 및 팀별 회의의 장점만을 모은 것입니다. 이렇게 대략 8주 동안 모여 토의하고 인터넷 게시판 등을 활용하여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를 위해 최근 각종 미디어에 발표된 신간 서평을 매주 모아온 노력의 결과를 기초 검토 자료로 삼았습니다. 또한 분야별 전문팀 각자가 수시로 모여 도서관, 서점으로 발품을 팔며 밝은 눈으로 좋은 책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회원들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위하여 책/따/세 홈페이지(www.readread.or.kr)의 ‘읽어보니 좋아요’, ‘읽혀보니 좋아요’ 게시판에 올라온 책들을 검토대상에 추가했습니다. 운영진 개개인의 취향과 추천만으로는 자칫 배제될 수도 있는 책들을 짧은 시간 동안에 폭넓게 살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각 분야별로 모인 운영진들은 1차 검토에서 추천된 책을 여러 각도에서 면밀하게 평가하고 재직중인 학교나 주변의 학생들 반응까지 살피면서 2차 심층 검토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4주 동안은 전체 운영진이 모여 각 팀에서 최종적으로 추천도서가 될 만한 후보도서들을 놓고 확정 여부를 토의하였습니다. 토의를 거듭하면서 운영진 모두의 평가가 한결같이 좋았던 책들이 있는가하면, 확정 여부를 놓고 팽팽한 격론을 벌이다 결국 아쉽게 보류되는 책들도 있었습니다. 그 간의 논의 내용은 분야별 스케치에 정리해두었습니다.
 
이번 목록에서는 지난 겨울부터 도입한 6가지 기준에 따른 서평과 줄글 형식의 서평을 적절히 배합하였습니다. 두 가지 방식이 각각 장단점이 있기에 토의 끝에 장점만을 취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에 6가지 기준에 5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나타낸 도형과 줄글 형식의 서평을 함께 실었습니다.
각각의 기준들은 “충실성, 가독성, 진솔성, 대표성, 확장성, 복합성” 등 크게 6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 기준은 그동안 책따세에서 추천도서목록을 만드는 데 논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귀납적으로 도출한 것으로 자세한 설명은 저희가 펴낸 <책따세와 함께 하는 독서교육>(책따세, 청어람미디어, 2005)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구입할 형편이 못된다면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저희가 추진 중인 ‘저작권 공개운동’ 사이트에서 무료로 볼 수도 있습니다.)
 
∘ 충실성 : 내용의 풍부성, 편집과 장정의 완결성, 문학적 완성도 측면에서 얼마나 충실한 책인가?
∘ 가독성 : 청소년이 읽기 쉬운 책인가? (접근성, 표현의 적절성, 정서적․문화적 공감도)
∘ 진솔성 : 바람직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는가?
∘ 대표성 : 해당 분야, 혹은 그 저자의 책을 대표하는가?
∘ 확장성 : 다른 주제나 분야로 관심을 확장할만한가?
∘ 복합성 : 종횡무진 분야를 넘나드는 상호 통합적인 시각인가?
 
물론 위의 6가지 기준들이 책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또한 책의 내용과 가치를 항목별로 점수화한다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책의 특성에 따라 한 가지 기준을 빼고 5가지 기준으로만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들은 추천도서목록의 바람직한 방향과 내용을 잡아가고자 하는 책따세의 노력과 철학이 담긴 것으로 이러한 과정을 책따세의 방학 추천도서목록이 변화․발전해가고자 하는 시도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권하는 몇 권의 책으로 당면한 교육 문제나 독서 문화의 왜곡이 손쉽게 해결되기는 힘들겠지요. 하지만 그 어떤 상업적인 유혹도 거부하고 외부의 압력도 배제하며 오로지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고려하고 그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하여 만든 추천도서목록입니다.
좋은 책을 찾고 읽으며 수없이 의견을 나눈 지난 시간들은 힘들었지만 정말 즐거웠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푸른 도서관 건립’이라는 우리의 소박한 꿈을 키울 수 있는 기초 작업이기에 더욱 좋았습니다. 널리 퍼져서 알차게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추천도서목록만이 아니라 개별 서평,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자료들도 책/따/세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얻을 수 있습니다.
 
3. 추천도서목록 분야별 스케치
 
목록 작업을 하면서 책을 검토하고 의견을 나눌 때에는 열띤 토의와 고민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도 막상 발표하려고 하면 정말 아이들에게 유익한 책이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생각이 오해 없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어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이번 목록 중 문학 분야에서 가장 논쟁의 쟁점이 되었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청소년의 임신을 소재로 한 책입니다. 10대(청소년)의 임신과 미혼모 이야기는 지금까지 많은 화제를 낳았지만 직접 추천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면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성에 대한 호기심은 100m 달리기를 하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마라톤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꿈틀댔습니다. 10대의 임신과 관련한 책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 것은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라고 더 이상 합리화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아이들이 많이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더 이상 덮어두기 보다는 차라리 학생들과 터놓고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청소년의 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소설 중에서 <발차기>를 추천하였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듯 추천 의도와는 다른 관점으로 읽혀질까봐 약간의 우려도 있었으나, 학생들의 검토 반응은 어른들과는 달리 성숙하고 진지했기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추천한 만큼 우리 청소년들에게 의미있는 책으로 다가갔으면 합니다.
그 외에 아이들이 읽기 쉬운 만화 형식의 <태일이>와 <갈릴레이의 생애>, 역사적 소재를 기반으로 한 소설 <지귀, 선덕여왕을 꿈꾸다>, 아직 우리들에게 낯선 <아프리카 우화집> 등 다양한 소재의 책이 많으니 골라 읽는 재미를 느껴 보길 바랍니다.
 
예술 분야의 책을 보면서 항상 염두에 둔 것은 사진, 미술, 음악, 영화 등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유아나 어른들이 읽을 만한 책은 많이 있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책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단순히 줄거리 요약이나 얕은 정보만을 모아놓은 책을 제외하다보니, 결국 미술 관련 4권, 음악 관련 1권을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산수화와 관련된 <산에 올라 마음의 붓을 들었네>, 풍속화와 관련된 <김홍도의 풍속화로 배우는 옛 사람들의 삶>은 새로운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고 있으며, 실제 미술관에서 작품을 따라 감상하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림이 말을 거는 생각미술관>이라는 책은 다양성 측면에서 단연 돋보입니다. 미술 분야처럼 그 외 예술 분야에서도 다양한 책들이 나와 우리 청소년들을 즐겁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과학 분야의 경우 지난 겨울부터 과학 분야의 책을 함께 찾아 읽는 소모임을 가지며 과학책을 보는 눈을 키웠습니다. 최근에 출간된 과학 분야의 책들을 중심으로 폭넓게 검토해보았으나 이번 여름도 역시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과학책은 많지 않았습니다.
흥미에만 초점을 맞춘 잡학 사전 식의 책이나 지나치게 전문적인 책을 제외하고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읽고 탐구심을 기를 수 있는 책을 고르고자 했습니다.
신간은 아니지만, 새로운 정보가 추가된 개정판으로 청소년들이 로봇에 대해 정보와 흥미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나는 멋진 로봇 친구가 좋다>와 아프리카를 누비며 야생 동물 연구에 대한 생생한 시선을 보여준 <야생 속으로>, 천문 분야를 다루고 있는 <하늘의 문화사>, 그림과 함께 건축의 원리를 알아볼 수 있는 <왜, 건물은 지진에 무너지지 않을까>, 이렇게 4권입니다.
다음에는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실험 정신에 거름이 될만한 과학책을 더 많이 추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문 분야의 경우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많아서 책을 검토하며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가장 논란이 되었던 책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인권을 논하다ㅋㅋ>였습니다. 청소년들의 인권을 논한 이 책을 보면서 혹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는 어른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생각을 전개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인권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리라고 봅니다.
<희망을 여행하라>, <몽골 바람에서 길을 찾다>처럼 현지인과 호흡하며 색다른 여행 체험을 우리에게 들려준 책들도 있었고, <자아놀이공원>처럼 쉽고 재미있게 심리학에 접근할 수 있는 책도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동양학, 언어학,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읽고 배울 거리, 생각할 거리, 그리고 토론할 거리까지 제공하는 책들을 추천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여름목록으로 선정된 책은 모두 32권입니다. 이 책들을 읽고, 이야기하고, 권하고, 토론하며, 여러분들의 활발한 논의 대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09년 7월 20일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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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저는 제목만 보고서도 조금 망설였습니다. 평소 보수적이라 자처하는 제가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책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부분의 제목이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청소년 ‘문제’에서 청소년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인식 틀에서 청소년이란 아직 미성숙하고 충동적인 존재로서 통제대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청소년은 미성숙한, 완성되지 않은 존재가 아니며, 청소년들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고 자신의 결정을 인정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입니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사회에서, 가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정당하게 표출하고 또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아직 육체적으로 또 사회 경험상 좀 더 성숙하고 보완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 때문에 가정이나, 사회, 국가가 청소년들을 통제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각종 제도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가만히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청소년은 단순히 미성숙한 어린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비록 신체적으로는 작지만, 정신적으로는 무한한 우주가 함께하는 소우주, 어른의 축소판으로서 인정받았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어린 아이의 의견이라 할지라도 부모는 하나의 의견으로서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그만큼의 책임도 뒤따랐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른으로서 교사로서 조금은 불편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청소년들의 주장과 그들의 외침을 듣고서 나름 청소년들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지내왔던 10대 시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면 너무 과장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여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읽도록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의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 제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신 의도가 무엇인가?” 다소 화가 난 듯한 그 학생의 반응에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을 듣고 빙그레 웃고 말았습니다. “전 조금 보수적이라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그러면서도 그 학생은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다른 학생도 마찬가지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를 알게 되어 좋았다고 했습니다.
 
 
아마 이 책을 접하게 되는 대부분 학생들의 반응이 이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입시라는 큰 짐을 지고 너무나도 큰 압박을 받고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현실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며, 다소 생소했을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봅니다._  양택관 추천글 (서울 현대고 역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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